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제49회 방송대문학상

올해 에세이 응모작은 편수가 많이 감소한 편이지만 응모작 31편은 자신의 삶을 마주한 선택과 주체적인 변화의 노력을 진솔하게 보여줬다.


아쉬운 것은 방송대 본연의 성격을 고려해 에세이 주제로 제시된 ‘내 인생을 바꾼 선택’이라는 틀을 너무 의식해서인지 글의 구성이 느슨하고 세부적인 긴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밋밋한 평면적 서술이나 너무 오래 지난 시간에 대한 정적인 응시 등을 넘어 자기 안에 내장된 탄탄한 기본기를 좀 더 끌어냈다면 싶은 대목들이 안타까웠다. 이 가운데 주제 의식과 실험성, 표현과 구성력, 글의 긴장과 완성도에서 4편의 작품에 주목했다.


먼저「낭만주의를 거부한다」(신양섭)는 ‘엉뚱하게도’ ‘내 인생을 바꾼 선택’이라는 주제에 맞춰 글을 쓰기보다 왜 이 주제가 자신의 철학에 배치되는지를 항변하는데, 이게 꽤 사색적이다. ‘내 인생을 바꾼 선택’이라는 표현이 인생에 대한 실존적 궁구함을 쉽게 젖혀두고 저 너머로의 수직적, 관념적 초월을 부추긴다는 것. ‘여기’의 끈질긴 탐구보다는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저 너머’를 힐끔거리는 가벼움에 대한 반감, 그리고 ‘확 바꿔 버린다’는 사고가 지닌 위험성에 대한, 그야말로 응모작으로서의 사심을 벗어던진 경고는 모든 응모작에 건강한 지침이 될 터다.


 그런가 하면,「가지 않던 길에 서 있는 이유」(노연정)는 ‘내 인생을 바꾼 선택’이라는 주제에 의지해 자신의 선택과 변화를 스스로 격려한다. 생의 의지, 자신의 문제를 마주해 좀더 깊이 알고자 하는 노력은 변화의 신호다. 모든 선택과 변화가 이전 삶의 모순에 대한 변증법적 극복은 아니지만 선택을 통해 지난 자리를 벗어나야 비로소 새로운 시각이 열림을 묵묵히 선보인다. 한편, 지나온 삶들이 지금의 변화를 통해 현재 어떤 형상으로 자리 잡는지 필자의 안녕과 함께 좀 더 다뤄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숨 쉬는, 나의 파란 하늘」(최민정)은 남 보기에 버젓한, 부럽기까지 한 ‘내 무엇’을 인생을 걸고 바꾸려 할 때 필시 듣고야 말 ‘너 미쳤니?!’에 대한 이야기다. 어쩔 건데, 남들에게는 파란 하늘이어도 내게는 숨 막히는 족쇄거늘, 내가 자유롭게 숨 쉴 나만의 파란 하늘을 찾아갈 수밖에. 독자의 관심을 잡아채고 이끌어가는 구성력이 좋았다. 다만, 방송대에 그 ‘미친 짓’을 서슴지 않는 이들이 제법 많은지라 이 글이 반갑고 자랑스러우면서도 뭐랄까, 그 미친 짓을 좀 더 밀고 갔다면 필자의 새로운 면이 더 드러나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만의 불멸의 길」(이숙영)은 인생길에서 우리는 모두 어떤 ‘길치’이며 길치들끼리 옥신각신하며 살아감을 이야기한다. 상대의 불안을 증폭시키기보다 서로에게 눈과 귀가 되어 주기를 바라면서. 이 글은 제대로 기회도 안 주면서 어렵사리 성취한 것을 내놓으라는 잔인한 세상에 지지 않고 끊임없이 자르고 이어 붙이며 스스로 운명과 인생 여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바느질과 재봉’이라는 일상적인 작업에 빗대 써 내려간다. 삶의 성찰과 글쓰기 훈련이 교차하며 자신만의 옷과 패턴을 성숙하게 직조한다. 삶의 이정표 앞에서 실 한 가닥과 천 한 조각에 실린 마음, 바늘 끝이 향한 인생의 방향에 대한 날렵하고도 묵직한 관조가 또렷하다.


 모든 응모작들이 수고로이 펼쳐낸 인생의 선택과 변화가 앞으로 각자의 고유한 글쓰기를 통해 우리 삶의 절절하고도 아름다운 순간들을 비춰주는 빛으로 승화되기를 기원하고 응원한다.

 

신현욱 방송대 교수·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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