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우리말에서 읽는 한국인의 심층

오늘날 한국 사람은 영어 ‘Being’을 존재(存在)라는 한자 낱말로 옮긴다. 사람들은 존재라는 말을 바탕으로 삼아서 ‘존재론’, ‘존재성’, ‘존재감’, ‘존재 이유’, ‘존재 의미’, ‘존재한다’와 같은 말을 함께 쓰고 있다. 한국 사람이 Being을 존재로 옮기는 것은 한국말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은 Being을 옮길 수 있는 좋은 낱말이 있음에도 일본 사람이 하는 것을 좇아서 Being을 존재로 옮겨왔다.    한국 사람이 Being을 존재로 옮기는 것은 한국말에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은 Being을 옮길 수 있는 좋은 낱말이 있음에도 일본 사람이 하는 것을 좇아서 Being을 존재로 옮겨왔다. Being을 ‘존재’로 옮긴 일본19세기 말에 일본의 학자들이 Being을 존재라는 한자 낱말로 옮긴 것은 나름으로 까닭이 있었다.  그때 일본의 학자들은 Being이 어떤 바탕을 갖고 있는 말인지 잘 알지 못하였다. 그들은 서양 학문을 이제 막 알아보기 시작한 단계였기 때문에 깊고 넓게 묻고 따질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Being을 일본말로 옮기려고 했을 때, 알맞은 말을 찾기 어려웠다. 그들은 서양 학문을 일본말로 옮길 때, 거의 모두 한자 낱말을 빌려서 했다. 그들이 Being을 존재로 옮기게 된 것도 그런 까닭에서였다.   일본의 학자들은 Being을 ‘존재(存在)한다’라는 동사형에 바탕을 둔 ‘존재(存在)’로 옮기게 되자, Being을 ‘존재하는 것’이 아닌 ‘존재하는 일’로 바라보게 됐다. 이로써 그들은 ‘존재’를 ‘いる(이루 : 居る/~에 있다)’나 ‘ある(아루 : 有る/~이 있다)’로 풀이하게 됐다.  일본 사람이 Being을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한국 사람이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일본 사람을 따라서 Being을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그냥 넘길 수 없다. 한국말에 Being을 담아낼 수 있는 좋은 말이 있는데도 Being을 존재라고 말한다면 문제가 된다. 오늘날 한국의 학자들이 존재를 ‘~에 있음’이나 ‘~이 있음’으로 보고서, Being을 ‘있음’으로 일컫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된다. 한국말에서 ‘있음’은 내가 마주한 무엇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내가 마주한 무엇을 풀어내는 말이다. 그런데 Being은 내가 마주한 무엇을 가리키는 말이지, 내가 마주한 무엇을 풀어내는 말이 아니다. 이런 까닭으로 Being을 ‘있음’으로 일컫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영국말 Being, ‘무엇이 되는 것’영국말에서 Being은 동사(verb)인 Be에 바탕을 둔 말로서, ‘Be인 것’ 또는 ‘Be가 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Being이 무엇을 뜻하는 말인지 알려면, 동사인 Be가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 살펴봐야 한다. 영국말에서 Being은 Be가 들어가는 두 개의 문장 형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먼저 “There is a book.”과 같은 문장에서 볼 수 있는 Be이다. “There is a book.”은 내가 무엇이 어떤 것으로 드러난 것을 바탕으로 삼아서, ‘여기나 저기에 자리한 무엇’을 ‘한 권의 책’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 ‘There is’는 ‘여기나 저기에 자리한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데, ‘There’는 ‘여기나 저기에 자리한’을 가리키고, ‘is’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a book’은 내가 ‘여기나 저기에 자리한 것’을 ‘한 권의 책’이라는 ‘어떤 것’으로서 알아본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There is a book.”은 “여기나 저기에 자리한 것이 한 권의 책이다”를 뜻한다. 이런 까닭으로 “There is a book.”에서 ‘is’는 나에게 어떤 것으로 드러나 있는 무엇에 해당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이런 ‘is’를 바탕으로 삼아서, ‘무엇인 것’이나 ‘무엇이 되는 것’을 Being으로 말한다. 다음으로 “This is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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