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동안 해오던 일을 멈췄다. 그리고 무작정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떠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한 달여 동안 약 800km를 걸었다. 100세 인생이라고 한다. 아직 많이 남은 나의 인생의 제2막을 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지 알고 싶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수도 없이 자문자답을 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스페인에서 돌아오면서 ‘1인 여행사’를 하고 싶었다. 테마를 가진 여행, 일반 여행사와는 다른 나만의 작은 여행사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관광과 여행, 창업과 관련된 것들을 알아보았다. ‘막연함’과 ‘이상’만을 가지고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학문으로 접근해 보고 싶어 방송대 관광학과를 선택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선택했던 방송대. 조언해 줄 사람도 방향도 모른 채 혼자 공부를 했다. 강의를 듣고 시험을 봤다. 서울지역대학에 붙어있던 많은 스터디의 정보도 필자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혼자 공부하다 보니 시험에 대한 정보도,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도 없었다. 우연한 만남으로 ‘여섯소리’라는 기타 동아리에 들기 전까지 그랬다. 기타와 함께한 2년이 빠르게 흘러갔다. 흘러가는 그 시간 속에 또 다른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생기기 시작했다.
필자는 오랫동안 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는데, 아주 오래전 영어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서 방송대를 찾았던 적이 있다. 그때는 직장 생활과 육아를 하면서 학교를 다닌다는 게 어렵기도 했고, 필자가 생각했던 영어 공부와 달라서 한 학기도 마치지 못하고 그만두고 말았다. 아마도 셰익스피어의 문학을 공부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입학했던 방송대는 나의 교만함을 일깨우면서 한계를 알게 했다. 그래서 영어영문학과에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다시 입학했다. 이젠 제대로 영어를 배워보고 싶다. 관광학과를 졸업하지 못했다면 아마 다시 도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여섯소리’라는 동아리를 통해 나의 내면에 깊게 깔려있었던 열정을 불러낼 수 있었다. 방송대가 아니었다면 필자에게 이런 기회가 있었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대학 생활을 온전히 즐기며 생활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다시 주어짐에 감사한다. ‘기타와 영어’를 제2의 목표로 삼은 현재의 나는 이것을 통해 내가 살아온 사회로의 환원을 꿈꾸고 있다.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해서는 스터디 문도 두드렸다. 경험상 혼자 하는 방송대 공부는 배움의 목마름을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혼자 하면 빨리 가지만 함께하면 오래갈 수 있다’라는 글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방송대와의 만남은 필자에게 새로운 꿈을 꾸고 그 안에서 삶이 더욱 행복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살아온 세월도 환경도 모두가 다른 학우들이 모여있는 방송대.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배우고 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는 필자의 두 번째 방송대 이야기는 첫 번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활동을 하면서 성장하는 생활로 거듭나고자 한다.
앞으로 2년 후 영문학과를 졸업하면, 수학으로 살아온 필자의 인생 한 부분과 영어로 살아가게 될 남은 인생에 기타와 음악을 합쳐 사회를 위해 살고 싶다. 뭔가 뜻깊은 환원을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방송대와 함께하는 2년의 시간은 분명 행복한 여정이 되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