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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경험하게 될 삶의 마지막 시기에
인간적인 돌봄을 받는 것이 가능할지 몰라서
불안한 사회여서는 안 된다.

 

삶의 마지막 시기에 나는 존엄성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여전히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불편하다. 2020년 1월 20일 우리나라에 첫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발생한 이래 매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와 함께 사망자 수 발표를 접하고 있다.


격리 중인 코로나19 환자는 임종이 예상된다고 해도 가족을 만날 수 없으니 간호사가 휴대폰으로 환자와 가족을 연결해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하기도 했지만, 환자 상태가 갑작스럽게 악화돼 이런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환자는 마지막 순간에 가족도 없이 임종을 맞아야 했고, ‘선(先) 화장 후(後) 장례’라는 원칙에 따라 유족은 고인을 애도할 기회도 제대로 가질 수 없었다. 이들의 가슴 아픈 임종을 지켜봐야 했던 간호사들은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이를 계기로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2018년 2월부터 시행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약칭, ‘연명의료결정법’)은 존엄한 죽음을 위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다. 법에 따라 19세 이상 성인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등록함으로써 향후 의학적으로 임종기라고 판단될 경우에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게 됐다.


연명의료는 인공호흡기 착용,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이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 연장시키는 경우를 가리키는데, 이는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동시에 환자에게 고통을 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허용한 것이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2022년 8월 현재 약142만 명 이상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고 이들 중 88% 정도가 60세 이상이다. 주변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면 자신이 위중한 상황일 때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등을 적용하는 적극적인 치료를 안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염려를 하는 경우를 봤는데, 연명의료 결정은 임종기 환자에게만 해당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 의료진은 당연히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법 시행 후 4년이 지났지만 본인 의사에 따른 연명의료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아직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게다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전에 연명의료가 적용되는 상황이나 관련된 의학적 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왜 자신이 연명의료를 거부하는지에 대해 숙고할 시간을 가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더 나아가 마지막 시기에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은지, 장례식은 어떤 의미와 형식을 갖추기를 바라는지 등 죽음과 관련한 소망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를 가까운 가족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런 기회를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에 ‘조력존엄사’(의사조력자살)에 대한 국회 토론회가 있었다. 연명의료결정법을 개정해 말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보다 평안하게 스스로 삶을 마감하도록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도록 제도가 마련된 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다시 안락사에 해당하는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국회 토론회를 시청했던 다수가 조력존엄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게시했다. 이는 질병으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 방치돼 있는 사람들이 많고, 자신 역시 그런 고통 속에 놓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조력존엄사보다도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확대여야 하지 않을까?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 등으로 제한하여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 이들 중에도 25% 미만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말기 질환자들이 충분히 통증 완화와 증상 관리, 수분 공급, 개인 위생 등 기본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고 삶의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력존엄사가 허용된다면 누군가에게는 죽음이 선택이 아닌 강요되는 것일 수 있다.

 

우리 누구나 경험하게 될 삶의 마지막 시기에 인간적인 돌봄을 받는 것이 가능할 지 몰라서 불안한 사회여서는 안 된다. 인간답게 삶을 마무리하고 좋은 기억을 간직한 채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인간미 있는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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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to***
    공감합니다. 죽음관련 관심이 많아 '사전연명실천의향서' 등록 상담가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호스피스병실 증가와 관련 다양한 제도 등이 마련되고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요, 함께 동참하고 싶습니다. 좋은 글 올려 주셔 이웃들과 함께 공유합니다.
    2022-10-18 20: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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