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식사, 얼마나 자주 하시나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아름다운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간에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 생활을 위한 초석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가족의 의미를 짚어보는 행사들을 지자체나 각종 기관, 기업 등에서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음악 감상을 하거나 서로에게 편지를 쓰는 등의 평범하면서도 함께해서 의미가 있는 행사들이다. 휴대전화가 보편화 되고 SNS 메시지가 일상화되면서 대면 소통의 기회가 적어진 것도 현실이다. 가족은 때로는 너무 가까워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할 때도 있고,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대화할 시간이 부족한 먼 존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을 맞이하면서 가족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또 가족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방송대 학우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가족오락관과 주말의 명화   1984년부터 25년간 장수한 KBS 예능프로그램 「가족오락관」을 아시나요? 기자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식사를 한 뒤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이 프로그램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가족오락관」은 연령대와 성별을 초월해 인기가 높았던 프로그램입니다. 국민 MC 허참의 맛깔나는 진행으로도 유명했는데, 양 팀의 점수가 ‘몇 대 몇’ 인지 소개하며 한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였죠.   주말 밤이면 가족들이 둘러앉아 「주말의 명화」를 함께 봤던 기억도 납니다. 어렸을 때는 “얼른 들어가서 자라”는 말을 들었다가 좀 자라고 나서는 졸린 눈을 비비며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어른이 된 거 같아서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울고 웃으며 TV를 보시나요?   오늘날 주변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개인 취향에 맞는 영상 콘텐츠들이 넘치다 보니 같은 공간에서 다른 채널로, 다른 콘텐츠를 향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는 어머니, 안방에서 유튜브를 보는 아버지, 방에서 OTT 플랫폼으로 영화를 보는 딸 등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릅니다. 1인 가구, 다문화 가족, 노인가구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함께 사는 가족도 같이 밥을 먹고 일상을 공유하는 게 어려워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70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40대의 방송대 동문은 “부모님과 살다 보니 생활에서 필요한 일 위주로만 대화를 하게 된다. 가스 경보기가 고장 나거나, 물이 새거나 하는 등의 해결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지,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나 개인적인 얘기는 걱정 하실까봐 말을 안 하게 된다”면서 “평일 저녁은 함께 먹을 때가 많지만 퇴근하면 혼자 방에서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같이 살 때는 모르던 부모님의 모습을 같이 여행을 갔을 때 발견하며 놀라기도 한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2020년 방영된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라는 tvN 드라마가 최고 시청률 5.4%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 안에서는 가족이지만 서로 성격이 너무 달라서, 혹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소통하지 않아 서로 간에 쌓인 오해들로 멀어지고 상처를 주는 가족들의 모습이 잘 그려졌는데요. 시청률이 높았던 건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 덕도 있겠지만 가족에 대한 메시지가 공감을 일으켰기 때문일 겁니다.   트럭 운전을 하다 어린아이를 다치게 한 아빠는 남몰래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돕는 선행을 하지만, 이를 안 엄마는 밖에서 딴 살림을 차렸다고 오해하면서 부부관계가 극한으로 치닫습니다. 뭐든지 똑 부러지는 냉철한 첫째 딸은 정도 많고 빈틈도 많은 둘째를 위한다며 직설적으로 충고를 하지만, 상처받은 둘째는 언니와의 절연을 선언합니다. 같은 엄마 아빠 밑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고 컸지만 사실 첫째는 아빠가 다르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는 등 가족이지만 서로 모르는 것이 많은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요. 목소리만 들어도 뭘 원하는지 안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더 대화를 하지 않고, 오해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부자들은 가족들과 더 자주 식사한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부자들이 일반 대중(1억 원 미만 보유자)에 비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2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 746명, 1억 원~10억원 미만 보유자 1139명, 1억 원 미만 보유자 712명 등 총 2천59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가족과 함께 식사한 횟수를 물었을 때 부자는 ‘거의 매일’이 41%로, 주 3~4회가 27%로 나타났습니다. 부자 10명 중 7명이 주 3회 이상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반 대중은 가족과 식사를 거의 안 한다는 비율이 20%에 달했습니다. 가족과 식사를 거의 안 한다고 응답한 부자들은 9%에 그쳤답니다.   개인 차이가 크지만 가족과 식사를 많이 하는 경우 주 7회 가량 식사를 하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같이 살더라도 아침의 경우 바빠서 함께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많고, 저녁의 경우 야근이나 학원 공부 등으로 또, 주말에는 각자의 약속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기자의 경우 주말 가족으로 주 2일을 함께하며, 주 5회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데, 함께 사는 가족 중에도 주 5회도 식사를 못하는 가족들이 많았습니다. 방송대 학우분들은 가족과 1주일에 몇 회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시나요?   모든 관계의 시작은 가정에서부터   심리학 이론 등에 따르면, 모든 관계는 가족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가정은 첫 인간관계가 시작되는 장이기 때문에 아이가 부모와 관계를 맺고 가정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사회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는 기본 바탕이 되기에 중요합니다. 가족 관계에서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사람은 사회에서도 안정적인 관계를 설정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관계의 전문가 필립 라일리 교수는 자신의 책 『관계의 교실』(방송대출판문화원, 2023)에서 “부모와 자녀 간 상호작용 모델은 한 번 구축되면 지속되는 경향이 있으며 매우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모와의 관계에서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한 사람의 경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자신의 작동모델(환경, 자신 및 타인에 대한 내재된 규칙, 신념을 형성하는 모델)을 수정할 수 있지만, 불안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한 사람은 방어적 배제 등으로 인해 자신의 내적 작동모델을 고수하게 됩니다.   또 이러한 내적 작동모델을 통한 애착 시스템은 평생에 걸쳐 우리가 스트레스, 피로를 느낄 때마다 작동합니다. 가정에서 형성된 관계가 일생에 거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아름다운 거리와 애착 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각기 아름다운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고슴도치처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가시가 있는데, 그 가시에 서로 찔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부모의 경우 자식의 가시도 품는 경우도 많지만 가족 간에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초석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방송대 학우들은 지금 가족과 얼마나 가까우신가요? 가족들과 적절한 거리에서 소통하며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계신지 점검해 보시길 기원합니다.                 커버스토리
“세 자매를 움직이는 힘, “너도 견디는데 나도 견뎌야지!”” “언니들, 우리도 가방끈 좀 늘려보자!” 인천에 거주하는 세 자매가 방송대 교육학과와 인연을 맺게 된 결정적인 한마디다. 교육학과 3학년인 박사연(59)·화연(58)·민아(54) 자매는 인천 서구 석남동에 가까이 모여 산 지 2년이 됐다. ‘스쿠버다이빙’을 공통의 취미생활로 하고 있는데,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취미를 즐긴다. 강화읍 관청리가 고향인 이들은 어떻게 인생 중반에 방송대를, 그것도 같은 교육학과를 선택해 분투하고 있는 것일까? 세 자매는 “방송대에서 공부하면서 퇴직 후가 걱정되지 않는다. 혼자 공부했다면 힘들었겠지만 셋이 같이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좋다”라고 입을 모았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큰언니 박사연, 둘째 박화연, 막내 박민아. 개성만큼이나 외모도 어디 하나 닮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뭐랄까, 분위기나 기질 같은 게 닮았다. 쾌활하고 낙천적이다. 부정적인 데가 없는 이들. 큰 형부를 따라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한 민아 학우가 ‘강사 자격증’을 따면서 셋의 취미생활은 ‘수중 탐색전’으로 더욱 확장됐고, 3학년이 되면서 어렴풋하게 공부라는 게 어떤 것인지 윤곽도 잡을 수 있게 됐다. 세 자매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다. 큰언니 사연 학우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프리랜서로 요양원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둘째 화연 학우는 2005년부터는 한국도로공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가방끈 늘여보자는 막내 제안에 셋이 다 함께 교육학과 지원 집 앞 편의점 미팅으로 서로 격려 목표 분명해 노후 두렵지 않아     막내 제안에 셋이 함께 입학 이들이 방송대 교육학과를 찾은 데는 계기가 있다. 막내 민아 학우가 어느 날 봉사활동 모임에 나갔다가 ‘방송대’ 이야기를 들은 게 발단이었다. ‘어라, 우리도 할 수 있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니, 우리도 가방끈을 좀 늘여보자”라고 막내 민아 학우가 불쑥 제안했다. 둘째 화연 학우는 당시를 이렇게 말했다. “방송대 진학은 동생 민아의 도전으로 시작됐어요. 언니나 저나 마음속에서만, 머릿속에서만 대학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이 바쁘다는 핑계에다 지금 이 나이에 가능하기나 할까? 주저했어요. 어느 날 막내가 방송대에 입학하겠다고 선언하더라고요. 그길로 셋이 함께 인천지역대학을 찾아가 입학원서를 냈죠. 소식을 가장 늦게 접한 언니가 당장 달려가자고 했어요.” 교육학과를 선택한 것은 큰언니 사연 학우의 인생 후반 구상이 한몫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보니 날로 원생이 줄어드는 걸 목격했다. 게다가 점점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체감했다. 은퇴 후에 고향 강화에 가서 요양원 관련 일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밑바탕에는 ‘교육’이 놓여 있다. 50대 중반의 언니들과 막 50대 초반의 막내가 자연스럽게 ‘노인교육’에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세 자매는 일정 때문에 스터디에 참여하지 못하고 대학 생활을 했다. 특히 둘째 화연 학우는 회사 특성상 3교대를 밥 먹듯이 해야 했다. 그래서 이들은 따로 시간을 내서 스터디 활동을 하는 대신, 회동을 자주 가졌다. 동네 편의점 앞에서 만나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학교생활, 공부, 직장 문제 등 다양한 소재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그들에게는 ‘편의점 미팅’이 스터디였다. ‘편의점 미팅’으로 방송대 공부 다들 그렇듯, 스터디에 참여하지 않고 혼자 공부한다는 것은 맨땅에 박치기하는 격이다. 그러다 보니 1~2학년 시절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세 자매는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처음 입학해서는 평소 접해보지 않던 주제나 용어를 이해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어요. 일과 일상생활, 공부를 한꺼번에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렇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고, 또 하는 일과도 연결돼 재미도 생기더군요. 포기하지 않고 씩씩하게 공부하는 저 자신을 기특하게 생각하다 보니 금방 3학년이 됐네요. 무엇보다 자매가 함께 같은 주제를 가지고 고만고만한 생각들을 이야기하면서 웃을 수 있다는 것이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큰언니 사연 학우는 1학년에 입학한 뒤 첫 중간과제물 제출 때가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누구에게 물어본 것도 아니고, 다들 스스로가 답을 찾아 나섰던 것 같다는 그는 “‘과제물 이렇게 하면 되나? 되게 재밌는데?’ 이런 마음이었어요. 셋이 같이 공부하다 보니 서로 깊숙하게 정보를 교환하고 과제물을 봐주는 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저희는 큰 윤곽만 서로 체크하고 디테일한 부분은 각자의 몫으로 해 왔어요”라고 귀띔했다. 세 자매에게는 위기도 비슷한 시기에 같이 찾아왔다. 큰언니는 시집간 딸의 임신이, 둘째는 승진시험이 겹쳤고, 막내는 강사자격증 취득을 코앞에 뒀을 때다. 둘째 화연 학우가 말했다. “일과 가정생활을 같이 하니 지칠 때도 많죠. 게다가 공부를 방해하는 외부 장애가 불쑥 나타나기도 하죠. 그럴 때면 ‘너도 견디는데, 나도 견디자’ 이런 생각으로 버텼어요. ‘너 아니면 나도 그만뒀을 거야’라는 심정으로 공부하는 거죠.” 방송대 입학을 제안한 막내 민아 학우가 상대적으로 젊으니, 교과목 선택이나 각종 학습 정보를 ‘물어’ 왔다.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는 김밥까지 만들어 온다. 세 자매는 편의점 미팅을 통해 정보를 나누고, 속마음도 털어놓기도 하고, 그렇게 서로를 응원하며 지내왔다. 80대 노모, “결코 포기하지 말아라!” 인터뷰 내내 세 자매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너가 견디니까, 나도 견딘다’는 눈빛을 교환했다. 이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런 무한신뢰와 긍정의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걸까? 세 자매는 강화에 계신 ‘80대 어머니’라고 말했다. 딸들이 뒤늦게 방송대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머니는 “너무 잘했다. 못 가르친 게 미안하고 후회되는데, 너무 대견하다. 100세 시대니 누가 뭐래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졸업하기 바란다.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공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려줬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누구 하나는 그만둘 줄 알았다고 말했지만, 모두가 3학년이 됐고 더 자신감을 지니게 됐다. 고향의 노모가 들려준 그 한마디 때문에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큰언니 사연 학우는 대학생이 된 뒤 자신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방송대 입학하고 학력란에 대학 재학이라고 쓸 수가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요양원 면접을 볼 때, 직원분이 대단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어깨에 ‘뽕’이 잔뜩 올라가더군요.”  5월 2일 송도에서 열리는 난타 공연에도 참여한다는 세 자매는 취미생활도 공부도 늘 함께한다. 어쩌면 이렇게 셋이 함께하기에 동기부여가 잘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큰언니 사연 학우는 ‘나의 노후설계’ 과제에서 만점을 받았다. 노모를 생각하면서 요양원 운영을 구상하고 있는 그의 인생 목표는 분명해 보였다. 둘째 화연 학우는 소방안전관리자격증과 노인심리상담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막내 민아 학우는 스쿠버다이빙 강사 외에도 웨딩플래너라는 ‘부캐’도 거뜬히 해내면서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어 한다. ‘잘할 수 있어. 잘하고 있어. 앞으로도 잘할 거야’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사연·화연·민아 학우. 방송대 교육학과에 같이 입학해 서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놀라기도 한다. 인천 교육학과 세 자매의 교육 분투기가 만들어 가는 인생 3막 스토리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사람과 삶
“인공지능이 대학을 해체한다” 위클리 제159호(2023.2.13.)에 ‘챗지피티(Chat GPT)가 불러올 세상?’이란 제목의 칼럼을 쓴 적 있다. 1년여 지난 작금에 인공지능기술의 발전 속도는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빠르다. 거기에 따라 인공지능이 가져올 세상 변화의 폭과 깊이는 의외로 넓고 깊어지고 있다. 한때 돌풍을 몰고 온 챗지피티나 구글 바드(Bard)를 두고 ‘뱀 기름(snake oil)’에 비유하기도 했었다. 뱀 기름은 야바위 약장수가 파는 효력 없는 묘약, 가짜(만병통치약) 약을 의미하는 단어다. 하지만 최근에 허풍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는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명칭에서도 시사하듯이 ‘인공지능’은 인간지능이 생성되는 뇌를 모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지능은 뇌에서 어떻게 생성되는가. 100% 정확히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뇌의 신경세포(neuron)와 신경세포의 연결을 통해 정보 교환을 위한 상호 작용에서 창발성이 나타난다고 이해하고 있다. 뇌에는 1천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있고 뉴런마다 1천∼1만 개의 축삭 말단이 뻗어 있다. 축삭 말단과 가지돌기 가시 사이에는 더없이 미세한 간극(間隙)이 있는데 이 틈을 100조 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고 한다. 말이 다리이지, 전문 용어로 시냅스(synapse)라고 한다. 일종의 신경세포 접합부다. 그리스어에 어원을 둔 이 단어의 의미는 ‘걸쇠로 묶다’(to clasp)다. 그리스어 원래 의미는 바퀴 만들 때 원호를 결합해 원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과학자들이 시냅스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된 건 1950년대에 전자현미경이 발명된 다음이었다. 전기적 흥분(전기적 신호)이 시냅스를 건너뛰는 데에는 화학적 신호로 변경해서 가능한 것이다. 옆에 있는 뉴런의 가지돌기 가시에 도달할 때는 전기신호가 화학적 메신저로 변해 있다. 이 화학적 메신저를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한다. 시냅스는 고정적인 상태로 머물지 않고 왕래가 잦은 뉴런 간 시냅스는 더 증가하고 적은 곳은 소멸한다. 마치 서울의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한강 다리처럼 차가 많이 다니는 구간에는 다리를 더 많이 건설하는 이치다. 뉴런과 뉴런이 시냅스로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수없는 조합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네트워크가 내 생각, 즉 기억·인지·감정이 창발되는 것이다.   예술의 창의성 평가 기준도  ‘입력명령어’에 따라 결정되는 시대다.  AI 추론 과정에선 입력명령어에 따라 다양한 창작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뱀 기름’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면서 대학을 해체하고 있다. 컴퓨터에서는 사람 뇌의 시냅스와 같은 구실을 하는 걸 ‘파라미터(매개변수)’라고 부른다. 즉 파라미터는 생성형 AI가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신경(perceptron)을 서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숫자가 많을수록 AI 성능도 더 뛰어나다. 최근 파라미터를 10조 개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사람 뇌의 10분의 1 수준까지 도달한 셈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에 있어서 ‘특이점(singularity)’이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범용인공지능(AGI)이 2년 이내에 나올 거라고 전망했다. 이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5년 이내라고 한 것보다 앞선다. 오픈AI가 사람 음성을 학습해 모방 음성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도구 ‘보이스 엔진(Voice Engine)’을 개발해 지난 3월 말에 공개했다. 15초 분량의 음성 샘플만 있으면 보이스 엔진을 이용해 원래 화자의 목소리와 얼추 같은 음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벌써 딥페이크에 대한 위험성을 걱정들 하지만 기술 발전의 도상에 장애물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공 신경망 번역(neural machine translation)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은 문장을 통째로 번역한다. 문장을 단어나 구(句)로 쪼개 통계적으로 가장 유사한 의미를 찾아 번역하는 종전 통계 기반 번역(statistical machine translation)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통계 기반 번역이 못했던 먹는 ‘밤’과 시간적 의미의 ‘밤’을 구별하는 등 단어의 의미를 더 정교하게 번역할 수 있다는데, 이는 문맥을 파악한다는 뜻이다. 2024년 1월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 지오메트리’라는 인공지능을 공개했다. 기하학 문제를 푸는 인공지능이다. 이는 인공지능이 논리 추론에 취약하다는 문제 해결에 한발 다가섰다고 평가된다. 인공지능이 세상에 던진 충격은 대학의 해체에서 나타난다. 인문대학의 외국어 교육체계가 인공지능으로 붕괴하고 있다. 서울의 D대학은 내년부터 독문과, 불문과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고 한다. 이 대학 독문과에는 올해 1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외국어(45개)를 가르치는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작년과 올해 용인 캠퍼스의 영어·중국어·일본어·태국어 통번역학과 등 13개 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대안으로 ‘인간-컴퓨터 상호 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사이언스’ 학과 쪽으로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예술의 창의성 평가 기준도 ‘입력명령어(prompt)’에 따라 결정되는 시대다. AI 추론 과정에선 입력명령어에 따라 다양한 창작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뱀 기름’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면서 대학을 해체하고 있다.   방송대 명예교수·행정학 KNOU광장
“AI가 따라갈 수 없는 ‘스감캐’(스토리, 감성, 캐릭터)의 힘!” 2024 미디어영상학과 봄철 학술제가 4월 27일 서울지역대학(학장 정준영 교수)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미디어영상학과 학생 8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정준영 서울지역대학장, 이성민 미디어영상학과장, 이영음·설진아·김옥태·권승태 교수,김덕중 조교 등이 참석했다.   학술제는 △서울지역대학 학장 인사말 △김교호 킴스홀스앤컬쳐 대표의「미디어와 말(馬)」 특강 △권승태 교수의「장면구성」특강, △김옥태 교수의「표절과 인용」특강, △Q&A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특강 구성으로 본다면, 이번 학술제는 동문 선배의 경험, 학과 교수들의 풍부한 조언에 힘을 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행사를 주최한 미디어영상학과의 이성민 학과장은 “학술제는 상반기에 진행하는 가장 큰 행사로, 전국에서 온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행사다. 교수님들께서 실질적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영 서울지역대학 학장은 “미디어영상학과는 방송대에서 구성원들이 가장 젊은 학과로 알고 있다. 방송대 전체에 좋은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가리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최임철 사회과학대 연합회장은 “에펠탑의 밀고 당기는 원리처럼 서로 밀어주고 당기는 좋은 학우들의 관계가 되면 좋겠다. 내년에 미디어영상학과에 입학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강에 나선 제40대 전국총학생회장, 미디어영상학과 전국연합회장 등을 지낸 김교호 동문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 앨범에 말춤이 등장하는 것을 거론하면서 “미국 서부 개척의 역사를 가진 서양의 말을 통해 동양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 말이라는 친숙한 동물을 통해 미국 한류 문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또, 영화「파묘」에서 동물 사체를 훼손해 논란이 된 사례 등을 다루며 미디어에서 등장한 동물복지 문제도 지적했다.     이날 특강의 백미는 학생들이 제출한 작품을 중심으로 한 권승태 교수의「장면구성」특강이었다. 권 교수는 서광수 학생의 작품을 예로 들어 “빈둥거리며 누워있던 사람이 AI 일러스트 만들기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뒤에 AI가 그릴 위에 올라가는 절정에 이르는 3막의 구조를 잘 갖추고 있고, AI가 아직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코믹하게 그려줬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외에도 카메라의 위치를 바꾸고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작품, 적게 보여주지만 상상을 많이 하게 하는 작품 등 다양한 작품들을 언급하면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진지하게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라면서 “장면구성이라는 것은 인간의 강한 특성이다. 인간은 세상을 추상화시키고 상징화시켜 작품으로 만드는 내면의 욕구가 있다. 스토리의 힘, 감성의 힘, 캐릭터의 힘은 AI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학생들이 가진 인문학적인 힘이 더 빛을 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옥태 교수는「표절과 인용」특강에서 참고문헌 작성법 등을 소개하며 “좋은 요리사는 좋은 재료를 종일 구한다. 학술 검색 등으로 신선한 재료를 많이 모아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강원도에서 참가한 정예진 학우는 Q&A 시간에 “기술을 배우고 싶어 입학했는데 이론을 더 많이 공부하게 된다. 기술을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강의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요청했다. 이에 설진아 교수는 “부족한 것은 실습특강을 하겠다”면서도 “미디어영상학과에서 배우는 모든 이론들이 생각과 샷(shot)을 구성하는 토대가 될 수 있는 것들이다. 기술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많지만 아이디어와 창의성,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보다 중요하고 어렵다. ‘어떻게’보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뉴스
“두 제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인도의 성장은 아직도 남아 있는 수많은 빈곤인구를 축소하고 빈곤으로부터 구출해 냄으로써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인 의미를 주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때가 빨리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 저자 박번순 교수     30년 넘게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아시아 지역과 경제를 관찰하고 연구한 박번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ARI) 연구위원이 2019년『아세안의 시간』(지식의 날개) 출간에 이어 다시 새로운 저작을 선보였다. 중국과 인도의 어제와 내일을 조명한『두 갈래의 길』이다. 부제 ‘내일을 열어야 하는 중국, 어제를 넘어야 하는 인도’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에서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적 성과와 결정 요인을 개략적으로 정리하고, 두 거대 국가의 경제 미래를 보는 시각을 곁들였다. 특히 두 나라의 경제 미래를 보는 시각이 흥미롭다. 저자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한국외국어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산업연구원을 거쳐 삼성글로벌리서치(SGR)에서 오랫동안 연구했고, 고려대 경제통계학부 교수로 퇴임한 후, 지금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ARI) 연구위원으로 있다. 그간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원(ISEAS), 태국 탐마삿대학, 쭐랄롱꼰대학, 까셋삿대학에 직접 머물며 동남아 경제를 탐구하기도 했는데, 지난 2007년 이미 『중국과 인도, 그 같음과 다름』을 썼고, 『인도경제를 해부한다』를 공동 집필했으며,『중국기업 대해부』의 대표 저자로 책을 엮었다. 2019년 출간한『아세안의 시간』으로 2020년 정진기언론문화상 경제·경영도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자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 동남아시아 특히 중국과 인도가 그의 지적 레이더망에 포착돼 있으며, 이번 신간은 그의 이런 관심을 중간 정리한 결과물로 읽힌다. 중국과 인도, 지상 최대의 대국 오랜 역사 속에 거대한 두 대국이 있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세계 인구의 1, 2위를 차지했던 이 두 나라의 총생산은 세계 총생산의 절반에 육박했고, 한 나라의 총생산만으로 서유럽 전체의 총생산을 뛰어넘었다. 일찍이 산업혁명을 달성하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던 제국주의 국가들조차 근대 초기에는 이 두 나라의 생산력을 넘어설 수 없었다. 거대한 두 제국, 중국과 인도는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물론 동양의 작은 나라 일본에 비해서도 산업화와 근대화에 늦어지면서 중국은 반식민지로, 인도는 아예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인구수에 어울리지 않게 두 나라가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1% 미만에서 2~3%대까지 떨어졌고(현대국가 성립 직후), 두 나라는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오랜 시간 수렁 속에서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세계는 항상 두 나라를 주목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차이로 세계 인구의 1, 2위를 차지하는 두 나라는 중국은 사회주의, 인도는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함으로써 마침 냉전시대 동안 체제 경쟁의 장이 되기도 했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중국과 인도 가운데 어느 나라가 자신들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았다. 서구 자본주의 진영은 공산주의 체제의 한계를 언급하며 인도의 장래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인도의 미래는 결코 밝지만은 않다.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강대국에 올라섰지만, 너무 이른 그들의 자부심 표명은 세계인들로 하여금 경계심과 거리감을 두도록 만들고 있다. 중국경제와 인도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끊이지 않았지만, 어느 한쪽만으로도 다루기에 거대한 주제였기에 두 나라의 경제성장과 미래를 본격적으로 비교한 책을 아직 만날 수 없었다. 30년 넘게 아시아 경제를 연구해 온 저자는 양국의 역사, 사회, 문화적 배경에서부터 경제, 사회구조, 그리고 경제정책과 산업 및 기업 연구를 통해 두 나라 경제를 세밀히 분석해 냈다. 결국, 전 세계인이 가지고 있는 관심사는 다음과 같다. 인도경제는 중국경제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그리고 중국경제의 지금과 같은 고도성장은 지속가능할까?『두 갈래의 길』은 세계인의 이 오랜 질문에 대한 혜안(慧眼)을 제시한다. 세계인의 오래된 질문 그리고 혜안 책은 제1부 ‘중국과 인도,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제2부 ‘친디아 경제의 발전과 특징’, 제3부 ‘인도는 중국을 넘어설 수 있을까’로 구성했다. 중국과 인도의 경쟁이 궁금한 독자라면 3부부터 먼저 읽어도 좋다. 어디서 읽기 시작하든 이 책은 ‘친디아’ 경제의 역사와 배경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안내한다(저자가 호명한 ‘친디아(Chindia)’는 중국(China)과 인도(India)를 함께 일컫는 합성 신조어로, 특히 두 국가의 경제를 함께 일컬을 때 자주 쓰이는 용어다). 저자의 주장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과 인도의 개혁개방은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고 그 정도 면에서도 먼저 시작한 중국이 더 강력했고 효과도 컸다. 중국과 인도의 철도에서 엿볼 수 있는 차이는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빠른 중국, 느린 인도였다. 그러나 2023년 현재의 관점에서 중국의 빠른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를 듣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제재로 기술진보에서도 가능성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더구나 오랫동안 자산 시장,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버블이 형성되면서 탐욕의 광기가 터진 상황에서 금융시장까지 구제불능인 상태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인도의 상황은 다소 다르다. 동아시아 고도성장기에도 낙후됐던 인도는 1990년대 개혁개방 이후 과거의 성장률에서 벗어나 높은 성장세를 보여 왔다. 과거 인도는 술에 취한 사람이 갈 지(之) 형태로 걷는 것 같았다. 인도의 미래를 낙관했던 사람이나, 구조적 문제로 인도의 미래는 없다고 평가하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이제는 점진적인 성장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90년 이후 20년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여전히 1인당 GDP가 2천500달러(2022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만약 중국경제가 정체하거나 문제가 생긴다면 인도야말로 세계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지주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더구나 중국의 생산비용 상승으로 인도는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이 점은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해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인도가 과연 주요 산업을 중국에서 이어받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후 보여준 경제적 역동성은 세계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 상대적으로 고품질의 공산품을 낮은 가격에 세계에 쏟아냈기 때문이다. 인도가 이제 본격적으로 국제분업에 참여할 수 있다면 세계는 수혜를 볼 것이고, 인도 역시 고도성장을 통해 세계경제의 성장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와도 밀접하게 얽혀있는 중국과 인도, 두 나라의 경제 미래가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경제 상황을 쉽게 정리한 데다 시각적인 데이터 활용, 술술 읽히는 문체와 현상 이면의 역사문화적 배경까지 짚어주는 저자의 친밀한 배려는 ‘독서’의 나침반이 되기에 충분하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교양
“5월, 사회학적 상상력 발휘해 세계화 과정 들여다보기” 와 문화교양학과 교수진이 공동 기획한 ‘교양과목 톺아보기’ 5월 연재는 김재형 교수의 「세계의 정치와 경제」 교과목이다. 김재형 교수는 3회에 걸쳐 『세계의 정치와 경제』 교재를 1~5장, 6~10장, 11~15장으로 나눠 핵심 내용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세계화 과정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이 받는 영향들과 더불어, 개인적 영향까지 함께 살펴본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제1장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공부해야 할 이유 우리는 지금 세계화된 세계(globalized world)에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바깥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사건과 변화 등은 우리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더 나아가 세계화된 세계에서는 한 국가의 내외부가 어떤 수준에서는 구분하기 힘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 세계화 담론이 국내에 도입되고 본격적으로 세계화되기 시작한 시절, 세계화 지지자들은 세계화로 각 국가가 더욱 밀접해지고 자본과 사람이 더욱 자유롭게 이동하게 되면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민족주의도 약해져 진정한 다문화적인 세계가 만들어질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가 간 긴장과 분쟁이 줄어들고 평화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현재 지나친 세계화의 결과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노동은 무한경쟁에 내몰리면서 사회는 불안정해졌으며 경제적 불평등 역시 더욱 심화됐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으로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지목합니다. 자본과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과 이를 위한 각종 규제의 완화가 경제적 불평등, 민주주의의 위기, 혐오와 차별의 확산, 인종주의의 강화 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는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제국주의, 냉전체제, 민족주의, 인종주의 등의 오래된 질서들과 복잡하게 관계 맺으면서 현재 국제 질서의 양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문제를 신자유주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것, 정치적인 것 외에 역사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을 모두 고려해야만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교재 1장은 세계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여러 이론적 자원들을 소개합니다. 특히 국제정치사회학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결과 세계 여러 지역의 일상이 그 어느 때보다 서로 밀접히 연결된 상황에서 국제적인 수준의 권력이 어떻게 일상의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며, 동시에 개인의 경험이 집단화돼 다시 국제질서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국제적인 수준에서의 정치 및 경제적 힘은 일방향적으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의 삶의 경험은 점차 집단화해 다시 국제적 수준의 질서를 변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세계 질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사회학과 정치사회학적 방법론이 포함된 ‘사회학적 상상력(sociological imagination)’이 필요합니다.     제2장  세계화의 역사와 현실 2장에서는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근의 국제 질서의 변화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200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경제적 사건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였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시장의 부실로 인해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세계화 이후 더욱 밀접하게 연결된 글로벌 금융시장에 직격탄을 날렸고,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2007년 4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사의 파산 신청을 시작으로 여러 대출회사, 보험회사 및 은행들이 파산하거나 위기에 빠졌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을 하면서 전 세계 금융 시장이 휘청인 것입니다.   이러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많은 국가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고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2000년대 금융자유화 정책을 채택하고 은행을 민영화해 대규모의 외환을 유입시켰던 아이슬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국가부도에 몰렸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크게 흔들렸던 서구권 경제는 2014년부터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국제 질서는 크게 변화했습니다.   이러한 변화 중 하나는 자유무역질서를 옹호하고 선도하던 선진국들이 점차 자국의 경제를 먼저 고려하는 ‘신보호주의적’인 정책으로 전환했다는 것입니다. 1980년대 이후 전 세계 국가들에 시장 개방을 요구해 왔던 미국을 비롯한 G20 국가들은 보호무역 경제정책을 심화시켰고 자국의 경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무역 보복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점차 악화됐고 이는 다시 아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군사적, 외교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장은 이러한 경제적 질서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세계화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전개됐는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제3장  포스트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의 부상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각 국가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 엘리트들에 대한 신뢰가 급감했으며, 이러한 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불신도 전세계적으로 팽배해져만 갔습니다.   2011년 수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경제적 불평등과 대형 금융회사의 탐욕에 항의하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에 참여했고, 이는 캐나다, 호주 등 여러 국가로 확산됐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기존의 정치 체제가 다수의 사람들이 아닌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한다고 여겼고, 더는 이들 엘리트들을 믿을 수 없으며 정치 바깥에서 민중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영국의 정치사회학자인 콜린 크라우치(Collin Crouch)는 이러한 정치적 변화를 ‘포스트 민주주의(post-democracy)’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포스트 민주주의는 제도적 차원에서는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 그리고 권위주의 국가의 민주화 등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확산한 반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결과 오히려 정치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누적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속에서 각국 정부는 자국민을 위한 정책보다는 세계금융시장과 다국적기업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국가의 중요 정책적 목표가 사회보장제도보다는 해외자본의 투자유치와 국가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정치적 변화 속에서 각국에서 ‘포퓰리즘(populism)’이 확산되고 있는 것 역시 포스트 민주주의 현상 중 하나입니다.   이렇듯 3장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결과 경제적 불평등이 확산되고, 국가와 자본의 권력관계가 역전되는 현상과 민주주의의 위기가 가속화되며 이민자 등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세력들이 등장하는 현 상황을 포스트 민주주의와 포퓰리즘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제4장  인종화된 근대와 인종주의적 세계 세계화의 결과 증가하고 있는 이주민을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안의 원인으로 낙인찍고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포퓰리즘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더욱 강화됐고,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 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범죄는 3천800여 건에 달했고, 오랫동안 아시아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폭력에 대한 불안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인종주의 문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인해 발생한 현상만으로는 볼 수 없고, 이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욱 장기적인 역사를 살펴봐야 합니다.   4장은 여러 사회학적 개념을 사용해 인종주의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보기도 하고, 인종이라는 범주 자체가 본래적인 생물학적 실재가 아니라 제국주의의 발전과 함께 사회적으로 구성된 역사를 보여줍니다. 백인들의 식민지 착취 과정에서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근대적 인종 분류 체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인종이라는 범주는 식민지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해 피부색 등의 생물학적 기준으로 인간을 인위적으로 구분 짓는 결과물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종 분류와 인종주의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합니다. 미국의 민권운동 등의 노력으로 현대 사회에서 인종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서 이전의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배제는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은 문화나 제도 속에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편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포퓰리즘이 확산되는 시기에 발생한 여러 사회문제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민족주의가 부상하면서 타인종에 대한 배타적인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민자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권리를 제약하고 노동 착취 등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인종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에 관한 공부는 절실히 필요합니다.     제5장  국제 산업구조의 변화와 노동 5장은 생산의 세계화로 인해 국제 산업구조와 노동 시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설명합니다. 생산의 세계화는 상품의 제조에 필요한 노동과 생산 과정이 여러 나라에 걸쳐 이뤄지는 것을 말합니다. 20세기 후반에 이미 제조업 생산이 노동력이 싼 글로벌 남반구 지역으로 옮겨 갔으며, 이는 해외직접투자가 가능해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인해 가속화됐습니다. 그 결과 글로벌 북반구 지역에서는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고, 제조업 부문의 노동운동의 쇠퇴가 나타났습니다.   한편 1990년대 저임금 생산 입지로서의 이점을 지닌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고, 중국과 인접해 있던 한국, 대만, 일본은 고부가가치 중간재와 자본재를 중국으로 수출함으로써 동북아 지역에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 간 분업 구조가 구축됐습니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공업화는 글로벌 북반구의 탈공업화를 가속화시킨 대신 이 지역의 금융 산업 및 정보통신기술 산업의 부상을 가져왔습니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미국의 전통적인 제조업 생산 지역인 중서부는 경제적으로 쇠퇴해 러스트 벨트라 불리지만, 서부 해안 지역이나 북동부 지역은 초국적 대기업이나 거대 기술회사의 발전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번영하게 됐습니다. 이는 생산의 세계화가 국제적인 노동 분업 체계를 형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진국 내부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선진국의 글로벌 도시에서는 고숙련-전문직 노동자의 규모가 급증하는데 동시에 이들을 위한 저임금-서비스직 노동자들도 비슷한 규모로 증가합니다. 반대로 생산의 세계화는 중국과 같은 글로벌 남반구 국가에서 제조업 저임금 노동자 수를 급증시켰으며, 이 지역에서의 노동력 착취,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대신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거대 기술회사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들 기업이 성장하자, 많은 노동자들이 플랫폼 노동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팬더믹 기간에 더 심화됐습니다. 5장은 이렇듯 생산의 세계화와 그 결과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는 노동 시장과 노동의 모습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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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한마디

kid*** 세무상담이라니 참신합니다!
*** 제목이 눈에 와 닿지가 않습니다. 스감캐는 좀 안어울리는 것 같아요.
nik*** 사진 설명 '?' 삭제 부탁드립니다.
nik*** 중간 '6명' 오타는 '60명' 입니다.
er2*** 이 영화가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에서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방어기제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탄생과 마찬가지로 죽음도 축복이 되어야 합니다. 잘 살기 위한 생각들도 필요하지만 잘 죽기 위한 생각도 필요합니다.
513*** 2024, DMZ 접경지역 평화의 길을 가다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남경우 연구원님의 친절하시고 해박한 지식으로 꼼꼼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알찬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에 많은 분들이 참여를 안해서 아쉬웠습니다. 앞으로 3기, 4기, 5기도 있는데 5기 파주, 연천때는 총장님도 동행하시면 좋겠다~라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 이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신 방송대 출판문화원과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남경우 연구원님 승승장구 하세요..최고입니다
513*** 멋진 후기 글입니다. 최고
890*** 감사합니다! 넘 멋지시네요!!!
hei*** 특수문자 입력 에러??? ㅠㅠㅠㅠ 최고네요 . 역시 단체사진이 최고네요 ^^♡
066*** 윤상민 기자님을 처음 뵈올 때 정치인 안철수 의원과 닮은 인상으로 미남에 선한 얼굴이 참 좋았드랬습니다.~♡ 그날 어리버리 이 어르신 마음은 노랑 병아리 봄나들이 하듯 설레는 마음이었죠. 더구나 교수님도 오시고 기자님까지 대동하여 조금은 긴장감도 없지않았던 길이었습니다. 그동안 여러가지 과제물에 신경쓰다보니 이렇게 정성들인 기사도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곱고 알차게 엮어주신 앨범처럼 와닿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