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저자를 만나다

『2023 대한민국 대전망』은 36인의 공동 저작이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양명수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명예교수 등 선 굵은 학자들이 집필자로 함께 참여했다. 이영한 서울과기대 명예교수는 집필위원장으로 참여했다.
그는 이 책의 특징을 36인의 집단지성, 다중위기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의 모색에서 찾는다. 그가 내세운 전망의 척도는 ‘지속가능발전’이다. 기존의 전망서나 예측서와 달리, 주류 경제 부문뿐만 아니라 사회, 심리, 문학, 환경까지도 반영해 전망을 제시하려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사회·경제·환경 영역이 균형 있게 선순환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집필에 참여한 필진들은 사회적 형평성, 경제적 활력, 환경적 건강성을 중요시해서 2023년을 전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사회는 향후 2~3년은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기회를 가지게 되리라 전망합니다.”
그는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와 일본학과를 졸업한 동문이다. 서울과기대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하던 2008년 신년, 지금은 타계한 김동길 교수 세배를 갔다가, 자리에 합석한 분당차병원 원장이 방송대 중문학과에 진학하겠다고 한 말에서 자극을 받은 게 발단이었다. 이후 방송대를 알아보다가 중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그게 일본학과 졸업으로도 이어졌다.
“문학이나 역사에 관심 있다 보니, 중문학, 일문학 공부가 재밌었어요. 제가 방송대에서 공부한다는 걸 자랑도 많이 했는데요. 과기대 동료 교수님 한 분도 제 소개로 방송대 중문학과 공부를 마치셨죠. 지금도 늘 방송대 출신이라는 걸 자랑하죠.(웃음)”
과기대 기획처장을 지낸 그가 보기에 방송대의 강점은 잘 갖춰진 온라인 교육시스템, 콘텐츠, 학사관리다. EBS 사외이사를 지낼 때, 방송대에서 받은 온라인 교육 경험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늘 방송대에 감사하고 있죠. 앞으로 온라인 교육의 물결이 한층 더 거세질 것입니다. 그만큼 방송대의 역할도 커질 수가 있겠지요. 위기지만 여전히 기회라고 봅니다. 저의 제2의 모교인 방송대가 잘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2023 대한민국 대전망』출간에 맞춰 10월 21일, 퇴임 후 강남 삼성동에 조그맣게 꾸린 그의 오피스에서 책 출간의 의미를 들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집필에 참여한 필진들은
사회적 형평성, 경제적 활력, 환경적 건강성을

중요시해서 2023년을 전망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사회는

향후 2~3년은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기회를 가지게 되리라 전망합니다.

 


36인의 집단지성으로 2023년 대한민국 전망서를 기획했는데요,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요
팬데믹에서 시작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인 2020년 10월에 『포스트코로나 대한민국』을 출간했어요. 그 당시 코로나는 연말이 되면 끝날 것으로 보고 ‘포스트코로나’를 주제로 각 분야 지식인 27명을 모시고 성찰과 전망을 했어요. 그러나 2021년, 2022년 예상보다 2년이 더 경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세계는 큰 격동의 기간이었고, 최근에는 다중 전쟁이 한층 고조되고 있어요. 그래서 올해 5월에 몇 분을 모시고 세상 걱정을 하면서, 한국의 내일을 ‘전망’해 보기로 한 거죠. 각계 지식인들을 모시고 이 어려운 시기에 대한 현실 진단과 내년 전망 그리고 혜안을 모아서 출간하기로 한 거죠.

2023년의 대한민국을 전망하셨는데, 어떤 내용을 담으셨나요
시중에 기존에 출간된 전망서는 주로 산업, 부동산, 소비트랜드 등 경제 분야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경제 분야가 중요하지만, 경제 분야가 해결된다고 해서 우리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죠. 사회, 환경 문제도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지속가능발전 모델을 가지고 전망했습니다. 지속가능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 , 경제, 환경 영역이 균형 있게 선순환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사회적 형평성, 경제적 활력, 환경적 건강성을 중요시해서 전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책의 내용은 크게 주제별로 5부로 구성했는데요. 총론으로 지속가능발전 문제, 팬데믹 시대의 뉴노멀 물결, 도시 미래의 주택 버블과 친환경,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서 피어난 혁신인 디지털 대전환, 글로벌 패권전쟁의 접경지대에 선 대한민국으로 크게 구성하고 각각 7개 내외의 소주제로 구성했습니다. 각 분야 대표적인 지식인 36명이 참여했습니다. 

집필에 참여한 분들이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입니다. 그렇지만 전망과 예측을 내놓기는 쉽지 않았을텐데요.
집필자 36명 가운데 25명이 교수입니다. 학자의 학술적 연구 대상은 과거입니다. 연구는 결국은 미래를 위해서 하는 것이겠지만요, 과거의 사실이나 데이터들에서 공통적 혹은 차별적 특성을 찾아내곤 합니다. 대부분의 학자는 미래 전망이나 정책에 큰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2023년 전망 원고를 요청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가이드로서 2022년의 중요한 사건과 그 사건이 2023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2023년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방법도 좋겠다고 말씀드렸죠. 대부분 좋은 글을 주셨고요, 두세 차례 피드백을 했습니다. 집필 기간은 7월, 8월 두 달이었고요. 짧은 기간에 이분들을 어떻게 이끌고 나갔느냐? 궁금해 할 수가 있는데요, 카톡이나 전화를 중심으로 소통했는데, 무리가 없이 진행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이 다른 전망서와 구별되는 특징을 지닐 것 같은데요
기존의 전망서들도 대개는 각기 특성이 있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새로 내는 전망서는 기존 전망서와는 다른 차별성이나 정체성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2023년을 어떤 안경으로 누가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봤어요. 기존 전망서와의 차별성을 크게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기존 전망서들이 대개는 경제 분야인 것과는 달리 사회, 경제, 환경 부문을 포괄해 전 분야에 걸쳐 36개의 안경으로 보았습니다. 예컨대 심리, 문학, 공기질 등 삶의 질도 포함했습니다. 
둘째는 다른 전망서들은 보통은 이코노미스트, 컨설턴트, 저널리스트들이 집필하고 있습니다만, 이 책의 집필진은 교수 등 학자 중심입니다. 그래서 상업적, 비즈니스적 편향성을 지양하고 더 중립적인 시각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셋째는 단순한 전망을 넘어서 해법, 인사이트를 담고 있습니다. 예로, 뜨거운 감자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시중의 전망서들은 가격의 상승, 하락에 집중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는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할지를 외국의 사례를 곁들여 제시했습니다.   

책의 부제가 흥미롭습니다. ‘다중 위기의 시대, 새로운 좌표를 찾아서’거든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주변의 핵 위기,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의 습격,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 나라 안팎으로 다양한 위기 요인들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 책을 통해 공동저자들이 ‘집단지성의 힘’으로 도출하려고 한 것은 결국 무엇일까요
올해 들어, 복합위기란 용어가 많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복합위기는 공급망, 인플레이션, 환률, 금리, 무역 등 경제 분야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이 복합적으로 엮어져서 발생한 위기를 말합니다. 이 복합위기로 현 상황을 개념화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는 위기를 넘어서 전쟁 상황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패권 전쟁, 국수주의 강화로 인한 국가간의 분쟁, 그리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구촌 탄소감축 전쟁 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작게는 바이러스와 전쟁, 국가간이나 진영간 전쟁, 그리고 지구촌 전쟁으로 전쟁이 다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다중 전쟁’, ‘다층 위기’ 개념이 나왔습니다. 이들 용어는 네이버 검색을 하면 나오지 않을 겁니다. 집필진들은 이 다중 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서 진단하고 그 해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다중 위기의 시대, 새로운 좌표를 찾아서’라는 부제는 집필진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온 것이지요.
전쟁은 각국 역사의 변곡점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전쟁을 통해서 세계는 신질서가 구축될 것으로 봅니다. 미국, EU, 중국, 일본 등 기존 강국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신흥국인 인도, 대만, 한국 등은 어떨지? 그 속에서 한국은 승자일까요? 패자일까요? 한국은 레질리언스(resilience)가 강한 나라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근대화를 성취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도 잘 관리했습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한국은 승자가 될 것으로 봅니다. 단기적으로 2~3년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위기가 위대한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으면 좋겠다’ 이런 안내를 해주신다면
부제를 ‘다중 위기의 시대, 새로운 좌표를 찾아서’라고 붙였습니다. 새로운 좌표를 쉽게 찾을 수가 있겠습니까? 부제는 찾았다는 것이 아니라 ‘찾아 나섰다’라는 의미입니다.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찾고 싶습니다. 독자분께서도 이런 심정으로 읽으셨으면 합니다. 읽는 순서는 먼저 서문을 읽으시고, 목차를 보신 다음 각 원고의 앞부분에 있는 안내 글 36개를 쭉 보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여 책의 전체적인 틀을 이해한 후에 관심 있는 주제의 글을 읽으시고, 또 묵상하시기를 권합니다.

사실 이 교수님께서도 방송대와 깊은 인연이 있으십니다. 과거 중어중문학과를 마치고 일본학과까지 졸업하셨거든요. 서울과기대 건축학과에 몸담고 계시면서 이렇게 방송대 공부를 하셨는데, 밖에서 본 방송대, 안에서 본 방송대 소감이 궁금합니다
네, 저는 제가 나온 서울대를 자랑한 적은 없습니다만, 방송대를 자랑하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방통대에 들어가기 전에 밖에서 본 방통대는 온라인 특성화대학, 전문성이 약간 약하지 않을까 하는 대학 정도였습니다. 직접 안에서 보니 온라인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콘텐츠가 좋고, 학사도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우수한 대학이었습니다. 제가 EBS 교육방송 사외 이사로 재직할 때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는데요, 초중등학교도 온라인 교육을 해야 했는데, 그 역할을 EBS 교육방송이 담당했었습니다. 이때 방송대에서 받은 온라인 교육 경험이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방송대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온라인 교육의 물결이 한층 더 거세질 것입니다. 그만큼 방송대의 역할도 커질 수가 있겠지요. 외부에서 방송대에 기대하는 바가 크고요, 제 제2의 모교인 방송대가 잘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처음 시도한 전망서 작업에서 여러 교훈을 얻으셨으리라 봅니다. 전망서 작업을 계속하실 계획인지요  
2015년에 18명이 참여해 『전환기 한국, 지속가능발전 종합 전략』을 출간했고, 2020년에는 27명이 참여해 『포스트코로나 대한민국』를 집필했습니다. 이번이 세번 째로 36명이 참여했습니다. 집필자분들께서 한분 한분 열성을 다해 주셨고,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힘이 앞으로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하나의 전망서가 명실공히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좀 더 체계적으로 알찬 내용의 책이 출간되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건축학자로 살아오셨습니다. 지난 8월 정년퇴임하셨는데, 이후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공립 초중등학교, 국립대학교 학생, 국립대 교수로서 살아왔습니다. 공적인 영역 안에서 살아왔습니다. 이젠 민간인이 됐습니다. 백세 시대라고 하니, 인생은 3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전반기 30년은 배우고, 중반기 30년은 일하고 가족을 일구고, 후반기 30년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마무리하는 것이 인생 여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에게 의미 있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좀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볼 예정입니다. 그동안 해오던 지속가능성 관련 일들을 계속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물론 건축을 전공했으니 건축도 하겠지요. 활동 범위나 전문 영역에 한계를 가지지 않고 자유롭고 건강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방송대 학보 〈KNOU위클리〉가 학생, 교수, 교직원 등 방송대 가족의 귀와 입이 되고 더 나아가 사회에 청량한 메시지를 던지는 미디어로 발전해 나아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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