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장학금을 ‘묻다’

치킨 한 마리 정도

사 먹을 수 있는 금액이라

붙여진 이름 꼬꼬장학금

 

비록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열심히 공부한 것에 대한

따스한 격려로 여겨졌고,

앞으로도 학업을 꾸준히

이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사춘기의 머릿속이다. 오늘도 아들 녀석과 한바탕 씨름을 했다. 이제 곧 정수리 머릿내가 폴폴 올라오는 딸과도 한판 붙어야 할 텐데, 싸울 기운이 없다. 수년째 악기 개인지도를 하면서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한번도 문제가 있거나 어렵다고 느껴 본 적이 없는데, 정작 내 자식들과는 이렇게 옥신각신이라니!

 

뭔가 최대한 좋은 방안이 필요했다. 앞으로의 나와 내 아이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평소에 자녀교육에 관련된 책들을 즐겨보았다. 아이들이 사춘기가 될 무렵부터는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나 발달 등의 내용을 다룬 심리학이나 회복에 관한 책들을 관심 있게 읽었고, 조금 더 깊게 제대로 공부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 코로나19가 막 시작되어 나라가 팬데믹 상태였고, 덩달아 나의 직업에도 영향을 주었다. 외부수업이 줄어들면서 여유시간이 많아졌다. 그 시기에 나의 첫째 아이는 중2였고, 공부를 제대로 시작해야 하는 때였다. 공부하라는 잔소리보다는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더 나을 듯했다.

 

열심히 공부한 것에 대한 따스한 격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이들이랑 같이 공부해보자!’ 그렇게 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1학년이 됐다. 처음에는 혼자서 공부를 하고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막연했다. 이러다 중도에 포기해버리는 건 아닐까 조바심이 났고, 내 마음을 다잡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학교생활과 학업을 적극적으로 해내기 위해 나에게 조금 더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학생회에 문을 두드렸다. 학생회의 분위기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었고, 책임감과 리더십이 강한 선배님들이 많았다. 그 덕분에 나는 학교와 학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1학년 첫 학기에 평점평균 4.3으로 성적우수 격려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학교 성적우수 장학금은 우수, 증진, 격려’ 3단계로 구분해 우수의 경우 학비 전액을 감면, ‘증진은 학비의 반액, ‘격려는 학비 일부를 감면해주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내가 받은 장학금은 학비의 일부를 감면해주는 장학금이었고, 그 금액은 대략 25천 원 정도였다.

 

선배님들은 이 장학금이 이른바 치킨장학금또는 꼬꼬장학금이라고 말해주셨다. 치킨 한 마리 정도 사 먹을 수 있는 금액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하. 원래대로라면 함께 공부한 스터디 학우들과 함께 치킨을 나눠 먹고 즐겼으면 좋았겠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다. 비록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열심히 공부한 것에 대한 따스한 격려로 여겨졌고, 앞으로도 학업을 꾸준히 이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생활에 흥미를 느끼게 된 나는 이듬해에는 남편에게도 함께 공부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여보! 우리 같이 공부하자!” 남편은 신설학과인 생활체육지도과에 지원했다. 평소 운동을 즐기던 그에게 걸맞은 학과라고 생각해 내가 강력하게 추천했다. 우리 부부가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면 분명히 우리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

 

방송대 동료 학우인 남편의 반전

다행히 남편도 흔쾌히 응하면서 그렇게 우리는 함께 방송대에서 공부하는 학우가 됐다. 우리는 시험 기간에 함께 공부하고, 과제도 하고, 시험도 준비했다. 아이들 시험 기간이랑 비슷하게 겹칠 때가 많았는데, 내가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감시만 하면서 잔소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코가 석 자였다! 내가 해내야 할 공부에 집중하다 보니, 아이의 시험보다는 내 시험이 더 중요해져 버린 것이다.

 

그 변화가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어느 날은 엄마 아빠가 거실 한 가운데에 놓인 커다란 테이블에서 몇 날 며칠씩 심각하게 앉아서 공부하고 있으니,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방에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잠시 후에 책을 들고나와 빈자리에 쭈뼛거리며 앉더니 우리와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다.

 

유레카!’ 나는 속으로 외쳤다. 앞으로도 이렇게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부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보고 한참 동안 김칫국 드링킹을 하다가 기분이 좋아 큰 소리로 선포했다. “내가 이번에 꼬꼬장학금 받아서 치킨 쏜다! 둘 다 똑똑히 함 봐봐래이!” 아들이 물었다.

 

꼬꼬장학금? 그게 뭔데요?” “, 그거 성적 잘 나오면 격려차 주는 장학금! 치킨 사 먹을 정도의 금액이라서 그렇게 부르더라고. 암튼 우리 다 같이 이번 시험 열심히 준비해보자!”

 

두근두근. 방송대 홈페이지 학사정보에 들어가서 성적을 확인했다. ‘웁스!’ 내심 기대를 했지만, 꼬꼬장학금 대상자가 아니었다. 그렇게 설레발을 떨어댔는데 부끄럽기가 짝이 없다. “이번에 우리 학과가 성적이 좋아서 그래!”라고 말하던 찰나에, 남편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꼬꼬장학금은 내가 받은 것 같은데?” 이럴 수가! 왠지 배가 아파져 오는 것 같았다.

 

한때는 성적에 크게 연연해 학업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뻔한 적이 있는데, 남편이 학우로서 격려해주고 다독여줬던 일이 생각난다. 서로에게 훌륭한 페이스메이커가 되는 우리 가족은 꼬꼬장학금으로 더 화목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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