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여름 방학 팁

‘문.교.티.비’ 유튜브 동영상
‘방학에 보면 좋을 책과 영화들’의
미덕은 추천목록만이 아니다.
책과 영화 소개와 함께,
그 행간, 의미의 맥락을 잇는
전공 교수들간의 질문과
대답도 놓칠 수 없다.

 

지난달 18일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교수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학과의 전통이 되다시피 한 ‘문.교.티.비’ 유튜브 촬영을 위해서다. 김재형 학과장을 비롯해, 이필렬, 이혜령, 이준석, 진보성, 남기현 교수가 머리를 맞댔다.
학과장인 김재형 교수는 “오랜만에 다시 ‘문.교.티.비’ 유튜브를 촬영한다. 오늘은 여름 방학에 보면 좋을 책과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면서 읽을 만한 책, 볼만한 영화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라고 운을 뗐다. 1시간 31분 조금 넘게 추천 도서와 영화, 추천 이유 등을 주고받은 이들은 과연 어떤 책과 영화들을 안내했을까.
일단 도서 목록부터 먼저 살펴보자면, 『나의 서양미술 순례』(서경식 지음, 창비, 1992), 『소년의 눈물』(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돌베개, 2004), 『돌베개』(장준하 지음, 돌베개, 2015. 전면개정판), 『아리랑』(님 웨일즈·김산 지음, 동녘, 2005), 『아주 오래된 질문들: 고전철학의 새로운 발견』(한국철학사상연구회·정암학당 지음, 동녘, 2017), 『아주 오래된 농담』(박완서 지음, 실천문학사, 2000), 『주기율표』(프레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돌베개, 2007), 열화당의 ‘한옥’ 관련 책들이 열거됐다.
영화 목록에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2019), 「말모이」(엄유나 감독, 2019), 「암살」(최동훈 감독, 2015), 「아치의 노래, 정태춘」(감독 고영재, 2022),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2022), 「탑건: 매브릭」(감독 조지프 코신스키, 2022) 등이 호명됐다.
사실 ‘문화교양학과 교수’ 추천이라고 해서, 꼭 문화교양학과 학우들만 이 추천목록을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목록만 봐도 ‘교양’의 확장 차원에서 어떤 학과 재학생이든 누구나 접해도 좋을 책과 영화이기 때문. 소개된 영화는 책보다 더 대중적이고 근작들이어서 흥미롭지만, ‘스포’가 될 수도 있다.
서경식의 책들을 추천한 이는 이준석 교수다. 전공인 신화 대신 디아스포라의 문제, 재일조선인 서경식의 책을 들고나온 이유는 명확했다. 이 교수는 “1970년대 초 군사정권 시절 두 형을 잃은 저자의 시대적 경험이 미술에 투영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데, 특히 평소 잘 생각하지 못했던 ‘시민권’과 같은 문제까지도 짚어볼 수 있는 책이다. 언제든 잡혀갈 수 있었던 시대의 삶과 권리에 대해서 새롭게 사유할 수 있는 데다, 분량도 적고, 도판이 많아 읽기도 쉽다”라고 말하면서, 저자의 다른 책 『소년의 눈물』도 일독할 것을 주문한다. 서경식이라는 문제적 인물의 독서편력기이지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생각의 지평을 넓혀가면서 조금 다른 사유도 가능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교양의 확장 원하면 누구나 참고 가능
항일혁명 특히 무장 독립운동의 한 사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돌베개』와 『아리랑』은 남기현 교수가 추천했다. “어떤 것을 선택할까? 수업 때도 학우님들에게 추천했던 것들인데, 큰 의미로 보자면, 독립운동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때 당시 독립운동을 하던 그분들은 왜 그런 방식으로 해야만 했는지, 그들의 선택에 작용했던 시대적·사회적 환경을 생각해보자는 취지다.”
장준하의 경우, 그가 목숨을 걸고 학병에서 탈출해야만 했던 이유를 곱씹어보면서 그가 임시정부를 찾아가기까지의 과정(장정)과 그가 생각했던 독립 방식까지도 짚어보자는 제안이다. 김산은 왜 중국공산당원이 돼야 했을까, 혁명 과정에서 반동분자로 몰려 처형당했는데, 왜 그렇게 된 것일까를 생각해달라고 주문한다.
『아주 오래된 질문들』은 동양철학 전공자인 진보성 교수가 들고나왔다. 부제인 ‘고전철학의 새로운 발견’에서 알 수 있듯, 플라톤을 비롯한 그리스 철학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사유로 다가올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2017년 출간 당시 빛의 속도로 이 책을 읽어봤다는 진 교수는 이번 여름 방학에 학우들과 함께 찬찬히 읽어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책의 목차를 보면, 인생, 생명, 시간, 우정, 예술, 타자, 자유 이렇게 구성돼 있다. 고전철학의 현대적 모습을 짚어주는 한편, 시민의 덕목 등을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 현대를 사는 우리가 영혼을 가꾸는 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시사한다. 「철학의 이해」, 「동서양고전의 이해」, 「신화의 세계」 과목 등을 접한 학우님들이라면 좀더 공부를 심화 확장할 수 있는 책이다.”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과 프레모 레비의 명저 『주기율표』는 이필렬 교수가 소개했다. 이 교수가 추천한 박완서의 장편소설은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 교수는 진보성 교수가 추천한 『아주 오래된 질문들』이란 책의 제목이 박완서의 작품과 중첩되고 있어 이 작품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레비의 책은, 과학 시간에 배운 ‘주기율표’를 생각해서 과학책일 것으로 예단하면 오산이다. ‘아우슈비츠를 통해 인간성의 한계를 성찰한 현대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주기율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화학자이기도 한 저자의 회고록이자 명상록으로, 주기율표의 원소 하나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상되는 이야기들로 구성된 작품이다. 레비는 아우슈비츠 생존자로서 자신의 위치에 항상 성찰적인 거리를 두려 했던 작가였다. 이런 점에서 이 교수가 박완서와 레비의 작품을 추천한 이유는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해진다.
열화당의 ‘한옥’ 관련 책 3권은 이혜령 교수가 소개했지만, 정확히 책 제목을 말해주지 않았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한옥에서 살았다는 체험적 관점에서 이들을 환기한 이 교수는 1980년대 어느 무렵, 이 책들을 통해 우리 한옥과 다시 만났다고 고백한다. “강릉 선교장, 정읍 김동수 가옥, 안동 하회마을의 집들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이 책들을 보면서 한옥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가지게 됐다.” 여기서 추정하건대 그가 만났던 책들은 분명 『강릉 선교장』,『정읍 김씨집』,『안동 하회마을』일 것이다. 글과 사진으로 구성된 ‘한국의 민가’ 시리즈다.

 


추천목록 말고도 흥미로운 내용 가득
‘문.교.티.비’ 유튜브 동영상 ‘방학에 보면 좋을 책과 영화들’의 미덕은 추천목록만이 아니다. 책과 영화 소개와 함께, 그 행간, 의미의 맥락을 잇는 전공 교수들간의 질문과 대답도 놓칠 수 없다. 예컨대, 이준석 교수가 서경식의 책에 관해 이야기하면, 이혜령 교수와 김재형 교수가 한 걸음 더 들어간 질문을 던진다. 무국적의 재일조선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묻는 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필렬 교수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균형 잡힌 이해를 강조하면서, 경제학자인 제프리 삭스와 현실주의 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의 강연과 글도 접해볼 것을 주문한다. 이렇게 갑론을박, 정리해 들어가면서 교수들은 하나의 고정된 시선이나 사유가 아니라, 좀더 유연하고 확장된 사유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게 된다.
이들이 어떤 대화를 어떻게 주고받았는지, 거기서 지적 자극을 원하는 방송대 학우들이라면, 

https://www.youtube.com/watch?v=oygBHwhP4y0&list=UUeSptqSYqjp9lu53youTIdg&index=2

을 클릭해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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