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국제협력단 외국인 대상 학부 신설 프로젝트

(왼쪽부터) 김재형 국제협력단장과 장영재 기획처장.

방송대 국제협력단(단장 김재형)이 기획처, 교무처를 비롯한 방송대 학내 부처와 함께 외국인 학생 대상의 학부(가칭 ‘글로벌 자유전공학부’) 신설을 추진 중이다. 김재형 단장과 장영재 기획처장을 만나 그 취지와 기대효과에 대해 들어보았다.

 

학부 신설의 취지가 궁금합니다

재형: 두 가지 맥락이 있는데, 우선 방송대도 다른 대학들처럼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외국인 학생 유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외국인이 자국에 머물면서 우리 학교에 입학한 후, 자국에서 온라인으로 방송대 수업을 듣고 졸업하는 모델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한국에 와서 공부하려는 이들이 더 많아서 이러한 모델을 설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죠. 두 번째는 외부적인 요청인데, 국내의 여러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을 열심히 유치하고 있지만 1학년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면 관리하기 힘들다고 해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언어적·문화적으로 생소한 타국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특히 지방 국립대의 외국인 학생들에겐 그런 문제가 가중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방송대가 외국인 학생들의 적응을 돕고 국내의 다른 대학교에 편입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가교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거죠.

 

외부적인 요청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김재형: 작년부터 전북대 국제처와 외국인 학생 유치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전북대에서는 온라인 교육에 특화된 방송대가 1학년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의 언어와 문화, 대학생활과 관련되어 있는 교양 교과목들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고, 1년 동안 자국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2학년 진학 시 전북대로 편입하면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가 훨씬 더 용이하지 않을까 하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장영재: 특히 지방 대학에 외국인 학생들이 유입되면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겁니다. 전북대 모델이 자리 잡으면 다른 지역의 거점국립대로 확산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재형: 현재 20만 명 초반대인 국내 외국인 학생 수를 2027년까지 30만 명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교육부의 Study Korea 300K 프로젝트는 외국인 학생 유치가 인력 감소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학생이 국내 산업의 인력 공급원이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모델에서는 다른 대학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외국인 학생들이 2학년부터는 타 대학으로 편입할 것이라는 전제로 기획 중이신가요

김: ‘글로벌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한 학생들은 2학년부터 방송대 내에서 전공을 선택해 대학 과정을 마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외국인 학생들은 1학년 때는 온라인으로 방송대에서 수학하고, 2학년부터 국내의 다른 대학교로 편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장: 국내의 다른 학교에 편입하든 우리 대학의 전공 학과를 선택해서 졸업하든 외국인 학생의 자유를 존중하고 문을 열어두는 편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신설 학부와 관련해 어떤 내용이 논의되고 있나요

김: 방송대에 신설될 ‘글로벌 자유전공학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를 취하게 될지에 관해 논의 중입니다. 최근 여러 대학에서 신설되고 있는 자유전공은 대학 입학 시에 전공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1학년 때는 교양 수업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전공을 탐색한 다음 2학년 때 전공을 정하는 제도입니다. 외국인 학생들의 경우에는 1학년 때는 한국의 언어와 문화, 대학 생활에 적응하고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게 자유전공 제도의 취지에 맞는 것이고,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글로벌 자율전공학부’인 거죠. 그리고 방송대 안에서 진학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졸업할 때까지 ‘글로벌 자유전공학부’ 소속으로 관리받게 됩니다.


첫해 모집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요? 향후 정원이 확대될 가능성은요

김: 내년 2학기에 신설될 예정이며 모집 규모는 500명 선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수요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것 같아요. 먼저 제안한 전북대만 고려해서 500명으로 정한 것이고, 이 모델에 대해 타 국립대와도 논의하고 있는데 여러 대학에서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첫 학기부터 외국인 학생 관리를 잘할 수 있겠느냐의 문제가 있어서 500명으로 시작할 예정이지만 앞으로 다른 대학들과도 협업하게 된다면 계속 늘려나갈 수 있다고 봐요.


커리큘럼은 어떻게 구성될까요

김: 한 학기에 6과목 정도, 한 학년 기준으로는 12과목을 계획 중인데 그중 절반 정도는 한국어 수업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기본적인 목표는 대학에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한국어 능력을 배양하는 데 있습니다. 물론 국내 대학 편입도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어능력시험 3급을 위한 교과목도 만들 계획이고요. 아무래도 한국어 수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죠. 또 한국의 문화와 역사,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양 교과목들 그리고 대학 생활 적응에 필요한 여러 가지 수업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교수진과 교재 구성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김: 국제협력단에 한국어 관련 팀을 신설했는데, 그중 박사학위를 가진 2명의 연구원을 중심으로 교재를 편찬하고 교과목을 만들 것입니다. 내년 2학기부터 시작하면 교재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아요. 교재 없이 시작하는 교과목의 경우는 수업 자료 정도만 웹에 게시하고, 차후에 교재를 만들 계획입니다. 이미 교재가 있거나 계획 중인 교과목도 있습니다. 작년에 방송대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함께 만든 특수 목적 한국어 강의 2가지 중 하나가 대학 생활과 관련된 교양 교과목인데, 교재와 강의영상이 모두 준비돼 있어 신설 학부 수업에도 곧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올해도 두 과목을 만들 텐데 그중 하나는 비자 문제나 한국 내 취업 및 아르바이트 요건 등 외국인 학생에게 현실적으로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회, 문화, 역사 등에 관한 교양 교과목의 경우에는 내국인 학생을 기준으로 한 경우에 비해 분량을 3분의 1 정도로 줄이고 한국어 교육과 연계해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외국인들도 쉽게 배울 수 있는 교재들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방송대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은

외국인 학생의 학업 능력과 한국어 실력을

평가하고 선별하는 기능과

한국 유학을 홍보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 적합합니다.

한국 문화와 언어를 더 널리 알리는

창구가 될 수 있고,

세계 각지의 학생들이 한국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겠죠.


학교 내부의 반대 같은 어려운 점은 없나요

김: 방송대의 정책 결정과 관련해서는 교무처, 학생처, 기획처가 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학부 신설에 관한 내용은 각 부처에 공유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특별히 반대 의견은 없고 오히려 여러 가지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제언과 응원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학부 신설에 대한 의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봅니다. 관련 TF팀을 구성했는데, 그 팀에 이미 여러 부처의 팀장급들이 다 들어와 있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논의 중입니다. 아직 정책 결정 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므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죠.

장: 반대라기보다는 일부 우려가 있는데, 이왕 하려면 잘해야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원로 교수님 중에서도 같은 방향의 제안을 하신 분이 많았거든요. 우리 학교의 훌륭한 자산이 온라인 교육 콘텐츠와 네트워크라면 당연히 그 자산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용해야겠지요. 인력 문제를 비롯한 제반 여건상 외국인 학생들을 잘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느냐 하는 과제도 있습니다. 방향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그 방향으로 방송대의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을지에 관한 애정 어린 관심과 격려의 말씀이라고 봅니다.

김: 외국인 학생이 한국 대학에 입학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화적·개인적 문제를 방송대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으로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1학년부터 타국에서 생활할 필요는 없어지니까요. 온라인 한국어 교육의 한계에 관한 걱정이 있는데 그 점에 대해 여러 가지 제도적으로 고민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언어 습득 과정에서는 영상 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원격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줌(ZOOM) 같은 도구를 활용한 수업을 늘릴 계획입니다. 또 방학 기간에 한국에 와서 직접 대면 수업을 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고요.


해당 TF팀은 국제협력단, 기획처, 교무처 인원으로 구성됐나요

김: 네. 그 외에도 장학 문제와 관련된 학생처 인원, 등록금 문제도 고려해야 하므로 재무과, 교육정보화본부의 인원도 포함돼 있습니다. 방송대의 온라인 교육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부서가 참여하고 있다고 보면 돼요. 총 인원은 15~20명 정도입니다.


국립대인 방송대 학부 신설을 위해서는 교육부를 비롯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겠죠

장: 물론 그렇습니다만, 현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과 거점국립대 지원에 대해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이는 우리의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고 보이므로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김: 최근의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 역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학에 대한 온라인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고, 실제로도 해외에서 한국학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학 교수자나 교육 콘텐츠는 모두 부족한 실정이므로 온라인 교육에 강점을 가진 우리 방송대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방송대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미칠 광범위한 영향까지 고려한 프로젝트 같습니다. 덧붙일 말씀은

장: 방송대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은 외국인 학생의 학업 능력과 한국어 실력을 평가하고 선별하는 기능과 한국 유학을 홍보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 적합합니다. 한국 문화와 언어를 더 널리 알리는 창구가 될 수 있고, 세계 각지의 학생들이 한국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겠죠. 특히 지방에는 고등교육의 대상인 청년들이 줄어들고 있는데, 잠재적 학생인 농촌이나 산업단지의 외국인 근로자를 지역 대학이 유치할 수 있다면 노령화 문제 해소, 지역 경제 발전, 범죄율 감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김: 노동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고, 예전과 달리 고임금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현재는 방송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기도 합니다. 또 다문화가정의 외국인 부모나 자녀의 한국어 교육 등 방송대에서 앞으로 할 일은 굉장히 많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는 평생교육 외에 이민자 교육과 계층 간 통합 측면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 한국에는 그에 해당하는 교육기관이 없습니다. 방송대가 그런 역할을 담당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현구 기자 zuibm@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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