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나’와 ‘너’가 만나 어우러지는 자리

부모가, 선생이, 국가가 제 할 일을 제대로 하면, 그러지 말라고 해도 마주한 상대인 자식, 학생, 국민의 마음자리에서 저절로 ‘충’이 일어나지 않을까. 5월과 6월에는 기리는 날이 많다. 5월에는 부모와 자식(어버이날과 어린이날), 남편과 아내(부부의 날), 어른과 아이(성년의 날), 선생과 학생(스승의 날), 노사관계(근로자의 날) 등 이들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는 날들이 있다. 6월은 현충일처럼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관계를 되새겨보는 때다. 이렇게 5, 6월에는 심장 한복판에 무엇을 달아주거나 고개를 숙여 ‘마음’을 향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단 이들이 그전보다는 줄었지만, 그래도 제법 보인다. 6월 현충일에는 국립묘지를 찾는 애달픈 이들도 그대로일 것이다. 그러니까 5월과 6월에는 부모와 스승으로서 가슴에 꽃을 달거나, 마음 한쪽에 달래지지 않은 아픔과 안타까움을 사무치게 안고 사는 셈이다. ‘마음’은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감정이나 생각, 기억 따위가 깃들이거나 생겨나는 곳’ 등으로 풀이된다. 이 말에는 지금 나의 행위로 짓는 부분과 그 행위 이전부터 본디 타고난 부분이 모두 함축돼 있다. 이것을 보면, ‘마음’이라는 게 내 뜻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정반대로 내 멋대로 할 수도 없거니와 함부로 해서도 안 될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그런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마음’은 ‘나’와 ‘너’가 만나 넓어져 어우러지는 자리, 우리의 뜻과 하늘의 뜻이 만나 드높아지는 자리라고 할 만하다. (진)인사와 (대)천명이 만날 수 있는 자리라고나 할까. ‘마음’이 한가운데에 위치하는 것을 표현하는 한자어가 ‘충(忠)’이다. 종종 지도자나 국가가 전유하고 강요하고자 하지만 사실 ‘충(忠)’은 한자어의 뜻 그대로 ‘마음’에 치우침이 없다는 뜻이다. 지도자의 큰 사상이나 국가라는 넓은 틀이 개인의 작고 좁고 치우친 생각을 바로잡는 방편이 되기도 하지만, 스스로 우러난 것이 아니라 억지로 끌려간 ‘마음’은 이미 ‘충’에서 벗어나게 된다. ‘충’을 가리켜 군신 사이에서 신하된 자의 도리로만 풀어내는 유교적 해석으로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지점을 읽어낼 수 없다. 이렇게 치우치지 않고 바로 선 ‘마음’이 ‘충’이라고 할 때, 이는 상·하의 관계를 놓고 아래에서 위로의 방향으로만 설명해서는 진면을 알 수 없고 오히려 모든 관계에 놓인 양쪽을, 더 나아가 오히려 위에서 아래로의 실천을 먼저 살펴야 잘 보일 수 있다. 뒷짐 진 채, ‘그렇게 하면 안 되지’보다, 먼저 나서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며 묻고 듣고 소통하며 살아가야 한다. 더구나 앞선 세대들의 이상이 이미 몇십 년의 시간을 못 버티고 허물어지고, 기울어지는 결핍을 괴어 준 젊음도 벌써 반 이상 허물어졌다면, 그래서 수십 년에 걸친 우리 관계의 시간이 주름잡아 겨우 몇 마디 말에도 못 미칠지라도, 그래도 서로의 ‘마음’에 새겨진 것이 깊은 격려여야 하지 않을까. 바람직한 관계는 자식에게, 제자에게, 국민에게 먼저 무엇을 바라거나 강요해서 될 것이 아니다. 부모가, 선생이, 국가가 제 할 일을 제대로 하면, 그러지 말라고 해도 마주한 상대인 자식, 학생, 국민의 마음자리에서 저절로 ‘충’이 일어나지 않을까. 이런 원리가 산 이와 죽은 이의 관계에서라고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을 얻자고 머리를 조아리며 신앙할 때가 아니라, 제대로 살고자 하는 이 땅의 노력이 충일(充溢)할 때, 비로소 원(怨)도 한(恨)도 맑게 씻어낸 죽은 이들의 염원이 하늘의 뜻을 타고 내려와 은근한 뒷심으로 산 자와 함께 하는 게 아닐까.

210호 2024-05-11 11:26

핫 뉴스라인

  •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 서울 간송미술관, 2024.5.1.~6.16.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8년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국내 최초 사립미술관이다. 지난 1년 7개월 동안 85년 세월을 보낸 외관의 보수 및 복원, 수장고 현대화 작업에 들어갔던 간송미술관이 5월 1일 재개관했다. 이에 맞춰 특별전 「보화각 1938: 간송미술관 재개관전」을 개최한다. 한국 1세대 건축가 박길룡(1898∼1943)의 보화각 설계도를 최초로 공개하며, 보화각 설립 직전 간송이 수집한 미공개 서화유물도 선보인다. 그간 실체가 불분명했던 조선 후기 화원 고진승의 「화접도」도 처음으로 실물 전시된다. 인터파크 예약을 통해서 1시간에 100명만 입장 가능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209호최익현2024-05-03 23:43

  • 아마추어 바리스타의 3년 연속 수상기(受賞記)

    커피 역시 논문을 쓰듯 열심히 분석하고 연구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시인의 노래처럼, 실패의 경험을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2024 MOC(마스터오브카페) 경연 페스티벌’ 대회의 결과가 나왔다. 15회를 맞은 이 대회는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이번에는 575건이나 응모했다니 커피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간다. 나는 2022년과 2023년에 출품해서 두 번 모두 브론즈상을 받았다. 이번 15회 대회에는 세 번째 출품이고 정성을 다했기 때문에 ‘혹시나 골드상?’ 하면서 내심 김칫국을 마셨다. 결과는 브론즈상이었다. 3년 내리 브론즈상을 받은 셈이다. 조금 서운하기는 했으나 취미로 커피 공부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은 놀랄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을 제출한 사람들 대부분이 전문가이므로 나 같은 아마추어가 상을 받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의 로스팅 성적을 보고 스스로도 놀랐다. 디브리핑 결과를 보니 스윗니스와 균형감의 평가가 아주 높게 나왔다. 커피는 신맛도 중요하나 단맛을 잘 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같은 원두라도 어떻게 로스팅하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이번 대회에 출품한 생두는 ‘페루 게이샤’ ‘코스타리카 게이샤’ ‘에티오피아 물루게타 문타샤 내추럴’ 세 종류다. 이를 약중배전으로 블렌딩해서 제출했다. 로스터기는 국산 제품을 사용했다. 값비싼 외국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기계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면 잘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 고가의 외제 로스터가 아니어도 기계의 성질을 잘 이해해서 로스팅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이번 대회를 통해 알게 됐다. 로스팅은 생두와 로스터기와 로스터와의 궁합이 중요하다. 생두 투입, 수분 날리기, 배출 시의 온도까지 꼼꼼히 조절하며 정성을 기울였다. 배전은 커피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시작 단계부터 신경을 썼다. 배전도에 따라 커피의 맛과 향이 달라지므로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약배전, 중배전, 강배전으로 나누지만 국제커피협회는 8종류(색도계, SCA)로 분류한다. 볶는 정도에 따라 총 8단계로 구분한다. 생두에 열을 가하면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여러 가지 가스가 생성된다. 갓 로스팅한 원두는 많은 가스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이를 제거해야 한다. 가스를 제거하는 것을 ‘디게싱’이라 한다. 디게싱 과정을 거치면 커피의 쓴맛이 제거되고 특유의 맛과 향이 살아난다. 갓 로스팅한 원두보다는 2~3일 지난 것이 더 향기롭고 맛있다. 이번 출품작을 로스팅 후 사흘쯤 지나 제출한 이유도 그래서다. 처음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의아해하는 지인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내린 커피가 어느 커피보다 맛있다며 주변 분들이 좋아한다. 커피를 못 마시는 집사람도 향만은 일품이라며 칭찬한다. 정성껏 내린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사람들을 보면 즐겁다. 그들의 칭찬 한마디로 마음 속에는 풍선이 부풀어 오른다. 평소 지방이나 해외로 출장 가면 이름난 카페를 찾아다니며 커피의 맛과 향을 분석하고 카페 주인이나 종업원과 대화를 나누려 애쓴다. 어디서든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귀가 쫑긋해진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와 더불어 그동안 거친 수많은 시행착오도 도움이 됐다. 이번 수상을 통해 깨달은 점은 커피 역시 논문을 쓰듯 열심히 분석하고 연구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시인의 노래처럼 실패의 경험을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208호2024-04-28 19:45

  • ‘효율충’이 민주화를 공부하기까지

    효율이란 들인 노력 대비 얻은 결과의 비율을 말하는 말로 여기에 충을 붙여서 효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비하하거나 우스갯소리로 ‘효율충’이라고 부릅니다. 네, 저는 효율충입니다. 입학 당시 서울 법무부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독학사, 전문대, 대학원 학점은행 등 거의 모든 것들을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직장 생활을 병행할 수 있으며, 고향으로 복귀하더라도 지속 가능하며, 거기에 독서실보다 저렴한 등록금, 사회적인 인식, 많은 동문 네트워크 등 결론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송대에 입학했습니다. 그렇게 입학한 방송대는 막상 직장 생활과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돈 벌고 있는데 뭐가 걱정인가. F 나오면 1년 더 다니면 되지’라고 마음을 다잡아가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렇게 학교생활을 하다가 올해는 저처럼 그리고 우리 학우들처럼 조금씩 성장하고 나아가기 위해 ‘일취월장’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제42대 광주·전남총학생회장직을 맡았습니다. 저는 모든 활동과 모임에는 보상이 있어야 유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자원봉사 역시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심리적인 보상이 있기에 사람들이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는 5·18이 어떤 의미일지 궁금합니다. 5·18 제44주기 추모식에서 뵙고 싶습니다.   광주·전남지역대학의 총학생회 대표로 저는 우리 학우들에게 무엇인가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무엇이 됐든 구성원들이 원하면 노력해서 최대한 해볼 것이고, 구성원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최대한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구성하는 단체이다 보니 그 과정 중에서 누군가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과 단체의 보상을 위해서 학과나 학습관 그리고 동아리연합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시고, 그것을 총학생회에도 이야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이야기한다고 해도 당장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학생이나 동문으로서 관계를 이어갈 것입니다. 우리의 더 좋은 내일을 위해 많은 목소리가 저에게 닿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다가오는 5월 11일(토) 광주광역시에서 방송대 전국총학생회의 큰 행사인 5·18광주민주항쟁 44주기 추모식이 예정돼 있습니다. 전국 13개 지역대학 학우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행사입니다. 물론 5·18에 관해서 크게 관심 없거나 다른 시선과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역사라는 것은 각자의 입장과 시선에서 다르게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니까요. 광주가 고향인 저도 사실 5·18에 대해서는 깊고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살아가면서 종종 5·18을 접하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학생회에서 매년 추모식을 준비하고 참석하면서 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서로 비교해 가면서 5·18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었고, 또 다른 사람들이 물어봤을 때 그 사람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고 싶어졌습니다. 이러한 계기로 5·18에 관해 공부하게 됐는데요. 지금 저에게 5·18은 이웃의 가슴 아픈 사건이며, 한국 민주화의 한 줄기 빛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에게는 5·18이 어떤 의미일지 궁금합니다. 올해가 어렵다면 내년에라도 스스로 보고 듣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208호2024-04-28 19:51

  • 제2기 강화, ‘DMZ 평화의 길’을 다녀와서

    필자는 지난 4월 20일에 진행된 ‘DMZ 접경지역 평화의 길을 가다’ 제2기 김포·강화 여정에 참여했다. 필자는 부산에 거주하고 있지만, 열정과 도전으로 DMZ 평화의 길 마지막 탐방까지 발 도장을 찍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참가를 결정했다. 이번 DMZ 탐방에 같이 나선 박일숙 동문을 부산역에서 만나 첫 기차에 올랐다. DMZ 탐방에 처음 참여하는 박 동문은 곧 다가올 이색적인 체험에 들뜬 아이처럼 보였다. 그에게 들려주고자 지난 제1기 철원 답사 경험을 떠올려 보았다. 남경우 건국대 전임연구원의 꼼꼼한 해설, 평소 접근하기 어렵고 무서운 이미지로만 기억하던 우리의 아픈 역사에 가까이 서 보았던 용기, 그 용기 덕분에 새로이 넓힌 시야로 역사의 가려진 이면을 재해석해 볼 수 있었던 두루 알찬 프로그램이었다고 박일숙 동문에게 말해줬다. 이번 제2기 강화 탐방에서는 두 그루의 나무가 인상 깊었다. 먼저 초지진에서 보았던, 약 400년 수령(樹齡)의 파편 박힌 소나무다. 마치 상이군인처럼 전쟁의 상처와 흔적을 새긴 채 초지돈대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소나무는, 지금처럼 그때도 푸르고 묵묵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감동을 안긴 또 한 그루의 나무는 마지막 탐방지인 연미정에서 본 수령 500년인 느티나무다. 2019년 태풍 링링에 쓰러져 뿌리와 밑동만 남은 처참함에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새봄을 맞아 연한 새순이 파릇파릇 제법 무성해 감동과 희망,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했다. 문득 제1기 탐방지 철원에서 보았던 땅굴의 구석진 곳에 피어난 잡초가 떠올랐다. 되풀이되는 험난한 고비마다 맹렬히 저항하며 일어선 우리의 역사가 오버랩됐다. 이번 강화 탐방은 여정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고려 시대부터 잦은 외침으로 민초의 삶이 피투성이가 된 곳이어서 더욱 그랬다. 변변치 못한 무기로 침략 세력에 대항하다 풀잎처럼 스러져 간 숱한 조선군과 무명 순국자들이 말을 건네왔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덧없는 죽음. ‘고귀한 희생’이라는 다섯 글자에 묻힌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피눈물과 통곡 소리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제1기에 이은 제2기 탐방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역사를 바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비명에 간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눈물을 오늘, 살아남은 자로서 잊지 말아야 한다는 책무감이었다. 탐방 시작부터 가랑비가 날리기 시작한 탓에 강화 제적봉 평화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육안으로 북한의 예성강 주변을 제대로 조망하지 못한 우리 일행들은 적잖이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전망대 앞은 한강, 임진강, 예성강 세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유유히 흐르고 있건만, 북한을 지척에 두고도 새들만이 자유롭게 남북을 왕래하고 있는 현실에 우리들은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 변란이 있을 때마다 요긴한 역할을 포용했던 강화와, 이곳에 깊이 잠든 외로운 의인들과 작별해야 하는 시간이다. 봄날 푸른 싱그러움이 주는 고즈넉한 풍광은 덤, 강화 탐방이 내 인생의 한 페이지로 채워진 뜻깊은 하루였다.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과 시시각각 묘한 긴장감이 공존하는 DMZ 접경지역. 제2기 탐방을 무사히 마친 우리 일행은, 제3기 탐방과의 만남을 기약하는 또 다른 희망을 공유한 채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208호2024-04-28 19:49

  • 지속 가능한 동물산업과 교육의 방향성

      교육을 통해서 가축의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시설 및 개념들을 적용한다면, 농가 입장에서도 큰 부담 없이 지속 가능한 축산 및 동물복지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방송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존재감은 축산업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학자에게는 소중합니다. 방송대의 일원으로서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학생분들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도움 요청을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중입니다.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상당히 큰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3년을 기준으로 돼지는 1천139만 마리, 육용계는 8천895만 마리, 산란계는 7천612만 마리 그리고 한우 및 육우는 371만 마리를 사육 중이며, 닭을 제외하면 옆 나라 일본과 비교해서도 더 많은 가축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분들에게 현실적인 동물사양과 관련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기관은 일부 국립대를 제외하면 거의 없습니다. 방송대는 이러한 공백을 채우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과 축산업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속 가능한 축산업에 대한 방안으로 냄새 저감 및 저탄소 축산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실과 이론이 어우러진 교육은 미래의 축산 및 농업 발전을 위한 중요한 초석이 될 수 있습니다. 방송대에서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교육을 통해 농가들 스스로 축산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밀집형 축산 혹은 공장식 축산 등으로 불리는 것이 현재 가장 흔히 사용되는 축산 시설의 기본입니다. 전 세계 가축의 90% 이상이 이러한 형태로 사육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밀집형 축산은 1930년대 항생제의 일반적인 사용과 더불어 등장했습니다.   항생제의 등장은 동물을 좀더 효율적으로 기를 수 있게 했으며, 질병에 취약한 동물들의 무리 사육을 가능케 했습니다. 이에 더불어, 가축사육의 효율을 올리고자 동물들에게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 및 환경만을 제공해 왔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이 합쳐져서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왔으며, 우리나라 또한 이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현대 축산의 동물복지 시설의 적용은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가축의 동물복지 개념 및 그 시설의 적용에 대한 교육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농가에서는 동물복지의 적용에 대해 반발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이유는 정부의 법안을 통한 일방적인 강요와 동물복지 시설을 적용함에 따른 생산 단가 증가에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서 가축의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시설 및 개념들을 적용한다면, 농가 입장에서도 큰 부담 없이 지속 가능한 축산 및 동물복지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방송대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선배 교수님들의 탁월한 강의와 기술들을 접하면서, 교육과 학습에 대한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교육의 방향성을 재고할 수 있었습니다. 축산 및 농업 교육의 현실과 미래를 고려했을 때 방송대 농학과의 교수로서 책임을 무한하게 느끼는 중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농업과 교육의 현실화를 소명으로 삼아 방송대의 일원이 됐음을 영광스럽게 여기도록 하겠습니다.      

    207호2024-04-19 11:25

사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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