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의 미술관을 찾아서

2013년 11월, 과거 국군기무사령부가 있던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전시실을 비롯한 프로젝트갤러리, 영화관, 다목적홀 등 복합적인 시설을 갖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이 개관했다. 이로써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과천관), 덕수궁미술관,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울관)의 3관 체제를 갖추게 됐다. 서울 중심부 소격동, 사간동 일대에 국립현대미술관을 세워야 한다는 미술인들의 오랜 염원이 마침내 실현된 것이다. 서울관은 미술관의 세속화 경향, 곧 미술관의 높은 담을 허물고 세속의 세계로 진입하고자 하는 최근 미술관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손쉽게 서울관에 접근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이나 경복궁역에서 걸어서 갈 수도 있고,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해 갈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서울관에 가는 일은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로 공간 이동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서울관은 과천관처럼 현실 너머의 어떤 성스러운 세계 같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마치 백화점처럼, 시민들은 길을 걷다 잠시 시간을 내서 서울관 전시를 둘러볼 수 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역사문화지구담이 없다는 것은 이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일 것인데 이로써 시가지와 미술관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서울관은 인근의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국제갤러리, 학고재갤러리, 갤러리 현대, 금호미술관, 아트선재센터, 정독도서관, 그리고 최근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 등과 더불어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역사문화지구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관의 등장은 이제 미술관이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세속화의 경향은 공간의 장소성이나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미술관 건축에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널리 알려져 있듯 서울관 자리에는 과거 조선 시대에 종친부가 있었다. 보물로 지정된 경근당(敬近堂)과 옥첩당(玉牒堂)은 이 시절의 기억을 간직한 건물들이다. 또한 이곳에는 경성의학전문학교 부속 의원이 있었다. 1928년 개원한 병원 건물은 1932년 준공한 이후 1933년 증축을 통해 완성된 3층의 철근콘크리트 건물이었다. 벽돌로 외벽을 만든 이 건물은 광복 이후 서울대 의과대학 제2 부속병원, 한국전쟁 이후 육군통합병원으로 사용되다가 1971년 이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본관으로 사용됐다. 1970년대 후반에는 구역 내 국군서울지구병원이 들어서기도 했다. 서울관 건축가들(엠피아트 건축+시아플랜건축)은 주변과 단절된 기무사의 폐쇄적인 공간을 개방하고 도시 조직을 미술관 전체 공간 안에 끌어들이고자 했다. 그들은 이 공간이 “군부대 등 특수 용도로 사용되면서 주변 길들과 단절돼 있으며, 도시적 맥락과는 관련성이 없는 폐쇄적 공간으로 주변을 황폐화했다”라고 판단했다.  서울관은 과천관처럼 현실 너머의 어떤 성스러운 세계같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건축가들은 미술관이 주변 맥락과 상호작용하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미술관 건축에 ‘광장’ 또는 ‘길과 마당의 재생’ 개념을 도입했다. 내부와 외부가 소통하는 미술관건축가들은 미술관이 주변 맥락과 상호작용하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미술관 건축에 ‘광장’ 또는 ‘길과 마당의 재생’ 개념을 도입했다. 미술관 대지의 전후좌우에 열린 마당이 배치됐고 관객은 이 가운데 어디서든 미술관을 진입할 수 있다. 마당은 주변의 길들과 연결돼 도시의 숨통을 열어줬고 조선 시대에서 일제강점기, 그리고 현대로 이어지는 공간의 역사적 문맥을 되살렸다. 건축가들은 연결을 위해 유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1층의 로비에서는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미술관 마당을 훤히 내다볼 수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관객들은 정면 유리창을 통해 종친부 경근당과 옥첩당을 볼 수 있다. 이런 장치들을 통해 미술관의 내부와 외부가 소통한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려는 의지는 미술관 건물 설계에도 나타난다. 서울관은 기존 건물(옛 기무사 본관)을 개조해 만들었다. 옛 기무사 본관 건물은 보기 드문 일제강점기 병원 건축물일 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정치사의 주요 무대 가운데 하나라는 역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378호로 지정됐다. 건축가들은 기무사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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