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진로   

김관수 문화교양학과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7년 ‘한국작가 신인 문학상’ 수필로 등단, 2018년 성남시예술인 10인

열세 살부터 밑바닥에서 굶어죽지 않기 위해 일해야만 했다. 마흔 다섯의 늦은 나이에, 중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로 시작하여 2008년에는 꿈에 그리던 방송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1학년은 절망과 패배만이 가득했다. 첫 학기 두 과목만 과락을 면했고 2학기는 올 F를 받았다. 검정고시의 4지선다(四支選多)에 너무나 익숙했었다. 대학의 글쓰기 과제라는 장애물은 극복 불가능해 보였다. 과제물 지시 내용은 이해할 수 있었으나, 어디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방송강의를 통해 과제물 작성법은 배웠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고민만 하며 차일피일 미루다 과제물 제출을 못하게 되면서 공부를 포기하는 수순으로 들어섰다.
틈틈이 스터디를 하며 정이 많이 든 동기들에게 그만둬야겠다는 인사를 하자 한사코 나를 설득해 붙잡아 주었다. 그렇게 해서 다시 시작한 2학년부터는 서로 작성방법을 알려주고 정보를 나누고 토의를 하면서 과제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평소 잘 쓰지 않던 학술 용어로 글을 쓰고, 각주나 미주 등을 활용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알게 된 방법은, ‘과제물의 문제 파악→자료 수집→스터디 멤버들과 토론 및 토의→작성’의 순을 따르는 것과 작성 형식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구비문학(口碑文學)에 관한 국문학과 과제물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이런 종류의 과제물을 처음 접해서인지 난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먼저, 노동요나 구전되어 내려오는 우리의 소리를 아는 어른들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노래를 알고 있는 분들을 찾기 어려워 동기들과 함께 각자의 인맥들을 수소문했다. 드디어 지인의 지인을 통해 노래를 아는 분을 찾아내, 지방으로 동기들과 함께 내려갔다. 꼼꼼히 그분이 부른 노래를 녹음했다. 이른바 자료 수집 단계에 해당한다.
그 후에는 노래가사를 받아 적어, 방언 등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했다. 지방의 방언들과 고어들을 골라내고 뜻을 알아내는 것 역시 쉬운 작업은 아니었으나 이는 동기들과 분업으로 해결하였다. 또 같은 단어라도 상충되거나 애매모호한 의미에 대해서는 토론을 통해 방향을 잡아나갔다. 마지막 단계는 작성. 여러 명이 함께 조사한 노래로 과제물을 쓰려니,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동료 표절’로 걸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섰다. 그래서 우리는 자료 수집만 공유하고 각자가 자기의 생각을 중심으로 놓고 작성하기로 했다.
과제물의 핵심은 형식이다. 서론과 본론, 결론과 그의 연결은 중요하다. 서론에서는 준비하게 된 과정을, 본론에서는 파악한 내용을, 결론에서는 이런 과정 속에 배우고 느낀 것과 느낀 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또 자료를 인용할 때 각주나 미주를 달아야 한다. 과제물을 작성하다 보면 막힐 때가 있고 분량이 부족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남의 것을 베끼고자 하는 유혹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이것을 떨쳐내기 위해 잠시 쉬면서 다음 날 새로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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