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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방송대 입학은 제2의 인생을 출발하고자 하는 나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나는 남들보다 늦은 30대의 나이로 대학에 입학했는데, 일반인들과 다르게 경추 손상으로 인해 목 아래로는 감각도 없고,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칩거 생활로 인해 우울증 및 대인기피증이 심했던 나에게 남들과 교류하며 대학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은 크나큰 도전이었다.


통계·데이터학과에 합격하고 처음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던 날에 교수님들, 학우님들과의 첫 만남은 설렘과 긴장감으로 인해 내 생각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끝이 난 것 같다. 처음이 어려웠지만, 이후로 4년 동안 출석수업과 스터디 모임 등을 통해 학우들과 교류하며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은 점차 좋아졌으며, 지금은 약도 끊은 상태다.


4년 동안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과제물 제출이 아닌가 싶다. 남들과 다르게 몸이 불편해 두 배의 시간이 걸리지만 힘들게 작성한 과제물을 제출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고 기뻤기 때문이다. 특히 4~5월은 중간 과제물을 제출하는 기간으로 과제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우님들이 있다면 학과 단톡방과 스터디 모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을 드리고 싶다.


특히 우리 통계·데이터학과는 다른 학과들과 다르게 PC나 노트북 등을 이용해 통계프로그램을 필수로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통계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다루기 어려워 고생하는 신입생과 재학생 학우님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학과 단톡방에 가입한다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현재 우리 학과 단톡방에는 1천 명이 넘는 학우님들이 가입해 있으며, 각종 학과 정보나 학업에 관한 스터디 모임 등을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나는 지난해 2월 졸업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졸업식을 온라인으로밖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많이 아쉬웠는데, 우수성적 장학생으로 뽑히면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졸업식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총장님의 연설 중에 나의 이름도 언급되고, 장애인 대표로 우수성적 수상자로 상장도 받았으며, 무엇보다 졸업식 날에 학사모를 쓰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졸업 후 나는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코로나로 내가 따고자 했던 국가공인 자격증 시험 등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작년에 1~2차 백신을 맞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저질환이 있는 나에겐 너무나도 위험하기에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4년 동안 학업에만 집중했기에 개인적으로 쉬는 시간이 별로 없었고, 재활치료에 소홀했기에 몸이 많이 굳어 있어 다시 재활치료에 집중하는 동시에 그동안 밀어 뒀던 건강 검진도 받았다.


나는 올해 5월에 치러질 ADP(국가공인 데이터분석 전문가) 필기시험과 10월에 치러질 빅데이터 분석기사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미뤄진 자격증 취득을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자격증을 취득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재능기부도 하고 싶고, 전공을 살려 통계분석가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자 목표다. 물론 남들보다 힘들고 느리겠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하기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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