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여름, 더 뜨겁게 놀이하자]

김철원 교수·관광학과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해야지 안 그러면 다리가 떨려 못하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처럼 여행은 여행할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다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제껏 살면서 여행 싫어하는 사람은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가활동의 1순위도 여행이라고 한다. 여행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어서라고 하는데, 여행을 하면서 잠시 환경이 바뀌었을 뿐 자신의 삶은 계속 되는 것이라서 어쩌면 여행은 일상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이란 과연 무엇일까?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여행이란 젊은이들에게는 교육의 일부이고 연장자들에게는 경험의 일부라고 했고, 독일의 세계적 문호 헤르만 헤세는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대해서 많은 정의를 내려왔지만 나는 여행이란 ‘일상에서 벗어나는 해방감과 일상에 대한 그리움이 공존하는 가장 행복한 모순’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기차로 하는 여행을 유독 좋아해 대합실에 자주 가게 되는데, 그곳에 가면 항상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다. 50대 전후로 보이는 여자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연신 ‘하하, 호호’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무슨 얘기가 그리도 재밌을까 해서 가만히 엿들어보면 정말 별 일 아닌 이야기들이다. ‘어머 저기 누구 온다’ 하는 소리에도 그냥 까르르 웃어댄다. ‘어머, 쟤는 보따리가 왜 두 개야’ 해도 또다시 까르르 웃어댄다. 낙엽 굴러가는 소리만 들어도 웃음꽃이 피어난다는 사춘기 소녀들이 따로 없다. 왜들 그러는 걸까? 아마도 그 나이 때가 집만 나와도 좋을 때라 그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전혀 근거 없는 추측을 해본다. 이렇듯 떠날 생각만 해도 옆구리가 간지럽게 신이 나는 것이 바로 여행 아닐까?


식도락 ‘맛’ ‘멋’ 체험으로 실현

여행을 하다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거의 모든 활동을 하게 되는데, 교통편도 이용하고, 구경도 하고, 물건도 사고, 식사도 하고,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잠도 자게 된다. 과연 이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할까? 어떤 사람은 구경거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잠자리가 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 경우는 먹을거리에 대한 기대감이 제일 크다. 잠자리는 조금 불편해도, 구경거리가 별 볼일 없다고 해도 음식이 좋으면 모든 것이 다 용서가 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그냥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건강하고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먹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식도락(食道樂)’은 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일을 일컫는 말인데, 여행을 통해 세상 구경으로 견문도 넓히고 더불어 새로운 맛으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핵심이 바로 ‘미식여행(美食旅行)’일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식도락’을 실현하는, 의외로 간단한 방법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맛’과 ‘멋’을 체험하는 것이다. 세상 어느 곳이든지 음식의 맛은 재료에 의한 ‘맛’과 먹는 방법에 의한 ‘멋’이 공존한다. ‘맛’을 체험하기 위해 그 지역에 어떤 특산물이 유명한지 찾아보는 것은 기본이다. 그 다음 ‘멋’을 경험하기 위해서 그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살아왔는지 전통 문화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라고 하는 말은 그 어원이 ‘밭을 갈다’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을 보면 결국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유무형적 산물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음식 문화 역시 특정 지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그 지역 구성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산물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진정한 맛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같은 재료라고 해도 어떻게 조리해서 어떤 방법으로 먹는가에 따라 음식의 맛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외국 사람이 우리나라에 와서 처음으로 비빔밥을 먹게 되었다고 했을 때 그냥 밥과 나물들을 따로 먹는다면 식재료들의 맛은 느낄 수 있겠지만 비빔밥 고유의 ‘맛’과 ‘멋’을 느낄 수는 없다. 젓가락으로 재료들을 살살 풀어가며 밥과 재료들이 골고루 비벼지도록 하면서 때로는 숟가락으로 꾹꾹 누르기도 하고 휘익 돌려 섞어가며 꼼꼼하게 비벼주고 난 후에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 안에 넣고 먹으면 그 맛과 향이 어떨지 생각만 해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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