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독서 분투기, 위로에서 희망으로!

방송대출판문화원에서 개최하고 있는 ‘독서 분투기’는 그 이름에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나는 좀더 치열한 독서를 해보자는 것, 다른 하나는 이 치열한 독서의 결과물을 다시 나의 것으로 소화하자는 뜻. 이쯤 되면 독서분투기가 타계한 문학평론가 김현이 말했던 ‘행복한 책읽기’와는 다른 것임을 눈치 챌 수 있다. 근래 응모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건 반가운 현상이지만, ‘나의 것’으로 소화된 글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올해 전 국민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한 방송대 독서 분투기에 응모하고자 하는 학우들을 위해 예심·본심 심사위원들과 최우수상 수상자들의 조언을 들었다.

“기본에 충실하면 절반은 성공”
소화되지 않은 글은 어떤 것일까. 가장 흔한 사례는 신문이나 온라인 서점 등에 노출된 ‘타인의 언어’를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다. 이런 글은 금방 드러난다. 예심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신경진 출판문화원 교양출판팀 편집자는 “가끔 온라인 서점에 올라가 있는 출판사의 서평이나 책 소개를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글은 걸러낸다”라고 말한다. 어디까지나 참고는 하되, 진짜 자기 생각을 담은 글로 쥐어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책을 끝까지 읽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신의 문체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사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신의 문체로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여기서 일반적인 오해 하나가 발생한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신의 문체로 표현’한다는 것이 ‘능수능란한 글쓰기’를 의미하는 게 아닌데도, 뭔가 멋있어 보이고 화려하고 있어 보이는 글을 자꾸만 지향하려 한다는 것이다. 힘을 뺄수록, 담백할수록 좋은 글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말이다. 
이런 점에서 박혜원 출판문화원 교양출판팀장의 지적은 곱씹을 만하다. “예심은 ‘옥(玉)’보다 ‘석(石)’을 가려내는 작업이다. 대상 도서를 성실하게 읽었는지, 원고 분량을 지켰는지, 맞춤법이 양호한지 등 기본적인 사항 위주로 살피고 걸러낸다. 이 단계에서 상당수가 탈락한다. 감상을 좋은 문장으로 표현했는지는 그다음의 문제다. 기본에 충실하면 절반은 성공이다.”
그가 말하는 기본이란 ‘제시된 원고 분량 지키기’, ‘맞춤법을 지키고 바른 문장 쓰기’ 등이다. 맞춤법은 국어사전을 활용하면 참고할 수 있는데, 특히 ‘비문(비문법적 표현)’에 주의해야 한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는 문장에서부터 낱말이나 문장의 동어반복, 의미의 중복 표현 등까지 꼼꼼한 ‘퇴고’가 필요하다. 독서 분투기가 ‘교육 과정’의 하나임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8년 독서 분투기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변지원 방송대 교수(중어중문학과)도 “중언부언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우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도록 쓴 글이 좋은 글이다”라고 심사평을 남겼다. “좋은 문장을 쓰는 것이 좋은 글의 기본임을 강조하고 싶다. 신중하게 다듬어진 문장이 더 큰 울림을 줄 뿐만 아니라 글의 품격을 높인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2020년 독서 분투기 심사위원 심지영 방송대 교수(프랑스언어문화학과)의 지적도 경청할 만하다.
그래도 망설여진다면? 올해 대상도서 22종을 살펴봤을 때 막막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2020년 독서 분투기에서 『우리의 더 나은 반쪽』을 리뷰해 ‘최우수상’을 받았던 문명주 학우(당시 법학과 3학년·휴학중) 역시 독서 분투기에 응모하려고 책을 고를 때 너무 막막했다고 한다. 그는 ‘부담 없이 그냥 눈이 가는 제목의 책’에서부터 시작했다.

책의 내용과 내 삶의 접점 찾아야
“큰 부담 없이 왠지 눈이 가는 제목의 책을 한권 골랐다는 것만으로도 반 이상 성공한 느낌이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떠오른 아내와의 대화와 결혼 생활에서 느낀 생각들을 감상문에 녹여낸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줬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문 학우는 “책의 내용이 내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진솔하게 써내려간다면 누구라도 좋은 감상문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조언했다. 
‘책의 내용과 내 삶의 만남’이란, 2021년 독서 분투기 심사위원 장희재 방송대 교수(중어중문학과)에 따르면, ‘주체적 소통’을 의미한다. 당시 장 교수는 “수상작으로 선정한 작품들은 심사위원들이 책을 읽고 느꼈던 감상을 설득력 있게 해석하거나, 혹은 생각지 못한 세계관을 열어준 글들, 그러니까 책과 심사자 사이에서 감상자가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 글들”이라고 지적하면서, 책과 나의 주체적 소통을 강조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책의 핵심적 내용과 주관적 해석이 자연스러운 균형”(심지영 교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독서 분투기에 과연 어떤 글들이 노크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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