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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스포츠의 높은
이상과, 그 이상을 정직하고
바르게 추구하며 노력했던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학우들과 나누고 싶다.

 

벌써 지난해 기억이다.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한일전, 세트 스코어 2:2 마지막 3세트 13:14로 패색이 짙어진 순간, 배구 여제 김연경은 선수들에게 “후회 없이 해보자”를 주문했고, 우리 팀은 기적처럼 16:14로 역전승을 거뒀다. 러시아전에서는 주눅이 들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선수들에게 “표정이 죽고 있잖아, 식빵, 웃어”를 외치며, 모든 선수가 있는 힘을 다 토해내도록 치열한 승부사의 기질을 보여주었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역시 식빵 언니!


나는 어려서부터 태권도를 좋아했고, 초등학교부터 실업팀까지 태권도 선수로 국가대표에 선발돼 20대 중반까지 거친 승부의 세계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다. 몸집이 작고 말수가 적은 소녀에게 태권도는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였고, 세상에 나란 존재를 보여주는 저항의 몸짓이었다. 경기장에 설 때마다 떨리는 마음을 움켜잡고 상대 선수에게 주눅 들지 않으려 거침없이 돌려차기를 날리곤 했다. ‘식빵, 웃자’


다른 아이들이 학원과 시험에 빠져 있을 때, 나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혹독한 훈련을 견뎌가며 태권도를 통해 나를 넘고 또 넘어서려고 발버둥 쳤다. 내 발등은 호구 차기로 항상 푸른색이었고, 내 손은 발차기를 막아내느라 어묵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나는 여자이기보다는 태권도 선수이고 싶었고, 태권도 종목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나의 젊은 시절은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무릎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했고 새로운 삶을 개척해야 했다.


은퇴 후,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스포츠윤리 석사과정을 밟았고, 그때부터 나는 태권도 발차기를 처음 배웠던 것처럼 학문에 대한 체계적인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했다. 어렵게 석사과정을 마친 후, 곧바로 박사과정을 밟았는데, 아뿔사! 대학원생에게 가장 혹독하기로 소문난 교수님 아래서, 그것도 석사 전공과는 다른 스포츠교육학을 전공하게 됐다. 박사과정에 입학한 후, 전일제 학생으로 9시 출근, 18시 퇴근을 일주일 정도 했을 무렵, 지도교수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최유리 선생은 공무원이야!” 이후 나는 10시에 출근해서 새벽 3시 이전에는 집에 가지 않았다. 남들보다는 좀 오랫동안 박사과정생으로 지냈고, 그 시간을 돌이켜보면,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는 스포츠교육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내가 몸담았던 태권도와 스포츠를 근본적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작은 소녀였던 나를 품어 길을 열어 주었던 태권도가, 그리고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많이 오독(誤讀)되고 있었고, 심지어 사회적 물의 때문에 주목받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목도하면서 나는 어떻게 하면 스포츠를 보다 온전한 모습으로 교육하고, 이를 통해 스포츠가 많은 사람에게 인생의 값진 선물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나는 방송대 생활체육지도과에서 내가 경험한 스포츠의 높은 이상과, 그 이상을 정직하고 바르게 추구하며 노력했던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학우들과 나누고 싶다. 그리하여 학생들을 지혜롭고 가슴 따뜻한 생활체육지도자, 아니 생활체육을 교육답게 승화시킬 수 있는 멋진 전문인으로 길러내고 싶다.

 

VERITAS LUX MEA, LUDUS ANIMA MEA. “진리는 나의 빛, 운동은 나의 숨”이란 뜻이다. 나의 소임을 다하여, 체육과 스포츠의 진리를 좇으며, 그 안에 살아 있는 운동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동료 교수, 학생들과 대한민국 생활체육의 멋진 신세계를 개척하는 밀알이 되기를 꿈꾼다.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 아닌, 원하는 미래를 만드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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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96d***
    진리는 나의 빛, 운동은 나의 숨 교수님과 함께 발전하는 체육인이 되고 싶네요.
    2022-06-01 11:33:05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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