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제 272 호]

방송대 학업 역시 나의 삶에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
먼저 일상생활에서 문제해결에 대한

능력과 창의성을 높여 주고

자기계발에 의한 자기실현과 성취감이

고취되고 자존감이 향상됐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오십 대 중반이 됐다. 지나온 세월은 의미 없고 앞날도 별 희망이 없다. 더구나 조그맣게 운영하던 회사는 끝내 간판을 내렸다. 자존감의 상실은 물론이고 이 한 몸의 존재 자체도 위태롭다.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중 어느 날 겨우 정신을 차리게 된 것은 내 인생의 책임감이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돌파구를 찾는데 방송대를 선택했다. 학문은 나를 일으켜 세우고 지탱해줄 수 있는 지팡이가 될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대학공부는 나에게 못다 한 숙제로 남아 언젠가는 그것을 마쳐야 할 의무감으로 지니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 숙제를 끝내기로 했다. 방송대는 군대를 제대하고 막 사회생활을 할 때 경영학과를 입학하고 한 학기 만에 포기한 적이 있어 도전하는데 용기가 더욱 필요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머뭇거릴 수만 없는 것은 삶에 새로운 전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14년에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다. 중문학과를 선택하게 된 동기는 당연히 중국어의 습득이다. 업무적으로 가끔 중국 출장을 가서 중국어 몇 문장 아는 것만으로 체류에 편리함이 있었다. 그리하여 서점에서 중국어 학습교재를 구입해 기초적인 회화를 익혔다. 그런데 진도가 나갈수록 독학의 한계에 부딪치고 좀더 체계적으로 배워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드디어 중문학과의 학생이 된 것이다.

공부를 해보니 원격교육의 노하우를 쌓은 방송대의 커리큘럼은 일반 대학이나 기타 교육기관에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게 느껴졌다. 오히려 유연한 학습환경은 학업 외에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학우들에게 큰 강점이었다. 수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숙지할 때까지 반복해 강의를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교수진과 그들이 직접 편찬한 교재 또한 배움의 가치를 충만하게 했다. 

학업에 충실하다 보니 4년 만에 무난하게 졸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성취감으로 환희도 컸다. 그러나 졸업은 예정됐지만 공부한 내용에 대한 무지가 많아 못내 아쉬움이 컸다. 4년의 학습 기간에 매학기 여섯 과목을 수강했는데, 생업과 병행하면서 완벽하게 학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때로 학습을 소홀히 하게 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졸업을 앞두고 심화학습을 목표로 다시 중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원서를 제출했다.

3학년에 편입해 주로 재학습에 필요한 전공과목을 신청했다. 매 학기 서너 과목을 선정해 학점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선택한 과목은 심층적으로 학습하는 방식을 취했다. 대부분 복습과목이다 보니 이해하기도 수월했고 기억에서 오래 저장됐다. 물론 시대에 부합해 신설된 전공과목은 중국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중문학과에 편입해 공부하던 중 평소 소통하고 지내는 교수님께서 대학원 입학을 권유하셨다. 그동안 막연하게 대학원 공부를 동경하면서 주저하고 있었는데, 교수님의 말씀에 용기를 내어 지원서를 제출했다. 입시절차를 마치고 2020년 가을학기에 방송대 대학원 실용중국어학과에 입학했다. 학부과정과 대학원과정을 병행할 때는 학부과정이 때로는 대학원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대학원 재학 중에 학부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은 한 학기 휴학하면서 고대 중국의 역사를 공부해 유구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건과 다양한 인물의 철학과 처세를 배웠다. 그리고 봄학기에 복학해 마지막 수강으로 9년 반 만에 중문학과 학부과정 두 번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모두 마무리 했다. 방송대에서 공부한 결과 글로벌시대에 중국의 다양한 분야를 알게 됐으니 중국에 대한 경쟁력이 상승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나의 버킷리스트 하나가 드디어 지워진 셈이다.   

사마천의『사기』에는 ‘호학심사 심지기의(好學心思 心知基意)’라는 교훈이 있다. 배우기 좋아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면 마음으로 그 뜻을 안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학습으로 통찰력이 향상된다는 것으로, 방송대 학업 역시 나의 삶에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 먼저 일상생활에서 문제해결에 대한 능력과 창의성을 높여 주고 자기계발에 의한 자기실현과 성취감이 고취되고 자존감이 향상됐다.

2년 전에 다시 사업자가 됐다. 큰 욕심 없이 그러나 즐겁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 방송대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는 사업에서도 오류를 줄이는 초석이 된다. 지속적인 학습을 통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습득은 자신의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또한 개인적인 역량이 향상돼 변화가 빠른 현대 사회에서 미래에 대비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2학기 신·편입생 모집 기간이다.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면서 이왕이면 더 많은 지식을 얻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생각으로 가슴이 부풀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