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U광장   강성남의 그노시스

위클리 제159호(2023.2.13.)에 ‘챗지피티(Chat GPT)가 불러올 세상?’이란 제목의 칼럼을 쓴 적 있다. 1년여 지난 작금에 인공지능기술의 발전 속도는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빠르다. 거기에 따라 인공지능이 가져올 세상 변화의 폭과 깊이는 의외로 넓고 깊어지고 있다.


한때 돌풍을 몰고 온 챗지피티나 구글 바드(Bard)를 두고 ‘뱀 기름(snake oil)’에 비유하기도 했었다. 뱀 기름은 야바위 약장수가 파는 효력 없는 묘약, 가짜(만병통치약) 약을 의미하는 단어다. 하지만 최근에 허풍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는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명칭에서도 시사하듯이 ‘인공지능’은 인간지능이 생성되는 뇌를 모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지능은 뇌에서 어떻게 생성되는가. 100% 정확히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뇌의 신경세포(neuron)와 신경세포의 연결을 통해 정보 교환을 위한 상호 작용에서 창발성이 나타난다고 이해하고 있다.


뇌에는 1천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있고 뉴런마다 1천∼1만 개의 축삭 말단이 뻗어 있다. 축삭 말단과 가지돌기 가시 사이에는 더없이 미세한 간극(間隙)이 있는데 이 틈을 100조 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고 한다. 말이 다리이지, 전문 용어로 시냅스(synapse)라고 한다. 일종의 신경세포 접합부다. 그리스어에 어원을 둔 이 단어의 의미는 ‘걸쇠로 묶다’(to clasp)다. 그리스어 원래 의미는 바퀴 만들 때 원호를 결합해 원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과학자들이 시냅스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된 건 1950년대에 전자현미경이 발명된 다음이었다. 전기적 흥분(전기적 신호)이 시냅스를 건너뛰는 데에는 화학적 신호로 변경해서 가능한 것이다. 옆에 있는 뉴런의 가지돌기 가시에 도달할 때는 전기신호가 화학적 메신저로 변해 있다. 이 화학적 메신저를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한다. 시냅스는 고정적인 상태로 머물지 않고 왕래가 잦은 뉴런 간 시냅스는 더 증가하고 적은 곳은 소멸한다. 마치 서울의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한강 다리처럼 차가 많이 다니는 구간에는 다리를 더 많이 건설하는 이치다. 뉴런과 뉴런이 시냅스로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수없는 조합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네트워크가 내 생각, 즉 기억·인지·감정이 창발되는 것이다.

 

예술의 창의성 평가 기준도

 ‘입력명령어’에 따라 결정되는 시대다. 

AI 추론 과정에선 입력명령어에 따라

다양한 창작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뱀 기름’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면서

대학을 해체하고 있다.


컴퓨터에서는 사람 뇌의 시냅스와 같은 구실을 하는 걸 ‘파라미터(매개변수)’라고 부른다. 즉 파라미터는 생성형 AI가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신경(perceptron)을 서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숫자가 많을수록 AI 성능도 더 뛰어나다.


최근 파라미터를 10조 개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사람 뇌의 10분의 1 수준까지 도달한 셈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에 있어서 ‘특이점(singularity)’이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범용인공지능(AGI)이 2년 이내에 나올 거라고 전망했다. 이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5년 이내라고 한 것보다 앞선다.


오픈AI가 사람 음성을 학습해 모방 음성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도구 ‘보이스 엔진(Voice Engine)’을 개발해 지난 3월 말에 공개했다. 15초 분량의 음성 샘플만 있으면 보이스 엔진을 이용해 원래 화자의 목소리와 얼추 같은 음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벌써 딥페이크에 대한 위험성을 걱정들 하지만 기술 발전의 도상에 장애물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공 신경망 번역(neural machine translation)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은 문장을 통째로 번역한다. 문장을 단어나 구(句)로 쪼개 통계적으로 가장 유사한 의미를 찾아 번역하는 종전 통계 기반 번역(statistical machine translation)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통계 기반 번역이 못했던 먹는 ‘밤’과 시간적 의미의 ‘밤’을 구별하는 등 단어의 의미를 더 정교하게 번역할 수 있다는데, 이는 문맥을 파악한다는 뜻이다.


2024년 1월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 지오메트리’라는 인공지능을 공개했다. 기하학 문제를 푸는 인공지능이다. 이는 인공지능이 논리 추론에 취약하다는 문제 해결에 한발 다가섰다고 평가된다.
인공지능이 세상에 던진 충격은 대학의 해체에서 나타난다.


인문대학의 외국어 교육체계가 인공지능으로 붕괴하고 있다. 서울의 D대학은 내년부터 독문과, 불문과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고 한다. 이 대학 독문과에는 올해 1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외국어(45개)를 가르치는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작년과 올해 용인 캠퍼스의 영어·중국어·일본어·태국어 통번역학과 등 13개 학과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대안으로 ‘인간-컴퓨터 상호 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사이언스’ 학과 쪽으로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예술의 창의성 평가 기준도 ‘입력명령어(prompt)’에 따라 결정되는 시대다. AI 추론 과정에선 입력명령어에 따라 다양한 창작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뱀 기름’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면서 대학을 해체하고 있다.

 

방송대 명예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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