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중국으로 가는 길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서 공부하고 중국어 실력이 쑥쑥 향상됐거나, 중국 관련 전문가로 사회 각계에서 활약하는 학우, 동문들의 활약도 넘쳐난다는데…. 중국어 초급부터 고급까지 마스터하기 위해, 또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중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서 들으면 도움이 되는 교과목들은 무엇이 있을까? 더불어 대학원(실용중국어학과)에서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변지원 학과장에게 올해로 개설 40주년을 맞은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의 모든 것’에 대해 들어본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일반대와는 다른 방송대 중어중문학과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중국인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活到老, 學到老’(훠다오라오, 쉐다오라오)라는 말이 있어요. 살 수 있는 그날까지 살고, 살 수 있는 그날까지 배운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이 표현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학과가 바로 우리 학과입니다. 일반대 4년으로는 부족한 평생교육을 우리는 실천하고 있잖습니까.

 

우리 학과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는 ‘전공불문’이라는 점이에요. 그러다 보니 이공계 출신도 많고, 전문직 종사자도 많죠. 기업을 경영한다면 경영학을 배우겠지만, 사람을 경영하려면 중문학을 배워야 합니다. 사람을 경영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을 알고 경영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경영하려면 자기 안에 ‘방향타’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만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알 수 있거든요.

 

그러려면 결국 자신 속에 압축되고 정제된 언어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만들어 주고 세워주는 것이 바로 우리 학과에서 하는 일입니다. 다른 인문학 분야도 많지만, 중어중문학은 특정 지역에 한정되어 잠시 반짝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수천 년 동안 검증되었죠. 현대 유럽의 사상 형성에 큰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구요. 미국에서는 지금 중국어 학습 열풍이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불고 있습니다.

 

이번 총장배 어학경시대회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배움은 그 자체로 소중하지만 우리가 배우는 과정이란 게 혼자서는 지루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함께라면 즐거움이 될 수 있죠. 그래서 어학경시대회의 가장 큰 모토는 ‘축제’가 되도록 하는 겁니다. 자신의 역량을 뽐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하는 거죠. 물론 유창성, 정확성을 비롯해 여러 측면에서 공정하게 실력을 심사합니다. 분야도 어학, 한자, 예술로 나뉘어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처음 말씀드린 대로 배움의 축제라는 측면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응원하는 능력을 높이 산다는 점이 일반 시험과는 차별화된 평가 기준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번 어학경시대회에는 놀랄만한 실력을 갖춘 학우들이 많았습니다. 방송대에서 어학경시대회를 위한 실습 과정을 따로 제공하는지요
봄에는 어학캠프를, 가을에는 어학경시대회를 개최합니다. 그리고 학기 초에는 처음 중국어를 접하는 학우들을 위해 본교에서 「발음특강」을 합니다. 하루아침에 중국어 발음을 마스터할 수는 없지만, 입학 후 몇 달 간 배운 걸 지역대학에서 스스로 평가해보는 거죠. 어학경시대회를 서울에서 열다 보니, 어학캠프는 지역대학으로 찾아가는 편입니다. 학과에 신청하면 됩니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요 몇 년 비대면으로 하루 동안 진행했어요. 하루만 했다고 해서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논어』에 ‘三人行 必有我師’(삼인행 필유아사)라는 말이 있죠? 세 사람이 가면, 그 안에 반드시 스승이 있다는 말입니다. 비유하자면, 어학캠프는 세 사람이 모이도록 하는 장이에요. 학생들 스스로 누군가 자신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는지, 또 자신도 누군가에게 스승이 될 수 있는지, 그 계기를 우리가 마련해주는 겁니다.

 

어학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학년, 학기별로 어떤 순서로 어떤 과목들을 들으면 될까요
우리 학과에서는 2016년부터 힘을 모아 「중국어 1~8」 시리즈를 개발 중입니다. HSK 급수별로 학교 교재를 제작한 건데, 급수에 맞춰서 중국어 교재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강의하는 학교는 우리 방송대가 유일합니다. 한 학기에 한 과목씩 출시해서 내년에 「중국어 7, 8」이 나옵니다.

 

단순히 이 시리즈 하나만 있는 게 아니고, 최근에 전 과목 커리큘럼을 전면적으로 정비했습니다. 외국어 강좌에서 흔히 ‘듣말읽쓰’라고 하죠?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관련 과목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요. 학과에서 제공하는 과목을 순서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수월하게 자신의 실력이 향상하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야죠. 단순히 언어만 하는 건 요즘 시대에는 의미가 없어요. 우리 학과가 중어중문학과이긴 하지만, 언어, 문학, 한자, 사회, 문화, 경제 등 다양한 영역의 과목들이 있습니다. 언어는 기본이고, 자신만의 강점을 잘 갈고 닦을 수 있도록 해주는 거죠. 

 

중국의 정치·사회·경제·문화 등에 관심 있는 학우도 많습니다. 관련된 교과목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중어중문학과 커리큘럼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인문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어요. EBS에서 유일하게 시리즈 10편까지 찍었던 김성곤 교수님은 외부적으로도 워낙에 유명합니다. 1학년 과목 중에 장호준 교수님의 「중국인문기행」은 학과 전 교수진이 총출동하여, 중국 각 도시의 인문, 지리와 관련된 강의를 합니다. 하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우리 학과는 자발적으로 커리큘럼 전체를 최근에 전면 쇄신했습니다. 장희재 교수님의 「중국공연예술」, 「중국 미디어와 대중문화」 등에서는 말뿐인 문화가 아니라 진짜 경험할 수 있는 문화를 배울 수 있어요. 원혜련 교수님의 「비즈니스중국어」 과목에서는 한중 비즈니스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담았습니다.

 

너무 과목이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가 어렵네요. 안병국 교수님, 오문의 교수님의 한자와 한문, 문법 강의 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명불허전의 인기 과목들입니다. 지역대학에서 직접 연습할 수 있는 손정애 교수님의 「중국어 구어 실습」과 같은 과목도 있죠. 언어까지 두루 알아야 확장이 가능해요. 영역별로 중국어, 문학, 한자, 사회 문화, 예술, 경제까지 각 분야의 교과목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홀로 공부하는 학우들이 어학 실력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꿀팁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방송대 중어중문학과 커리큘럼은 혼자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습니다. 다만, 이번 어학경시대회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혼자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공부하면 더 재밌어요. 찾아보면 스터디도 있을 거고요. 사실 혼자 공부하다 보면, 자신이 어느 정도 레벨에 올랐는지 궁금하잖아요. 이번 어학경시대회에 참여한 한 학우가 그러더라고요. ‘여기 안 왔더라면 우물 안 개구리로 지낼 뻔 했다’라고요. 저희가 매년 어학경시대회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홀로 공부에 너무 매몰되기보다는 이런 어학경시대회가 일종의 환기가 되니까 꼭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중국어 능력자가 되기 위해 학우들이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입니까
먼저 질문을 할게요. 소인의 반대말은 대인이겠죠? 그런데 중국에서는 군자가 소인의 반대말이에요. 군자란 누굴까요? 바로, 공부한 사람입니다. 태어날 때에는 소인이었다 해도, 공부하면 군자가 될 수 있어요. 예전이야 공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지만, 우리 방송대처럼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 어디 있나요?

 

그러면 다시 질문해봐야죠. 중국어 능력자가 되기 위해 어학 기술을 익힌다? ‘見小曰明’(견소왈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자』에 나오는 말인데, 디테일을 볼 줄 알아야 밝아진다는 뜻이에요. 앞서 말한 방향타와도 같은 맥락인데요. 우리 학과에는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이 많습니다. 남들은 뭐가 부족하냐 하겠지만, 이분들은 기술적인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자신을 알고 싶어하는 목마름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학과에서 배우며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거죠.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직장 동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 학과를 찾습니다.

 

요즘은 어린아이부터 중고생까지 중국어 학습 열풍인데 가르치는 방법이 잘못되면 아이들이 중국이나 중국어를 싫어하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좀 안쓰러워요. 본인이 뭔가를 열심히 해 보다가 채워지지 않은 갈증으로 방송대를 찾아 공부하면 만족도가 높은데, 아직 갖춰지지 않은 아이들에게 억지로 중국어를 가르친다? 아이에게 된장국에 밥은 안 주고 인삼과 녹용부터 먹이는 격이죠. 아이들에게 잘만 가르치면 메타버스의 개념도 한자와 중국어에서 스스로 금방 찾아냅니다. 최신 기술과 미래가 중국어 속에 숨어 있어요.

 

중국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어떤 자격증에 도전하면 좋을까요
단연 HSK를 추천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 학과 커리큘럼과도 연결돼 있어서 잘 따라오기만 한다면 급수에 맞는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겁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는데요. HSK 한국사무국과 방송대 중어중문학과가 조만간 업무협약을 맺을 예정이에요. 그렇게 되면 방송대에서 HSK 모의고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업무협약을 체결하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행될 겁니다. 또 자격증 중에 ‘어린이중국어한자지도사 1~2급’이 있어요. 프라임칼리지에서도 강의를 제공하고 있으니 교육이나 지도에 관심 있는 분들이 공부하시면 좋겠어요.

 

중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 읽으면 좋을 책 또는 참고할만한 사이트를 추천해주세요
CCTV를 비롯해서 중국어를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많이 있으니, 본인의 실력에 맞는 걸 참고하면 좋겠죠. 잡지 중에서는 최근 중국 주재 출신 기자들이 만든 <한중저널>과 재중대사관에서 나오는 자료들, 외교부에서 발간하는 <중국 개황>도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책은 너무 많아서, 다음에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잡읍시다.  

 

대학원 실용중국어과 석사 과정에서는 어떤 점을 더 심층적으로 배울 수 있나요
저희가 정말 자부심으로 대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실무 중국어」라는 과목을 예로 들자면, 「슈퍼차이나」의 박진범 KBS PD,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 노벨상 수상자인 투유유의 동문이신 심성혜 박사와 같은 사회 각계의 중국 전문가를 모셔서 그들이 사용하는 중국어를 배우고 또 그들이 중국 사회 이슈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면서 원우들이 관심사를 넓혀가도록 합니다. 최근에는 외국인으로서 유일한 전통 자사호 전수자인 정수아 선생을 모셔서 오프라인 세미나를 열었는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이번에 12기를 모집 중이에요. 역사는 길지 않지만 그만큼 내실이 있다 보니 좋은 원우들이 많이 오고, 또 동문회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대단한 점이 많지만, 또 하나 자랑하자면 「전문가 용어」 시리즈 논문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에요. 학계, 법조계, 세무회계, 경찰, 공무원, 무역업계, 의료계 등에 종사하시는 전문직 원우들이 계시는데, 이분들의 노하우가 담긴 IT, 경찰, 회계, 중국술, 무기 같은 전문 분야의 중국어 용어 논문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훗날 한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데이터가 되겠죠.

 

중어중문학과 입학을 고려하고 있는 미래의 신·편입생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최근 재미있는 현상이 있어요. 출석 수업을 가면 예전에는 고령 학생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20~30대가 절반 정도 앉아 있더라구요. 중어중문학과가 젊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젊어지고 싶은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호적상의 나이는 따지지 말고 방송대 중어중문학과에 들어오시면 좋겠습니다.

 

재입학 사례도 늘고 있어요. 예전에 우리 방송대 중어중문학과 졸업하셨던 대구의 어느 교감 선생님 한 분이 어느 날 길을 걷다 문득 한자 광고판을 보곤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고 해요.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는데 아는 것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분이 결국 재입학을 하셨는데, 그 사이 커리큘럼이 다 바뀌어서 예전에 배웠던 과목이 하나도 없고 공부하기에도 너무 잘 되어 있다 하시더라구요. 학우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나 있어, 재입학하는 분들이 꽤 많죠. 중어중문학과 교수진들은 최신 커리큘럼으로 준비가 돼 있으니, 언제든 반갑게 맞이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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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ew***
    HSK 모의고사 성적우수자에게는 중국 여행 및 단기어학연수의 기회등 여러가지 특전도 있다고 하니, 쉽지않은 도전이기에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보아야 겠네요^^. 코로나 펜데믹종식등을 통한 중국과의 교류재개가 원활해질 때를 대비해서 미리미리 준비해 두는 센쓰^^
    2022-11-09 13:47:43
  • salt***
    우와 내년부터 HSK 모의고사도 볼 수 있군요!! 감사합니다!! 우리 중문과 너무 좋아요. 신편입 고민하시는 분들이나, 전과 고민하시는 분들 방송대 중문과 오세요. 재미있는 수업들이 정말 많아요.
    2022-11-07 15:38:23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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