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진로   [과제물의 운명]


우리 대학의 ‘과제물 제출’ 기간이 되면, 상업용 과제물 업체 ‘OO 캠퍼스’ ‘방통대 과제물 전문’ ‘졸업생들의 노하우가 담긴 방통대 과제물 쓰기’ 등과 같은 광고가 떠돌아다닌다. 학생이라면 응당 누구나 좋은 성적을 받고 싶어 하기에, 학업과 생업을 병행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우리 대학 학생들은 이 유혹에 흔들릴 때가 종종 있다.
게다가 40대 이상의 학생들은 청소년기에 받았던 학교교육 방법인 4지 혹은 5지 선다형 문제에 익숙하지, 글쓰기에 익숙한 세대가 아니어서 유독 글쓰기 과제가 힘들다. 유혹에 넘어가 제출했던 과제물이 표절임이 밝혀지게 되면, 과제물 성적 30점 중에서 0점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표절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표절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A학우는 과제물 성적을 확인하고는 망연자실했다. 정성껏 작성한 과제물인데, 30점 중 5점을 받았다. 학과 사무실에 전화해서 문의하니 표절률 검사에서 85%가 나왔다는 것이다. 항의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으나, 조교의 설명에 따라 <과제물 시험(중간)공고> 6번 주의사항 ‘0점 처리 기준’을 보니 마지막 항목으로 인해 최소 점수를 받게 된 것이었다.
그래도 0점 처리가 안 된 것에 만족하고 기말시험을 잘 치러야 할지, 아니면 포기하고 다음 학기에 다시 수강하는 것이 나을지 고민이 몰려왔다. 이렇게 된 거 ‘나이 들어 무슨 공부냐 포기하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A학우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과제 작성 과정을 살펴보았다.


부주의한 실수

일단 표절이 발견되면, 0점 처리 기준이 적용된다. 그러나 학과 교과목 채점 위원이 정한 기준에 따라 최소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점수는 6점을 넘지 못한다. 그렇다면 A학우의 문제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A학우는 과제물과 관련된 서적들을 읽고 노트에 꼼꼼히 정리했다. 그리고 이 부분을 그대로 과제물의 한 부분으로 써 냈다. 바로 이것이 문제의 시작점이었다. 각주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쓴 것.
한 연구결과에서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정확한 인용 방법이나 표절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의도적인 잘못(deliberate wrongdoing)’까지는 아니어도 ‘부주의에 의한 실수(lapse of inadvertence)’로 표절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일어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범하는 대표적인 표절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인 표절 사례

표절의 강도는 표절검사기의 표절률과 같은 수치로 나타난다. 표절률에 잡힐 수 있는 경우는 5가지가 있다. ①노골적 표절. 이 표절은 과제물을 직접 작성하지 않고 동료가 작성한 과제물이나 상업자료를 그대로 제출하는 경우이다. ②‘복사해 붙여넣기’는 출처를 밝히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이나 생각을 베끼는 경우이다. 특히 인터넷 상의 웹페이지 내용을 ‘복사+붙이기’하는 행위이다. ③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다른 사람(1인 또는 다수)의 저작물을 조합하여 자신이 쓴 것처럼 조작하는 형태를 소위 ‘짜깁기’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는 ④‘자체 표절’도 표절로 간주한다. 저번 학기 A강의에 제출했던 과제물을 이번 학기 B강의의 과제물로 다시 제출하거나, 조금만 수정해 제출하는 경우이다,

인용은 ‘부주의한 실수’ 줄이는 장치

마지막은 바로 ⑤‘부적절한 출처 표시’이다. 출처를 밝히되 그 내용이 부정확하거나 필요한 부분에 적절한 인용 부호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표절로 간주된다. 인용은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인용이란 다른 사람의 논저와 문헌에서 정보를 가져다 활용하는 것으로, 원문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는 직접인용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자료 등을 요약하거나 자신의 말로 재진술하는 간접인용의 두 가지가 있다. 몇 문장을 직접 인용할 경우에는 해당부분을 큰 따옴표로 묶는다. 한 단락 이상을 통째로 가져올 경우에는 새 문단으로 구성하여 본문에 삽입하는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간접인용으로도 과제물을 작성할 수 있다. 인용하는 부분의 표현을 자신의 말로 재진술하는 것을 간접인용이라 한다. 간접인용을 할 때, 빠뜨리지 말고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주석달기이다. 주석은 위치에 따라 외각주와 내각주로 나뉘는데, 외각주는 본문의 해당 끝부분에 순서대로 번호를 붙여 본문 밑에 다는 방법이고, 내각주는 본문 안에서 해당되는 부분, 즉 지은이, 출간연도, 쪽수 등을 나열하는 방식이다.

과제물 작성의 목적

과제물을 작성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우리 대학의 한 교수는 “과제물 쓰기는 강의를 통해 습득한 지식을 스스로 내면화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관련 주제의 자료를 수집·분류하면서 자신이 이해하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명확히 알게 되는 단계를 거쳐 지식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과제물 작성은 자신의 공부를 점검하고 깊이있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므로 선배나 동료의 과제물을 그대로 가져다 쓰거나, 상업용 자료를 구입해 이용하는 것은 법적 문제를 차치한다 치더라도 나쁜 행위이다. 남의 것을 교묘히 가져다가 쓴 후, 학교 표절 검사에 걸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양심의 문제가 일어나게 되며, 걸리게 될 경우에는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위해 관련 주제의 자료를 수집·분류하면서
자신이 이해하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명확히
알게 되는 단계를 거쳐
지식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 기사는 오은주, 「대학생들의 과제 표절 실태와 인터넷 정보윤리의식에 대한 인식조사」, 『사고개발』(2013); 『한 눈에 보는 과제물 작성법』, 한국방송통신대학교(2017)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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