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올해 1월 공개한 「2023년 12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체류 외국인은 250만7584명으로 집계됐다. 한국 전체 인구의 4.89%에 해당하는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주배경인구가 총인구의 5%를 넘을 경우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인구감소 특히 노동인구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이민’이 정책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민정책학회가 지난 4일 순천향대에서 ‘인구위기 해소를 위한 지역중심 이민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6월 말까지 한국이민정책학회 학회장을 맡아 7월 4일의 학술대회를 기획한 문병기 교수(행정학과)를 만나 우리 사회에 성큼 다가온 ‘이민자의 시대’를 짚어봤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2022년 1월 한국이민정책학회장에 취임하셔서 올해 6월 말까지 학회장으로 활동하셨습니다. 2012이민정책행정연구회로 출발한 한국이민정책학회는 현재 약 500명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이민정책 연구 단체로 성장했습니다. 어떤 학회인가요
(사)한국이민정책학회는 2016년에 법인등록 및 창립총회를 마치고 정식으로 출범한 전국 규모의 전문 학술단체입니다. 제가 창립 발기인 중의 한 명이고, 제3대 회장을 지낸 것입니다. 우리 학회에서 발간하는 〈한국이민정책학보〉는 제 학회장 임기 중인 2023년에 이민 분야에서 국내 유일하게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학술지’로 인정받았습니다. 곧이어 한국연구재단 인정 등재학술지로 승격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7월 4일에는 ‘인구위기 해소를 위한 지역중심 이민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학회가 창립한 2016년 이후 개최한 학술대회나 포럼 그 어디에서도 ‘인구 위기 해소를 위한’이란 전제를 단 주제는 없었는데요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에서 더 떨어져 2023년에 0.72를 기록하는 등 OECD 국가 중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총인구 규모의 감소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구 구성비의 악화, 즉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더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이 추세대로 가면 사회·경제구조의 총체적 붕괴가 불가피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삶의 방식 자체에 대한
인식적 지평을 넓히며, 나아가

이민자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사회에 적용할 제도의 설계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다면 행정 전문가로서 ‘이민’이 과연 우리나라 인구 감소위기 감소에 어떤 방파제 역할, 나아가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신 걸로 보입니다
사실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0년 정도의 기간에 출생률 제고정책, 여성 고용률 제고정책, 노령인구 고용 확대정책 및 수도권 인구 분산정책 등 이른바 ‘인구감소 적응정책’을 꾸준히 시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그 어떤 정책도 현재 진행 중인 인구위기 및 지역소멸 위기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결론입니다. 결국, 남은 현실적 대안은 필요한 인구, 특히 생산가능인구를 국외로부터 보충하는 이민정책뿐입니다.

지난해 1월과 7월 그리고 올해 1월에도 ‘이민정책’을 놓고 방송대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셨는데요. 전문가 집단인 학회가 제시한 ‘이민정책’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행 방안들이 현재 정부나 국회에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그동안 학계에서 논의한 내용을 반영해, 가칭 ‘이민청’ 설립과 관련한 몇 개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출입국 및 이민관리정책에서 주무 부처라고 할 수 있는 법무부에서는 범정부적 이민정책 조정기능 실현방안을 담은 가칭 ‘출입국·이민관리청’ 조직설계안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난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고 신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저출생대응기획부’ 관련 논의도 2023년 1월 26일의 정부 연두업무보고회에서 이민분야 민간전문가 대표로서 제가 대통령께 “대한민국의 이민정책 거버넌스 구조 혁신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라는 취지의 직언을 드린 것이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올해 1월 ‘이민청 시대의 법제도 및 정책 혁신방안의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학술대회는 ‘이민청 시대’를 강조했습니다. 정부 일각에서도 이민청 이야기가 많은데, 오랜 시간 단일 민족으로 살아온 한국의 경우 ‘이민청’이란 단어가 생소할 수 있습니다. 이민청 설치가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까요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민 관련 정부 정책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유사·중복성에 의한 효과성 및 능률성의 저하입니다.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를 위시해 10개가 훌쩍 넘는 중앙부처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일관된 논리와 국가 전체 차원에서의 입체적 시각보다는 각자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진행되다 보니 매년 수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관련 예산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죠. 따라서 가칭 ‘이민청’ 설립을 통해 범정부 컨트롤타워 역할이 보완되면, 이민정책에 대한 국가 차원의 큰 그림이 제시되고 일사불란한 집행이 이뤄짐으로써 이민정책의 장기성과 입체성이 개선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지난 7월 4일 학술대회에서도 다뤘습니다만, 이민 문제의 핵심은 우리 사회의 ‘이민자 수용성’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사회의 이민자 수용성은 어느 정도며, 또 최대 과제는 무엇인가요
대한민국 국민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이민자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이중성 극복이 최대 과제입니다. 우리 사회의 이민자 수용성과 관련해 제가 직접 수행한 연구조사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는데요, 대한민국 국민은 이민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민자가 이웃이나 일가친척의 일원이 되는 데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더 나아가 이민자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 건설을 위한 재정의 확대 및 조세부담의 증가에는 적극 반대합니다. 좀더 성숙하고 멀리 내다보는 국민인식으로의 전환이 요망됩니다.

사실 이민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지금 전반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다문화가정’과도 밀접한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대에도 다문화가정 학우들이 있고요. 다문화가정이 지역사회에 잘 뿌리내리는 것이 이민 문제와도 직결되는 것 같은데요
다문화가정의 정착은 장기성, 전체성, 불가역성을 핵심적 특징으로 하는 이민정책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문화가정이 지역사회에 잘 조화되고, 국가의 성장과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이민정책과 관련 프로그램들이 좀더 진화해야 합니다. 특히, 이민 배경 2·3세대의 성장과 인재로의 육성은 한국의 국가미래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의제입니다. 지역공동체의 보다 적극적이고 입체적인 협조가 절실합니다.

인구감소 시대, 이민은 이제 하나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민자가 오고 있다’는 것은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데, 이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낯선 타자를 어떻게 맞아야 할까요
단기적·경제적 이익 위주로만 생각하지 말고, 건전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이민자들을 통합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습니다. 캐나다와 유럽연합의 선례에서 보듯이, 이러한 시각을 ‘상호문화주의(interculturalism)’라고 합니다. 즉, 일방적으로 우리 삶의 기존 방식에 동화되기를 강요하거나, 또는 인정과 관용을 강조하면서도 막상 병렬적인 공존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먼저 ‘긍정적 상호작용의 일상화’를 실천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삶의 방식 자체에 대한 인식적 지평을 넓히며, 나아가 이민자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사회에 적용할 제도의 설계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6월 말 학회장직을 마치셨는데요. 최근 관심사가 궁금합니다. 또 향후 계획이 있다면요
(사)한국이민정책학회의 정관에 의거해 현재 명예회장의 직위에 있습니다. 따라서 현직 회장 및 차기 회장과 함께 학회의 운영과 발전을 위해 계속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또한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고 관련 장관들과 함께 대한민국 정부의 주요 이민정책 방안을 협의하는 ‘외국인정책위원회’의 민간위원으로서, 대한민국 이민정책의 선진화를 위해 임기가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