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기의 문장’을 찾는 제50회 방송대문학상이 60여 일의 현상 공모를 통해 시, 단편소설, 에세이 세 부문에서 당선작을 내며 반세기에 걸친 문학적 유산을 이어갔다. 일과 학업, 가사를 병행하는 다채로운 삶의 궤적 속에서 써 내려간 학우들의 작품은,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배움에 대한 열정과 문학을 향한 순수한 집념이 만들어낸 것이어서 더욱 값진 결실이다. 제50회 방송대문학상 현상 공모전에는 시 160편, 단편소설 30편, 에세이 35편이 경쟁을 벌였다. △주제의식 △창조성 △실험성 △표현력 △구성력 등을 기준으로 삼아 9월 19~22일까지 심사를 진행했다. 이영주 시인(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 외부교수), 김종광 소설가, 신현욱 교수(영어영문학과)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삶을 일으켜 세운 치열한 언어 시 부문 당선작「눈물을 손에 쥘 수 있다면」으로 당선의 영예를 안은 강수지 학우에게 방송대에서의 공부와 글쓰기는 인생의 힘든 시기를 지나온 스스로를 구원하는 과정이었다. 2020년 제44회 방송대문학상 에세이 부문 가작 수상 당시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했던 강 학우는 이후 법학과로 전공을 바꿔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방송대 선택 이전에는 편협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방송대에 다니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또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배워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됐다. 자신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 제50회 방송대문학상에 도전했다는 그는 방송대문학상 수상 경력을 지녔던 터라 ‘어쩌면 당선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이렇게 전했다. “코로나 백신을 맞은 뒤로 계속 몸이 아파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저에게 이렇게 기쁜 소식이 오다니 참 행복하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건 방송대에서의 가르침과 좋은 사람들의 영향력 덕분이다. 특히 방송대 학보 〈KNOU위클리〉를 꾸준히 구독하면서 인생의 가치관과 방향이 좋은 쪽으로 많이 향상됐다.” 시 부문 심사를 맡았던 이영주 시인은 심사평에서 강 학우의 작품「눈물을 손에 쥘 수 있다면」의 당선 이유와 시적 성취를 이렇게 평가했다. “강수지 학우의「눈물을 손에 쥘 수 있다면」은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눈물을 손에/ 쥘 수 있다면/ 바둑돌을 만지는 기분일까요?’라는 첫 연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힘이 느껴졌다. 눈물이라는 액체성과 바둑돌이라는 고체성의 결합이 시적 상상력에 의해 새로운 감각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바둑을 두시던 생전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애도의 과정을 애틋하고 아련하게 표현함으로써 시적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함께 동봉된 다른 작품들도 그의 시적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단편소설]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끈질기게 이어간 서사의 마침표 「마모(磨耗)되는 것들의 연대(連帶)」로 단편소설 부문에서 당선의 영예를 안은 서민지 학우는 영어영문학과에 재학하면서 중어중문학을 복수전공하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10여 년간 머물다 돌아와 현재 IT 기업에 근무 중인 서 학우는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고민하던 중 방송대에 재학 중이던 지인이 ‘생업의 무게를 짊어지고도 배움의 숲을 거닐 수 있다’며 권유해 방송대에 진학했다. 문학상 응모 계기를 묻자 그는 “방송대문학상은 제가 매년 두드려야만 하는 숭고한 문이었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홀로 견뎌낸 시간들과 어둠 속에서 쏟아낸 제 외로운 문장들이, 마침내 세상과 맞닿을 수 있는 유일한 출구라 믿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서 학우의 당선작은 버려진 솜인형을 모티브로 삼아 오늘을 사는 청년들의 삶과 연대를 그려낸 작품이다. 그는 당선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소설 속 인형이 낡고 빛이 바랬음에도 두 우주를 연결하는 ‘고요한 닻’이 됐듯, 우리의 삶에 새겨진 생채기들 역시 단순한 흉터가 아니라 서로를 단단하게 붙잡아 매는 ‘연대의 매듭’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끊임없이 흔들리며 세상의 아픔을 체화하는 일과 같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차가운 사막 한가운데서 소외되고 마모돼 가는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따뜻한 문장들을 써 내려가겠다.” 심사를 맡았던 김종광 소설가는 그의 작품이 지닌 이채로운 설정과 강력한 문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하면서 당선을 축하했다. “당선작「마모되는 것들의 연대」는 시적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힘이 느껴지며, 잘 읽히기까지 한다. 인간이 아닌 사물이 화자인 우화소설답게, 풍자성이 강하다. 여섯 개의 장으로 이뤄졌는데, 인상적인 산문시 여섯 편을 합체해놓은 듯 문장이 매혹적이었다. 진부한 설정의 진부한 서사를, 참신한 설정의 이채로운 이야기로 탈바꿈시키는 강력한 문체였다. 가혹한 청년 노동의 실태를 이토록 멋있게 고발할 수 있다니! 멋있어서 더 비애스럽다. 적당히 무겁고 간간짭짤한, 통찰력 가득 담긴 잠언스러운 문장도 곳곳에서 빛난다. 확실한 작가로 성장해 남다른 창법을 많이 들려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에세이] 배움의 기쁨과 삶의 진정성이 만들어낸 진솔한 울림 에세이 부문 당선작「오십」의 주인공 신후덕 학우는 영어영문학과, 국어국문학과, 통계·데이터과학과를 거쳐 현재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며, 현업 심리상담사로서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대 선택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자율적인 선택이었다. 공부를 지속하고 있는 제 자신이 자랑스럽다. 처음 방송대를 선택했을 때는 배움에 대한 목마름인 줄 알았다. 그런데 공부를 계속하면서 깨달았다. 결국 공부의 목적은 ‘나 자신’, 즉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변화다.” 그런 그가 제50회 방송대문학상 에세이 부문에 응모한 것은 정말 우연이라면 우연이었다. 2026년 어느 이른 새벽, 잠에서 깬 신 학우는 자신이 곧 50세가 된다는 걸 알고 문득 마음이 헛헛해졌다. ‘여전히 너무도 미숙하고 어린아이 같은 채로 내가 쉰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런 신 학우에게 당선은 어떤 의미일까? “이번 수상은, 지난날을 버텨낸 저에게 조용히 손을 내밀어 준 다정한 위로이자 앞으로의 삶을 지탱해 줄 의미가 되어 줄 듯하다. 불안에 압도되기도 하고, 조급해지기도 하던 마음을 꾹꾹 누르며, 그 막막했던 미명을 홀로 견뎌낸 후에 이제는 좀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글을 써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사에 참여한 신현욱 교수는 신 학우의「오십」이 지닌 문장력과 디테일의 깊이를 높이 샀다. “당선작「오십」은 우선 많은 문장을 써온 훈련, 그러면서 습관에는 묶이지 않은 기율이 주목된다. 아직 딱 맞는 언어가 없어 속상하고 불편한 어린 시절에 대한 첫 대목의 서술, ‘아버지는 그냥 웃으시다 내 감정과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해석해 주었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들었고, 이해 없이 그것에 설득됐다’에 실린 여러 겹의 의미는 아름답다. 타인의 언어로 자신을 정립하던 어린 시절의 취약함, 그런데 그 타인이 아버지라는 든든한 ‘내 편’이어서 웃음과 안정감에 싸여 있던 세계에서 어떻게 자신의 언어와 세계를 찾아 확장·심화해 나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배움과 글쓰기가 선사하는 삶의 의미 반세기의 역사적 반열에 오른 방송대문학상은 단순한 학내 공모전의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다. 일터와 가정, 그리고 학교를 오가며 고단한 일상을 견뎌내는 학우들에게 문학상 도전은 스스로의 삶을 재해석하고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는 거룩한 통과의례다. 당선과 가작의 영예를 얻은 학우들, 그리고 깊은 밤 홀로 자신의 문장을 써 내려갔던 학우들 모두가 보여준 성취는 ‘배움과 문학에는 결코 늦은 때가 없으며, 방송대라는 배움의 터전 안에서 피어난 삶의 진정성은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힘이 된다’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해 준다.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문학을 향한 순수한 집념으로 반세기의 문학적 유산을 빛낸 방송대문학상 도전자들, 이들이 써 내려간 치열한 문장들은 오늘도 삶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학업과 공부를 이어가는 학우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 다음은 당선의 영예를 안은 강수지, 서민지, 신후덕 학우 인터뷰 전문이다. ● 시 부문 당선 강수지 학우(법학과 3) 제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영혼 없는 로봇처럼 막연하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애너벨 리」와 「검은 고양이」를 쓴 애드거 앨런 포처럼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제 영혼이 끝없이 갈등하며 존재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간단히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1979년 6월 25일은 저보다 먼저 태어난(살아있다면 마더 테레사가 됐을) 아기의 생일이지만, 제 생일이 됐습니다. 아버지께서 첫째나 둘째나 같은 부모가 낳았고 또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고 싶어 하셨기 때문이지요. 대입 검정고시 출신이고 공장을 다니다가 간호조무사로 근무했습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현재는 직장을 쉬고 있어요. 방송대에 진학한 데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전 제가 당연히 40세 전에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제 착각이었었나 봐요. 게다가 예지몽을 꾸시는 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제가 많이 부족한 아들을 낳을 거라고 하셔서 자존심이 많이 상한 적이 있어요. 우수한 여자들은 부시맨 같은 남편을 만나도 솔로몬 같은 아들을 낳는데 말이에요. 전 문학 소년이라도 만들어 보자는(아이가 싫다면 할 수 없지만) 허황된(?) 꿈을 안고 방송대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글 쓰는 어머니, 글 쓰는 아내’라는 타이틀, 멋지지 않나요? 2020년 제44회 방송대문학상 에세이 부문 가작을 수상했을 때는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이었어요. 지금은 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데요. 이번에 장르를 바꿔 새롭게 도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코로나 백신 부작용의 영향이 컸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독감주사를 맞고 사경을 헤맨 일이 생각나더라고요. 국어국문학과는 나를 위한 글쓰기였지만, 법학과에서는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있어요. 법학이란 어렵고 까다로운 학문이 아니라, 만화책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요. 저와 같은 서민들도 법학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시인은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어서 시 부문에 도전하게 됐답니다. 방송대를 선택한 일에 대해 잘했다고 생각하는지요? 방송대 선택 이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방송대 선택은 참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독단이나 독선에서 벗어나 넓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게 해주니까요. 방송대 선택 이전에는 편협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방송대에 다니면서 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또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배워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닫게 됐습니다. 제50회 방송대문학상에 응모하신 계기도 궁금합니다. 제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영혼 없는 로봇처럼 막연하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애너벨 리」와 「검은 고양이」를 쓴 애드거 앨런 포처럼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제 영혼이 끝없이 갈등하며 존재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혹시 수상할 거라고 예상했는지요 음, 조금요. 하지만 시를 쓰는 과정이 참 행복했습니다. 응모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전혀요. 평소 머릿속에 구상해 뒀던 시들이 많아서요. 몇 시간 동안 5편을 쓰고 하루 만에 완성했습니다. 노트북이 고장 나는 바람에 애를 좀 먹었지만요. 문학상 응모 전에도 ‘시’를 쓴 경험이 있는가요? 글쓰기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와 함께 시를 쓰곤 했어요. 아버지께서는 ‘나’를 주제로 한 자작시를 자주 짓곤 하셨는데 세상이 날 알아주지 않는다며 쓰레기통에 버리셨어요.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초등학교 때 문예반이었는데, 문예 선생님께서 조언을 많이 해 주셨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희곡을 써서 공연한 적도 있어요. 그밖에 글쓰기 공부는 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네요. 하지만 전 머릿속에 구상한 문학적 내용을 일필휘지로(잘 쓴 글이든, 못 쓴 글이든) 쓸 수 있어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문학적 구상이 있다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텔레파시와 진심에 관해서 쓰고 싶어요. 예전에는 나를 위한 글쓰기, 나의 이상형, 나의 야망 이런 이기적인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역시 제일 소중한 건 진실한 사람이더군요.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이렇게 부족한 제가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 덕분에 아름다운 글을 쓰게 됐네요. 독서를 싫어하는 분들도 매혹시킬 수 있는 그런 시를 쓰고 싶어요. 상금은 어디에 사용할 계획인가요 글쎄요, 백수라서 생활비로 쓰게 되지 않을까요?(웃음) ● 단편소설 부문 당선 서민지 학우(영어영문학과 4) 이야기를 짓는 내내 주인공인 작고 낡은 솜인형에 깊이 동화돼 참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원고를 다듬느라 수천 번은 족히 읽었을 거예요. 상처받고 마모되어 가는 존재의 고독을 온전히 나의 살갗으로 체화해야 했던 그 짙은 감정의 격랑이, 이 소설을 쓰며 겪은 가장 고단하고도 아름다운 산고(産苦)였습니다.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다면요 이방인으로서 동남아시아의 뜨거운 몬순을 10여 년간 맨몸으로 통과해 왔습니다. 타국에서의 낯선 시간들은 제 삶의 질감을 한층 깊게 만들어준 고단하고도 아름다운 자양분이었습니다. 지금은 IT 기업의 모니터 불빛 앞에서 묵묵히 현실의 밥벌이를 직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안에는 늘 활자와 배움을 향한 지독한 갈증이 고동치고 있었습니다. 그 짙은 목마름을 달래고자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도 학업에 매달렸고, 감사하게도 성적우수 장학금이라는 다정한 격려도 곁에 머물렀습니다. 배움은 늘 저를 무대 위로 이끌었습니다. 영어영문학과의 ‘잉글리시 페스티벌’에서 매년 제 언어의 보폭을 넓혀왔고, 복수 전공인 중어중문학과의 총장배 전국어학경시대회는 제 한계를 허무는 치열한 축제였습니다. 서울 뚝섬역 대강당 무대에서 개최된 2024년과 2025년 대회에서 연이어 본선의 문턱을 넘고, 마침내 중급 부문 우수상을 거머쥐며 그 넓은 무대 위 마이크 앞에 섰던 순간의 벅찬 떨림은 여전히 제 맥박을 뛰게 합니다. 다가오는 10월 말, 고급 부문이라는 더 깊은 바다로 뛰어들기 위해 지금도 매일 저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습니다. 방송대 진학에는 어떤 계기가 있는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치열한 생존의 최전선에 있었습니다. 해외 바이어들과 수없이 말을 섞으며 사업을 이끌었지만, 실전의 매끄러운 언어 이면에는 늘 문법이라는 단단한 뼈대에 닿고 싶다는 본질적인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일상의 사막을 걷던 중, 마침 방송대에 재학 중이던 지인이 “생업의 무게를 짊어지고도 배움의 숲을 거닐 수 있다”라며 저를 이끌어 주었습니다. 직접 그 좁고도 환한 길을 걸어본 이의 추천이야말로, 제 삶의 궤도를 바꾼 가장 선명한 나침반이 됐습니다. 영어영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데, 졸업 선물을 미리 받은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네, 중어중문학을 복수전공하느라 5학년의 시간을 걷고 있습니다. 곧 다가올 졸업을 앞두고 제 청춘의 한 장(場)을 닫는, 가장 낭만적이고도 찬란한 책갈피를 선물 받았습니다. 실은 제 삶의 묵직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세상의 다양한 학문들을 온몸으로 섭렵하는 방송대 학위 컬렉터가 되는 것입니다. 이번 방송대문학상 수상은 그 길고 고독한 순례의 길에서 저를 주저앉지 않게 밀어주는 다정한 순풍이 됐습니다. 이 따뜻한 온기를 가슴에 품고, 앞으로도 앎의 조각들을 하나씩 차곡차곡 주워 모아보려 합니다. 그때 방송대를 선택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누군가 제게 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제 삶을 관통한 최고의 선택이라 답할 것입니다. 훗날 더 깊은 사회인으로 뿌리내려 방송대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꿀 만큼, 제게 이곳은 배움의 성소(聖所)입니다. 가장 경이로운 것은 단연코 전국 최고라 자부하는 수업의 밀도입니다. 예컨대 중국어 출석수업의 풍경은 그야말로 치열한 언어의 제련소 같습니다. 두 과목을 연달아 듣는 날이면,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탁하게 쉴 때까지 6시간 내내 한 명씩, 한 줄씩, 분단 별로 짝을 지어 쉼 없이 중국어를 뱉어내게 하십니다. 미세한 혀끝의 떨림까지 짚어내어 기어코 정확한 성조를 찾아주시는 그 지독하리만치 섬세한 헌신. 이토록 육중한 진리의 시간을 한 학기 34만 4천 원이라는 겸허한 대가로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선 기적 같은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제50회 방송대문학상에 응모한 계기도 궁금합니다 방송대문학상은 제가 매년 두드려야만 하는 숭고한 문이었습니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홀로 견뎌낸 시간과 어둠 속에서 쏟아낸 제 외로운 문장들이, 마침내 세상과 맞닿을 수 있는 유일한 출구라 믿었기 때문이죠. 지난 몇 년간 수상작들의 행간을 쓸어내리며, 세상의 온도를 어떻게 담아내야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을지 수없이 되묻으며 치열하게 저 자신을 비워냈습니다. 이번 50회 공모를 앞두고 여러 부문 중복 응모가 가능한지 묻고자 방송대 출판문화원에 조심스레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담당 선생님의 다정한 안내와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라는 짧은 한마디가 제 마음에 잔잔하지만 깊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 따스한 음성에 부응하고 싶어, 저 역시 누군가의 얼어붙은 마음을 덥혀줄 온기 어린 문장들을 지어 올렸습니다. 원고를 띄워 보내고 다시 전화를 드렸을 때 건네주신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인사 역시 제겐 잊지 못할 다정한 위안으로 남았습니다. 혹시 수상할 거라고 예상은 했나요 당선을 확신했다기보다는, 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아야 할 가장 완벽한 때가 왔다는 강렬한 직감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단편소설은 다른 신춘문예를 위해 오랜 시간 차가운 하드디스크 깊은 곳에 숨죽여 아껴두었던 문장들입니다. 하지만 50주년이라는 찬란하고도 상징적인 시간을 마주했을 때, 반세기의 역사를 품은 이 문학상이라면 제가 쓴 낡고 오래된 슬픔의 연대기를 기꺼이 품어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비로소 그 닫힌 폴더를 열 때가 도래했음을 깨닫고 제 안의 묵직한 확신을 묵묵히 따랐으며, 감사하게도 그 믿음은 당선이라는 눈부신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작품을 응모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이야기를 짓는 내내 주인공인 작고 낡은 솜인형에 깊이 동화돼 참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원고를 다듬느라 수천 번은 족히 읽었을 거예요. 다음 문장의 토씨 하나까지 입안에서 맴돌 만큼 서사를 훤히 꿰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활자를 짚을 때면 매번 속수무책으로 문장들이 시야에서 하얗게 번져나갔습니다. 상처받고 마모되어 가는 존재의 고독을 온전히 나의 살갗으로 체화해야 했던 그 짙은 감정의 격랑이, 이 소설을 쓰며 겪은 가장 고단하고도 아름다운 산고(産苦)였습니다. 문학상 응모 전에도 ‘소설’을 쓴 경험이 있는지요? 글쓰기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한국인이 거의 없는 낯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떠돌며, 차별과 서러움이라는 날 선 폭력에 홀로 베여야 했던 밤들이 많았어요. 마음이 쉴 곳을 잃어 까마득한 벼랑 끝에 선 기분이 들 때마다, 저는 소리 없이 울며 어둠 속에서 차가운 키보드 자판을 두드렸습니다. 깜빡이는 커서를 따라 빈 모니터 화면 위로 제 안의 상처들을 토해내듯 타자를 쳐 내려갔습니다. 당시의 제게 글쓰기는 거친 세상으로부터 저를 지켜내는 유일한 방패이자, 생존을 향한 데스노트와도 같았어요. 전자책이나 동영상 강의조차 닿지 않던 느린 인터넷의 고립 속에서, 저는 오직 내면의 잉크에만 기대어 일기, 에세이, 소설, 동화, 가사, 시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제 안의 파도들을 미친 듯이 쏟아냈습니다. 그 캄캄했던 결핍의 시간들이 역설적이게도 저를 글 쓰는 사람으로 길러낸 단단한 요람이 된 것 같아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문학적 구상이 있다면요 이번 수상작의 좁은 세계에 웅크려 있는 이야기의 외연을 조금 더 뻗어 나가게 하고 싶습니다.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는 길거리에 유실돼 진흙을 뒤집어쓴 다른 인형 친구들에게도 저마다의 절박하고 애달픈 서사가 맥박치고 있을 테니까요. 제 마음 한편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그 작고 버려진 존재들에게 기꺼이 목소리를 빌려주어, 마모되는 것들을 위한 스핀오프 형태의 후속 이야기들을 지어볼 계획입니다. 상금은 어디에 사용할 계획인가요 내년 2월, 영어영문학의 숲을 빠져나오면 3월에는 곧바로 방송대의 또 다른 낯선 학과로 재입학할 예정입니다. 당선 상금은 그 새로운 지적 항해를 위한 든든한 뗏목, 즉 등록금으로 온전히 사용할 계획입니다. 방송대의 품이 너그러워, 상금만으로도 새 학과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너끈히 감당하고도 남습니다. 참으로 경이로운 선물입니다. 영어와 중국어학이 제가 오랜 시간 익숙하게 걸어온 오솔길이었다면, 내년에 마주할 학과는 완전히 낯선 미지의 대륙입니다. 그 낯선 세계에서 흡수하게 될 다양한 지적 자양분은 훗날 제가 써 내려갈 이야기의 새롭고도 다채로운 서사의 재료로 다시 피어날 테니까요. 이 값진 상장을 나침반 삼아, 새로운 학문의 바다를 향해 돛을 활짝 펴고 치열하게 나아가며 정진하겠습니다. ● 에세이 부문 당선 신후덕 학우(법학과 4) 에세이 부문 주제가 ‘50’이었고, 마침 저와 동갑인 문학상이라 꼭 글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벌써 50회째를 맞이한 방송대문학상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50년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내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이런 뜻깊은 기회를 꾸준히 이어오고 계신 것 자체에 깊이 감사드려요. 거창한 계기라기보다는, 글 한 편을 온전히 완성하고 제출하는 그 전 과정을 직접 겪어보고 싶었습니다. 간단히 자신을 소개해주기 바랍니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2009년 방송대에서 영문학과 국문학을 공부했습니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상담학 석사(2013년)와 박사 학위(2022년)를 취득했고, 필요에 따라 통계학도 전공했습니다. 지금은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며, 현업은 심리상담사입니다. 방송대에 진학한 계기는요 처음엔 영어를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훌륭한 교수님들의 명강의를 접하다 보니 어느새 깊이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특히 영어영문학과의 김문수·신현욱 교수님, 국어국문학과의 고성환·이상진 교수님, 통계·데이터과학과의 장영재 교수님과 새로 부임하신 젊은 교수님들, 그리고 청소년교육복지상담학과의 하혜숙 교수님 수업을 정말 좋아했어요. 한참 전에 졸업했음에도 지금껏 영어 산문 수업을 타과 수강생으로 듣곤 합니다. 현업이 바빠 성적 관리를 제대로 못 해 늘 죄송한 마음이지만요(웃음). 다시 들을 때마다 새로운 면을 배우게 되어 참 좋아요. 20세부터 80세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소통하는 따뜻한 공간이고, 교수님들이 학생을 향해 보여주시는 배려와 온정을 느끼며 큰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데, 법학과 이전에 여러 학과에서 공부하셨군요 상담을 하다 보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많은 경우 그 사람의 전공은 삶과 직결돼 있습니다. 삶은 곧 언어입니다. 내담자들의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었던 마음이, 제가 계속해서 새로운 학문의 문을 두드리게 된 이유입니다. 요즘은 다양한 채널에서 지식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저는 좀 더 정제되고 안정적인 경로로 깊이 있게 지식을 습득하고 싶었어요. 정제된 강의를 병행하며 작품과 지식을 마주하는 것은 방송대만의 차별성이자 학생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방송대 선택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다면요 네, 방송대 진학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자율적인 선택이었고, 공부를 지속하고 있는 제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처음 방송대를 선택했을 때는 배움에 대한 목마름인 줄 알았습니다. 방송대 편입 후 졸업한 덕분에 대학원에 진학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도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요. 그런데 공부를 계속하면서 깨달았어요. 결국 제 공부의 목적은 ‘나 자신’, 즉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변화입니다. 제50회 방송대문학상에 응모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에세이 부문 주제가 ‘50’이었고, 마침 저와 동갑인 문학상이라 꼭 글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벌써 50회째를 맞이한 방송대문학상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의 ‘50년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내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이런 뜻깊은 기회를 꾸준히 이어오고 계신 것 자체에 깊이 감사드려요. 거창한 계기라기보다는, 글 한 편을 온전히 완성하고 제출하는 그 전 과정을 직접 겪어보고 싶었습니다. 혹시 수상할 거라고 예상했나요 지난해 응모작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몰랐고,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어요. 당선이라는 결과가 너무 신기하기도 합니다. 당선이 안 됐다면 저 혼자만의 조용한 일화로 남았을 것입니다. 사실 에세이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문학 장르다 보니, 글쓰는 데 딱히 어려운 것은 없지만 바로 그런 이유에서 깊이와 넓이를 측량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 응모를 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에세이는 자기가 던진 화두에 스스로 응답해야 하는 묵직한 작업인 동시에 지극히 사적인 글쓰기입니다. 쉰이 되도록 마음속 글의 가닥이 잡히지 않아 한참을 부대끼며 곰곰이 들여다보니, 제가 그동안 삶의 언저리에 아슬하게 걸쳐 있을 뿐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직면하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전에도 ‘에세이’를 쓴 경험이 있나요? 글쓰기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요 글을 외부에 공개하고 공모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저를 아껴주시는 분들이 늘 “에세이스트가 되어보는 건 어떻겠냐”라는 말씀을 해주시곤 했습니다. 대단하게 글쓰기 공부를 했다기보다는, 이리저리 일기처럼 메모를 남기곤 했습니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어휘나 표현, 문장을 발견하면 이곳저곳에 적어두었죠. 그것들을 한곳에 모아두거나 다시 읽어보진 않았습니다. 대부분 잊혔겠지만, 돌이켜보니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 파편들이 저마다 알아서 글의 얼개를 갖춰나갔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문학적 구상이 있다면요 AI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우리이기에, ‘신성한 노동’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효율로 계산되는 노동이 아니라,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시선으로 노동을 해석해 보고 싶습니다. 상금은 어디에 사용할 계획인가요 상금은 잘게 나눠 어른들께 용돈도 드리고, 최근 새로운 일을 시작한 친구의 가게 정원에 말간 작약과 장미를, 마음 결이 좋은 친구에겐 화장품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묵묵히 제 곁을 지켜준 친구들에게 커피 쿠폰도 좀 쏘고, 저를 위해서는 몇 권의 책을 사거나 어학에 투자하고 싶어요.
304호최익현2026-10-02 10:23
강의와 교재 제15강에서 다룬 영화 「소림축구」의 작품 전체를 보고, 등장인물 중 가장 공감이 가는 인물을 골라 그 인물에게 편지를 쓰시오. 편지에는 다음의 내용을 포함하시오. (2,500±500자)(30점) 1. 대상인물을 중심으로 극중 스토리를 서술할 것. 2. 대상인물의 중심행위를 찾고 그 행위를 하게 된 이유, 갈등, 아픔을 서술할 것. 3. 그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발생할 것 같은 상황을 서술할 것. 4. 만약 자신이 같은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서술할 것. 5. 남들에게는 바보처럼 보일지언정 자신이 꾸었던, 혹은 지금 꾸고 있는 꿈이 있다면 그 꿈에 대한 이야기를 대상인물에게 들려줄 것. 「현대중국 연극영화 감상」은 예술체험을 가장 주된 목표로 삼는 과목이다. 본 과제는 강의와 교재 15강에서 다루는 영화 「소림축구」의 전체 작품을 보고 이에 대한 감상문을 편지글 형식에 담아내는 과제다. 관련 작품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다. 세부 요구사항 1. ‘대상인물을 중심으로 극중 스토리를 서술할 것’과 2. ‘대상인물의 중심행위를 찾고 그 행위를 하게 된 이유, 갈등, 아픔을 서술할 것’은 작품을 다 보고, 작품의 핵심을 잘 파악했는가를 살펴보기 위한 항목이다. 영화의 스토리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이고, 인물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의 탈과 아픔’을 파악하는 것이다. 한 인물의 아픔과 탈, 결핍은 그 인물을 행동하게 만드는 추동력이 된다. 추동력을 갖춘 인물은 행동하고자 하지만 이를 막아서는 방해요소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다. 그리고 작품은 갈등을 통해 주제를 전달한다. 따라서 본 과제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작품 전체를 다 읽고 작품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세부 요구사항 3. ‘그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발생할 것 같은 상황을 서술할 것’, 4. ‘만약 자신이 같은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지 서술할 것’과 5. ‘남들에게는 바보처럼 보일지언정 자신이 꾸었던, 혹은 지금 꾸고 있는 꿈이 있다면 그 꿈에 대한 이야기를 대상인물에게 들려줄 것’은 작품을 자신의 삶과 연계해 읽어내는 훈련을 위한 항목이다. 이를 위해 등장인물에 대해 제약을 두지 않고 각자 인물을 선택하도록 출제했다. 또 좀더 편안하게 자신의 사유와 감상을 적어낼 수 있도록 편지글의 형식을 택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은 학습의 효능을 제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 과제의 경우 AI를 사용하면 작품 분석과 글쓰기의 학습경험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에 생성형 인공지능 사용은 허용하지 않는다. 사용이 확인될 경우 표절로 간주한다. 이번 과제를 통해 학우들이 예술과 삶을 연계해 읽어내는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본 과제에는 이 밖에도 형식적인 요구사항들이 있다. 이는 글쓰기 훈련을 위한 세부 요구사항이다. 아래아한글(hwp) 또는 MS-워드(doc) 파일로 작성해야 한다. PDF 파일은 허용하지 않는다. 분량은 2,500±500자이며, 띄어쓰기 공백을 포함하고, 문제는 포함하지 않는다. 글자크기는 10~11포인트, 행간은 160%로 편집해야 한다. 한글을 사용해 완전한 문장으로 서술하고, 편지글의 형식과 맞춤법 및 문단 나눔을 잘 지켜야 한다. 도표, 그림, 동영상 등은 포함시키면 안 된다. 일부 학우들은 이를 지엽적인 요구사항으로 생각하고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과제의 첫걸음이다. 본 과제가 요구하는 형식은 가장 일반적인 문서 작성 포맷이므로, 대학교육에서 반드시 숙지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분량기준에 따라 글 분량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지식은 정련되고 사유는 깊어진다. 따라서 좋은 점수를 획득하고자 한다면 형식 요구사항은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항이다. 표절로 판명될 경우 엄격한 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과도한 욕심을 내는 것보다는 수업 내용을 잘 참고해 소박한 자신의 말로 적는 것이 좋은 점수를 획득하는 지름길이다. 장희재 방송대 교수·중어중문학과
304호2026-10-05 00:10
방송대(총장 김종오)가 2027학년도 봄학기 대학원 박사과정 신입생을 모집한다. 모집 학과는 사회복지정치학과, 에듀테크학과, 평생교육학과 등 3개 학과이며, 모집 인원은 총 30명 규모다. 국내외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자(2027년 2월 취득 예정자 포함) 또는 법령에 의해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인정된 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원서 접수는 2026년 10월 20일(화) 오전 9시부터 11월 10일(화) 오후 6시까지 대학원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진행된다. 대학원 졸업(예정)증명서, 성적증명서, 경력·재직증명서 등 제반 첨부서류(증빙서류)는 지원서 접수 마감일인 11월 10일 등기우편 소인분까지 인정해 접수한다. 전형 과정은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전형으로 이뤄진다. 1차 서류전형은 대학원 성적과 자기기술서(지원 동기, 연구 관심 분야, 연구 계획, 연구 성과 활용 계획 등)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학과별 모집 배정인원의 300% 이내에서 1차 합격자를 선발한다. 1차 합격자는 12월 11일(금) 대학원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2차 면접전형은 12월 19일(토)부터 12월 20일(일)까지 학과별로 진행되며, 지원자의 연구 역량과 자질을 검증하게 된다.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점수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며, 발표는 12월 31일(목) 오전 11시다. 결원 발생 시 2027년 2월 중 추가 합격자를 순차적으로 발표 및 등록 처리할 계획이다. 전형료는 5만5천 원(2단계 전형료 1만 원 포함)이며, 국가보훈대상자 및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에게는 추후 전형료 일부 감액 혜택을 제공한다. 이관용 대학원장은 “박사과정 출범은 방송대가 연구중심 원격 고등교육기관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원격교육 인프라와 학술 연구 지원 체계를 바탕으로 전문 연구자를 양성하고자 한다. 방송대의 이름으로 첫 박사 학위자가 배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입학전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대학원 홈페이지 공고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304호최익현2026-10-02 11:18
“‘각방’ 씁니다(웃음). 책을 거실에 쌓아뒀더니, 남편이 편하게 공부하라고, 신혼 때 산 3단 서랍을 개조해서 책상을 만들어주더라고요. 남편한테 제일 많이 한 말이 ‘TV 끄고 책 좀 봐!’였는데, 집을 넓혀 이사하면서 제 방이 생겼어요. 저는 제 방에서, 남편은 남편 방에서, 대학원생 아들은 아들 방에서, 이렇게 ‘각자 공부방’ 생활을 하고 있어요.” 2024년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윤명희 학우는 사실 방송대와 인연이 있다. 1994년 교육학과에 입학했는데,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공부는 흐지부지됐다. 시어머니를 간병하던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점점 나이는 들어가고, 골병이라도 들면 뭘 해야 할지 고민됐다. TV를 틀면 나오던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가수 임영웅 ‘덕질’도 해봤지만, 허전했다. 가만히 돌아봤다. 젊었을 때 해보고 싶었던 건 뭐였을까? 바로 공부였다. 그렇게 30년 만에 다시 방송대로 돌아왔다. 30년 만에 돌아온 방송대 다시 시작한 공부는 너무 재밌었다. 사회복지라는 학문이 언제부터, 왜 생겨났는지 초창기 역사부터 배우니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냥 지나쳤던 일들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다. 윤 학우는 “참치캔 뚜껑이 날카로워서 베일 위험이 늘 있었는데, 최근 포일로 바뀌었죠. 처음부터 구조적으로 안전하게 할 수 있었던 건데, ‘사용자가 부주의해서 다쳤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1학년 2학기에 1학년 대표로, 2학년 때는 강원지역대학 사회복지학과 학생회장으로 봉사했다. 사회복지학과가 1~4학년 ‘완전체’가 됐던 해인데, 2학년에서 학생회장이 나온 건 유례가 없던 일이었다. 현재는 강원총학생회 교무부총으로 봉사하며 학생회와 학과 활동도 열심이다. 특히 고령 학우들에 마음이 간다. 시도 때도 없이, 자정 가까운 시간에도 전화가 울리는데, 열 개를 설명해서 하나라도 알아들으시면 행복하다. 남편 이승춘 학우는 작년 가을에 같은 학과 1학년으로 입학해 세 번째 학기를 맞았다. 아내 윤 학우가 ‘낮술’로 꼬셨다. 사회복지학과 마중물 호프데이가 열리는 날, 남편에게 용돈 10만원과 맥주 무제한권을 선사하겠다며. 운전이 서툰 아내를 위해 어디든 기사를 자처하는 이 학우는 호프데이에서 사회복지학과 교수님들을 만났고, 이후 특강에 종종 참석하며 “언론에서 나오는 세상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이 학우는 “전혀 감이 안 잡히는 과제는 강의를 다시 듣고 생각하다 보면, 처음에는 별이나 달처럼 멀리 느껴졌던 것들이, 지상 어디쯤, 산 꼭대기쯤으로 내려온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 조금만 올라가면 되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라며 웃었다. ‘아내 찬스’도 적극 활용하면서, 문화체육국장으로 봉사도 하고 있다. 부부는 사회복지학과 교수진에 대해 “유범상 교수님은 굉장히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면서도 가장 친근한 형 같은 느낌으로 농담도 해주시고, 인지훈 교수님은 정이 많은 게 느껴지는데, 약간 ‘교회 오빠’ 같은 스타일이에요(웃음). 에너지 넘치는 강상준 교수님도 너무 좋고요”라며 웃었다. 독서가 선물한 가정의 평화 책 읽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교수님들이 권해준 책들은 전부 구매했다. 윤 학우에게는 유범상 교수가 쓴 『세상을 묻는 너에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남아 있다. 두더지 아빠가 딸에게 역사를 알려주는 책인데, 아들이 어렸을 때 이렇게 역사를 알려줬더라면, 더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도 했다. 독서는 데면데면했던 아들과의 관계도 회복시켜 줬다. 아들의 피아노 연주회에 갔는데, 막 『선배시민』과 『행복계약을 맺은 사람들』을 감명 깊게 읽은 뒤였다. 연주회에서 만난 아들 친구들과 책에 있는 내용을 나누면서 한 시간을 넘게 대화했는데, 그 모습을 본 아들이 “엄마, 내 친구들하고 무슨 이야기 했어?”라고 궁금해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했지 뭐”라는 답변에 아들은 “걔네들이 자기 부모님하고도 한 시간 대화를 안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래?”라며 더 의아해했다. 아들 친구들과 나눴던 책 이야기를 들은 아들은 “와, 엄마 진짜!”라는 감탄사와 함께 지금은 엄마의 과제물을 챙기고, 교수님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는 등 대화가 풍성해졌다. 부자 관계도 ‘평화’로워졌다. 정치 성향부터 여러 부분에서 생각하는 게 서로 달랐던 아버지와 아들은 윤 학우의 표현을 빌리면 ‘면도날과 면도날이 부딪히는 것처럼‘ 다투곤 했는데, 요즘은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대화한다. 가끔 이 학우의 언성이 높아갈 때면, 아들이 “아빠, 이럴 때 힘들지? 나랑 싸울 것도 아니잖아”라며 먼저 굽히고 들어온다. 그러면 이 학우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부드럽게 달라진 남편과 살가워진 아들이라는 새로운 풍경을 보는 윤 학우는 흐뭇하다. 나란히 공부하고 있는 부부에게는 선배시민협회 강원 지부 설립이라는 꿈이 있다.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주축이 돼 전국적으로 선배시민협회 지부가 형성 중인데, 강원 지역에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부부는 강원지역 학우들 그리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아내가 가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함께하는 ‘사랑꾼’ 남편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춘천=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304호윤상민2026-10-01 11:13
두려웠던 프로그래밍과의 첫 만남에서 키워낸 과감한 도전으로 기후와 인공지능을 잇기까지 방송대 신임교원으로 연구실 문에 걸린 컴퓨터과학과 명패를 마주하면 벅찬 설렘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방송대의 새로운 가족이 됐다는 사실은 제게 더없이 큰 영광입니다. 사실 제가 강단에 서기까지의 여정을 돌아보면, 잘 짜인 계획표대로 순탄히 걸어온 길은 아닙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던 문과생이었던 저는,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큰 결심을 하고 전공을 바꿔 IT와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정보시스템학과로 새롭게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문과생의 시선으로 마주한 프로그래밍의 세계는 거대한 벽과 같았습니다. 낯선 코드와 끝없이 쏟아지는 에러 메시지 앞에서 ‘내가 정말 이 길을 갈 수 있을까?’,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지며 한동안 깊은 방황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길을 헤매던 학부 시절, 제 인생의 가장 결정적인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여러 갈림길 사이에서 방황하던 저를 눈여겨보시던 교수님께서 건네주신 한마디에 이끌려 학부 연구생 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연구실 들어와서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 딱 하나, 냄새나니까 라면만 끓여 먹지 마라”라고 말씀하시며, 어떤 엉뚱한 아이디어와 실패도 용인해 주시던 지도교수님 덕분에 두려움 없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막막했던 데이터와 코드는 점차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왔고, 그 열정을 동력 삼아 박사과정까지 단숨에 내달릴 수 있었습니다. 박사과정을 마친 뒤 KIST와 KAIST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딥러닝 기술을 기후학에 적용하는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지구과학과 기후는 처음 접하는 생소한 분야라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했지만, 동료 연구자들의 아낌없는 나눔과 가르침 덕에 새로운 환경에 온전히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KIST에서 처음으로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날씨 예측 모델을 개발했을 때 팀원 모두가 기뻐하며 축하해주던 순간은 지금까지도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문학에서 정보시스템학으로, AI에서 기후 연구로 끊임없이 낯선 영역에 부딪혀봤기에, 저는 새로운 기술 앞에 선 방송대 학우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생성형 AI와 인공지능 기술의 흐름 속에서, 많은 분이 기대와 동시에 막연한 부담감을 마주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기술 변화의 속도를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비전공자이고 코딩도 어려운데 AI를 배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목소리를 자주 접합니다. 하지만 저는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공지능은 두려워해야 할 거대한 장벽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잠재력을 몇 배로 확장해 줄 가장 든든한 도구이자 파트너일 뿐입니다. 저 역시 낯선 기술 앞에서 수없이 방황했었기에, 여러분이 느끼는 그 막막함의 무게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방송대 컴퓨터과학과 강단에서, 학우 여러분이 급변하는 기술의 흐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 있게 AI를 마주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복잡한 수식에 갇히기보다 각자의 일상과 직무 현장에서 AI를 강력한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나누겠습니다. 지도교수님과 동료 연구자들이 제게 학문의 문을 열어줬듯, 저 역시 탄탄한 강의와 연구를 통해 여러분의 배움에 든든한 디딤돌이 되겠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출발선이 어디였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배움을 향해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였습니다. 낯선 기술 앞에서의 막연한 두려움을 배움의 설렘으로 바꾸는 용기를 가지고, 여러분만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304호2026-10-04 12:26
오르막길 앞에선 팔에 힘이 빠지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그 순간, 뒤에서 말없이 휠체어를 밀어주고 옆에서 함께 뛰어준 동료 학우들이 있었다. 제12회 ‘I Love 방송대 마라톤’ 대회 5km 코스를 열 살 딸과 함께 완주했다. 30대 때 휠체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상을 받은 경력이 있었기에 대회에 나가기로 마음먹었을 때만 해도 5km쯤이야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체중의 변화 때문인지, 휠체어에 몸을 싣고 달리는 5km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평지에서는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었지만, 오르막길 앞에서는 팔에 힘이 빠지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그 순간, 뒤에서 말없이 휠체어를 밀어주고 옆에서 함께 뛰어 준 동료 학우들이 있었다. 그들의 손과 발 그리고 응원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결승선을 밟지 못했을 것이다. 한 달 동안 딸과 함께 새벽이고 저녁이고 시간을 내어 연습했던 기억도, 돌아보면 마라톤 그 자체보다 더 값진 시간이었다. 스물일곱 살 되던 해, 낙상 사고로 척수경막내출혈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날 이후 내가 그리던 학업도, 그동안 이어 오던 생계도 모두 내려놓아야 했다.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억울했다. 여전히 공부하고 싶었고, 일하고 싶었다. 먼저 일을 시작했지만, 정작 공부는 어디서부터 다시 붙잡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딸이 태어나고, 아이를 가르치고 이끌어야 하는 순간마다 부족한 학력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아이 앞에서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방송대를 만났다. 일하면서도, 육하하면서도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 온 장애인 복지를 전공으로 배울 수 있어 매일이 행복했다. 나는 방송대가 마라톤과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버거운 길도 여럿이 함께라면 끝까지 걸어갈 수 있고, 몇 등으로 들어왔는지보다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는지가 훨씬 더 소중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화면 너머로 만나는 얼굴 모를 동료들이지만,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걸어가는 이 길이 나에게는 또 하나의 마라톤이었다. 완주는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도저히 못 넘을 것 같던 오르막을 결국 넘어섰듯이, 나는 방송대 졸업이라는 또 하나의 완주도 반드시 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딸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앞으로도 나는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딸과 함께 마라톤 결승선을 넘을 것이고, 언젠가는 딸과 나란히 학사모를 쓰고 졸업의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 장애인 복지를 공부하면서, 나는 이론과 삶이 겹치는 순간을 자주 만난다. 강의에서 배우는 자립생활, 장애인 이동권, 사회적지지 체계 같은 개념들이 나에게는 그저 책 속의 문장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시간이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보다 절실하게 배우고, 배운 것을 언젠가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해 쓰고 싶다는 다짐을 매번 새롭게 한다. 학과 대표를 맡으면서 만난 많은 학우들 역시 저마다의 사정으로 늦게 공부를 시작한 이들이 많았다. 서로의 사정을 굳이 묻지 않아도 이해하고 , 과제와 시험 앞에서 서로를 다독여주는 그 마음이 나에게는 또 다른 힘이 돼줬다. 완주란 결코 혼자 이뤄낸 것이 아니었다. 나를 밀어준 딸의 작은 손, 오르막에서 함께 뛰어준 학우들의 응원, 그리고 늦은 나이에도 배움의 문을 열어준 방송대가 있었기에 나는 오늘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이 완주가 끝이 아니라, 더 큰 완주를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오늘 이 마라톤에서 그러했듯이 나는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304호2026-10-04 12:30
1. 정부의 시장개입 근거를 시장실패와 불공평한 분배 측면에서 설명하고, 정부의 시장개입 한계점을 논하시오(15점). 2. 정책형성 단계, 정책집행 단계, 정책평가 단계 등 정책과정에서 공공감사의 역할을 설명하시오(15점). 문제의 맥락적 이해와 답안의 논리적인 스토리텔링 ① 문제에서 무엇을 묻는가 → ② 답안의 전체 스토리라인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 ③ 본론에서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가 → ④ 결론은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과제 1 시장은 효율적 자원배분에 장점이 있지만 시장실패와 분배상의 한계가 있고, 정부개입은 이를 보완할 수 있지만 정부 역시 실패할 수 있다는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전개하면 답안의 논리적 전개의 타당성과 함께 가독성도 제고할 수 있다. 따라서 전체 답안은 ① 시장경제와 가격기구의 장점, ② 시장실패와 불공평한 분배라는 시장경제의 두 가지 한계와 이에 따른 정부개입의 필요성, ③ 정부개입의 한계인 정부실패의 개념과 발생원인, ④ 시장실패와 정부실패의 비교를 통한 시사점의 순서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시장개입 근거로서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시장실패를 야기하는 주요 요인과 시장에 의한 소득·자산 분배의 한계들을 교재와 강의 내용에 따라 정리한 후, 정부의 시장개입 한계로서 정부실패의 개념과 정부실패를 야기하는 요인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내용만으로도 답안 작성은 충실히 할 수 있지만 시장실패를 교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편익과 정부개입의 비용 및 정부실패의 가능성을 비교해 적정한 정부개입의 범위와 방식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하면 보다 완성도 높은 답안이 될 수 있다. 과제 2 공공감사는 정책과정 전반에서 과거의 정부활동을 검증하고,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와 그 원인을 설명하며, 그 결과를 미래의 정책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형성·정책집행·정책평가 단계에서 수행되는 감사업무를 단순히 나열하기보다는 공공감사의 고유한 특징과 최고감사기구의 성숙화 모델에서 제시되는 감독(oversight), 통찰(insight), 예견(foresight)의 기능이 각 정책과정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연결해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고감사기구가 ① 정책형성 단계에서 정책형성 과정이 적법하고 합리적이며 충분한 증거와 비용·위험 분석에 근거했는지, ② 정책집행 단계에서 결정된 정책이 적법하고 효과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③ 정책평가 단계에서 정책·사업이 의도한 성과를 달성했는지와 그 과정에서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책임성이 확보됐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어떠한 감사질문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되, 필요한 경우 교재의 감사사례를 적절하게 제시하는 것도 훌륭한 답안작성 요령이 될 수 있다. 홍수완 방송대 외부교수·감사원 서기관
304호2026-10-05 00:17
서울지역대학 앞 부스 문전성시 … 한가위 앞두고 윷놀이 등 전통 게임 즐겨
제44대 서울총학생회(회장 박강용)가 주최한 제35회 서울지역대학(학장 김선아) 대동제가 9월 19일 서울지역대학 앞 광장에서 열렸다. 서울지역대학 소속 학과, 동아리 등은 아침 일찍부터 부스를 설치해 어묵, 쏘시지, 컵과일 등 먹거리와 옷가지 등을 판매했다. 먼저 식전 공연으로 방송대합창단이 「쨍하고 해뜰 날」 등의 곡을 불러 분위기를 달궜다. 대동제 개회식은 김형균 수석부총학생회장의 사회로 진행했다. 박강용 제44대 서울총학생회장의 힘찬 개회 선언으로 대동제의 막이 올랐다. 박강용 제44대 서울총학생회장은 환영사에서 “김선아 학장님이 오시고 처음 맞는 행사를 대동제로 하게 돼 뜻깊다. 학생회 사정이 열악한데, 부스에서 많이 구매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행사 준비하느라 한 달 동안 고생한 집행부에게 감사하다. 지방에서 오신 학우들을 포함해 모두 오늘 즐거운 축제를 즐기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9월 1일자로 부임한 김선아 서울지역대학장은 격려사에서 “서울지역대학 학생 여러분들과 함께 지내게 돼 정말 기쁘다. 소통을 키워드로 화합하는 자리를 자율적으로 만들고자 한 대동제의 취지가 충실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학생뿐만 아니라 서울지역대학을 오가는 시민에게도 오늘 여러분 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전현희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한국 최고 명문대인 방송대가 성동구에 있다는 점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오늘 대동제를 준비하느라 애써주신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고, 여러분도 자부심을 가지고 성동구를 사랑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오천수 성동구의회 의장은 축사에서 “방송대가 우리 지역에 있음에 늘 감사드린다. 오늘 즐거운 축제를 보내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임용주 제44대 전국총학생회장은 축사에서 “어려움 속에서도 이렇게 즐거운 축제를 준비한 박강용 서울총학생회장과 집행부의 노고에 감사하다. 아까 합창단의 노래처럼 오늘이 쨍하고 해뜰 날 같다. 많은 즐거움을 누리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상덕 서울총동문회장은 축사에서 “오늘 대동제가 열리는 서울지역대학 옆 공간이 이렇게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을 보니, 서울지역대학과 서울총학생회가 이 변화를 계기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격려했다. 최기재 전국총동문회장은 축사에서 “모든 지역대학이 중요하지만, 서울지역대학은 그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 서로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안전하게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현범 제43대 서울총학생회장, 최우영 제42대 서울총학생회장, 안영구 제41대 서울총학생회장 등 역대 서울총학생회장들과 이성관 충북총학생회장, 이경미 인천총학생회장 등도 축사를 보탰다. 격려금 전달 후 대동제 참여 학과 회장단이 부스를 소개했다. 원미경 유아교육과 회장은 귀여운 키링을, 이병춘 도시콘텐츠·관광학과 회장은 피부에 좋은 닭발을, 선경이 생활과학부 회장은 직접 제작한 티셔츠 및 의류를, 이정덕 일본학과 회장은 일본 여행 정보 제공 및 일본 수출 교과서를, 이철용 문화교양학과 회장은 기부받은 도서를 발전기금 내는 분에게 나눔한다는 점을, 조은보람 교육학과 회장은 닭꼬치, 수세 소시지, 아이스아메리카노 등 먹거리를, 손진한 농학과 회장은 유기농 영주 사과, 괴산 블루베리 효소 그리고 부추전을, 이은주 사회복지학과 회장은 오미자에이드, 뱅쇼 등 음료를 준비했다고 알리는 등 홍보에 열심을 냈다. 출판문화원에서도 부스를 마련해 모자, 키링, 양말 등 방송대 굿즈를 판매했다. 12시부터는 강승철 지역부총학생회장의 사회로 매 정각 게임 이벤트를 진행해 흥을 돋웠다. 첫 게임은 ‘학장님을 이겨라’ 윷놀이 게임으로, 김선아 서울지역대학장이 윷을 던져서 나온 것보다 높은 수가 나오면 선물을 받아 가는 방식이다. 이어 ‘박강용 회장을 이겨라’ 등으로 즉흥적으로 윷놀이, 공기놀이, 제기차기 등 한가위를 앞두고 전통 게임으로 진행했다. 마지막까지 대동제 자리를 지킨 이들은 ‘행사의 달인’ 최영현 집행부수석의 맛깔나는 진행으로 행운권 추첨을 즐겼다. 1등 상품은 이화기 학우(관광3)가 받았다. 2등에 뽑힌 강승철 지역부총학생회장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상품을 반납해 박수를 받았다. 단체 사진 촬영을 끝으로 웃음이 넘쳤던 제35회 서울 대동제는 막을 내렸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304호윤상민2026-09-23 15:20
제44회 경기지역대학 학장배 가요제 및 상록대동제 성료
가을바람이 제법 선선해진 요즘, 캠퍼스 안팎으로 학우들이 머리를 맞대고 웃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 활짝 열렸다. 학업과 일상을 병행하느라 쌓였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오롯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됐던 경기지역대학의 생생한 대동제 현장이다. 지난 9월 19일 오전 9시부터 경기도 화성시 화성시민대학 대운동장에서 경기총학생회(회장 구은주)가 주관한 ‘학장배 가요제 및 상록대동제’가 뜨거운 열기 속에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박영민 경기지역대학장과 최형숙 행정실장, 박원민 경기지역대학 조교, 이준석 직원, 서평일 경기총동문회장·정지훈 수석부회장·윤소영 사무총장, 경기지역대학 역임 회장들의 모임인 상록회, 임용주 전국총학생회장, 이성관 전국총학생회 지역부총, 전국 각 지역대학 총학생회장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구은주 경기총학생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런 화창한 날에 많은 학우분들이 참석해 주셔서 너무 기쁘고 행사 진행 내내 질서정연하고 쓰레기 하나도 없는 걸 보면서 방송대 학우분들의 깨어있는 의식을 느낄수 있었다 오늘 마지막까지 아무도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 되길 바란다”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박영민 학장은 격려사를 통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즐겁게 즐기시길 바란다. 경기지역대학뿐만 아니라 다른 학습관 학우분들도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다는 걸 생각하길 바란다”라고 화합의 의미를 강조했다. 아울러 졸업 후에도 동문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길 독려했다. 서평일 경기총동문회장도 축사를 통해 “오늘은 마음껏 즐기시고 그동안 준비한 기량을 전부 뽐내시길 바란다”라며 격려했다. 임용주 전국총학생회장 역시 축사를 통해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을텐데 그만큼 100배 더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란다”라며 학우들을 격려했다. 축제는 1부 개회식을 시작으로 2부 대동제, 3부 학장배 가요제 순으로 알차게 이어졌다. 개회식 오프닝 무대로는 문화교양학과 ‘야락팀’이 타악 퍼포먼스를 활기차게 선보였다. 오전에 펼쳐진 대동제는 학우들의 협동심과 승부욕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신발 던지기를 시작으로 협동 공 튀기기, 다인다각, 바구니 탑 쌓기, 훌라우프 통과하기, 그리고 축제의 꽃인 계주까지 순서가 진행될수록 운동장 안의 열기는 뜨거워졌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학우들도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응원하며 어느새 하나의 팀이 되어 있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구슬땀을 흘리는 동안 일상에서 쌓인 피로와 학업의 부담감이 말끔하게 씻겨 나갔다.「 점심 식사 후 이어진 학장배 가요제는 그야말로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본격적인 경연에 앞서 ‘라비엔오’팀의 신나는 통기타 버스킹과 법학과 학우들로 이루어진 ‘장구걸스’팀의 아름다운 장구공연으로 오프닝 무대를 선보였다. 열띤 분위기 속에서 총 15개 팀의 본선 경연이 시작됐다. 학과와 학년을 뛰어넘은 참가자들은 저마다 숨겨둔 가창력과 개성 넘치는 무대 매너를 아낌없이 뽐냈다. 트로트와 발라드를 넘나드는 명곡들이 강당을 채웠다. 관객석의 학우들도 손에 응원봉과 박수를 치며 무대와 하나가 되어 호흡했다. 3시간에 걸쳐 치열하게 진행된 경연 끝에, 가수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를 호소력 있게 소화한 유순신 학우(사회복지)가 영예의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어 멋진 음색을 보여준 허미희 학우(법학)가 금상, 깊은 울림을 준 이청아 학우(중문)가 은상, 흥겨운 무대를 선사한 김윤서 학우(안산학습관·중문)가 동상을 차지했으며 재치 있는 무대를 펼친 송병학 학우(미디어영상)가 인기상의 영광을 안았다. 가요제 마무리는 지난해 학장배 가요제 우승자인 류민우 학우가 축하 무대에 올라 특별한 공연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린 집행부 임원들의 헌신 덕분이었다. 특히 경기지역대학 교육학과는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커피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단순한 오락 행사를 넘어,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제44회 경기지역대학 상록대동제. 경기지역대학은 이번 상록대동제를 계기로 향후 타 학습관과의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고, 학우들이 안정적인 대학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화성=장윤서 학생기자 snf06103@naver.com
304호2026-09-22 09:40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나는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공부를 곧잘 하던 우등생이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는 운동과 가까워졌다. 아버님의 피를 이어받아 또래보다 키가 크고 체격이 우람했기에 운동을 시작했고, 고등학교에서는 189cm의 큰 키를 바탕으로 배구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학창 시절에는 뜻하지 않은 사연도 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따른 여러 가지 복잡함으로 방황했고, 호적 나이가 두 살 어린 덕에 선수 생활을 5년여 했지만 결국 고교졸업장을 받지 못했다. 그때는 그 일이 얼마나 오래 마음에 남을 일인지 알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졸업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마음 한편에서 나를 괴롭혔으며, 특히 친구들이 대학 다니는 모습을 보며 큰 아쉬움을 느꼈다. 곧바로 특전사에 자원입대했다. 군 생활을 하면서 10·26, 12·12, 5·17, 5·18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를 직접 경험했다. 리더의 통솔력과 어려운 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인내심을 배웠는데, 그 경험은 이후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자산이 됐다. 전역 후에는 네 차례 직장을 옮기면서 다양한 현장을 경험했고, 사람과 조직을 관리하는 능력을 쌓았다. 70세가 된 지금도 나는 현역이다.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인력 관리 업무를 맡아 신규 사업소의 조기 안정화와 문제 발생 사업소의 정상화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인생의 또 다른 출발점이 찾아온 것은 65세 때였다. 우연히 방송고 신입생 모집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5년이나 학교에 다니고도 졸업장을 받지 못한 나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시던, 돌아가신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다시 학교에 다니기로 결심하고 회사 대표를 만나 생각을 솔직히 말하고 협조를 구했다. 나의 과거를 잘 아는 경영진은 격려와 함께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줬다. 입학과 동시에 네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 이번에는 반드시 졸업해 졸업장을 어머님 묘소에 바치겠다. 둘째, 어린 시절 학교에 가지 않아 애태우시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3년 개근상을 받아 바치겠다. 셋째, 과거 상처를 끼쳤던 친구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봉사하자. 넷째, 손주들에게 귀감이 되는 할아버지가 되자. 목표는 하나씩 현실이 됐다. 3년 개근상을 받았고 입학과 동시에 정문에서 등하교 시 차량 통제 봉사를 하는 등 학생회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3학년 때 전교 학생회장으로 선출돼 봉사한 데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어린 시절 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상처받았던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남은 삶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졸업식 날 나는 단상에 여덟 번이나 올랐다. 여러 종류의 상장을 받는 모습을 20여 명이나 참석한 가족들에게 보여줬다. 어린 시절 이루지 못했던 ‘졸업의 꿈’을 마침내 완성한 순간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방송대 도시콘텐츠·관광학과에 입학한 것이다. 계기가 있었다. 고교 선배인 서울총학생회장과의 인연으로 방송대 이야기를 접하면서 늦은 나이지만 대학 생활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더 있다. 고교 시절 경복궁을 찾았을 때 나이가 지긋한 해설사가 어린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면 언젠가는 저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작은 생각이 방송대 진학이라는 새로운 꿈으로 이어졌다. 선배의 추천으로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학년 때 정책처장, 2학년 때 지역부총, 3학년 현재는 정책부총으로 봉사하고 있다. 늦은 나이에도 학생회에서 학우들을 위해 활동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셨던 덕분인지, 도시콘텐츠·관광학과장, 서울지역대학장, 총장님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고, 서울지역대학이 속해 있는 성동구의 전현희 국회의원에게도 공로상을 받았다. 봉사는 기본이요, 학생의 본분인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학과에서 올해 처음 시행된 제1회 총장배 지역관광 크리에이터 영상 공모전에 서대문 주변 지역을 조명해 관광 콘텐츠 영상으로 제작한 「느린 여행 하얀 민들레」를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직장에서는 70세의 경험 많은 관리자로, 학교에서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학생으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힘들다는 생각보다 즐겁다는 말을 먼저 한다. 걸어온 길이 많이 부족하지만, 오히려 지난 아쉬움을 새로운 도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중졸 소년이 70세의 대학생이 돼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관광학과를 졸업하면 다른 학과에 편입해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학업에 전념할 것이다. 이 지면을 빌려 고교,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한 직장 경영자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내가 새로운 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304호2026-10-04 1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