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이론에 따르면 배운 것을 타인에게 가르칠 때,
자신의 다양한 경험들이 정보로 구조화 돼 나만의 언어로 정립된다고 한다.방송대 학생들이라면 ‘블랜디드 러닝의 핵심은 출석수업보다 스터디’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학생들의 학업뿐만 아니라 친목 도모와 소속감을 향상시키는 스터디 활동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KNOU위클리>에서는 이번 호부터 방학특집으로 스터디 열전 시리즈를 시작한다.코로나19 때문에 ‘겨울’이 빨라졌다. 거의 모든 오프라인 활동이 얼어붙었다. 스터디도 마찬가지. 학과를 불문하고 스터디 신입 회원 모집이 중단된 상태다. 경영학과도 이를 피해갈 순 없었다. 얼마 전엔 경영학과 강서, 관악, 서초 스터디가 문을 닫았다. 서울 지역의 17여개의 스터디 가운데 약 일곱 곳만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그런데 여기 꽃샘추위를 이겨내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 숲속에서 은은한 향기를 퍼뜨리는 난초, 초겨울에 개화하는 국화, 추운 겨울에도 독야청청 푸른 잎을 내는 대나무로 구성된 사군자가 있다. 코로나19의 광풍 추위에도 얼어붙지 않는 사군자 스터디. 이 스터디는 어떻게 이런 추위에 푸른 잎을 청초하게 피워내는가?시작, 기아자동차에 재직하던 선배들
구로에 스터디 룸이 있는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사군자 스터디. 이 스터디는 30여 년 전 활동했던 1기 선배들이 아직도 후배들과 교류하고 있다. 사군자는 서울 시흥 사거리의 기아자동차에 재직하던 경영학과 학생들이 주축이 돼 꾸려졌다. 회사 일을 하면서도 자기 계발과 직무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방송대를 다니던 학생들이 주말에 회사 근처 중국집에 모여 공부를 함께 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지금 50대 중후반이 된 선배들은 대부분 사업에 성공했거나, 승진, 이직, 또는 법무사, 세무사, 겸임 교수 등이 돼 경영학 공부로 ‘내 인생을 바꿨’다.그런 선배들이 후배들의 인생도 바꾸어 놓았다. 경영학 지식을 바탕으로 스터디 운영에 ‘시스템 경영’을 도입했다. 과학적이고 투명한 회계 경영과 부담 없는 회비로 지금은 억대의 적립금을 모았다. 알뜰히 관리한 덕에 스터디 룸도 마련했다. 게다가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스터디의 ‘학사 경영’ 기반도 다졌다. 방송대 학사시스템을 먼저 경험한 선배들이 멘토가 돼 후배들이 스스로 학사 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왔으며, 어려운 학과목은 선배들이 과목을 나누어 강의도 했다. 이렇게 스터디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30년 노하우 쌓여 경영지도사 배출도
그래서인지 졸업하고 나서도 여전히 애정과 관심으로 후배들을 돌보는 선배들이 많다. 1기 선배들 이외에도 약 110여명의 사군자 출신 동문들이 회비를 내고 있다. 경영학 공부로 ‘전문가’가 된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특강도 한다.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기꺼이 투자하는 선배들이 많다. 투자를 하면 배당을 받아야 하는 법. 그러나 사군자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은 딱히 자신의 이익을 바라지 않는다.사군자 스터디의 한 회원은 “선배들의 자기희생을 보고 공부해 왔다”며 “존경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 은혜를 갚기 위해 나도 졸업하면 선배들처럼 사군자 후배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기 전에 방송대 다른 학과에 입학했다가 그만 둔 적이 있는 한 회원은 “다시 경영학과에 편입해서 사군자 스터디 활동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선후배의 응집력 덕분에 공부의 재미를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몇 해 전만 해도 학과 내에 전국 스터디 네트워크라는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경영학의 세부 분야와 관련된 심화 주제를 연구해 발표하는 학술행사다. 여기서 입상하면 졸업 논문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지역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한 스터디 간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사군자는 이 행사에서 매해 총장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차지했다. 전국에 사군자의 명성이 자자해지자 스터디 운영과 공부법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기도 했다. 공부의 노하우가 쌓이자 이제는 경영지도사 같은 전문 국자자격증 취득자도 늘어났다. 또 공인중개사, 회계사, 세무사 자격을 획득하는 학생도 생겨났다.‘또래학습’으로 기억력 증가
중장년 학생들의 가장 커다란 적은 기억력.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자신의 기억력을 원망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런데 사군자 스터디는 이 기억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또래학습’이라는 공부 방법을 적극 이용해 왔다. 물론 그들이 교육학 이론인 ‘또래학습’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30여년간 스터디 학습법의 노하우가 쌓여 터득하게 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또래학습이란 말 그대로 또래끼리 수업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래를 가르친다는 개념은 과거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있었다. 하지만 또래학습이라는 용어와 이론은 교육학에서도 최근에야 정립됐다. 또래학습은 수업 안 활동(협동학습)과 수업 밖 활동(협력학습)으로 나뉜다. 수업 시간의 또래학습은 다 알고 있듯이 조별학습과 같은 학습법이 다. 수업 밖 활동으로는 학습동아리, 멘토·멘티제 등이 있다.조별학습에서는 조원들이 협동을 안 해도 과제를 완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별토의를 할 경우 참여하지 않는 학생도 점수(선생의 보상)를 받을 수 있다. 반면 협력학습은 어떤 보상체계 없이도 자발적으로 만나서 공부하고 협력한다. 협력학습은 학생이 모여 과제의 일부를 책임지고 분담해 집단 전체의 목표를 달성하기 때문에 이른바 조별학습에서 나타나는 ‘무임승차’를 할 수 없다.교육전문가들은 인지적 측면에서 볼 때 협력학습이 가진 복습의 효과에 주목한다. 인지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때, 머릿속으로 들어온 지식과 우리 안에 있던 각종 경험들이 정보로 구조화 돼 자기만의 언어로 정립된다고 한다.사군자 회원들은 선배들이 1과목씩 맡아 강의를 하는 방법, 같은 학년끼리 한 학기 범위를 나눠 발제하는 방법, 과제물 작성을 위한 토론으로 공부하고 있다. 그들은 “토론식이건 강의식이건 준비를 해야 하는 데 책을 읽지 않으면 어렵다. 직장을 다녀 시간에 쫓기는 학생들은 선배들이 요약해 놓은 자료라도 읽고 스터디에 들어와야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면서 “책을 읽고 요약을 읽는 것이 정석이나 순서를 바꿔 하는 것도 직장인들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된다”고 한다.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고, 토론으로 공부해 기억력을 높이고 있다.

문제제기와 토론으로 망각 극복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기억의 소멸에 대해 연구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기억력은 10분 후부터 망각이 시작되고 1시간이 지나면 50%를, 하루만 지나도 70%가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1개월이 지나면 20% 이하만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없을까?
교육전문가들에 의하면 기억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문제제기와 토론을 제시한다. 문제제기와 토론은 지식이나 데이터 등을 독립적으로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하고 구조화시킨다. 이것을 컨셉 앵커링(Concept Anchoring)이라고 부른다. 장기기억으로 변환시키는 가장 훌륭한 학습법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