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ㆍ취업   학과별 커리어 탐색 16. 통계·데이터과학과

다른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면서 곧바로 해당 전공으로 한국은행에 입행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발령받은 부서에서 계량경제 모델을 만드는 팀에 배치됐는데, 저의 해당 지식이 전공자에 비해 취약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방송대 정보통계학과(통계·데이터과학과의 전신)에 편입했습니다. 컴퓨터과학 복수전공도 시작해 정보처리기사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졸업 전, 직장선배의 권유로 뉴욕대 금융공학 석사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우리 대학을 통해 관련 수업을 수강하고 통계학과 은사님들의 추천서를 받았기에 가능했습니다. 전공을 바꾸어 학점을 취득하고 유학을 준비하는 몇 년간은 주경야독 생활이 고달팠지만, 지금은 일과 육아를 마친 밤에도 조금씩 공부를 하는 것이 습관처럼 됐습니다.


석사 마지막 학기에 들은 머신러닝 수업을 계기로 은행에 돌아와서 딥러닝을 이용한 환율 단기전망을 주제로 워킹페이퍼를 썼고, 이를 개선해 행내 현상논문 대회 3등을 수상했습니다. 그 후 디지털 전환 담당 새 부서에 지원해 배치됐고, 저의 첫 프로젝트로 영어 회의 녹음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솔루션 개발 사업에 자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회의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기 위해 녹취에 시간을 쓰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벤처기업이 담당하던 이런 일을 혼자서 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무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9개월의 노력 끝에 다양한 악센트의 영어를 훌륭히 받아쓰고 웹 인터페이스를 통해 재생부분의 하이라이팅과 수정이 가능한 상용수준의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상세 내용〈한은소식〉2021년 12월호 참조). 집행간부 앞에서 보고할 때 많은 치하를 받았고, 그 중 한 분에겐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딥러닝을 이용해 수행한 실시간 경제전망 모형 개발 결과는 대외에 발간돼〈매일경제〉를 비롯한 일간지에도 소개됐습니다.


저는 머신러닝을 전공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방송대 학부와 뉴욕대 석사과정을 통해 ‘배우는 방법’을 배웠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믿습니다. 석사과정 때는 한 번에 몇 챕터나 진도를 나간 다음 과제를 풀거나 협업 코딩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동시에 많은 일을 관리하고 빠르게 배우며 생각하는 방법에 익숙해졌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그래서 ‘내 전공이 아닌데 왜?’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배웠습니다. 리눅스를 모르면 방송대 교재를 보았고, 최신 딥러닝 기법과 웹기술은 MOOC를 통해 공부했습니다. 책에 없는 것은 논문, 게시판, 각국 엔지니어가 모인 채팅방에서 배웠습니다. 물론 자신이 배운 지식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태도는 소중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는 다른 방법론에 대해 전향적으로 탐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ducation is an opportunity, nothing more.” 조지 필모어 스웨인(J. P. Swain) 박사의 『올바른 공부법』(원제 How to Study로, 1917년에 초판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2020 돋을새김에서 권혁의 번역으로 소개됐다)의 첫 구절입니다. 대학교육의 가치를 우려하는 사람이 많지만 학교는 우리에게 튼튼한 기본기와 여러 가지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학생은 그 기회를 지렛대로 삼아 날로 다양해지는 분야 속에서 세상에 유용한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대학에서 그런 기회를 얻었고, 꾸준히 기술과 지식을 연마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됐으므로 방송대는 제 삶의 새로운 전환점이자 발판이 된 고마운 징검다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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