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고마워요! 칭찬해요! 미안해요!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아무리 악한 사람도 부르면 눈물이 나는 말이 엄마입니다. 우리 엄마는 형제가 많은 장남에게 시집을 와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시동생과 시누이의 공부부터 결혼까지 책임졌어요. 할머니는 대식구인데 딸까지 학교에 보낸다고 구박하셨지만, 엄마의 울타리 안에서 저는 겨우 고등학교까지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는 서울 대기업에 취직한 딸을 늘 대견해하셨죠. 하지만 정작 저의 마음속에는 대학이라는 꿈이 늘 있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언젠가 시간이 되면…”이라며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죠. 어느 날 친구가 방송대 얘기를 했습니다. 아! 그럼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2017년 방송대 문을 두드렸습니다.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입학했지만, 학업은 마음처럼 만만하지 않았어요. 30년 가까이 공부를 하지 않아 책상에 긴 시간 앉아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한 학기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어요. 무엇보다 엄마가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에게 중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엄마에게 꼭 학사모를 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드디어 올해 졸업했습니다. 졸업한다는 딸의 전화에 엄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십니다. “사랑하는 우리 딸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공부하고 싶어 하는 너에게 어릴 때 학교를 보내줬어야 하는데 엄마가 보내주지 못한 대학을 너 스스로 해냈구나. 우리 딸 고맙다. 미안하다.” 딸은 대답합니다. “엄마,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제 마음속에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엄마에게 감사해요.”

 

전화를 끊고 우리엄마는 온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하느라 바쁩니다. 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미장원 원장님에게, 반찬가게 아주머니에게 자랑합니다. 우리 딸이 나이가 얼마인데 이번에 대학을 졸업한다고, 아마 방송 출연을 해서라도 온 국민에게 자랑하고 싶은 딸의 대학 졸업 소식입니다.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조금만 더 일찍 공부를 시작할 것을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학사모 쓴 딸의 모습을 보여드렸으니 이제 저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뿌듯한 마음이 하늘에 구름이 되어 날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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