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의 미술관을 찾아서

이제부터 미술관 전시의 종류를 살펴보기로 하자. 주지하다시피 미술관은 수집, 전시, 연구, 교육, 보존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데, 이 기능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번 호에서는 특히 이 가운데 전시와 수집의 특별한 관계에 초점을 맞춰 미술관 전시의 종류를 살펴볼 계획이다. 미술관 전시는 흔히 상설전시와 특별전시(특별기획전시)로 나뉜다. 먼저 상설전은 미술관 소장품들을 중심으로 만든 전시로 보통 6개월 이상의 장기적인 호흡으로 기획, 운영된다.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진행 중인「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2020.7~2022.7)은 미술관 상설전의 대표적인 사례다.  미술관 작품 수집과 전시가 고전의 반열에 올랐거나 곧 오를 유명 작가, 작품들에 집중할수록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에 있는 신진작가들의 실험적인 작업들이 설 자리는 비좁아질 수밖에 없다.소장품이 중심 된 전시들190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한국근현대미술의 시기별 대표작들과 관련 자료들을 15개 섹션으로 나눠 미술관 2층의 제3, 4 전시실, 3층의 제5, 6 전시실에서 전시하고 있는 이 전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근현대미술의 걸작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뿐 아니라 각 섹션 구성의 해당 시기에 정통한 미술사 연구자들이 관여했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 전시를 한 번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한국근현대미술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2년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올해 7월에 끝날 예정인데 새로운 소장품들과 연구 성과들을 반영해 다시 만들어질 후속 전시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그렇지만「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과 같이 한국근현대미술의 역사적 흐름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대규모 상설전을 진행할 수 있는 미술관은 극히 드물다. 이런 전시를 개최하려면 시대별, 분야(장르)별 소장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수많은 작품을 전시할 공간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술관 상설전은 특정 주제를 내세운 기획전 형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삼성미술관 리움의 현대미술 상설관(M2)에서는 지금「검은 공백」,「중력의 역방향」,「이상한 행성」등 은유적인 제목을 붙인 기획전들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검은 공백」은 우리의 삶과 예술 전반에 투영된 검정색의 깊고 풍부한 의미를 돌아보는 전시다. 또한 지금 경기도미술관에서 진행 중인「소장품으로 움직이기」(2022.3~2023.3)는 미술관 소장작품 중 2010년 전후에 제작된 22점을 선별해 구성한 전시인데, 젠더 등 문화정체성의 문제를 화두로 내걸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에서 진행 중인 두 전시, 곧「허스토리 리뷰」와「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는 미술관 상설전의 또 다른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들이다.「허스토리 리뷰」는 2001년 이호재 가나아트 대표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이른바 ‘가나아트 컬렉션’을 중심으로 1980~1990년대 여성미술가들의 활동을 조명한 전시이고,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는 1998년 화가 천경자가 기증한 93점의 작품을 토대로 꾸린 전시다. 두 전시는 기증 작품들을 중심으로 만든 전시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렇듯 미술관 활동에서 기증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정된 예산으로 진행하는 작품 구입에 비해(예를 들어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 구입예산은 연 48억 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는데, 김환기 작품 한 점이 경매에서 132억 원에 낙찰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빈약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기증을 통한 수집은 별다른 비용 지출 없이 단번에 가치 있는 작품들을 다수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기증을 통한 수집은 미술관의 개성화, 특성화에도 보탬이 된다. 특정 화가의 문제작들을 보려면 작품을 소장한 해당 미술관에 가야 한다는 통념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때때로 작품기증은「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국립현대미술관, 2021.7~2022.6)에서처럼 대중의 발길을 미술관으로 향하게 하는 강력한 유인자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미술관은 기증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립미술관처럼 기증 작품들을 중심으로 상설전을 꾸리는 미술관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또한, 기증을 통해 확보한 소장품들은 미술관 건립의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2015년에 개관한 ‘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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