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음식과 권력

예수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만찬 자리를 이용해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야 했다. 그리고 일상의 음식을 고귀한 자신의 피와 살로 레벨 업 함으로써 신이자 신의 대리인인 자신의 권위를 신격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전에도 음식을 나눠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민중에게 권력자임을 보였다.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인류의 구원자임을 입증했다.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 그것이다. 예수가 한 소년으로부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취해 5천 명의 군중을 먹였다는 이 기적은 현실적으로나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오직 믿음이 확고한 자에게만 가능태로서 작용한다. 신앙의 승리는 믿음에 달려 있다. 최후의 만찬의 결과는 성찬의식으로 나타났다. 로마제국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 기독교가 국교로 공인된 이후 사제라는 매개자가 집전하는 거룩한 의례를 통해 신의 권능이 예수에게 전수돼 오늘에 이르렀다.  가톨릭 성찬의식과 믿음의 권능무릇 모든 명칭에는 뜻이 담겨 있다. 우리말로는 예수(Jesus), 영어로는 지저스라고 부르는 이름은 ‘구원하다(to deliver; to rescue)’라는 의미를 지닌 셈계 어근에 바탕을 둔 히브리 이름 예슈스(Yeshus)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예수는 구약의 죠슈아(Joshua)와 같은 이름으로 구세주(savior)라는 뜻을 지닌 이름이다. 기독교가 구원의 종교임을 시사한다. 갈릴리 호숫가 베싸이다(Bathsaida) 마을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생활하던 가난한 시몬(후일의 베드로. ‘반석’이라는 뜻)과 안드레아 형제에게 낯선 남자가 나타나 생뚱맞은 제안을 한다.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을 낚는 어부의 길을 가자는 것이다. 가난하기는 하지만 산업혁명의 시대가 아니었기에 형제는 실업자가 아니었다. 화를 내거나 비웃음으로 일축하는 대신 베드로(시몬) 형제는 그물을 내던지고 초면의 광인을 따라 나선다. 동업자인 야고보와 요한도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나섰다. 위압적 분위기 속에서의 협박이나 회유에 의한 공동체 가입이 아닌 노을 지는 호숫가에서 주고받은 남자들 간의 몇 마디 대화로 이뤄진 이런 뜻밖의 출가행은 예수의 카리스마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거부할 수 없는 마력, 사람을 잡아끄는 힘, 예수에게는 그런 힘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예수와 흔히 가롯 유다로 불리는 이스카리옷 사람 유다의 관계는 각별했다. 둘 다 불 같은 기질을 가졌기에 두 사람은 평소 누구보다 믿고 의기 상통하던 사이였다. 유다에게 공동체 회계 업무 즉 금전 관리를 맡긴 건 절대적 믿음이 있었다는 증거다. 그런 제자가 은전 서른 닢에 예수를 팔아넘겼다. 무슨 중대한 사건이 있지 않고서는 믿기 어려운 배신이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베다니아의 마리아의 집에서 그녀가 예수의 발에 값비싼 향유를 붓는 헌신을 하자, 유다가 “어째서 이 향유를 비싼 값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았는가?”라며 불평을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예수가 마리아를 옹호하며 오히려 제자들을 나무란다.“왜 너희들은 이 여인을 괴롭히느냐? 이 여자는 내게 좋은 일을 하였다. 사실 가난한 이들은 언제나 너희들 곁에 있지만, 나는 늘 너희들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마가복음 14:6-7)라며 사도들을 꾸짖고 충고했다. 그러자 유다는 오히려 분개하며 당시 유대교의 대사제(대제사장)들에게 가서 “내가 예수를 여러분에게 넘겨주면 여러분은 내게 무엇을 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예수를 그들에게 팔아넘길 의향이 있음을 전한다. 유다의 밀고로 체포되기 전날 밤, 제자들이 아닌 예수 자신에 의해 준비됐을 ‘지상에서의 마지막 식사’ 자리의 일에 대해 공관복음(共觀福音)의 기록은 각각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내용상 크게 다르지는 않다. 공관복음은 구약이 아닌 신약에 들어있는 요한, 마가, 마태, 누가 네 복음서를 말한다. 그 네 복음이 바라보는 시선, 관점이 같다고 해서 공관이라고 한다. 복음은 영어로 ‘gospel’이라고 하는데, 원죄의 인류에게 들려주는 대속(代贖)과 구원의 ‘기쁜 소식(good news)’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복음이라기보다 예언과 당부라고 할 예수 생전의 마지막 메시지는 숙연하다. 복음서 바탕으로 그려진 ‘최후의 만찬’들복음서의 기록을 바탕으로 많은 화가들이 그날의 일을 그림으로 그렸다. 최고의 걸작은 레오나르도 다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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