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 명저 106선 해제

 지금도 환경단체들은 레이첼 카슨의 책을 읽으며 토론한다. 그만큼 철두철미한 과학적 근거들이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학술적 글쓰기에 문학을 가미해새로운 지평을 연 이가 바로 레이첼 카슨이다.  “세상은 비탄에 잠겼다.” 이 문장은 마치 오늘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묘사하는 듯하다. 레이첼 카슨(1907∼1964)은 『침묵의 봄』(1962)에서 세상을 비탄에 잠기게 한 이유를 설명한다. 가공할 만한 환경파괴는 나쁜 마술이나 악랄한 적의 공격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다. 바로 “사람 자신이 저지른 일”이다. 레이첼 카슨은 살충제와 DDT의 남용을 지적했다. 전염병도 마찬가지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나타난 원인도 분명 박쥐와 천산갑을 도륙하고 잡아먹은 인간 때문이다.친구의 편지 한 통이 바꾼 운명레이첼 카슨이 친구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으며 DDT의 폐해에 주목했다. 내용인즉,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나방과 모기를 없애려고 DDT를 대량으로 살포했다. 그런데 이 때문에 새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DDT 오남용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된 것이다. 그 당시, 제초제·살충제 사용이 많아지면서 부작용도 커졌다.그의 업적이 위대한 것은 첫째,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거대 기업 및 정부와 끝까지 맞서 싸웠다는 점이다. 지금도 다국적 기업들은 동물윤리 위반과 환경파괴를 서슴지 않고 있다. 레이첼 카슨은 환경호르몬의 심각성을 대중에게 알렸다. 현대사회는 여전히 각종 화학물질로 인한 생태계 오염, 미세 플라스틱 유입과 살균제·살충제 피해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그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둘째, 탁월한 문학적 감수성을 과학 저술에 접목해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레이첼 카슨의 융합적 사고가 창의성을 이끌었던 셈이다. 『침묵의 봄』은 제1장 ‘내일을 위한 우화’로 시작해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제목을 빌린 ‘가지 않은 길’ 제17장으로 끝난다. 특히 그리스 신화가 인용되는 등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었던 과학책은 문학이라는 옷을 입혀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합성살충제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의 폐해를 지적하면서도 강과 숲, 물고기와 새를 등장시킨다. 셋째, 해양학에 대한 기여다. 레이첼 카슨은 자연에 관한 열정적인 탐구로 바다 3부작을 탄생시켰다. 언제나 중요한 건 균형이다. 과도한 살충제 사용이 문제이지 살충제 자체는 필요하다. 레이첼 카슨 역시 DDT 자체가 아니라 오남용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DDT는 애초에 식량부족을 극복하는 방편으로 개발됐다. 특히 동·식물에는 독성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스위스의 폴 멀러(1899~1965)였다. 1948년, 멀러는 DDT의 살충효과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았다. DDT는 말라리아 제거에서 뛰어난 효과를 나타냈다. 말라리아는 개발도상국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는 1950년대에 DDT를 권장했다. 이로써 수백만 명에 달하던 말라리아 환자는 획기적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 유해성이 레이첼 카슨의 노력으로 밝혀졌다. DDT는 몸속에 축적되며 자손들에게까지 옮아갔다. 1970년대가 되면서 DDT 사용은 중지됐다. DDT는 전쟁과 기아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용됐다. 그 역사적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는 항말라리아제를 사용하고 있다. 600개 각주로 철저한 과학적 검증침묵의 봄 제2장은 총론에 해당한다. 인간은 자연에 없던 화학 합성물질을 만들어냈다. 지구의 생물 입장에서는 처음 접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생물들은 적응할 시간조차 없다. 카슨은 마구잡이로 뿌려지는 살충제를 ‘살생제’라고 일갈했다. 화학 합성물질인 살충제는 생태계에 연쇄효과를 불러와 죽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특히 레이첼 카슨은 화학물질이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변질되는 문제를 『침묵의 봄』 제12장 ‘인간의 대가’에서 다뤘다. 예를 들어, 유기인산계 살충제는 염화탄화수소류 살충제가 이미 간 손상을 일으킨 상태라면 그 독성이 더욱 커진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으로 그 당시 당연하게 사용되던 농약과 살충제가 어떤 위험이 있는지 드러냈다. 책의 각주는 600개나 된다. 그가 환경오염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2022년을 앞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침묵의 봄』영향으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과학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농약 사용 실태를 조사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닉슨 대통령은 1969년 환경보호법안에 서명했다. 레이첼 카슨의 영향력은 그녀가 사망한 후, 1969년 지구환경보호단체 ‘지구의 친구’가 탄생하는 데까지 끼쳤다. 올해 여름, 최근 3년간 공공도서관 환경 관련 도서의 대출 현황이 발표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환경 도서 1위로 꼽혔다. 수많은 환경단체들은 오늘도 레이첼 카슨의 저서들을 읽고 토론한다.생계 위해 투고했지만 매번 거절당해레이첼 카슨의 풀네임은 ‘R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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