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물성의 사유로 읽어낸 역사 속의 여성

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가? 인간은 평등하고 또 서로 도와야 한다. 이러한 신사상이 날로 유행하고 학생들의 이러한 외침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들이 지닌 학식에 대해 마치 무슨 신기한 것으로 포장된 사회 특권층이나 된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 따라서 무지하고 빈궁한 농민이나 노동계의 곤궁한 동포들을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 (…) 나는 이러한 학생들이 고등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평등 ’‘박애’ ‘서로 돕기’ 등을 어떻게 주장할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덩잉차오, 「왜……?」,〈각오〉제1기(1920.1)  지혜롭고 위엄 있는 엄마나무 가지에서1904년 설날 직후, 중국 남방 광시성 난닝(廣西省 南寧)에서는 29세의 젊은 엄마가 태어난 지 한 달된 아기를 딸이라는 이유로 남에게 줘버리겠다는 남편에 맞서서 부엌칼을 들고 저항하고 있었다. 부인의 이 기개에 질려버린 남편은 아이의 양육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 아이가 바로 중국현대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덩잉차오(鄧穎超, 1904~1992)다. 덩잉차오의 어머니 양전더는 부유한 상인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났으나 14세 때 고아가 됐다. 똑똑하고 독립적인 양전더는 어릴 적 아버지가 가르쳐준 의학 지식으로 일하며 살았지만, 주위의 권유로 홀아비 덩팅종과 결혼한다.  어머니 양전더는 시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어서 어린 아이에게 풍부한 교양과 지식을 가르쳤고 딸은 현명하고 용기 있는 어머니 밑에서 씩씩하게 자라갔다. 하지만 무관인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모녀의 힘든 삶이 시작된다. 어머니는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생계를 위해 광저우, 상하이, 톈진을 전전했고 일곱 살짜리 덩잉차오는 공장에서 수건을 짜며 어머니를 돕는다. 어머니의 헌신으로 덩잉차오는 9세 때 텐진의 즈리(直)제일여자사범 부속초등학교 4학년에 진학하고, 11세인 1915년에는 명문인 즈리제일여자사범학교 예과에 전체 3등으로 합격해 학비와 숙박비를 면제받고 공부하게 된다.조숙한 맹그로브 씨앗의 당돌함덩잉차오의 일생을 살펴볼 때, 이때까지가 엄마나무 가지에서 자란 시기다. 12세에 교우회보에 우수작으로 뽑혀 실린 「국가의 진보를 이루어야」라는 최초의 글은 자신의 독자적 인생을 살아가는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이 글에는 조국을 향한 어른스러운 고뇌와 의지가 가득하다. 맹그로브 씨앗은 매우 조숙해 엄마나무 가지에서 자라날 때 벌써 싹을 틔우고 원뿌리도 준비해 둔 채 독립할 날만 기다린다. 덩잉차오도 그랬다. 아버지를 잃은 6세 때부터 어머니의 손을 잡고 중국 대륙을 전전하면서 당시 중국의 실정과 사연을 보고 듣고 피부로 감지했다. 조숙한 맹그로브 씨앗인 덩잉차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엄마의 품을 떠난 잉차오는 격랑의 바다로 뛰어 들어 준비해 둔 뿌리를 내렸다. 1918년 11월, 제1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면서 중국은 전승국의 일원이 됐으나, 1919년 파리회의에서 중국의 권리는 일본에 넘어가고 말았다. 5월 4일, 베이징 대학생들이 톈안문 앞에 모여 들었고 15세의 덩잉차오도 이 애국의 물결에 결연히 합류했다. 소녀는 톈진여성계애국동지회에서 톈진각계연합회 회장을 맡고 강연단 단장이 된다. 그녀는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평민여학교의 경비를 위해 신극 「안중근」 「화목란」을 공연하고, 저우언라이가 편집하는 <각오>에 「왜……?」라는 글을 발표해, 평등과 수신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뚜렷하게 밝힌다. 덩잉차오는 이 시기에 평생의 반려자이자 동지가 된 저우언라이(周恩來, 1898~1976)와의 60여 년의 인연을 시작한다. 두 사람 모두 이상적인 자신들의 결합을 ‘참호 속 동지’이자 ‘지붕 아래 파트너’라고 고백했다. 격랑의 바다에 내린 신념의 뿌리덩잉차오는 거센 파도가 이는 현대 중국을 살았다. 신해혁명의 흥기와 청 왕조의 멸망, 위안스카이(袁世凱, 1859~1916)의 정권 탈취의 격랑 속에서 5·4애국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국민혁명의 승패가 엇갈리는 속에서 제2차 국내혁명을 전개했고, 폐결핵에 걸린 몸으로 그 유명한 2만5천리 대장정에 참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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