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법·정책·민원을 급박하게 해결하고
질의서 작성, 언론 대응에
분초를 다투는 경우도 많죠.
무궁무진한 영역을 공부하고
체득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세상을 품고 내일을 연다, 보좌관』(함께맞는 비)을 집필한 이주희 보좌관은 ‘보좌관’을 프로듀서에 빗대어 “보좌관은 국회의원의 캐릭터를 만들고 형성해 나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책 기획을 통해 스토리와 콘텐츠를 만들고 언론의 조명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의정 활동의 면면을 연출해 내야 한다”라고 했다. 또, 국회의원의 전화 한 통에 즉각 답을 내놔야 하기에 포털의 검색엔진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 워싱턴대 로스쿨에서 석사(미국법), 듀크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 과정(법과 기업가정신)을 수료한 박희정(47세) 국회사무처 산하 한국조정중재협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국회 정무위원장실, 행안위원장실, 국방위, 여가위 등에서 수석보좌관으로 일하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국무총리실 등을 감독해 왔다. 유엔과 각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국제기구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전략담당관으로 외교관 등과 협상을 맡아온 국제법·금융, CSR 전문가로 법무법인 로고스 수석전문위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거쳤다. ESG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3권의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한 그에게 보좌관의 세계를 물었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보좌관의 하루 일과는
여야 국회의원 300명 모두 천차만별 다양한 업무 스타일을 가지고 있죠.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회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통 6시 정도에 출근해 신문 기사를 보고, 상임위와 관련된 중요한 기사를 체크합니다. 피감기관에 질의를 준비하는 용도죠. 8시쯤 할 일 리스트를 작성하고 의원 보고 사항을 정리합니다. 의원님과 함께 전체회의를 하고 중요한 일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립니다. 피감기관 업무보고를 받거나 민원인 대응, 법안을 만들고 정책을 만드는 경우 등은 수시로 일어납니다. 보고서 작성, 언론 대응 등 분초를 다투는 경우도 자주 겪습니다.
보좌관, 얼마나 힘든 직업인가요
2018년 5급 선임비서관일 당시 피감기관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일어서, 앉아”를 시키며 선임이 군기를 잡는 일도 있었어요. ‘국회 대나무숲’이라는 익명 게시판에는 부조리를 호소하는 글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마시던 커피잔이나 무거운 화분을 던지는 의원, 직원들 멱살을 잡는 의원도 봤습니다. 민주적이고 신사적인 의원실도 있습니다. 2~3일 일하다가 혹은 한 달 내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새벽 1시에 회의를 한 경우도 많았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도 2~3시간도 못 자고 일하거나, 선거기간에 눈과 비를 맞으며 하루 종일 밖을 헤매기도 했어요. 입사 후 몇 달간은 우황청심환을 매일 먹었다고 토로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보좌관으로 가장 힘든 것은 입법·정책부터 언론 대응, 각종 민원, 긴박하게 글쓰기, 정무적 판단 등 모든 일에서 만능맨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두 마디로 국회 보좌관의 장단점을 말한다면
국회의 입법전문가·행정부의 행정전문가 및 각 분야 전문가 집단·사법적 판단 집단과 유기적으로 소통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이죠. 국회는 정무적 판단력과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통찰력을 키울 수 있고 도시혁신을 위한 창조적 디자이너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물론 단점으로는 개인적인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죠. 때를 놓친 노총각인데도 몇 년간 소개팅을 한 번도 못하기도 했죠. 대체로 의원과 24시간 같이 움직이고,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하는 직업입니다. 다소 권위적이고, 과거의 시스템이 만든 비효율적인 문화가 업무를 더 힘들게 하는 단점이 있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뭘까요
국회의원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보좌하고 돕기에 말과 글로 잘 표현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회적 이슈에 명확한 견해를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의원이 속한 상임위에서 정책 질의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는 정당을 설득하거나 논쟁해야 하므로 언어 표현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무적인 판단·통찰력·리더십도 아주 중요하죠. 의원과 함께 순간순간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퇴근 후에도 새벽까지 의원과 몇 시간 동안 통화하며 의견을 교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원실의 모든 보좌진들을 잘 이끄는 역량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문분야에 따라 하는 일에 차이가 있는지요
국회에 17개의 상임위원회가 있고, 최소 1개의 상임위에 속해 업무를 하게 되기 때문에 금융전문가는 정무위에서, 세금 전문가는 기재위에서, 환경 전문가는 환노위에서 자신의 전문 영역을 바탕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법사위의 경우, 변호사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전문분야에 관한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글로 표현하는 능력’, ‘희생하려는 자세’, ‘책임의식’, ‘순간순간의 정무적 판단’입니다. 모두 가치에 대한 뚜렷한 자기만의 생각을 정립하고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죠.
보좌관을 하다가 정치인이 되는 경우도 많나요
보통 보좌관의 커리어는 3가지로 크게 나눠지는 것 같습니다. 전체 보좌관들의 30%는 정치에 관심이 있는 경우,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30%, 국회 보좌관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 기업 등에 도전하려고 온 경우가 30% 정도입니다. 보좌관을 하면서 국회의원과 함께 정책·입법·민원, 의정활동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실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죠. 반대로 국회의원을 보좌하면서 정치 생태계가 싫어져서 정치와는 담을 쌓게 되는 사람들도 있고요.
만족했던 활동과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요
입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좋은 법이 생기면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이죠. 2018년 디지털기술이 금융과 결합하는 핀테크 태동기에 정부의 규제로 창업가들이 제대로 꿈을 펼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금융·디지털기술 산업 부문에서 규제 특례(샌드박스)를 제시해 젊은 창업가들이 사업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도움을 줬던 일이 생생합니다. 국회에서 2018년부터 ESG와 관련해 입법을 시도했으나 당시에는 국내에서 관심이 덜한 사안이라 쉽지 않았죠.
전문성 향상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본인의 전문분야뿐만아니라 매일 일간지 3개, 경제지 2개 정도를 읽으며 사회적 이슈를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임위에 관련된 깊이 있는 책들도 읽으면서 계속해서 성장해야만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지켜나갈 수 있는 자기원칙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치에 대한 뚜렷한 정립, 선·정의·공익·공공선에 관한 스스로의 결단과 자세가 중요합니다.
Career Zoom In (Tips for you) 보좌관 직업에 대한 정보들
보좌관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본인의 이름보다는 국회의원의 이름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림자 인생’으로 불린다. 국회의원 1명당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는데, 4급 보좌관 2명, 5급 선임 비서관 2명, 6·7·8·9급 비서관 각 1명, 인턴 1명으로 구성된다. 전체 보좌진은 모두 2천700명에 달한다. 업무는 ‘정책’과 ‘정무’로 나뉘는데 의원을 보좌하며 정책과 법률을 만들고, 국정감사 기간에는 밤을 새면서 질의서를 만들고 피감기관 감독에 힘쓰며, 지역구를 관리하고,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등 직무 범위가 넓다. 변호사나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과 고스펙자들이 넘치지만 동시에 학력이나 전공, 경력 등의 제한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일반 공무원보다 연봉이 높으며, 정년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철저히 능력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60대에도 활발히 활동하는 보좌관들도 있다. 다만 20년을 일하더라도 가장 높은 직급이 4급이라는 점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원이 떨어지면 다른 의원실에 지원해야 하는 불안정한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