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ㆍ취업   방송대, CEO를 만나다

나석권 원장은 행정고시 35회 출신으로 SK경영경제연구소(전무급), 기획재정부 정책조정총괄과장, 통계청 통계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종오 경영학과장은 2001년 방송대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해 학보사 주간, 학생부처장, 학생처장 등 학내 주요보직을 거쳤다.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는 기업 환경 속에서 대학과 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샐러던트가 가장 많은 방송대로서도 기업과 상생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위클리는 새롭게 기획한 ‘방송대, CEO를 만나다’를 통해 학과 교수와 기업 CEO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의 미래 생존전략을 듣는 한편, 교육 현장에서는 어떤 인재를 길러내야 할지 경청하면서 상생의 해법을 찾고자 한다. 학교의 주인인 학우들이 궁금해 하는 목소리도 담아내고자 한다. 학우들에게는 새로운 진로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일자·장소=7월 20일·사회적가치연구원
■ 대담=김종오 방송대 경영학과장
■ 정리=김준환 기자

첫 포문은 경영학과가 열었다. 경영학이라는 학문은 어디에나 필요하므로 기업 외 다양한 분야로 진출이 용이하다. 학과 특성상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기 쉽고 선택할 수 있는 분야도 넓은 편이기 때문이다. 경영학과장 김종오 교수가 만난 기업은 SK그룹의 사회적가치연구원(원장 나석권, 이하 ‘연구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려고 만든 조직으로 2018년 4월 설립됐다. SK그룹 계열사들이 매년 내놓는 사회공헌기금으로 운영된다. 통상 SK를 빼고 부른다. 그룹과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업무, 즉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의 최선봉에 서 있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최 회장의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 나석권 원장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연구와 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이를 함께 할 사람들을 연결하고 확장한다”라며 “세상을 다르게 보고, 전에 없던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나 원장이 바라보는 방송대의 사회적 가치는 무엇이고, 그 값어치는 어떻게 측정될 수 있을까.

연구원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낸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고 사회성과를 측정한다. 어떤 비전으로 움직이나
단언컨대 대한민국에서 지금까지 이런 연구원은 없었다. 경제적 가치에 대해 연구하는 곳은 많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섬세하게 분별하고 표준화된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론을 찾는 연구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션에 잘 나와 있다. CSES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사회문제 해결방안을 연구하며, 이를 함께 할 사람들을 연결하고 확장함을 의미한다. 사회적 가치라는 것도 측정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 우리의 비즈니스가 사회성과 측정과 사회성과 인센티브를 기업에게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해왔다. 교과서에서 흔히 배우는 기업 경영의 목표는 기업가치 극대화다. 하지만 SK 경영관인 SKMS를 보면 ‘행복’이라는 개념이 상위에 있는 것이 흥미롭다. 경영 이념으로서 행복을 어떻게 구현해 나가고 있나
기업의 전통적인 비즈니스는 이익을 추구하는 데 목적을 둔다. SK는 이것 외에 행복 구현과  소셜 밸류(social value)를 추구한다. 그래야만 ‘이해관계자 경영’과 ‘지속가능발전’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SKMS(SK그룹의 경영이념을 담은 경영철학)의 논리는 간단하다. 구성원들이 행복하기 위해 SK에서 일하는 것이며, 구성원 전체와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동시에 추구해야 각 구성원 개인의 행복도 커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해관계자 행복을 위해 회사가 창출하는 모든 가치가 곧 사회적 가치라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자신의 행복과 타인(회사의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을 키우기 위해 회사의 업무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는 게 SK의 경영철학이다.

ESG경영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학문 연구와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경영에도 이러한 키워드가 접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SG경영의 S에 해당하는 사회적 가치를 이미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에서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지난 2013년에 개설된 KAIST의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에(SEMBA)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원에서 한국 최초로 신설된 것인데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내의 MBA 과정을 SK로부터 지원받으면서 시작됐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MBA를 마친 대학원생은 졸업 이후 몇 년 안에 창업을 해야 한다. 창업을 하지 못하면 학비를 반납해야 한다. 자신이 사회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문제를 정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해법까지 찾는 것이다. 최근 SK그룹 차원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도 의미 있는 사례로 꼽힌다. ‘한 끼 나눔 온(溫)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는 취약계층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지역 영세 음식점, 그들에게 식재료를 납품하는 소상공인들의 매출도 향상시켰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끼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의 화폐화 측정 방법에 따라, 도시락 제작부터 수혜자 전달까지 온택트 프로젝트의 운영 프로세스에 따른 핵심 이해관계자를 정의했다. 이후 연구원은 운영 단계별 실행사항으로부터 창출되는 단기성과에 대해 핵심 성과지표를 도출해 이해관계자별 편익을 사회적 가치로 측정했다. 국가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방송대 역시 이 같은 방법으로 사회적 가치를 산출할 수 있다고 본다. 학생 한 명이 입학해 졸업을 마칠 때까지 들어가는 자원이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투입되는 자원(input)만 볼 게 아니라 이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에 연관된 주요 활동(activity), 산출(output), 결과(outcome), 영향(impact/influence)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실제로 성공한 모델이 있나. 방송대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나
바다의 골칫덩이 불가사리를 바다의 보물로 바꾼 청년이 있다. 이 청년은 불가사리 추출 성분을 이용해 만든 친환경 제설제로 사회적 기업 ‘스타스테크’를 창업했다. 염화칼슘이 제설제로 쓰이지만 친환경적이지 못하다. 아스팔트와 타이어를 부식시키는 단점이 있다. 그는 불가사리의 이온 흡착 경향성에 주목했다. 환경 문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돈도 벌 수 있는 기술 아이템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케이스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만이 사회적 기업의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방송대 학생들 중에는 직장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 기업을 발굴·육성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는 얘기다. 경영학과 학생들 가운데 이 분야로 진출하길 원한다면 적극 권장하고 싶다. SK에서도 SK프로보노(Pro Bono, 다양한 직무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SK 구성원들이 무료 경영자문 제공) 사업을 통해 사회적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역량을 사회적 기업과 매칭해주고 있다. 

방송대는 전 국민의 평생교육 실현이라는 공적 책무를 다하고 있다. 연구원의 미션과 비전과도 연결된다
저희 연구원에서 정의하는 사회적 가치는 광의의, 열린 개념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한 양, 정도’라는 표현을 쓴다.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학계나 현장에서 지배적인 개념이 있는 게 아니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사회적 가치라는 말 자체가 당대 사회에서 무엇을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어떤 조직이냐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정의이기 때문이다. 대학사회에서의 사회적 가치는 연구, 교육, 그리고 사회기여를 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있다고 여겨진다. 첫째, 연구 차원에서는 기존의 전공이나 학문 분야 유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사회문제 자체가 융복합적으로 발생하는데, 어떤 사회문제를 경영학이 잘 해결하느냐, 행정학이 잘 해결하느냐는 전혀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둘째, 교육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이러한 인재들은 공감력이 있고 자기 전공 영역을 넘어서 다양한 사람과 협업할 줄 알아야 한다. 셋째, 문화는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방송대의 경우 원격중심대학이지만 오프라인 형태의 스터디나 학생회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평생교육을 실현하고 나아가 사회문제 해결의 영역을 넓히는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학들의 원격 및 온라인 학습 수요는 급증했으나 인프라와 활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이런 국면에서 방송대는 존재가치를 확실히 보여주긴 했으나 에듀테크를 활용한 미래교육 준비에는 아쉬운 점이 더러 있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SK유니버시티의 사례를 통해 방송대에 시사점을 준다면
에듀테크 기반의 SK유니버시티가 만들어졌다(공식 명칭은 mySUNI ON이다). 최근에는 Flipped Learning 기반의  mySUNI ON을 개발해 구성원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현재 파일럿 테스트 단계에 있다. 이러한 사내 교육은 미네르바스쿨처럼 학습자 스스로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주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학습자에게서 수집된 각종 데이터를 통해 수업 참여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집중도 체크, 구체적 피드백 제공 등이 가능하다. 문제는 사내교육을 통해 구성원을 체질화하고 이를 내실화하는 거였다. 원격교육과 함께 평생교육을 책임져야 할 방송대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ESG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학습체계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소셜 측면에서 보면 포용성과 다양성에 대한 세대·지역·문화 간 격차를 줄여나가는 교육 커리큘럼 구성을 고민해 보면 좋겠다. 특히 2050 탄소중립(Net-zero) 실현이라는 당면 과제를 위해 특정 학과(전공)가 아니라 여러 학과(전공) 간의 융합과 관련된 학과간 협동과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職)’이 아닌 ‘업(業)’이 중요해진 세상이 됐다. 직장인이 많은 방송대 재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SK그룹의 딥체인지(Deep Change) 전략을 다른 말로는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경제적 가치(EV, Economic Value)도 추구하면서 사회적 가치(SV, Social Value)도 추구하는 성장 전략이다. 이러한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은 기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방송대 학생들도 직장과 학업을 조화롭게 균형을 잡아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른바 양손잡이 전략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행동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하며, 그 행동으로 인해 작더라도 의미 있는 결실을 만들어나가는 실사구시형 학업을 이어나갈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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