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다시, 가족을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아름다운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간에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 생활을 위한 
초석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가족의 의미를 짚어보는 행사들을 지자체나 각종 기관, 기업 등에서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음악 감상을 하거나 서로에게 편지를 쓰는 등의 평범하면서도 함께해서 의미가 있는 행사들이다. 휴대전화가 보편화 되고 SNS 메시지가 일상화되면서 대면 소통의 기회가 적어진 것도 현실이다. 가족은 때로는 너무 가까워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할 때도 있고,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대화할 시간이 부족한 먼 존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을 맞이하면서 가족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또 가족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 방송대 학우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가족오락관과 주말의 명화
 
1984년부터 25년간 장수한 KBS 예능프로그램 「가족오락관」을 아시나요? 기자는 어린 시절, 부모님과 식사를 한 뒤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이 프로그램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가족오락관」은 연령대와 성별을 초월해 인기가 높았던 프로그램입니다. 국민 MC 허참의 맛깔나는 진행으로도 유명했는데, 양 팀의 점수가 ‘몇 대 몇’ 인지 소개하며 한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였죠. 
 
주말 밤이면 가족들이 둘러앉아 「주말의 명화」를 함께 봤던 기억도 납니다. 어렸을 때는 “얼른 들어가서 자라”는 말을 들었다가 좀 자라고 나서는 졸린 눈을 비비며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어른이 된 거 같아서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울고 웃으며 TV를 보시나요? 
 
오늘날 주변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개인 취향에 맞는 영상 콘텐츠들이 넘치다 보니 같은 공간에서 다른 채널로, 다른 콘텐츠를 향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는 어머니, 안방에서 유튜브를 보는 아버지, 방에서 OTT 플랫폼으로 영화를 보는 딸 등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릅니다. 1인 가구, 다문화 가족, 노인가구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함께 사는 가족도 같이 밥을 먹고 일상을 공유하는 게 어려워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70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40대의 방송대 동문은 “부모님과 살다 보니 생활에서 필요한 일 위주로만 대화를 하게 된다. 가스 경보기가 고장 나거나, 물이 새거나 하는 등의 해결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지,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나 개인적인 얘기는 걱정 하실까봐 말을 안 하게 된다”면서 “평일 저녁은 함께 먹을 때가 많지만 퇴근하면 혼자 방에서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같이 살 때는 모르던 부모님의 모습을 같이 여행을 갔을 때 발견하며 놀라기도 한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2020년 방영된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라는 tvN 드라마가 최고 시청률 5.4%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 안에서는 가족이지만 서로 성격이 너무 달라서, 혹은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소통하지 않아 서로 간에 쌓인 오해들로 멀어지고 상처를 주는 가족들의 모습이 잘 그려졌는데요. 시청률이 높았던 건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 덕도 있겠지만 가족에 대한 메시지가 공감을 일으켰기 때문일 겁니다. 
 
트럭 운전을 하다 어린아이를 다치게 한 아빠는 남몰래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돕는 선행을 하지만, 이를 안 엄마는 밖에서 딴 살림을 차렸다고 오해하면서 부부관계가 극한으로 치닫습니다. 뭐든지 똑 부러지는 냉철한 첫째 딸은 정도 많고 빈틈도 많은 둘째를 위한다며 직설적으로 충고를 하지만, 상처받은 둘째는 언니와의 절연을 선언합니다. 같은 엄마 아빠 밑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고 컸지만 사실 첫째는 아빠가 다르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는 등 가족이지만 서로 모르는 것이 많은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요. 
목소리만 들어도 뭘 원하는지 안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더 대화를 하지 않고, 오해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부자들은 가족들과 더 자주 식사한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의 부자들이 일반 대중(1억 원 미만 보유자)에 비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2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 746명, 1억 원~10억원 미만 보유자 1139명, 1억 원 미만 보유자 712명 등 총 2천59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 동안 가족과 함께 식사한 횟수를 물었을 때 부자는 ‘거의 매일’이 41%로, 주 3~4회가 27%로 나타났습니다. 부자 10명 중 7명이 주 3회 이상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반 대중은 가족과 식사를 거의 안 한다는 비율이 20%에 달했습니다. 가족과 식사를 거의 안 한다고 응답한 부자들은 9%에 그쳤답니다. 
 
개인 차이가 크지만 가족과 식사를 많이 하는 경우 주 7회 가량 식사를 하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같이 살더라도 아침의 경우 바빠서 함께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많고, 저녁의 경우 야근이나 학원 공부 등으로 또, 주말에는 각자의 약속으로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기자의 경우 주말 가족으로 주 2일을 함께하며, 주 5회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데, 함께 사는 가족 중에도 주 5회도 식사를 못하는 가족들이 많았습니다. 
방송대 학우분들은 가족과 1주일에 몇 회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시나요?
 
모든 관계의 시작은 가정에서부터
 
심리학 이론 등에 따르면, 모든 관계는 가족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가정은 첫 인간관계가 시작되는 장이기 때문에 아이가 부모와 관계를 맺고 가정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사회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는 기본 바탕이 되기에 중요합니다. 가족 관계에서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사람은 사회에서도 안정적인 관계를 설정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관계의 전문가 필립 라일리 교수는 자신의 책 『관계의 교실』(방송대출판문화원, 2023)에서 “부모와 자녀 간 상호작용 모델은 한 번 구축되면 지속되는 경향이 있으며 매우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모와의 관계에서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한 사람의 경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자신의 작동모델(환경, 자신 및 타인에 대한 내재된 규칙, 신념을 형성하는 모델)을 수정할 수 있지만, 불안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한 사람은 방어적 배제 등으로 인해 자신의 내적 작동모델을 고수하게 됩니다. 
 
또 이러한 내적 작동모델을 통한 애착 시스템은 평생에 걸쳐 우리가 스트레스, 피로를 느낄 때마다 작동합니다. 가정에서 형성된 관계가 일생에 거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아름다운 거리와 애착 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각기 아름다운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고슴도치처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가시가 있는데, 그 가시에 서로 찔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부모의 경우 자식의 가시도 품는 경우도 많지만 가족 간에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초석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방송대 학우들은 지금 가족과 얼마나 가까우신가요? 가족들과 적절한 거리에서 소통하며 건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계신지 점검해 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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