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제의 신간

한국과 일본 사이를 오가며 문화사절단 역할을 했던 조선통신사. 21세기판 조선통신사를 꿈꾸는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에서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일본 문화에 관한 두 번째 책이 나왔다. 각 분야의 일본 덕후들이 일본 문화를 편견과 왜곡 없이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소개해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지식의날개, 2021)의 후속작이다.
1권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학, 일본의 역사, 정치, 경제 등 굵직한 소재를 다뤘다면 이번 2권(이하 『일본 문화 2』)에서는 한일관계, 일본의 정서, 교육, 사회생활, 음식문화, 스포츠, 애니메이션 등 보다 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소재를 파고 들어가 생생한 이야기를 펼친다. 일본의 최남단 오키노토리시마, 일본 문화 속의 고양이, 데릴사위 전통, 일본 고교야구 고시엔, 일본의 커피문화, 일본의 스모와 경마, 일본의 사립미술관 등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와 닮았지만, 확연히 다른 일본과 만나게 된다. 
56인의 공동 저자들의 면면도 역시 흥미롭다. 두 나라 교수들을 비롯해 고등학교 전 현직 교사, 변호사, 기업인, 번역가, 소설가, 일러스트레이터, 피아노학원 원장, 은행원 등 사회 각 부문에서 일본을 들여다보고 있는 이들이다. 이런 필진 구성에서 알 수 있듯, 이번 2권 역시 ‘다양성’을 역동성으로 읽히게 만들었다.

다양한 퍼즐 맞추면 ‘일본’ 보인다
2021년 상반기 출간되어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도 관심을 보일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관련 기사「풍요로운 스토리텔링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KNOU위클리> 제89호, 2021.5.21.,「‘덕후’ 45명, 공동의 지적 유산 만들었다」, <KNOU위클리>, 제93호, 2021.6. 25.).
저자들은 이번 『일본 문화 2』서문에서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해 수준이 이러한 키워드를 그저 단편적으로 나열하는 데 머무르고 만다면, 일본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살아 있는 일본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다른 느낌을 주는 여러 퍼즐이 어떻게 어우러져 역동적으로 작동하는지 입체적으로 통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책에 거론한 용어나 개념이 일본을 이해하는 데 모두 중요한 의미를 지닌 키워드이며, 이들 하나하나가 일본을 구성하는 중요한 퍼즐 조각이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이렇다. 장수하는 기업이 제일 많은 나라가 바로 일본인데, 4장 ‘사회생활로 들여다보는 일본’ 편의「일본인들의 일상에 살아 숨쉬는 데릴사위 전통」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심정욱 도쿄산업대 교수(경제학과)에 의하면, 그 비결은 일본적인 ‘데릴사위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적인 일본 자동차 회사인 스즈키는 창업주를 제외하고 2~4대 사장이 모두 데릴사위라고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양자 하면 어린아이를 떠올리지만, 일본은 20세 이상 된 어른이 양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자식은 선택할 수 없지만 사위는 선택할 수 있다’라는 말처럼 일본 기업 존속의 밑바탕에 자리한 데릴사위 문화에는 일본 문화의 실용주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113전 0승의 경주마 이야기의 비밀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에서 경마는 도박이지만 스포츠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어서 마권을 사지 않고 경마를 즐기는 ‘경마팬’이 많다. 10장 ‘스포츠 속 일본문화’ 편에 수록한 도이 미호 한성대 교양대학 교수의 글「경마는 도박인가 스포츠인가」가 이런 현상을 빼어나게 설명한다. 생애 전적 113전 0승의 하루우라는 연패를 너무 많이 해서 유명해진 경주마로 마지막까지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채 은퇴했지만, 헬로키티와 콜라보한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등 열풍을 일으켰다. 비주류에 주변적인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스토리텔링에 강한 일본 문화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오리지널만큼의 대중성을 확보한 카피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일본의 독특한 미술관 문화, 여름 내내 일본 열도를 하나로 만드는 고교야구 고시엔, 차 한 잔을 대접하더라도 정성을 다하는 일본의 다도문화를 계승한 일본의 커피문화, 영화「너의 이름은」에서 재창조된 일본의 고전문학 등 일본 문화 이야기가 이번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일본 문화 1』의 후속작

56인의 저자들이 그려낸 ‘진짜 일본 이야기’

책 출간에 맞춰 포럼 기획

제17회 포럼에서는 세 가지 주제 발표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분석하고,
‘도쿄재판’의미 냉철하게 비판
100세 시대‘노후 대비’ 공론화도

 

한편, 강상규·이경수 교수와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은 2권 출간을 기념해 5월 21일 대학로 대학본부 열린관 대강당에서 제17회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이하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는 저자로 참여한 안노 마사히데 상명대 교수(한일문화콘텐츠 전공), 박규훈 변호사,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가 발표자로 나섰다. 발표는 책에 수록된 내용에 설명을 보태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포럼 전체 사회는 최갑수 동문(한국투자협회)이 맡았다. 개별 발표와 토론에 이어, 포럼에 참여한 이들이 자유롭게 질의하는 순서로 구성됐다.

“파시스트가 될 바에는 돼지가 낫다”
대표저자의 한 사람인 이경수 교수는 개회사에서 “처음 포럼을 시작할 때는 단순하게 학우들과의 소통을 위한 장으로 생각했는데, 어느덧 17회 포럼을 열게 돼 기쁘다”라고 말하면서 “포럼이 소통의 장으로 기능하는 한편, 한일 간 우호를 다지는 데도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 오늘 세 분의 발표를 들으면서 생각의 근육에 힘을 붙이신다면 정말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첫 발제자는 안노 마사히데 교수였다. 그는「미야자키 하야오의 ‘일본의 풍경’과 ‘귀환병’」을 발표했다. 미야자키 감독의「이웃집의 토토로」와「붉은 돼지」를 통해, 자연과 신이 일체화된 일본의 애니미즘적 종교관(「이웃집의 토토로」)과 자신의 부유한 유년기와 세계로부터 고립돼 아시아에 잔학한 침략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인으로서의 ‘떳떳하지 못함’을 잊지 않겠다는 결의(「붉은 돼지」)를 짚어낸 발표였다.
도쿄재판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는 박규훈 변호사였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갈등을 이해하는 열쇠, 도쿄재판」이라는 발표를 통해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던” ‘도쿄재판’의 현재적 의미를 환기하고, 이 재판과 의미를 거듭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사회에서도 뜨거운 주제인 ‘노후 대비’에 관해 발표한 강창희 연금포럼 대표는 발표문「싱글 노후 대비에 관한 한일 비교」를 통해 현실적인 문제를 진단했다. 노인 주거 형태를 언급한 그는 10여 년 전부터 일본에서 늘어나고 있는 그룹 리빙(Group Living)에도 관심을 가져 볼만하다고 소개했다. 연금과 보험, 그리고 ‘노후 생활비 준비 방법’과 같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대안도 내놨다.
객석의 반응도 뜨거웠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세계와 노후 대비에 관한 질문이 플로어 곳곳에서 이어졌다. 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을 한 고성욱 선생, 방송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로 중문학과를 거쳐 일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전인옥 교수, 거창고 교사를 지내다 퇴직한 김애희 선생, 오구라 스미요 강사 등의 질의가 쇄도했다.

발표도, 토론도 후끈
장장 4시간 동안 진행된 포럼은 정확히 오후 6시에 끝났다. 각자 관심을 두고 고민하는 내용은 서로 달랐지만,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이란 광장에서는 모두가 ‘정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찾아나가는’ 동일한 지식의 탐구자들이었다. 2018년 12월 첫 발표 이후 포럼은 올해 17회째 지(知)의 광장까지 이르렀다.
그래서인지 총평을 맡은 강상규 교수의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은 질문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문득 잊고 있었던, 아무도 던지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보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공간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다”라는 말이 두고두고 울림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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