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기말평가의 추억

벌써 2022학년도의 기말평가가 코앞에 다가왔다. 교재를 엊그제 수령한 것 같은데 태블릿으로 시험 날짜를 정하라고 하니 가슴이 떨린다. 시험날짜는 다가오는데 그동안 시험 준비가 소홀했기 때문이다. 1학기 성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아서 2학기 때는 잘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짐했지만 작심삼일로 그치고 말았다. 방송대는 직장인, 가사종사자, 투잡  등 다양한 형태의 학우들이 자기만의 스타일로 공부하고 시험대비도 하기 때문에 어떤 일정한 지름길이나 정형도 없다. 다만 ‘어떻게 준비했기 때문에 실패 했는가’를 알면 내가 그 길을 가지 않는 것이 교훈이 될 것 같다.


필자가 일본학과 3학년에 편입한 해가 1999년인가 싶다. 일반 학생들처럼 기고만장해서 교재를 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짜임새 있게 하루시간을 쪼개서 교과서가 헌책이 되도록 밑줄치고 색연필로 선을 그었다. 누가 교과서를 보더니 ‘우등상을 수상할 교과서’라고 칭찬해 주었다. 나도 교재를 거의 줄줄 외울 정도로 살펴보았으니 자신감은 있었다. 시험 날이 다가와도 두렵다기보다도 ‘어서 시험을 보았으면’ 하고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일본어 과목만 통과되고
나머지 4개 과목은 모조리 F학점을 맞았다.

교재만 줄줄 외웠지

중요 개념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간의 관계적 연관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그런데 웬걸, 시험문제를 받자 눈앞이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3학년이라 전공과목에 나오는 수많은 학자들의 이름이 서로 비슷해서 누가 누군지를 분간할 수 없었다. 전문 일본어 과목만 통과되고 나머지 4개 과목은 모조리 F학점을 맞았다. 교재만 줄줄 외웠지 중요 개념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간의 관계적 연관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방송대 일본학과는 여느 일본어학과와는 다르다. 일본어학도 배우지만 일본의 다양한 정치·문화·역사·생활에 이르기까지 공부를 하는 까닭에 어려움이 많았다. 겨우 8년 만에 졸업할 수 있었다. 이후 일본학과를 통해서 ‘이렇게 공부를 하면 실패한다’라는 귀중한 교훈을 얻고 이후 공부하는 법을 깨닫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임’을 체득했다. 


이제는 학과를 선택할 때 사전 해당학과의 커리큘럼을 보고 선택하기로 했다. 내 적성은 교직이므로 교직과목 중심으로 마치기로 하고 교육학과, 청소년교육과, 문화교양학과, 관광학과, 생활과학부 등을 그리 힘이 들지 않고도 졸업했다.


‘나와 남을 알게 되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다. 이제 나이가 80을 넘으니까 젊은이들처럼 벼락치기공부는 소용이 없다. 기억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 체제의 구성과 특징을 알아야 한다.

 

각 교과 교재는 15~16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시험문제는 어느 장에서라도 거의 편중됨이 없이 1~2문제는 출제된다. 교과서보다는 방송내용이 우선이다. 방송내용은 각 장에서 핵심 내용을 발췌해 교수님이 강의하시는 것이기에 방송내용이 바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교재에 방송내용을 설명해놓으면 그것이 바로 출제문항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뒤에 워크북이나 출제예상문제를 중심으로 풀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문제를 풀었다 하더라도 다시 그 문제를 중심으로 긍정문은 부정문으로, 부정문은 긍정문으로 바꿔 재점검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중심으로 하면 암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아도 된다.


나도 방송대에서 30년, 10개 학과를 졸업하게 되니 ‘시험 보는 요령꾼’이 되고 말았다. 고생을 덜하고도 통과하는 법을 체득하게 된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새롭게 다가온다. 80 이후의 노년이라도 방송대 수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내 삶의 과정을 시험해보면서 살 수 있으니까! 성공하면 기쁘고, 실패하면 용기를 얻고 얼마나 좋은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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