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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5 호 (2026-04-06)
  • 교재·강의 내용 그대로 옮기지 말고 ‘나의 언어’로

    1학기 중간과제물 정규 제출 기간은 4월 3일부터 13일까지다. 이와 관련해 방송대학보〈KNOU위클리〉는 지난 284호 1면 커버스토리에서 ‘선배들이 알려주는 중간과제물 대비전략’을 소개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출제 교수들에게 듣는 과제물 작성 비결’을 정리했다. 285호에 과제물 해설을 기고한 아홉 분의 출제 교수들이 말하는 중간과제물 작성 비결을 짚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출제 교수들이 말하는 과제물 작성 비결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명확한 공통점’을 좀더 들여다보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강조점은 교재나 강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 말라는 것이다. 그 대신 ‘나만의 목소리’, ‘나만의 문장’, ‘나의 언어’로 소화할 것을 요구한다. 이 경우, 단순 요약이 아닌 본인의 비판적 견해와 성찰을 담아야 한다. 또한, 교수들은 과제 작성에서 ‘관습적 사례’와 ‘의존적 작성’을 경계할 것을 주문하는데, 이는 감점 주의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니 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강의에서 예로 든 유명한 사례를 그대로 쓰지 말고 독자적인 사례를 발굴하는 게 좋다는 것, 생성형 AI 활용은 사용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으나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고 반드시 사실 확인과 본인의 수정을 거쳐야 한다고 명시한 것은 곱씹을 대목이다. 과제물 작성에 동원하는 데이터의 신뢰성과 정밀성도 중요하다. 공식 홈페이지의 최신 정보나 연구보고서 등 공신력 있는 자료를 활용하는 게 좋다. 계산 문제나 통계 자료 해석 시 단위 통일과 절대 온도 변환 등 정밀한 작업도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출제 교수들이 원하는 중간과제물은 “학습한 이론이라는 도구를 가지고(논리성), 세상의 문제를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독창성), 이를 격식 있는 문장으로 풀어낸(전문성) 성찰의 결과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필수 개념 놓치지 말고 ‘퇴고’는 반드시 「중국경제의 이해」를 담당하는 원혜련 교수(중어중문학과)는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나만의 견해 1/3 이상)하고, 이를 서술형 문장의 격식(서론-본론-결론)에 맞춰 작성”하는 것을 고득점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특히 분량 기준(3,000자 내외)을 준수하며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데 유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원 교수는 “최근 글로벌 첨단 산업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의 역할 및 향후 경제 발전에 대해 전망한다면 좋은 보고서가 될 것이다”라고 귀띔하면서, 논리적 구성 방식을 취하고 서술형 문체를 사용할 것을 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파리박물관기행」을 맡은 심지영 교수(프랑스언어문화학과)는 ‘나만의 목소리’를 가진 도슨트가 되어, ‘공식 홈페이지’의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관람객에게 ‘친절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하는 과제물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교재에 나온 지식에만 의존하지 말고, 실제 박물관 사이트를 방문해 현재 어떤 전시가 열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정성이 고득점의 포인트가 된다고 안내한다. 심 교수는 백과사전식 나열을 경계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글쓰기를 주문한다. “백과사전식 정보를 단순히 옮겨 적기보다는, 도슨트로서 관람객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자신이 선택한 기관의 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하면 좋다. 「사회복지윤리와 철학」의 인지훈 교수(사회복지학과)는 해당 과제의 본질이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강의를 통해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나만의 성찰’을 얼마나 진솔하게 담아냈는가에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인간, 공동체, 실천’이라는 세 단어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을 때 본인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과제의 논리적 완성도와 기본 요건의 충실성은 과제 출제자들이라면 누구나 확인하는 대목인데, 인 교수 역시 필수 개념을 놓치지 말 것과 퇴고를 주문한다. “인간, 공동체, 실천 중 하나라도 빠지면 감점 요인이 되니 답안을 작성한 뒤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하며, 작성을 마친 후에는 반드시 퇴고를 거쳐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세 개념이 모두 포함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배경 지식 활용하고 통찰력 보여야 「대기오염관리」를 담당하는 박지호 교수(보건환경안전학과)는 과제 작성 시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가?’에 대한 답을 한국의 산업 역사와 정부의 환경 정책이라는 틀 안에서 과학적으로 증명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제물에서는 이산화황(SO2) 저감을 위한 세 가지 주요 정책을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고득점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렇게 힌트를 준다. “(필수 요구 지식)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 따른 에너지 소비 구조의 변화와 정부의 대기 환경 정책 흐름에 대한 배경 지식은 국내 대기질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시대적 상황 파악)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경제 성장기에는 난방 및 산업용으로 황 함유량이 매우 높은 석탄과 중유 등 화석 연료가 대량으로 소비됐다.” 「보건교육」중간과제를 출제한 정지연 교수(간호학과)는 교재에 있는 PRECEDE-PROCEED 모형을 단순히 베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선택한 구체적인 건강 문제에 이 이론이 ‘왜, 어떻게’ 적용돼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지는지 그 논리적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  비판적 분석 및 자기 견해 제시를 강조하는 과제이기에 학생들은 단순히 현상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보건교육자로서의 통찰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건교육자의 역할 확장’이 요청되는데, “보건교육의 역할이 단순한 건강 정보의 전달을 넘어 어떠한 방식과 형태로 확장돼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건교육 전략을 본인의 생각을 중심으로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점수의 지름길은 윤리적인 작성 태도 「자원봉사론」을 강의하는 김의태 교수(교육학과)는 과제물 작성에 있어 참고문헌의 능동적 활용을 중시하는데, 단순한 습득을 넘어, 문헌을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학습자의 관점을 세우는 과정임을 강조한 것이다. “다양한 참고문헌을 활용한다면 내용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참고할 문헌을 고르는 그 과정부터 자신의 관점이 자연스럽게 반영될 것이다.” 그렇지만 김 교수는 무분별한 AI 사용 및 도용 금지에 주의해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윤리적인 작성 태도가 곧 높은 평가의 기준임을 명시한 셈이다. “정직하고 독창적인 작성이 표절률을 낮추는 핵심이다. 인공지능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사실 확인과 수정 과정을 거쳐 출처를 표기해야 하며, 무엇보다 본인의 경험과 견해를 독창적이고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는 길이다.” 「노인교육론」을 맡은 이로미 교수(교육학과)는 창의적이고 실행 가능한 교육 대안을 제시하되, 시혜적 관점을 경계하고 관습적 대안에서 탈피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제안하는 교육 방안이 실제 노인복지관이나 평생학습관, 또는 가정 등의 공간에서 실행 가능한지 고려해야 하며, 노인을 수동적인 존재로 보는 태도를 버리고, 뻔한 해답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학습자의 자기주도성(self-directedness)을 존중하고 이를 발휘하게 하는 기획”을 모색해야 하는데, 이 경우 관습적 대안에서 탈피해야 한다. “현상 이면의 근본 원인을 파고들어서 분석한 특정 사례에 들어맞는 고유하고 실천적인 전략을 제안”하면 된다. 「예술경영과 예술행정」을 담당하는 성연주 교수(문화교양학과)는 학생들이 ‘기획자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수업에서 배운 이론적 틀’을 실제 현장에 대입해 보는 과정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분량보다는 질문에 대한 ‘충실한 답변’이 좋은 점수를 받는 핵심임을 잊지 말자! 경영과 행정의 관점 유지를 강조하는 성 교수는 단순한 관람객의 시선이 아니라, 학문적 토대 위에서 행사를 분석할 것을 중요하게 언급한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예술행사를 관람했을 때와 수업에서 배운 공연, 전시, 축제의 기획 및 개발 과정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관람하는 예술행사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과제 작성 시 기획자 마인드를 갖추는 게 필수다.  「체육철학」의 박상현 교수(생활체육지도과)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강의 내용을 복사하지 말고, AI에 의존하지 말며, 본인만의 사례를 통해 스포츠를 철학적으로 해석하라”는 것이다. 이 점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과제물을 작성하면 된다. “이 교과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닌 자기 경험이나 현실 속 사례를 통해 스포츠가 가진 철학적 의미를 스스로 성찰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돕는 과목”이라고 강조한 박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멀티미디어 강의나 강의록에 있는 내용이나 예시를 그대로 쓰지 말고,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과 관련된 적절한 예시를 찾아서 과제물을 작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285호최익현2026-04-03 10:03

  • 자기 견해를 전체 분량의 1/3 이상 작성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특징이 중국의 경제 성장 과정 및 최근 경제 정책에 나타난 부분에 대해 서술하고, 이러한 경제 체제가 향후 중국 경제 발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작성하시오. (분량 공백 포함 3,000자 내외)   과제물의 취지 「중국경제의 이해」중간과제물은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가지는 특징이 개혁개방 이후 고속 성장 과정과 향후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다. 시장경제이기에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들과 유사하면서도, 사회주의이기에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가들과 상이한 것이 중국경제의 특징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로의 이행과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체제 개혁이 나타난 부분을 경제 성장 과정과 정부의 경제 정책 등에서 찾고, 오늘날의 중국 경제는 물론 향후 경제 발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과제물의 취지다.   과제물 작성 요령 과제물 문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1)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특징이 중국의 경제 성장 과정 및 최근 경제 정책에 나타난 부분에 대해 서술하고, (2) 이러한 경제 체제가 향후 중국 경제 발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작성하는 것이다.   먼저 첫 번째 부분은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특징을 간략히 기술하고, 이러한 특징이 개혁개방 이후 고속 경제 성장 과정 및 현재의 경제 정책에서 나타난 부분을 찾아 작성한다. 경제 전반은 물론 부동산, 금융, 기업, 산업 등 개별 분야의 예를 드는 것 또한 가능하다.   두 번째 부분은 이러한 경제 체제의 특징이 향후 경제 발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근거를 들어 자신의 의견을 작성하는 것이다. 유의할 점은「중국경제의 이해」멀티미디어 강의의 경제 체제 전환 과정 및 특징에 관련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작성하되 두 번째 부분을 전체 과제 분량의 1/3 이상 작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유기업을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특징으로 생각한다면 과제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개혁개방 이전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하의 국유기업이 시장경제로의 체제 전환기에 어떠한 개혁 과정을 거쳤는지 살펴보고, 중국의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이 가지는 특징에 대해 정리한다. 다음으로 성격이 다른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이 중국의 경제 성장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알아보고,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에 관한 정부 정책 방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관점으로 최근 글로벌 첨단 산업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유기업과 민영기업의 역할 및 향후 경제 발전에 대해 전망한다면 좋은 보고서가 될 것이다.   과제물 작성 시 유의사항 과제물은 멀티미디어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해보고 자료를 찾아 작성할 것을 권장하며, 자신의 견해 부분은 반드시 스스로 작성해야 한다. 또한, 과제물의 양식과 요구사항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과제물은 ‘서론-본론-결론’으로 목차를 구성해 짜임새 있게 작성하고, 개조식(~임, ~함)이 아닌 서술형(~이다, ~한다) 문장으로 작성한다.   인용한 자료는 출처를 표기하고 참고문헌으로 제시해야 하며,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인터넷 자료(블로그 등)보다는 서적, 언론 보도, 논문, 연구보고서 등을 활용한다. 생성형 AI 사용은 권장하지 않으나, 만약 자료 검색으로 사용 시 해당 부분 출처(화면 캡쳐 등)를 참고문헌 부분에 포함한다. 많은 내용을 담는 것보다 약 2,500∼4,000자(공백 포함) 분량 기준에 맞춰 체계적으로 구성할 것을 권장한다. 원혜련 방송대 교수·중어중문학과

    285호2026-04-04 18:54

  • 예방적 통제의 역설 속에서 진정한 치유에 이르는 길은?

    질병에 대한 ‘예방적 통제’라는 위험 관리 패러다임은 인류의 생명 연장에 공헌했지만, 역설적으로 현대인을 건강과 질병 사이의 불안정한 경계선 위에서 평생 자신의 신체 데이터를 감시해야 하는 지속적인 경계와 불안으로 몰아넣었다.   오늘날 우리의 몸은 더 이상 통증과 쇠약만으로 경험되지 않는다. 혈당, 콜레스테롤, 체질량지수, 갑상선 수치, 당화혈색소와 같은 숫자들이 몸의 상태를 설명하는 가장 권위 있는 언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현대 의학은 이런 수치들의 측정을 바탕으로 질병의 조기 발견과 장기적 예후 관리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숫자의 시대’는 몸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몸은 단지 아프고 낫는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계측되고 비교되며 조정돼야 하는 대상으로 재구성됐다. 이 변화는 단순히 의학적 진보의 결과라기보다, 질병이란 무엇이며, 정상과 비정상은 어디서 구분되는지, 또 인간은 자신의 몸을 어떤 언어로 이해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인식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 동물의 합성 능력 발견 19세기 전반, 생물학계에서는 식물은 무기물로부터 복잡한 화학 구조의 당을 합성하는 ‘창조적’ 장치인 반면, 동물은 섭취한 영양분을 분해하고 연소시키기만 하는 ‘파괴적’ 장치라는 이분법적 이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848년, 프랑스의 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Claude Bernard, 1813~1878)는 동물의 간이 스스로 당을 합성해 혈액으로 공급한다는 글리코겐(glycogen) 생성 기능을 밝혀냈다. 동물 역시 고도의 합성 능력을 갖춘 ‘능동적’ 존재임이 입증된 것이다. 이 발견의 의의는 대사 과정의 규명에 그치지 않는다. 베르나르는 간에 담즙을 ‘외부’로 분비하는 기능(외분비) 외에도, 생성된 당을 혈액이라는 ‘내부’로 방출하는 또 다른 기능이 있음에 주목했고, 이런 문제의식은 훗날 ‘내분비(sécrétion interne)’ 개념으로 정식화될 인식의 토대를 제공했다. 이후 내분비 개념은 브라운-세카르(Charles-Édouard Brown-Séquard)의 다소 논쟁적인 장기 요법(organotherapy) 실험 등을 거치며 해부학적 구조보다는 화학 작용과 원격 조절이라는 발상으로 점차 확장됐다. 1889년 민코프스키(Oskar Minkowski)와 메링(Joseph von Mering)이 췌장을 제거한 개에게서 당뇨병이 유발됨을 증명한 것도, 베일리스(William Maddock Bayliss)와 스탈링(Ernest Henry Starling)의 세크레틴(secretin) 연구를 바탕으로 1905년 ‘호르몬(hormone)’이라는 용어가 제시된 것도, 또 1921년 밴팅(Frederick Grant Banting), 베스트(Charles Best), 매클라우드(John James Rickard Macleod), 콜립(James Bertram Collip)으로 이어지는 연구진의 작업을 통해 인슐린(insulin)이 치료의 지평을 열게 된 역사적 성과도 모두 이 ‘내분비’라는 거대한 인식론적 지평 위에서 싹튼 것이다. 내분비계의 발견은 월터 캐넌(Walter Bradford Cannon)에 이르러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메커니즘으로 만개한다. 생명체는 외부 환경의 변화무쌍함 속에서도 정교한 내부 분비망을 통해 스스로 ‘내부 환경(milieu intérieur)’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독립적 주체로 격상됐다. 내분비학과 새로운 패러다임 이와 더불어 의학의 언어도 달라졌다. 몸은 신경만이 아니라 화학적 신호를 통해서도 조정되는 존재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의학이 주로 눈에 보이는 구조와 병변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전달과 조절, 연결과 피드백(feedback)이 중요한 탐구 대상이 됐다. 이 변화는 ‘내분비학’이라는 한 분과의 성립을 넘어 근대 의학 전체의 인식론을 바꿔놓았다. 몸의 진실은 해부대 위의 형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오가는 신호와 대사의 흐름, 그리고 그 흐름이 유지하는 평형 속에 있다는 이해가 자리 잡은 것이다. 당뇨는 이런 전환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질환이다. 근대 초기까지 이 질환은 무엇보다도 갈증, 소모, 다뇨, 쇠약처럼 환자가 몸으로 겪는 증상을 중심으로 이해됐다. 동아시아의 ‘소갈(消渴)’ 개념이든, 서양 의학에서의 초기 ‘당뇨(diabetes)’ 개념이든, 병의 실체는 우선 고통의 경험 속에 있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17세기 이후 환자 오줌의 ‘단맛’이 중요하게 인식됐고(diabetes mellitus), 18세기 말과 19세기에 들어와서는 그 단맛의 실체가 당, 더 정확히는 포도당이라는 사실이 규명됐다. 질병은 더 이상 다뇨나 쇠약 자체가 아니라, 특정 물질의 이상이라는 관점에서 재정의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진단의 중심은 환자의 호소에서 실험실의 판독으로 이동했다. 이제 질병은 얼마나 괴로운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얼마나 측정되는가의 문제로 바뀌었다. 당뇨가 특정 기관과 대사 경로의 이상으로 설명됨에 따라 치료의 표적도 훨씬 정교해졌다. 이는 분명히 의학의 진보다. 그러나 동시에, 질병의 의미를 환자의 체감보다 계측 가능한 수치 속에서 찾게 됐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오늘날 많은 만성질환이 자각 증상보다 먼저 검사표 위에서 발견되는 현실은 바로 이런 역사적 재편의 연장선 위에 놓여있다. 현대 의학과 진정한 치유의 간극 과거 제1형 당뇨병은 발병 후 단기간에 환자를 극심한 영양실조와 혼수상태로 몰아넣어 결국 사망케 하는 불치병이었다. 그러나 인슐린의 도입으로 질병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선고’에서 평생에 걸쳐 통제해야 하는 ‘관리의 대상’으로 변모했다. 생존의 기적은 환자에게 새로운 차원의 무거운 의무를 지웠다. 췌장 베타세포의 내분비 체계가 작동하지 않으므로 외부로부터 호르몬을 주입해 항상성을 조절해야만 했다. 매일 주사기를 들고 자신의 혈당치와 섭취할 열량을 계산하는 ‘의료적 주체’가 됨으로써 환자의 일상은 철저히 의료화됐다. 이런 전환은 서양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과거 ‘소갈’은 체내의 열이 진액을 말려버리는 전신적 불균형 현상으로 해석됐고, 치료는 갈증이라는 주관적 고통을 덜어주는 데 집중됐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20세기 전반 근대 의학의 유입과 더불어 ‘소갈’은 점차 혈당과 요당으로 판정되는 ‘당뇨’의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했다. 치료의 목표는 혈액과 소변의 당분을 없애기 위한 엄격한 영양 관리의 영역으로 바뀌었고, 환자들 역시 자신의 병을 몸의 ‘괴로움’이 아닌 ‘포도당의 농도’라는 객관적 척도로 재인식하도록 훈련받았다. 수치 중심의 의학은 20세기 후반 진단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결합해 더욱 정밀해졌다. 이제 현대 의학은 환자가 쇠약감이나 갈증을 느끼기 전, 즉 병적 변화가 미세하게 시작되는 분자적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개입한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이 일상생활에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데도 ‘공복혈당장애’ 같은 미세한 수치적 기준에 따라 예비 환자로 분류된다. 질병의 정의가 ‘현재 체감하는 고통’에서 ‘미래에 발생할 위험’으로 이동한 것이다. 질병은 보이지 않는 위험 인자로 추상화됐고, 의료의 최우선 과제는 그 수치를 정상 범위로 억제하는 ‘예방적 통제’가 됐다. 이 위험 관리 패러다임은 인류의 생명 연장에 공헌했지만, 역설적으로 현대인을 건강과 질병 사이의 불안정한 경계선 위에서 평생 자신의 신체 데이터를 감시해야 하는 지속적인 경계와 불안으로 몰아넣었다. 최근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연속혈당측정기(CGM: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등 웨어러블 기기의 보급은 몸의 데이터화를 일상의 영역으로 깊숙이 편입시켰다. 피부에 부착된 센서는 5분 단위로 혈당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한때 실험실의 전문 지식에 속하던 내부 환경의 변화가 이제는 개인의 일상 속 디지털 데이터로 상시 가시화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자신이 허기지다고 느끼는 주관적 감각보다 화면의 데이터를 더 신뢰하게 된다. 몸이 보내는 직관적 느낌은 불완전한 것으로 치부되며 기계가 측정한 수치만이 우월한 권위를 부여받는다. 기계의 해석을 거치지 않고서는 ‘내 몸’의 상태를 확신할 수 없는 타자화를 겪는 것이다. 근대 의학이 항상성 기전을 밝혀내고 이를 수치로 환산해 질병을 통제하게 된 것은 분명한 성취다. 지표화된 의학의 언어는 질병을 객관화하고 보편적 치료법을 개발해 무수한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한 숫자라도 살아 숨 쉬는 몸의 생생한 체감을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다. 당화혈색소가 똑같이 7.0%라도 두 환자가 매일 견뎌내는 피로감, 바늘에 대한 거부감,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과 삶의 질은 결코 같을 수 없다. 질병은 대사 이상인 동시에 한 인간의 고유한 삶이 훼손되고 재구성되는 실존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 의학이 마주한 과제는 객관적 측정치의 엄밀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그 이면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경험을 다시 치유의 언어 속으로 복원하는 일이다. 질병이 파편화된 수치로 해체됐다가 진료실에서 환자의 고유한 삶의 서사와 조화롭게 결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숫자에 대한 맹신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치유’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숫자는 치료의 방향을 가리키지만, 치료의 의미를 완성하는 것은 언제나 환자가 살아내는 시간의 질이다.

    285호2026-04-03 11:13

  • 뜨거웠던 울산지역대학 401호 강의실

    원격교육기관인 방송대의 ‘꽃’ 출석수업이 각 지역대학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1시, 울산지역대학(학장 이관용) 본관 401호에서는 교육학과 김병관 출강 교수의 지도로 4학년 과목인 「직업진로설계」 출석수업이 진행됐다.  32명의 학우들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강의에 집중했다. ‘구성주의 진로이론’과 ‘커리어-오-그램(Career-O-Gram)’ 실습이 주가 됐다. 이 수업은 단순히 직업을 찾는 것을 넘어서, 개인이 자신의 삶과 경험을 바탕으로 진로를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뤘다. 구성주의 진로 이론은 개인의 진로를 고정된 목표로 보는 전통적 관점과 달리,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구성해 나가는 역동적 과정으로 해석한다. 개인의 경험, 가치관, 대인 관계, 사회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진로 선택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기 자신과 자신의 주변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진로 설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실습한 ‘커리어-오-그램’은 자신의 진로 관련 요인들을 시각적으로 정리하는 도구다. 흥미, 능력, 가치관, 성격,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도식화하여 한눈에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어떤 맥락에서 진로를 구성해 나가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학과 3학년 이은정 학우는 “진로에 대해 방황하던 30대에 이 수업을 들었더라면 미래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익했다. 이 수업을 계기로 졸업 이후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됐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교육학과 2학년 강민재 학우도 “단순히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치관과 성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는 직업에 대해 좀 더 세세하게 계획하여 장기적인 커리어 방향으로 함께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출석수업에 참석한 학우들은 ‘진로는 선택지가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과 소통 속에서 새롭게 그려나가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울산지역대학에서는 법학과 4학년 과목인 「형사소송법」(안나현)·「법과 사회」(임현경)·「소송과 강제집행」(이호행), 사회복지학과 1학년 과목인 「나눔의 예술」·「사회복지 입문」(유범상), 농학과 4학년 과목인 「시설원예학」(윤서아)·「동물복지학」(김인배), 식품영양학 전공 4학년 과목인 「식사요법」(김동우), 청소년교육복지상담학과 4학년 과목 「청소년 성교육과 성상담」(송현정) 등이 출석수업으로 진행됐다. 울산=천정희 학생기자 skyrelux@hanmail.net

    285호2026-03-31 11:36

  • 두 가지 질문

    삶의 두께가 질문을 날카롭게 만들고, 수업을 두텁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이미 선배 시민이자 현장 연구자입니다. 그 앎과 제 연구가 만나는 곳에서, 서로가 서로의 교사가 되는 수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두 가지 질문을 연구하는 사회복지학자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누구의 삶을 더 쉽게 만들고, 누구를 또다시 바깥에 두는가? 그리고 공동체는 그 불균형에 어떻게 응답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AI)이 일상을 빠르게 재편하는 지금, 이 질문은 사회복지학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연구 현장에서 만난 한 할머니가 있습니다. AI 인형과 매일 대화를 나누다 깊은 애착이 생겼다고 하셨습니다. 마치 아기를 돌보듯 AI 인형을 닦아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 장면은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기술이 인간의 외로움 깊숙이 들어올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돌봄의 마음이 기술을 향할 때, 사회복지는 어디에 서야 하는가? 이 질문을 붙들고 한국계 노인 이민자들의 AI 상호작용 경험을 공동체 기반 참여 연구로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공공이 만든 디지털 플랫폼이 왜 사람들 곁에 머물지 못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좋은 의도와 공공 자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커뮤니티의 실질적 통제와 참여 설계가 없으면 기술은 공동체 구성원의 복리에 기여할 수 없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만난 이야기들을 수업으로 가져오고 싶습니다. AI 인형에 애착을 느끼는 할머니, 공공 플랫폼에서 배제된 자영업자, AI 플랫폼 설계를 함께 고민하는 농장 연합. 이 장면들이 교과서의 개념을 살아있는 질문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AI 도구를 능숙하게 쓰는 감각과, 그것이 클라이언트의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읽는 눈. 미래의 사회복지사에게 이 두 가지가 함께 필요합니다. 기술을 배우는 것과 기술을 의심하는 것은 모순이 아닙니다. 그 긴장을 유지하면서 실천하는 것, 상상한 것을 일상에서 실현하는 것이 AI 시대 사회복지사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대 학생들은 제가 연구에서 만나려 했던 현실을 이미 살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AI 기술을 접하는 경험,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하며 디지털 신청 시스템 앞에서 마주하는 막막함,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반복적으로 문의하는 클라이언트. 이런 경험들이 수업의 자원이 됩니다. 삶의 두께가 질문을 날카롭게 만들고, 수업을 두텁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이미 선배 시민이자 현장 연구자입니다. 그 앎과 제 연구가 만나는 곳에서, 서로가 서로의 교사가 되는 수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방송대에 그런 수업이 가능한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 이 자리가 설레는 이유입니다.   사회복지학은 답을 먼저 가르치는 학문이 아닙니다. 사회적 위험 앞에서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고, 대안을 찾는 학문입니다. AI 시대에 질문은 더 복잡해졌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기술이 사람을 위해 작동하는지, 아니면 사람이 기술에 맞춰 살아야 하는지. AI 인형을 아기처럼 돌보고 싶었던 그 할머니의 마음이,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학생들과 함께 그 질문 앞에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서고 싶습니다. 돌봄과 노동이 교차하고, 기술과 공동체가 만나는 이 광장에서, 상상이 일상이 되는 사회복지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반갑습니다.

    285호2026-04-04 19:09

  • 마침내 방송대에서 점이 됐다

    방송대는 제게 두 번 찾아온 학교였습니다. 첫 번째는 젊은 시절, 두 번째는 삶의 중턱에서였습니다. 같은 학교였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 두 번의 경험 사이에서 저는 비로소 ‘배움이란 무엇인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됐습니다.   20대 사회 초년생 시절 저는 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신혼의 맞벌이 직장인이었고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장이었습니다. 하루하루는 분주했고 마음은 늘 급했습니다. 학교에 가는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였습니다. 강의가 끝나면 곧장 돌아왔고, 학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마음을 나눌 여유는 없었습니다.   졸업 후 돌아보니 손에 남은 것은 종이 한 장뿐이었습니다. 학창시절 추억도, 마음을 나눈 친구도, 오래 기억할 인연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그것이 방송대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졸업 후 방송대는 분명 모교였지만 제 마음속에서 특별한 울림을 주는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약 10년이 흐른 뒤 우연히 학교 앞을 지나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신·편입생 모집 안내를 보게 됐고, 호기심이 생겨 학교 관계자와 상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문화교양학과에 다시 입학하게 됐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택은 제 삶의 작은 전환점이었습니다.   두 번째 방송대 생활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이전보다 삶의 속도가 조금 느려졌고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자연스럽게 주변을 돌아보게 됐고, 학우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웃고 공감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학생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만남의 폭은 더 넓어졌습니다. 학과 동기들과 선후배, 그리고 동문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인사로 시작했던 관계가 시간이 지나며 깊어졌습니다. 사람의 이야기는 들으면 들을수록 깊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는 각자의 사연과 세월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저는 제 생각이 얼마나 좁았는지 알게 됐습니다. 방송대 학우들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이었고, 그 세월 속에서 얻은 지혜와 성찰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처음 방송대에 다시 들어왔을 때 저 자신을 꽤 큰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회 경험도 있었고 나름의 경력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많은 학우와 동문들을 만나면서 제 마음속의 원은 점점 작아졌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저는 점 하나처럼 작아졌습니다. 그 대신 제 주변의 사람들은 별처럼 빛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월 속에서 켜켜이 쌓인 삶의 경험은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깊이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통해 사람을 배웠습니다. 그것은 어떤 학위보다도 값진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방송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재학생 여러분께 한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공부는 물론 중요합니다. 학점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학교생활이 오직 학점과 시험으로만 채워진다면 그것은 너무 아쉬운 일입니다. 가능하다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나십시오. 학우들과 이야기하고 학생회 활동에도 참여해 보십시오. 서로의 삶을 나누는 과정에서 여러분은 예상하지 못한 배움을 얻게 될 것입니다.   방송대에서의 시간 속에서 여러분이 더 넓은 인연을 만나고, 더 깊은 사람의 향기를 느끼며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85호2026-04-04 19:14

  • 전시 해설가의 시선으로 재구성하기

    “파리 박물관의 도슨트가 되어 박물관을 소개하는 글 작성하기” (배점 30점)   교재와 강의에서 다룬 파리의 박물관 하나를 선택해, 박물관을 소개하는 전시 해설가(도슨트)의 입장에서 일반 관람객에게 박물관을 소개하는 내용을 글로 작성하시오. 글에는 박물관의 역사적 배경, 콜렉션의 특징, 주요 전시품 3개에 대한 설명, 현재 해당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시의 주제 소개, 박물관 관람 팁을 포함해야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시의 내용은 해당 박물관의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해 작성)   이 과제는 강의와 교재에서 다룬 파리의 박물관 또는 미술관 중 하나를 선택해, 학생 스스로 자세히 조사하고 그것을 일반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전시 해설가의 시선으로 재구성해보는 데에 의의가 있다. 먼저 자신이 선택한 기관의 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박물관 혹은 미술관이 어떤 시대적 맥락 속에서 설립됐는지, 어떤 예술적 가치와 사회문화적 의미를 지니는지, 또 박물관학적인 관점에서 어떤 특징을 갖는지 폭넓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제에서 ‘박물관’을 선택하라고 했지만, 교재에서 다룬 파리의 미술관 역시 선택이 가능하므로,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과 취향에 맞는 기관을 고른 뒤 그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글을 구성할 수 있다.   글의 형식은 가급적 실제 관람객에게 말을 건네는 도슨트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박물관의 역사와 소장품의 특징을 설명할 때도 ‘이 기관이 왜 중요한가?’, ‘이 공간에서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가?’를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서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박물관 혹은 미술관 설립에 관련된 시대와 인물, 예술적 사조, 기관의 주목할 만한 교육프로그램, 혁신적 기념물이나 화제가 됐던 전시, 전시물의 도난, 문학이나 영화의 배경이 됐던 사례 등 해당 기관에 얽힌 모든 사건은 박물관 소개를 위한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특히 주요 전시품 세 점에 대해서는 작품명과 작가명, 연도 등 기본 정보뿐 아니라, 해당 전시품이 왜 대표작으로 꼽히는지, 어떤 시대적·미학적 의미를 지니는지, 박물관 전체의 성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시를 소개하라는 요구는 학생들이 해당 박물관의 공식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보고, 최신 전시 정보를 확인하는 연습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부분은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해 작성해야 하며, 전시의 주제와 기획 의도도 소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람 팁 역시, 박물관을 어떤 순서로 보면 좋은지, 혼잡 시간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꼭 보아야 할 공간은 어디인지 등 실용적인 내용으로 구성하면 글이 훨씬 살아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제를 위해 남의 글을 그대로 옮겨 적거나 인공지능이 만들어준 문장을 그대로 붙여넣는 방식으로 작성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 사실을 검증하기 위해 출처를 꼼꼼히 찾아보며 확인하고, 스스로 이해한 내용을 자기 문장으로 정리하며, 자신만의 해설 방식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개인의 블로그나 유튜브,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 자료보다는 단행본, 학술논문, 기사,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를 참고문헌으로 삼도록 하며, 반드시참고한 자료의 출처를 정확하게 표기해야 한다. 출처 표기는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술적 글쓰기의 기본일 뿐 아니라, 자신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최소한의 책임이기도 하다. 충분히 조사한 뒤, 자신의 취향과 관심을 반영해 개성 있게 서술한 글일수록 좋은 과제가 될 것이다. 심지영 방송대 교수·프랑스언어문화학과

    285호2026-04-04 18:57

  • 경남 생활과학부 학우들, 영양사 현장실습 기회 확대

    경남지역대학 생활과학부가 지난 3월 18일 오후 2시 창원에 소재한 365병원과 학우들의 현장실습 기회 확대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365병원 신관 9층 다목적홀에서 진행된 협약식에는 이호행 경남지역대학장, 김동우 교수, 강명상 365병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 체결로 경남지역대학 생활과학부 식품영양학 전공 학우들은 영양사 현장실습 기관 연계를 통해 실질적인 현장 경험의 기회를 제공받게 됐다. 협약에 따라 두 기관은 실습생의 전문성 향상과 다양한 현장 경험을 지원하고, 대학은 실습생이 기관의 규정을 준수하도록 지도하며 안전 교육과 보험 가입 등 보호 조치를 담당한다. 이번 협약은 체결일로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별도의 이의가 없는 경우 1년 단위로 자동 연장된다. 이호행 학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학생들이 보다 실질적인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365병원의 적극적인 협력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강명상 병원장은 “현장실습은 학생들에게 중요한 성장의 기회다. 이번 협약을 통해 방송대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히면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인재 양성과 사회적 기여를 지속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김동우 교수는 “방송대 특성상 전국에 학생들이 분포해 있어 실습처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협약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협약서 서명 및 교환, 실습생 승인 절차, 기념 촬영 등이 진행됐으며, 양 기관은 향후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교육과 현장을 잇는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지역사회 발전과 인재 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남= 박영애 학생기자 tellto2002@naver.com

    285호2026-03-30 13:26

  • 제주 4·3을 다시 생각하며

    제주 4·3 사건은 단순한 지역적 비극이 아니다. 국가와 이념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 충돌하며 빚어진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처이다. 1948년 4월 3일을 기점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무고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오랜 시간 동안 침묵 속에 묻혀 있었다.   해방 이후 한반도는 새로운 국가 체제를 세우는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특히 제주도는 남한 단독 선거에 대한 반대와 정치적 갈등이 겹치며 긴장이 고조된 지역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무장 충돌이 발생했고, 정부의 강경한 진압이 이어지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의 대부분이 무장 세력이 아닌 평범한 주민들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군과 경찰은 ‘토벌’이라는 이름 아래 마을을 불태우고 주민들을 집단으로 처형하는 폭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어린아이와 노인까지 예외 없이 희생됐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던 이 비극은 우리 사회에 깊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국가란 무엇이며, 권력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참상이 오랜 기간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빨갱이’라는 낙인 속에서 침묵을 강요받았고, 진실을 말하는 것조차 위험한 일이었다. 그렇게 제주 4·3은 역사 속에서 잊힌 사건으로 남을 뻔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이어졌고, 마침내 국가 차원의 조사와 사과가 이뤄졌다.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했던 과정이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야말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제주 4·3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단지 과거를 되새기기 위함이 아니라,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념과 갈등이 인간의 생명보다 앞설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역사 앞에서 더욱 겸손해야 하며,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제44대 제주총학생회가 주관하는 ‘4·3 희생자 추념식’이 4월 11일(토) 오후 2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다. 전국 13개 지역총학생회 임원, 집행부, 학우들이 제주지역대학에 집결해 함께 위패 추모비를 참배하고, 헌화하며, 4·3 희생자 유족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이번 4·3 추념식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를 되새기고, 그 의미를 현재와 미래로 이어가기 위한 공동의 다짐이다. 제주 4·3 사건을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며, 인간의 존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실천이기 때문이다.   기억은 고통스럽지만, 망각은 더 큰 비극을 낳는다. 제주 4·3은 끝난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다. 제주지역 학우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우들과 이런 다짐을 공동체 속에서 실천하는 자리로 이번 추념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추념식에서 전국의 방송대 학우들이 제주에 모여 지역 사회와 함께 희생자들을 기리고, 아픔을 공감하며,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이 시간이, 단순한 추모를 넘어 살아있는 교육이자 사회적 책임의 실천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그것이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며, 우리가 제주 4·3을 끝까지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285호2026-04-04 19:12

  • 제24대 서울총동문회, 가평에서 첫 임원워크숍 성료

    서울총동문회(회장 정상덕)가 지난 3월 21일부터 이틀간 가평 청심청소년수련원에서 임원워크숍을 개최했다. ‘함께하는 동문, 하나 된 서울총동문회’를 기치로 내건 제24대 서울총동문회의 첫 임원워크숍답게 역대 고문, 전국총동문회장과 수석부회장 그리고 학과 회장단과 임원, 24대 임원진들 120여 명이 참석했다. 정상덕 서울총동문 회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해 준 집행부 임원과 행사 준비 임원들과 이 자리에 참석한 임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행사를 마무리할 때까지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서로 화합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고, 10년 뒤의 나와 서울총동문회, 방송대를 생각할 수 있는 임원워크숍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서울 뚝섬 서울지역대학 앞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해 2시 30분에 목적지에 도착한 동문들은 단체사진을 촬영한 후 곧바로 2층 강당에서 첫 순서인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졌다. 이어 김주원 문화체육위원장의 진행으로 4개 팀(희망, 도전, 열정, 청춘)으로 나눠 다양한 게임을 진행했다. 저녁 식사 후 1층 컨벤션홀에서 1부 행사로 운영위원회를 진행했다. 권혁재 사무총장의 사회로 시작된 운영위원회에서는 최기재 제23대 서울총동문회장이 출연한 장학 금액과 이강수 장학위원회 특보가 출연한 출연금을 기초로 ‘장학위원회 회칙’ 초안을 의결했다. 이후 임원 변경 건 보고와 서울총학생회가 주최하는 바자회 참가 건 논의 등이 이어졌다. 이화영 생활체육지도과 동문회장이 식전 행사로 댄스 공연을 선보이면서 분위기를 달군 2부 행사에서는 류수노 7대 총장, 김진목·이춘매 고문의 축사가 이어졌다. 한형교 고문과 최기재 전국총동문회장은 다른 일정으로 늦게 합류해 축사를 전했다. 지난 1월 21일 열린 신년하례식에서 임명장을 받지 못했던 임원과 새로이 변경된 임원에 대한 임명장 수여에 이어 각 부서 임원들이 짧게 인사말을 전했다. 본격적인 화합과 교류의 시간은 2층 강당에서 펼쳐졌다. 김태현 사무2부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흥겹고 화기애애한 축제의 자리였다. MVP는 레크리에이션부터 노래자랑까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 문원택 영어영문학과 총동문회 사무총장이 차지했다. 이튿날 오전 쁘띠프랑스로 출발해 서로 추억의 사진을 남기는 즐거운 시간을 보낸 동문들은  간단한 점심 식사 후 해단식을 가졌다. 정상덕 회장은 “많은 동문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행사를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친환경 비누를 만들어 찬조한 왕애숙 생활과학부 동문회 수석부회장, 함께 봉사한 임원분들, 이화영 생활체육지도과 동문회장의 재능기부 등,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멋진 임원워크숍을 마칠 수 있었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이날 임원워크숍에는 동문인 류수노 제7대 총장, 서울총동문회 고문 한형교·김진목·이춘매, 최기재 전국총동문회장·정준영 수석부회장, 송길헌 전국동문산악회장·박성지 수석부회장, 도경수 국어국문학과 동문회장·박금례 수석부회장, 김혜숙 영어영문학과 총동문회장·이종규 수석부회장·문원택 사무총장, 최병영 중어중문학과 전국총동문회장·김란희 재무국장·전미자 홍보국장, 장용기 법학과 전국총동문회장·박성수 감사·안수병 사무총장·김윤철 법률봉사단장, 박인혜 행정학과 전국총동문회장·수석부회장·박재욱 사무총장, 이금옥 경영학과 동문회장 ·임정민 사무총장, 김영자 도시콘텐츠관광학과 동문회장·최희찬 수석부회장, 조권현 농학과 수석부회장·유경일 실무부회장·김병철 사무1부총장, 김순이 생활과학부 동문회장·왕애숙 수석부회장·김나연 사무총장, 이원관 보건환경안전학과 동문회장·최현정 총무, 이세연 교육학과 동문회장·길진형 수석부회장·윤성림 부회장, 김효정 문화교양학과 동문회장·강정미 수석부회장·김창일 사무총장, 이화영 생활체육지도과 동문회장·홍미숙 부회장·황슬기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주진아 서울 동문통신원

    285호2026-03-31 11:09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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