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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학번인 1960년대생들은 경제발전 과도기 시대의 핵심 세대들이다. 1960년대생 초반은 베이비붐 세대의 원조이며, 그 중반은 대학 진학 열기의 최전성기 세대이기도 하다.


제주는 어땠을까? 농사 위주의 당시 제주의 경제 실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대학나무’로 알려진 귤밭은 제주에서도 남쪽인 서귀포 쪽 일부에만 해당하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공부를 잘하더라도 육지의 대학은 엄두를 못 냈고, 성적이 우수한 상위권 진학생들만 도외의 대학에 진학할 정도였다. 중산간 지역이나 어촌의 빈농에서는 대학 진학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관공서에서 임시직으로 수년을 다니다 정규직으로 임명되기도 하고 박봉이기에 그마저도 버티기 힘들어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런 시기를 제주에서 보내며 아내와 초·중등 학원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수학 과목을 강의했다. 인생의 전기가 된 것은 40대 초반의 어느 날로 기억한다. 당시 도내 대형 호텔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현수막을 걸어놓고 진행되는 어떤 행사를 목격했는데, ‘오~ 이런 학교라면!’하는 관심이 생겼다. 1~2년을 고민하다 입학원서를 접수했는데 다행히 합격했다.


‘한 번도 안 다닌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다니는 사람은 없다’는 방송대를 만나 일본학과와 경영학과를 졸업할 수 있었다. 현재는 60세를 목전에 두고 잠시 쉬면서 제주총동문회장직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방송대는 가난하거나 여러 사정으로 진학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만학도들의 성지다. 물론 20대들도 많이 보이지만, 세대 차이가 나다 보니 교류하기가 힘들다. 20대에 명문대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방송대에 진학하는 학우들 역시 많다.


이런 분들이 말하는 방송대 평가에는 공통점이 있다. ‘퀄리티’가 좋다, 다닐만한 곳이다, 다른 학교와 비교해도 수업의 질이 좋다 등이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적도 있다. 방송대는 수능이나 정시를 거쳐 입학하는 곳이 아니다 보니 대학 비교 평가에서는 낮게 평가된다. 이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으레 짐작하는 평가다.


필자나 필자 주변에서는 졸업 학점을 낮춰 졸업생을 많이 배출하겠다는 학교 정책에 이견을 가지고 있다. 입학이 쉬우면 졸업은 당연히 어려워야 한다. 출석수업 과제물을 제출하고, 객관식 평가만으로 졸업하면 과연 누가 방송대를 우수하게 평가하겠는가?


각 대학에서 부설로 만든 사이버대, 일반 민간 대학, 지자체에서 만든 수많은 대학이 난무하는 대학 춘추 시대다. 우리 방송대는 온·오프라인을 모두 진행하는 최초 선점 대학인 만큼 그 명성에 맞는 시스템을 확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제주도는 사이버대 및 이름 모를 민간 대학에 밀려 방송대 입학생이 없어 각 학과 임원이 공석인 학과도 많다. 졸업생의 재입학을 권유하고 있지만 경기침체에 이은 불경기와 더불어 재입학의 경우가 많지 않다. 입학식이나, 총학생회 출범식에 참석해 보면 참담한 수준이다. 동문회에서 많이 참석해 공간을 채우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저출산 문제로 인해 수많은 대학이 신입생 모집에 실패해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 대학 또한 안팎에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1960년대생들이 정년퇴임을 했거나 또는 정년을 바라보고 있는데, 동문회에서도 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입학 권유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 재학생들의 각종 행사에 동문들이 함께 참석해 침체한 학생회를 격려하고 다독이면서 눈앞에 놓인 과제부터 풀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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