커버스토리   

2017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회원이 10년간 데뷔한 아이돌 436팀을 추적해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1년에 고작 한두 팀이 남기도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 그럼에도 왜 아이돌 되기 신드롬은 좀처럼 식지 않는 걸까? 2019 수시모집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서경대 실용음악학과 보컬 전공의 경쟁률이었다. 3명 모집에 1천863명이 지원, 621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그라들지 않는 아이돌 되기 열망을 방증하는 자료다. 여기 두 명의 문화연구자가 있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인 2010년 여름, 아이돌에 관해서라면 지금도 유효한 논문을 각각 발표했다. 주요 부분을 소개한다.

아이돌 되기 신드롬

아이돌 팝은 문화자본으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상징적 자본으로 존재한다. 상징적 자본은 아이돌 문화를 독특한 트렌드로 만들고, 사회적 신드롬으로 확대해 생산한다. ‘Tell Me 신드롬’, ‘Gee 신드롬’, ‘에브라다카브라 신드롬’과 같은 최근 걸그룹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유행들은 하나의 현상으로 각인되면서 구체적인 문화자본의 형태로 환산된다. 아이돌 그룹의 일원이 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회적 심리들이 한국사회에 이른바 ‘아이돌 고시 열풍’을 만들었다.
아이돌을 꿈꾸는 연예인 지망생들의 급증은 바로 아이돌 팝의 성공을 대변한다.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10대들이 연예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갈 확률은 대략 1% 미만으로 추산되고, 다시 이들이 연습생 시절을 거쳐서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수 있는 확률은 0.01%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스타되기’ 신드롬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이돌이 얻을 수 있는 문화자본의 힘과 상징자본의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아이돌 스타 되기’ 신드롬은 한국사회의 협소하고 폐쇄적인 사회적 관계와 배타적인 권위의 획득에 대한 과잉된 욕구, 심지어는 양극화된 계급사회가 만들어놓은 사회병리 현상으로까지 확대해석할 수 있다.

이동연, 「아이돌 팝이란 무엇인가?―징후적 독해」, <문화/과학> 62호, 2010. 디비피아(dbpia.co.kr)



아이돌은 가짜다

소녀시대라는 이미지가 10대 소녀의 현실을 원본으로 한다면, 이 이미지는 원본을 왜곡하고 가리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다른 아이돌들도 마찬가지다. 2PM은 10대 소년들의 감성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의 10대 소년들은 ‘오후 2시’에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 우리는 소녀시대 속에서 진짜 ‘소녀’의 ‘시대’를 결코 찾을 수 없다.
아이돌은 가짜다. (……)
어쨌든 이런 방식으로 아이돌은 소비된다. 대중의 적극적 실천이든, 기획사의 착취나 지배담론의 도구화든, 그것도 아니면 아이돌 자신의 성공을 향한 욕망이든, ‘소비된다(consumed)’는 말은 타 없어진다는, 즉 소진(消盡)된다는 의미가 있다. 아이돌은 한국사회의 다양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맥락들 속에서 교환되는 대상이다. ‘우상’이라는 단어가 지닌 숭배대상의 가치는 이 교환 과정 속에서 수많은 새로운 의미를 낳는다. 그 안에서 타 없어지는 것은 아이돌 자신이다.
그는 청소년들의 유토피아를 표상하면서, 동시에 진리를 드러내는 진지한 예술의 디스토피아를 상징한다. 그는 차디찬 상품이면서, 동시에 뜨거운 감각의 현현이다. 그는 원본 없는 시뮬라크르면서, 동시에 현실로 들어가는 통로다. 그는 성장하는 인간 자본이면서 동시에 발목을 묶인 노동자다. 그는 유혹하는 세이렌이면서, 동시에 오디세우스의 명령만을 듣는 선원이다. 그는 소녀이면서 여자이고, 소년이면서 남자다. 무엇보다, 그는 소비되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소비하는 주체다. 환한 자본의 불꽃 속에서 열기를 뿜다가 아이돌은 어느 순간 타 없어진다. 이 자본주의의 우상은 태어나는 순간, 황혼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아이돌에 대한 숭배는 대중문화의 진부한 순간성에 대한 비극적인 헌사일지도 모른다.


문강형준, 「우상의 황혼: 한국사회에서 아이돌은 어떻게 소비되는가?」, <시민과세계> 17집, 2010. 디비피아(db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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