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비판정본 『동양평화론』은 내용의 측면에서 세 가지를 새롭게 제안한 게 특징이다.
첫째, 책은 안중근 의사가 완성하지 못한 「동양평화론」의 부분을 그가 남긴 「청취서」와 이토 히로부미의 연설문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제안했다. 「동양평화론」은 ‘동양평화론서(東洋平和論序)’와 ‘전감(前鑑)’이 있어서 동양 평화에 대한 안중근의 담대한 생각을 살필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상’, ‘복선’, ‘문답’ 편은 완성되지 못했다.
둘째, 책은 안중근 의사의 평화 개념이 동양 사상의 정수인 ‘순천득지응인(順天得地應人: 하늘의 뜻에 따르면서 사람의 마음에 호응한다)’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안중근 의사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만물은]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한다(好生厭死)”는 일반 명제를 전제로 삼아서 서양과 일본의 제국주의와 제국들의 패권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흥미로운 점은, 안중근의 ‘순천득지응인’ 정신이 한국의 독립 운동의 전진 기지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독립선언서와 임정 임시헌장선포문 등을 계승한 대한민국 헌법이 ‘동양 평화와 세계 평화’를 핵심 줄기로 삼고 있는데, 책은 그 줄기의 뿌리가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은 안중근이 내세우는 ‘평화’는 서양의 평화 개념에 해당하는 ‘pax’와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사상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라틴어 pax는 강자의 지배와 제국의 패권을 지칭하는 말인 반면, 안중근의 ‘평화’는 강자와 약자가 모두 공존하고 공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실천하는 방안으로 안중근은 정경분리(政經分離)를 제안했는데, 이는 군사력에 입각한 제국의 지배 전략을 펼친 이토 히로부미의 극동평화론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 책의 비판정본 작업에 참여했던 안재원 서울대 교수(서양고전학)는 “이런 의미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극동평화론’은 시효를 다했고 또한 비판과 질타를 피할 수 없는 것이 됐지만,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지금도 유효한 주장이고, ‘호생염사(好生厭死)’의 명제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그 누가 됐든 동의할 수밖에 없는 보편의 가치와 의의를 지닌 사상이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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