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의 미술관을 찾아서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서울, 과천, 덕수궁, 청주의 4관 체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공간이다.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속해 있지만, 사실 이 공간은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설립되기 훨씬 전부터 미술관으로 사용됐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이하 덕수궁관) 건물은 1938년 준공됐다.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中村與資平, 1880~1963)가 이 건물의 설계를 맡았다. 일본 시즈오카현 태생으로 1905년 도쿄제국대학 공학부 건축학과를 졸업한 나카무라 요시헤이는 서양의 여러 건축양식을 건축물의 목적과 용도, 지역적 취향에 맞게 절충적,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을 선호한 건축가였다. 건축학자 김영재에 따르면 나카무라는 그리스·로마건축, 르네상스(팔라조), 그리고 나치의 건축양식을 혼합해 덕수궁관을 설계했다. 덕수궁관은 독자적인 위상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미술관 용도로 제작된 건물이고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근대기 전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덕수궁, 서양 건축양식의 혼합건물 외관을 장식하는 6개의 코린트식 열주에서부터 정문의 장식패턴, 로비 바닥의 인조대리석에서 우리는 다양한 양식을 혼합하는 나카무라의 절충적 욕구를 확인할 수 있다. 철과 유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실내디자인은 모던건축에 대한 건축가의 열망을 보여준다. 나카무라가 설계한 이 건물은 흔히 덕수궁 석조전 서(西)관, 또는 별관이라고 불린다. 이 건물 옆에 있는 석조전 동관 또는 본관은 1907년에 준공된 대한제국 황실 건축물인데, 지금은 대한제국역사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석조전 별관을 세운 것은 석조전 건물의 기능 전환과 관련이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와 대한제국 황실이 덕수궁 석조전을 상설 미술관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1933년이었다. 하지만 일제는 이 미술관을 일본의 미술작품들로만 채우기를 원했다. 따라서 조선미술작품들을 전시할 공간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석조전 옆에 새 건물을 세웠다. 이 건물이 바로 지금 덕수궁관이 있는 석조전 별관(서관)이다. 1938년 공사가 마무리되자 창경궁에 있던 이왕가박물관이 새로 지은 별관으로 이전했다. 이렇게 덕수궁에는 두 미술관이 공존하게 됐다. 석조전 본관은 ‘덕수궁미술관’, 석조전 별관은 ‘이왕가박물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고 이 양자를 통틀어 ‘이왕가미술관’이라 칭했다. 당시 이왕가박물관(지금의 덕수궁관)에서는 조선 고미술과 공예품을 전시했고, 덕수궁미술관(지금의 대한제국역사관)에서는 일본 근대미술을 전시했다. 지금은 막혀 있지만 당시에 사람들은 연결통로를 통해 별관과 본관을 넘나들 수 있었다. 이런 배치는 일제의 식민통치 전략을 반영한다. 이왕가박물관과 덕수궁미술관의 배치는 과거(조선)와 현재(일본)를 차별화해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화, 미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방 이후 미군정기에 이왕가미술관은 덕수궁미술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945년 10월 덕수궁미술관에서는 조선미술건설본부가 주최한 ‘해방기념문화대축전 미술전람회’가 열렸다. 이 전시에는 97명의 미술가들이 제작한 132점의 작품이 전시됐는데, 열흘의 전시기간 동안 2만여 명이 전시를 관람했다. 하지만 분단과 전쟁의 혼란 속에서 덕수궁미술관의 운영은 순탄치 않았다. 1955년 6월, 경복궁에서 부산 광복동, 서울 남산(구 국립민족박물관)으로 이전을 거듭하던 국립박물관이 덕수궁 석조전에 자리를 잡았다. 이에 따라 덕수궁미술관은 국립박물관의 곁방살이를 하는 신세가 됐다. 1968년 7월 국립박물관은 덕수궁미술관을 흡수, 통합했다. 1972년 국립박물관이 경복궁에 신축한 새 건물(현재의 국립민속박물관 건물)로 이전할 때까지 덕수궁 석조전 본관, 별관은 국립박물관 건물로 사용됐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 되기까지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 석조전의 새 주인으로 오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지나야 했고, 사연도 구구했다. ‘현대미술작품의 구입, 보존, 전시 및 국제 교류에 관한 사상을 관장하는 곳’(대통령령 제4030호 국립현대미술관 직제 제1조)으로서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10월 20일에 개관했다. 개관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경복궁 안에 있던 구 조선총독부미술관 건물을 사용했는데, 이 건물은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을 운영하기에 비좁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은 1973년 7월 국립박물관 이전에 따라 비어있던 덕수궁 석조전 본관(동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덕수궁 석조전과 국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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