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 명저 106선 해제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9.26.~1976.5.26.)는 1889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남달리 총명했던 그는 성직자가 되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받아 중고등학교를 마쳤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신부가 되는 꿈은 포기했다. 그는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수학했고, 1913년 철학 박사학위, 1915년 철학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그는 처음으로 모교 강단에 섰고, 명강사로서 독일 전역에 이름을 날렸다. 하이데거는 1923년 마르부르크대학교의 교수로 부임했고, 1927년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을 출간하며 철학자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뒤이어 1928년 프라이부르크대학교의 교수로 부임했고, 1933년 대학 총장으로 선출되며 국가 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에 가입했다. 1934년 당과의 불화로 총장직에서 사임했지만 탈당하지는 않았다. 이후 그는 서양 형이상학을 극복하고자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과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를 연구했고 그들의 사상을 주제로 강의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하이데거는 나치 정화 위원회로부터 교수 자격 정지라는 처벌을 받았고, 1951년 복권돼 강의와 강연 활동을 재개했다. 하이데거는 1976년 세상을 떠났고, 102권으로 기획된 그의 전집은 1975년부터 현재까지 출간되고 있다.  『존재와 시간』은 실존주의, 실존 신학, 실존주의적 현상학을 가능하게 했고, 구조주의와 후기구조주의, 해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이 출현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그렇게 영향을 받은 수많은 사상가 가운데 한국 독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철학자는 한병철일 것이다. 플라톤이 던졌던 물음을 새롭게 다시 묻다『존재와 시간』은 이미 철학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프랑스 현대 철학자 에마누엘 레비나스는 이 책을 매우 높이 평가했고, 철학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책 다섯 권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존재와 시간』의 의의는 하이데거와 동시대를 살았던 학생이자 연인, 그리고 나중에 세계적인 정치 철학자가 된 한나 아렌트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그녀는 『존재와 시간』의 이례적인 성공은 하이데거의 뛰어난 강의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강의실에는 제1차 세계대전을 막 겪은 젊은이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독일 대학의 전통적인 철학 교육 방식이 못마땅했지만, 스스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는 몰랐다. 하이데거는 그들 앞에서 가령 플라톤의 『대화편』 하나를 처음부터 읽어 나가며 생생하게 해석했다. 그의 해석은 플라톤의 철학을 수천 년 된 학설이 아니라 가장 시급한 물음으로서 드러나게 했다. 아렌트에 따르면, 그 당시에 하이데거가 사유를 되살렸고 그로부터 사유를 배울 수 있다는 소문이 독일 전역에 자자했다고 한다.이와 같은 강의들로부터 생겨난 『존재와 시간』은 수천 년 전 플라톤이 제기했던 존재에 관한 물음을 새롭게 물었다. 플라톤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존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당혹했지만, 하이데거의 시대에는 더이상 그런 사람이 없게 됐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그 물음의 의의를 깨우쳐 주기 위해 존재의 의미에 대한 구체적 물음을 충분히 제기하고자 했다. 이러한 물음의 작업이 두 개의 과제로 이뤄지기에 『존재와 시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집필될 예정이었다. 첫 번째 부분의 과제는 인간의 존재를 시간성으로 해석하고 시간을 존재에 대한 물음의 초월론적 지평으로 설명하는 것이고, 두 번째 부분의 과제는 시간성의 문제를 실마리로 삼아서 존재론의 역사를 현상학적으로 해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결국 두 번째 부분을 쓰지 못했고, 첫 번째 부분도 미완성인 채로 책을 출간했다. 그 책에는 원래 ‘첫 번째 부분’이라는 표시가 있었지만, 1952년부터는 그 표시도 빠졌다. 그래서 『존재와 시간』은 인간의 존재를 시간성으로 밝힌 책으로 남게 됐다.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끊임없이 염려하며 존재한다. 그래서 인간은 항상 자기 자신의 존재를 걱정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사물들의 용도를 고려한다. 하이데거는 그 염려의 의미를 시간성으로 규정한다. 이때 의미는 염려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를 말한다. 인간은 염려함으로써 스스로를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게 한다. 이렇게 다가가는 이유는 그가 이전처럼 참된 자기로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기 자신에게 다가감으로써 기존의 진실한 자신으로 있게 된다. 이때 인간은 지금 그 자리에서 주변 사물을 그 자체로 마주칠 수 있다. 염려란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 기존의 자기 자신으로서 지금 그 자리에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의 존재 방식에 관한 분석이런 의미는 시간적 성격을 갖는다.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게 하는 것은 미래와 관련이 있고, 기존의 자기 자신으로 있는 것은 과거와 관련이 있으며, 지금 그 자리에서 주변 사물을 마주치는 것은 현재와 관련이 있다. 하이데거는 인간의 존재인 염려가 갖는 시간적 성격으로 인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Zeit)이 생겨났다고 주장한다.시간성(Zeitlichkeit)은 여러 방식으로 무르익는다(zeitigt). 그래서 인간이 존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본래적으로 존재하는 인간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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