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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과 조직이
인공지능을 적용해야 한다고
부르짖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잠시 멈춰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스에서 인공지능에 관한 얘기가 종종 나오다 보니, 특정 분야를 인공지능이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 또는 어떤 분야를 인공지능이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질문을 받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됐고, 나름 판단의 기준 중 하나가 될 만한 것이 있어 공유하려 한다.


인공지능이 혁혁한 성과를 대중에게 알린 분야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우리의 경우에는 2016년에 열린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경기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지만, 사실 딥러닝이 기존 모델들에 비해 월등한 결과를 보이며 일종의 혁신을 만들어 냈던 것은 2012년에 이미지 분류 관련 대회에서 ‘AlexNet’이라는 모델이 등장하면서부터였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이미지 분류 문제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사진을 주고 개의 사진인지 고양이의 사진인지 맞추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AlexNet의 등장 이후에도 새로운 딥러닝 모델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지금은 딥러닝 모델의 이미지 분류 정확도가 사람과 거의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인공지능이 굉장히 좋은 성능을 보여주는 이미지 분류와 바둑, 이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공통점은 ‘주어진 데이터 안에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모두 있다’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의 사진에는 고양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담겨 있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냐면 사람에게 그 사진을 주고 판단해 보라고 했을 때 추가적으로 다른 데이터를 요구하지 않고 충분히 그 작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음 수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바둑판 위에 모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의사 결정을 위해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는 경우에는 사람이 학습만 잘하면 해당 분야의 문제를 굉장히 잘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역시 학습만 잘할 수 있다면 해당 분야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어떻게 패턴을 잘 학습하는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가 주요한 문제가 되고, 그런 모델을 발견하게 되면 해당 분야에서 비약적인 개선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판단을 위한 정보가 충분히 주어지는 분야라면, 아직 적절한 모델이 발견되지 않아 인공지능이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반면에 기업의 주가를 예측하는 문제 같은 경우는 어떨까? 주가 예측을 위해 주가 및 기업의 재무 정보, 뉴스나 SNS 상의 기업 관련 텍스트들이 데이터로 주어진다고 가정 해보자. 이 데이터들이 그 기업의 미래와 성장을 예측하는 데 필요한 모든, 또는 충분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마치 고양이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에 고양이 사진이 주어진 정도만큼? 정보를 받아들이는 주체를 사람으로 놓고 생각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훈련을 받은 전문가조차 기업의 주가를 예측하는 일을 잘 해내지 못한다. 만약 주어진 데이터에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다면, 이것은 학습을 잘하는 모델을 만든다고 해서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셈이다. 따라서 이런 분야에서는 사람들이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상상하는 대단한 결과, 예를 들어 엄청난 투자 수익률을 보이는 로봇 트레이더와 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분야에 상관없이 모든 기업과 조직이 인공지능을 적용해야 한다고 부르짖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잠시 멈춰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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