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책 읽고 요약하기

2022년 방송대 개교 50주년 기념 전 국민 독서 분투기 한마당이 진행되고 있어서 기자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문의 전화를 받고 있다. 대개는 복수 응모가 가능한지, 분량은 정해진 대로 써야 하는지 등을 묻거나, 응모한 분투기 원고가 잘 접수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가끔 아주 사적인 문의도 있다. 독서 감상문의 한 유형인지는 알겠는데, 책 한 권을 읽고 어떻게 ‘요약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아주 솔직한 호소도 있다.
책읽기 혹은 독서는 교육적 차원에서도, 국민적 차원에서도 권장되고 있지만, 이 권장에는 한 가지 놓친 부분이 있다. 수년 전 한 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이 확인해준 것처럼, 책을 읽어도 제대로 내용을 요약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이들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요약’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요약하면 좋은지 공교육 과정에서 훈련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해력과 표현력 동시에 요구
‘요약하기’란 자신이 읽은 책이나 글의 내용을 문맥적 의미에 맞춰 재구성하는 과정이다.요약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해력과 자기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표현력이 요구된다. 요약이 단시간에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닌 이유다.
한때 대학들이 논술 전형을 많이 실시했는데, 이 논술 전형에는 제시문 요약도 포함돼 있었다. 고려대의 경우, 요약 글 채점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이게 흥미롭다. 이를 내용과 구성으로 도식화 하면 아래 박스와 같다.

이러한 요약 글 채점 기준을 정리하면, 좋은 요약이란 결국저자의 의도를 왜곡하지 않도록 문맥을 제대로 파악하고 핵심 어휘와 중심 문장을 재구성해 글의 전체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아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진보성 방송대 교수(문화교양학과)는 지난 4월 <KNOU위클리> 과제물 특집에서 ‘요약’을 가리켜 “교재의 글을 읽다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췌하거나 긴 문구를 짧은 문장으로 줄이되 핵심을 잘 살려서 전체 글을 재배열하고 재조합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진 교수는 당시 「동서양 고전의 이해」 중간과제물로 ‘내용을 요약하고 자유로운 자기 감상과 견해를 담은 감상문을 작성’하도록 했다. 그의 설명 가운데 좀더 들어볼만한 대목이 있다.
“요약은 원래의 글을 뜯어고쳐서 간략하게 만들되 각 단락에 등장하는 용어로 핵심 주제를 설정하고 문장을 적절히 만들면서, 그 사이에 필요한 조사나 단어들을 나름대로 조합하고 정보를 간추리되 원글이 전달하는 본래 의미는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약은 글을 읽다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췌하거나 긴 문구를 짧은 문장으로 줄이되
핵심을 잘 살려서 전체 글을
재배열하고 재조합하는 작업이다.

 

요약의 시작은 ‘이해될 때까지 읽기’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요약을 잘 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이해가 잘 될 때까지 꼼꼼히 읽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텍스트를 제대로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야 분석과 요약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책의 경우, 머리말과 목차를 읽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면서 읽어가는 게 중요하며, 목적과 용도, 관점에 따라 요약의 깊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가 잘 될 때까지 꼼꼼히 읽는 것’이란 설명은 듣기엔 쉽지만, 실행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사이토 다카시 일본 메이지대 문학부 교수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읽고 쓰기의 달인』, 비즈니스맵, 2009). 그는 책읽기는 좋지만 독후감은 쓰기 싫다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쓰기’뿐 아니라 ‘읽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잘 읽기는 하지만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잘 읽지 못하기 때문에 쓸 수 없는 것이다”라고 뼈 때리는 말을 던졌다.
그가 말하는 ‘읽기’는 ‘쓰기’와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글의 내용을 분명히 이해했다면 “어느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나?”, “읽을 만한 곳은 어디인가?”,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다 읽은 후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가?”, “어떤 점을 배웠나?”, “인용하고 싶은 부분은 어디인가?” 등과 같은 질문에 곧바로 대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독해의 완성은 ‘문장구조 파악’에 달렸다고 설명한다. “특히 평론과 같은 글의 경우에는 그 세력도를 그려가며 저자의 의도를 찾아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당신이 도식화한 그림을 보면서 저자의 의도를 집어낼 수 있다면, 당신의 읽기는 이미 달인의 수준에 있다.”
‘김교수의 세가지’라는 유튜브(구독자 15만7천 명)를 운영하고 있는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책을 읽고 요약하는 방법(youtube.com/watch?v=xN1kG-eb-q8)도 경청할 만하다. 그는 세 가지를 강조했는데, 첫째 자기식으로 이해하기, 둘째 내 지식으로 만들고 싶은 것만 책에 표시하고 메모하기, 셋째 키워드로 요약하고, 자기식으로 배열하기 등이다.
그가 안내하는 요약은 조금 파격적이다. 예컨대, 목차를 확인한 뒤 아무데나 읽거나, 관심이 가는 장이나 절부터 읽고, 눈에 들어오거나 알고 싶은 부분만 읽고 나머지는 건너뛰어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요약의 기본이 ‘저자의 의도 파악’에 있다고 할 때, 그의 주장은 조금 혼란스러운 데가 있지만, 요약을 겁내고 무서워하는 이들에게는 과감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처방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말대로 “책 읽고 요약해서 리포트 쓰라는 과제가 나왔는데 어찌할지 모르시는 분들”에게 유용한 팁이다.
호주의 뉴캐슬대 도서관 가이드도 참고할 수 있다. 이들은 요약과 관련해 기억해야할 주요 팁 7가지를 안내하고 있다. 이들 팁은 △요점만 담을 것 △내용의 본질을 잃지 않고 텍스트를 짧게 △요약자 자신의 말을 사용할 것 △전문 용어는 그대로 사용 △‘보고 동사’는 텍스트를 토론하는 데 사용할 것 △내주 인용(In-text Citations) 제공할 것 △전체 참조 목록 포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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