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제의 책

지난 5월 출간 보름 만에 이 책은 예스24에서 역사분야 베스트셀러 9위까지 올랐고, 6월에는 교보문고 ‘탐나는 신간’에 선정됐다. 언론도 발빠르게 이 책을 소개했다. 초판 1천500부가 3주 만에 동이 나기까지 했다. 이경수·강상규 방송대 교수(일본학과)와 이들이 주축이 된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이 함께 쓴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지식의날개, 이하 ‘일본 문화’) 이야기다(<KNOU위클리> 제89호 참조). 시간을 거듭할수록 책은 화제를 더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먼저, 『일본 문화』가 대한해협을 건넜다는 것. 한일관계가 냉각된 상황이기에 민간교류의 의미가 부각된 측면도 있겠지만, 이 책이 지닌 담백한 의미망, 일본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스토리텔링을 풀어내고자 하는 저자들의 자신감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도쿄신문><주니치신문> 1면 톱으로 소개
45명의 ‘덕후’가 필자로 참여한 이 책은 <도쿄신문> 한국 주재기자로 나와 있는 아이사카 조의 눈에도 띄었다. 그가 송고한 출판 관련 기사는 <도쿄신문> 2021년 6월 2일자(석간)에 크게 실렸다. 재미있는 건, 문화면이 아니라 1면 톱에 배치됐다는 것. 기사 제목은 「일본 오타쿠책 한국에서 화제」, 부제는 「마시는 문화, 일, 애니메이션 … 양국 45인 집필」을 달고 나왔다(인터넷판에서는 「마시는 문화, 철도, 애니메이션, 나고야음식 등 … “45명의 덕후가 바라본 일본문화론 책, 한국에서 화제”」로 수정됐다. https://www.tokyo-np.co.jp/article/108120). 같은 계열 매체인 <주니치신문>도 6월 2일 석간 1면에 「한국이 읽는 일본의 모습」으로 소개했다(https://www.chunichi.co.jp/article/265165). 이들 기사는 “한일 관계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 속에 집필진들은 ‘편견 없이 일본을 탐구하는 독자층이 있다’라는 반응을 전해준다”라고 의미를 짚어냈다.
저자로 참여한 이들의 책에 대한 열정, 특히 도쿄와 나고야에 거주하는 두 저자의 즉각적인 기사 홍보도 『일본 문화』의 의미와 관련해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일본 기자의 취재에 응했던 이경수·강상규 교수는 기사가 곧 나올 걸로 예상했지만, 책의 공동 저자로 참여했던 유춘미 도쿄 세종학당 한국어 강사와 이정 아이치카쿠인대 겸임교수가 6월 2일자 <도쿄신문>과 <주니치신문>을 들고 직접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보내줄 때까지는 1면에 실릴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도쿄신문>을 구입한 유춘미 강사는 “45인의 저자와 소통하는 단톡방에서 석간인 <도쿄신문>에 『일본 문화』가 소개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편의점으로 달려가 신문을 구입했다. 그 자리에서 인증사진을 찍은 후, 개인 카톡 사진과 45인 저자의 카톡방에 알렸더니 얼떨결에 유명인이 되어 여기저기서 연락을 받게 됐다”라고 귀띔했다.
이정 교수 역시 “도쿄에서 유춘미 선생님이 촬영해 인증사진으로 올려주신 기쁜 소식을 봤다. 나고야의 <주니치신문>에도 실린다는 소식을 듣고 신문배급소로 직접 가서 구입해 인증사진으로 올렸다. 직접 신문을 사서 인증사진을 찍다가 나고야에서도 유명인사가 됐다. 배급소 직원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자발적으로 인증사진을 찍어줄 정도였다. 저자로 함께 참여했던 같은 대학의 문희진 교수는 학교 뉴스 소식란에 날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라고 현장 소식을 전했다.
화제의 정점은 방송대 통합인문학연구소가 6월 22일 대학본부 디지털미디어센터 4층에서 진행한 ‘대학로 북 콘서트’였다. 김영빈 교수(교육학과)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북 콘서트에는 이경수·강상규 교수와 전문 번역가이자 일본 인형 수집가인 이주영 방송대 대학원생, 미네자키 도모코 홍익대 교양부 교수가 참여해 책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냈다. 방송대출판문화원의 유튜브 채널 ‘방출티비’는 이번 대학로 북 콘서트를 첫 생방송으로 실시간 중계했다(https://youtu.be/PbgY29MnjEY).

북 콘서트 그리고 숨은 의미
이날 3시부터 시작된 북 콘서트는 예정 시간을 넘겨 무려 2시간 40분 동안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책을 함께 집필한 저자들도 참석해 서로 격려하기도 했다. 방송대라는 중심축과 연결된 다양한 인적 네크워크의 힘, 이른바 ‘집단지성’이라고 명명할 수도 있는 ‘하이터치’의 문화는 『일본 문화』라는 책의 탄생과 질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자가 눈 여겨 본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세 사람의 저자가 특별히 눈에 들어왔다.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힘」을 집필한 고성욱 전직 초등학교 교장, 「일본 비즈니스 40년-한국과는 다른 일본 사회의 특징」을 집필했던 김형기 ㈜멕스텔 대표와 「정말, 한자도 일본어?」를 쓴 박경애 건국대 강사였다.
아동문학가이기도 한 고성욱 전 교장은 어린 학생들이 「은하철도 999」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는 걸 보고 조금씩 독학으로 애니메이션을 알아오다가 방송대 일본학과에서 제대로 공부한 케이스. 그는 “일본 문화를 깊이 공부해 꼭 일본을 이기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지만, 이번 책을 내면서 서로 존중하면서 이해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김형기 대표는 북 콘서트에 맞춰 서울 방문 일정을 조율할 정도로 책에 대한 애정이 깊다. 머리가 희끗한 그가 방송대 일본학과와 대학원 일본언어문화학과에서 공부한 것을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하자 북 콘서트 장은 열띤 박수로 가득찼다. 박경애 건국대 강사는 자신을 일본학과 1기 졸업생이라고 소개하면서 “방송대가 나의 삶을 변화시켰다. 대학 강사로,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방송대 일본학과 덕이다. 기꺼이 저자로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도쿄신문>과 <주니치신문>에 『일본 문화』를 소개했던 일본 기자는 이 책 집필에 일본인 10명, 한국인 35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 책이야말로 비록 정치는 얼어붙어 있지만, 문화는 용광로처럼 서로를 뒤섞으면서 새로운 모색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좋은 사례다. 이경수 교수는 제 2권 집필을 위해 새로운 필자들을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문화』는 단순한 하나의 출판물로 그치지 않고, 방송대라는 언덕에서 만나 함께 공부하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좀더 다른 세상을 응시하고자 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공동의 지적 유산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4좋아요 URL복사 공유
현재 댓글 0
댓글쓰기
0/300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