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사랑하는 학우님께

독일 및 아프리카 친구들과 함께한 가나 탐조 여행

“퇴직하시면 동창회 나가지 마세요”
퇴직할 무렵 친하게 지내던 후배교수가 말한다.
“왜요?” “친구들 만나봐야 옛날이야기만 하겠지요,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아닐 테니까요.” 옳은 말씀이었다. 과거는 아무리 고통스러웠어도 지금 이 자리에서 돌아보면 아련한 아름다움으로 채색되어 보일 거고, 그래서 우리는 미래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겠지. 그건 일종의 퇴보다. 그래서 카톡 대문에 ‘가 본 적 없는 길 가보기’라고 내걸고 ‘새로운 세상’을 살아보자 다짐을 했다. 대학로가 아닌 다른 세상을.
퇴직 첫해인 2017년에는, 그동안 비교적 편하게 탐조해왔던 보르네오와 중국의 운남성을 떠나 아프리카의 가나-오취리 덕분에 우리나라에 알려진, 가나 초콜릿의 나라-에 탐조여행을 갔었다. 사바나 초원의 키 큰 풀들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자와 하이에나를 두려워하면서 새들을 찾아보는 짜릿한 즐거움을 맛보았다. 작년에는 1950년대까지 식인습관이 있었다는 파푸아 뉴기니로 극락조를 보러갔었다.
여행 예약을 해놓고도 몇 번이나 포기할까 망설였다. 식인한다는 사람들도 무서웠고 열대지방의 거머리와 진드기, 말라리아에 대한 두려움도 너무 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은 나무 가지에서 짝을 맺으려는 수컷 극락조의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세상의 경이로움이었고 그 경이로움은 두려움을 하나도 남김없이 해소해주고도 남았다.
그 쉽거나 어려운 탐조여행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다. 1987년부터 가르쳐온 열두 명의 학생들인데 내게는 제자라기보다는 친구들이다. 그들이 이미 꽤 나이든 성인들이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지금과는 달리 불문과가 호황을 누리던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입학 지원자가 3천500명 정원을 넘어섰던 때, 기말시험의 범위가 교재 한 권 전체, 녹음 카세트 스무 개였던 시절 직장생활을 하면서 치열하게 공부했던 사람들이다. 녹음 강의를 듣느라 워크맨을 끼고 살아 귀가 나빠진 학생들도 많다.
3천500명 중 영어와 전공 네 과목이 포함된 졸업시험까지 통과해 졸업하는 학생은 겨우 백여 명 정도였으니 그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내가 그들을 친구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선생이란 단지 먼저 태어나서 먼저 공부한 사람들이다. 문제의 답을 미리 알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강의실에서는 내 학생, 내 제자겠지만 그들의 삶의 태도는 내게 교훈적이고 귀감이 된다. 내가 일생 중 그들만큼 치열하게 살았던 적이 있을까? 그들의 학업에 대한 정열은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삶에서 그들은 내 스승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선생님의 스승이 되는 학생이 되라고. 열두 명의 제자 중 두 명이 올해 첫 돌을 맞는다. 우리는 우스개소리로 환갑을 첫돌이라 부르는데 이미 세 명이 첫돌을 넘겼다. 그들 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 두 번째 삶이 축복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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