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한 것을
더 가치 있게
나눌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
1기 졸업생이 주축 돼
‘방송대 사회복지사협회’를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졸업하고 무슨 일을 하지?, 내가 방송대 사회복지학과 1기 졸업생인데, 내 자신과 후배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위기의식’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래서 태어난 단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사협회(이하 방사협)’. 방사협은 사회복지학과 졸업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민간비영리조직(NGO)이다. 이들은 방송대에서 배운 지식을 실천하기 위해 협회를 만들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 중심에 있는 서강민 이사장, 유희정 사무처장, 조현주 대외사업국 차장을 만났다.
일자리 개념의 변화, 창직이 대세!
‘창직’을 풀어보면, ‘창의적인 직업 창출’이라는 의미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창조적 아이디어와 활동을 통해 개인의 지식·기술·능력뿐 아니라 자신의 흥미와 적성 등에 용이하며 해당 분야에서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업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으로 창직을 정의하고 있다.
창직은 왜 나타났는가?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노동의 환경변화와 일자리 문제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가 서로 맞물려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을 AI나 기계가 대신하게 되면서 인간은 ‘가치’를 발굴해야 하며, 그것을 일자리로 연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자리’ 개념도 변화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스스로 일자리를 발굴해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추세가 형성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창직은 창업에 비해 여전히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다. 창업은 기존의 사업 아이디어에서 설정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시스템을 설립하는 활동으로, 창직을 통해 발굴된 직업이 노동시장에서 운영되는 형태다. 창직은 창업보다 상위 개념이다. 그래서 창직은 창업에 필요한 도전과 열정, 보편성, 인내력뿐만 아니라, 창의와 혁신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창업가 정신’이 필수적이다.
방송대 공부를 통해 창업가 정신을 습득했다는 서강민 방사협 이사장, 그는 현재 방송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25년 ‘방송대 지기’다. 1997년 방송대 법학과를 시작으로 행정학과에 편입해 4학년 휴학 중 한양대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시 돌아와 멈췄던 행정학과와 문화교양학과, 교육학과,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서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창업가 정신과 다양한 학과 공부의 관계
“교육학과에 편입했을 때 교육학과의 ‘배워서 남 주자’라는 모토를 알게 된 후 저의 인식이 깨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공부했는가?’에 대한 내적 성찰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죠. 나의 공부를 가치 있게 하려면 지식이든, 실천이든 나눔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이런 고민이 끝날 즈음, 사회복지학과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운명’이라 느껴 바로 또 편입했어요.”
사회복지학과 학부 1기로 졸업할 때가 되니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내년에 후배들이 졸업하면 4천여 명이 넘는 사회복지학과 학우들은 어디로 가지? 열심히 공부한 것을 더 가치 있게 나눌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이 생겼다. 이것은 서 원우 뿐만 아니라 전국 13개 지역대학 사회복지학과 학생회장단의 공통적인 고민이었다. 그래서 1기를 중심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사협회’를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드디어 2021년 3월 창립총회를 통해 비영리단체(NGO) 등록을 했다.
방사협 살림꾼인 사무처장 유희정 원우(대학원 2기)는 “사회복지학과 오리엔테이션에서 서 선배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낀 것은 ‘왜 이렇게 똑똑해?’였어요. 그런데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게 됐죠. 방송대의 여러 학과에서 공부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서 선배가 부러울 때가 있어요. 방송대에서 여러 학과를 경험한 탓에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데 있어 경계 없는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거죠. 특히 어느 누구보다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의 입장을 잘 헤아리고, 복지 방안을 찾아내는 서 선배의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간 코로나로 방사협은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들어서부터는 다양한 특강과 학습동아리를 진행하고, 지난 6월 워크숍을 기점으로 날갯짓을 시작했다. 방사협은 △방송대 사회복지학과 재학생들을 위한 지원 사업 △공동체를 위한 자원봉사활동 △사회복지사협회 회원의 권익과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 등에 주력하고 있다.
먼저 방송대 후배들을 위한 지원 사업으로는 학생회 및 스터디를 지원하고,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반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할 예정이다. 또 기관을 운영하거나 수퍼바이저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과 함께 실습처나 실습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통해 재학생의 사회복지현장실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네트워킹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공동체를 위한 활동으로는 지난 5월 용인을 시작으로, 7월 대구 달서구에서 시민교육프로그램을 예정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단체의 교육요청에 따라 열리는 무료 교육프로젝트다.
이를 시작으로 방사협은 지역사회의 특성에 따른 시민활동부분에서 지역 주민 스스로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및 봉사활동 프로그램도 고민하고 있다. 조현주 대외사업국 차장(대학원 3기)은 “방사협은 ‘세상읽기 3.3’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 3개 지역에서 방사협 회원 3명이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한 관점과 소통, 권리형 실천을 내용으로 하는 3회기 교육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올해는 당초 계획과는 달리 교육을 요청하는 곳이 늘어나 세 곳 이상의 지역에서 진행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사의 복지도 돌봐야 한다
방사협 임원들은 “이 일을 하는 데 연령과 성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방사협은 회원들의 연령과 성별에 관한 통계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얼마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함께 하느냐 입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방사협은 회원인 사회복지사들을 위해 워크숍, 세미나, 학습동아리, 전문가 초청 강연 등을 진행했거나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사회복지사들의 권익과 복지 증진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복지 분야 노동자들이나 공무원들의 업무량, 업무 강도와 중요성에 비해 이들에 대한 처우와 보수는 여전히 열악하다.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사회적 위험에 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험의 최전선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복지 증진 또한 필수적이라는 것이 방사협의 생각.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공적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들의 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강조하는 서 이사장의 지적은 적확하다.
방사협은 공적 가치를 발굴하고 구현하고 계승하는 일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분야를 창출하고 있다. 여기에 방송대 출신 사회복지사들에게 그 일을 위탁하고 사회의 사각지대에 그들을 파견한다. 지금은 시작 단계라 문호를 방송대 출신 사회복지사들로 한정하고 있지만 조직이 더 탄탄해지면, 출신 대학을 가리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open university’의 가치도 구현할 것이라는 그들의 창직 활동이 기대된다.
창직의 ‘융합’ 원리
‘하늘아래 새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가능하다’. 어떻게? 핵심은 ‘경계 없는 사고’를 통한 ‘융합’이다. 새로운 직업은 기존 직업(직무)과 타 직업의 결합을 통해 나타난다. 이종 직업 간 또는 이종 직무 간의 융합으로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생활체육지도과와 청소년교육과 공부를 통해 ‘청소년댄스치료사’ 같은 직업을 새롭게 선보일 수 있다. 질풍노도와 같은 청소년기에 대한 심리적 특성과 신체적 변화 등의 지식을 융합해 그들의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개발할 수 있는 청소년댄스치료사도 창직의 좋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