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신간 안내

“인도의 성장은 아직도 남아 있는 수많은

빈곤인구를 축소하고 빈곤으로부터 구출해 냄으로써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인 의미를 주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때가 빨리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 저자 박번순 교수

 

 

30년 넘게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아시아 지역과 경제를 관찰하고 연구한 박번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ARI) 연구위원이 2019년『아세안의 시간』(지식의 날개) 출간에 이어 다시 새로운 저작을 선보였다. 중국과 인도의 어제와 내일을 조명한『두 갈래의 길』이다.
부제 ‘내일을 열어야 하는 중국, 어제를 넘어야 하는 인도’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에서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적 성과와 결정 요인을 개략적으로 정리하고, 두 거대 국가의 경제 미래를 보는 시각을 곁들였다. 특히 두 나라의 경제 미래를 보는 시각이 흥미롭다.
저자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한국외국어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산업연구원을 거쳐 삼성글로벌리서치(SGR)에서 오랫동안 연구했고, 고려대 경제통계학부 교수로 퇴임한 후, 지금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ARI) 연구위원으로 있다.
그간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원(ISEAS), 태국 탐마삿대학, 쭐랄롱꼰대학, 까셋삿대학에 직접 머물며 동남아 경제를 탐구하기도 했는데, 지난 2007년 이미 『중국과 인도, 그 같음과 다름』을 썼고, 『인도경제를 해부한다』를 공동 집필했으며,『중국기업 대해부』의 대표 저자로 책을 엮었다. 2019년 출간한『아세안의 시간』으로 2020년 정진기언론문화상 경제·경영도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자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 동남아시아 특히 중국과 인도가 그의 지적 레이더망에 포착돼 있으며, 이번 신간은 그의 이런 관심을 중간 정리한 결과물로 읽힌다.

중국과 인도, 지상 최대의 대국
오랜 역사 속에 거대한 두 대국이 있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세계 인구의 1, 2위를 차지했던 이 두 나라의 총생산은 세계 총생산의 절반에 육박했고, 한 나라의 총생산만으로 서유럽 전체의 총생산을 뛰어넘었다. 일찍이 산업혁명을 달성하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던 제국주의 국가들조차 근대 초기에는 이 두 나라의 생산력을 넘어설 수 없었다.
거대한 두 제국, 중국과 인도는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물론 동양의 작은 나라 일본에 비해서도 산업화와 근대화에 늦어지면서 중국은 반식민지로, 인도는 아예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인구수에 어울리지 않게 두 나라가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때 1% 미만에서 2~3%대까지 떨어졌고(현대국가 성립 직후), 두 나라는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오랜 시간 수렁 속에서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세계는 항상 두 나라를 주목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차이로 세계 인구의 1, 2위를 차지하는 두 나라는 중국은 사회주의, 인도는 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함으로써 마침 냉전시대 동안 체제 경쟁의 장이 되기도 했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중국과 인도 가운데 어느 나라가 자신들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았다. 서구 자본주의 진영은 공산주의 체제의 한계를 언급하며 인도의 장래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인도의 미래는 결코 밝지만은 않다.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강대국에 올라섰지만, 너무 이른 그들의 자부심 표명은 세계인들로 하여금 경계심과 거리감을 두도록 만들고 있다.
중국경제와 인도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끊이지 않았지만, 어느 한쪽만으로도 다루기에 거대한 주제였기에 두 나라의 경제성장과 미래를 본격적으로 비교한 책을 아직 만날 수 없었다. 30년 넘게 아시아 경제를 연구해 온 저자는 양국의 역사, 사회, 문화적 배경에서부터 경제, 사회구조, 그리고 경제정책과 산업 및 기업 연구를 통해 두 나라 경제를 세밀히 분석해 냈다. 결국, 전 세계인이 가지고 있는 관심사는 다음과 같다. 인도경제는 중국경제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그리고 중국경제의 지금과 같은 고도성장은 지속가능할까?『두 갈래의 길』은 세계인의 이 오랜 질문에 대한 혜안(慧眼)을 제시한다.
 사진 출처=kr.xinhuanet.com세계인의 오래된 질문 그리고 혜안
책은 제1부 ‘중국과 인도,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제2부 ‘친디아 경제의 발전과 특징’, 제3부 ‘인도는 중국을 넘어설 수 있을까’로 구성했다. 중국과 인도의 경쟁이 궁금한 독자라면 3부부터 먼저 읽어도 좋다. 어디서 읽기 시작하든 이 책은 ‘친디아’ 경제의 역사와 배경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안내한다(저자가 호명한 ‘친디아(Chindia)’는 중국(China)과 인도(India)를 함께 일컫는 합성 신조어로, 특히 두 국가의 경제를 함께 일컬을 때 자주 쓰이는 용어다).
저자의 주장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과 인도의 개혁개방은 시기적으로 차이가 있고 그 정도 면에서도 먼저 시작한 중국이 더 강력했고 효과도 컸다. 중국과 인도의 철도에서 엿볼 수 있는 차이는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빠른 중국, 느린 인도였다. 그러나 2023년 현재의 관점에서 중국의 빠른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를 듣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제재로 기술진보에서도 가능성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더구나 오랫동안 자산 시장,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버블이 형성되면서 탐욕의 광기가 터진 상황에서 금융시장까지 구제불능인 상태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인도의 상황은 다소 다르다. 동아시아 고도성장기에도 낙후됐던 인도는 1990년대 개혁개방 이후 과거의 성장률에서 벗어나 높은 성장세를 보여 왔다. 과거 인도는 술에 취한 사람이 갈 지(之) 형태로 걷는 것 같았다. 인도의 미래를 낙관했던 사람이나, 구조적 문제로 인도의 미래는 없다고 평가하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이제는 점진적인 성장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90년 이후 20년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여전히 1인당 GDP가 2천500달러(2022년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만약 중국경제가 정체하거나 문제가 생긴다면 인도야말로 세계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지주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더구나 중국의 생산비용 상승으로 인도는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이 점은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해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인도가 과연 주요 산업을 중국에서 이어받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후 보여준 경제적 역동성은 세계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 상대적으로 고품질의 공산품을 낮은 가격에 세계에 쏟아냈기 때문이다. 인도가 이제 본격적으로 국제분업에 참여할 수 있다면 세계는 수혜를 볼 것이고, 인도 역시 고도성장을 통해 세계경제의 성장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와도 밀접하게 얽혀있는 중국과 인도, 두 나라의 경제 미래가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경제 상황을 쉽게 정리한 데다 시각적인 데이터 활용, 술술 읽히는 문체와 현상 이면의 역사문화적 배경까지 짚어주는 저자의 친밀한 배려는 ‘독서’의 나침반이 되기에 충분하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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