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별보기

호별보기 서비스는 원하시는 ‘호’를 검색하시면 해당하는 ‘호’의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기본검색
호별보기검색
제 207 호 (2024-04-22)
  • 혜택받는 693명 중 한 명 돼 볼까?

    방송대 생활을 즐겁게 했다는 기준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장학금을 받는다면, 기억에서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즐거운 추억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방송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신·편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 종류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지급하는 국가장학금, 방송대 재정으로 지급하는 교내장학금 외에 교외장학금도 존재한다. 바로 발전기금재단장학금, 출판문화원장학금, 아시아발전재단장학금으로 한 학기에 무려 693명을 선발한다. 일정 성적만 충족한다면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데…. 와 함께 차근차근 교외장학금 받을 준비를 해보자!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발전기금재단장학금 333명에게 30만원씩 교외장학금은 방송대 외부기탁 장학금의 성격을 띤다. 종류는 앞서 언급한 대로 발전기금재단장학금, 출판문화원장학금, 아시아발전재단장학금 3종이다. 교내장학금은 ‘감면’ 형식으로 미리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이고, 교외장학금은 등록한 학생 중 전 학기 성적 등 자격 요건을 심사해 추후 지급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신청 자격은 우선 당해 학기 재학생이어야 한다. 신·편입생, 복학생, 재입학생은 제외한다. 또 이수학점과 평균 평점을 충족해야 한다. 2023년 2학기 1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하고, 평점 평균은 2.0 이상이어야 한다(F학점 제외, 멘토링 활동의 경우 전전학기까지 18학점 이상 이수).   일단 이 조건에 자신이 맞는다면, 교외장학금 3종을 신청할 최초 조건을 충족한 셈이다. 하지만, 장학금별로 자격 요건과 제출 서류가 조금씩 다르다.   먼저 발전기금재단장학금부터 살펴보자. 발전기금재단장학금은 △사회봉사(자원봉사) △교내공로 △멘토링 등 3개 분야로 세분해 지급한다. 첫 번째로 사회봉사란 말 그대로 지역사회에서 활동한 자원봉사를 뜻한다. 장학금 자격 요건은 사회봉사 실적시간 50시간 이상(하루 6시간까지 인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무 단체에서나 봉사활동을 했다고 해서 전부 실적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봉사인증기관 사이트[사회복지 봉사활동 인증관리센터(www.vms.or.kr), 1365 자원봉사포털 사이트(www.1365.go.kr), 한국청소년자원봉사포털(www.youth.go.kr) 내 DOVOL(자원봉사) 기관]에서 발급한 활동확인서만 인정한다. 여러 사이트에서 합산해도 무관하다. 다만, 헌혈증은 사회봉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교내공로는 소속 학과나 지역대학,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활동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학과 MT, 대동제, 총장배가요제, 체육대회, ○○인의 밤, 홈커밍데이, 나눔마켓 등의 행사 외에도 학과장, 지역대학장이 인정하는 활동이면 된다. 단 스터디나 동아리 모임은 제외한다. 학과나 지역대학에서 공적활동확인서를 받아 내역과 활동사진을 4건 이상 제출하면 된다. 사진에는 연월일과 행사명이 확인 가능한 플래카드 또는 입간판을 포함해 반드시 본인이 나와야 한다. 학과, 지역대학에서 했던 봉사활동을 서식에 맞춰 학과장 또는 지역대학장의 승인을 받아 제출하면 심사를 통해 장학금을 수여한다.   발전기금재단장학금의 마지막 분야는 멘토링이다. 선배 학생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한 학생이 멘토링 사이트에 가입해 신·편입생의 학습에 도움을 주는 경우 자격이 부여된다. 하지만 교외장학금 중 유일하게 전전학기까지 18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는 자격 요건이 다르다.   통상 멘토 선배들은 온라인에서는 멘토링 사이트에서 신·편입생의 질문에 답변을 달거나, 오프라인으로 만나 학습을 지원하는데, 각 멘토 활동마다 포인트를 부여한다(증빙서류 작성 필요). 멘토링 장학금은 총 1만 점 이상의 활동 포인트를 쌓으면 지원 자격을 부여한다. 멘토링 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학점(1학점)으로 인정된다. 단, 멘토가 되려면 유노캠퍼스에서 성희롱·성폭력·가정폭력 예방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것으로 조건이 강화됐으므로, 멘토 신청 전에 해당 교육을 꼭 수강해야 한다.   출판문화원장학금 240명에게 25만원씩 국내 최대 규모 대학 출판부인 방송대출판문화원에서도 장학금을 쏜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가정형편이 어려우면서도 공부 열정이 넘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본인 또는 가구원이 기초생활수급자일 경우(미혼은 부 또는 모, 기혼은 배우자) 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가구원 명의일 경우 가족관계증명서 또는 주민등록등본을 내면 된다. 차상위계층일 경우 한부모가족증명서, 장애인연금, (경증)장애수당, 장애아동수당수급자 확인서, 자활근로자확인서,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 대상자 증명서, 차상위계층 확인서 중 하나를 제출하면 된다. 차상위 본인부담 경감대상자 증명서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급하고, 나머지는 주민자치센터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본인이 장애인일 경우도 장애인복지카드 사본 또는 장애인증명서를 제출하면 장학금 수급 조건을 충족한다.   출판문화원에서 지급하는 장학금 중 특별한 장학금은 바로 ‘방송대가족 장학금’이다. 가족 중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방송대에서 공부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자격 요건이 된다! 본인과 배우자, 본인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가 방송대(학부, 프라임칼리지,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장학금이다. 가족관계증명서 또는 주민등록등본만 제출하면 된다. 단, 신청자와 가족대상 교차지원은 불가하다. 가족대상자는 재학생이어야 하고, 1인만 선택해서 신청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는 방송대에서 함께 공부하는 가족들을 인터뷰해 소개하는 ‘캠퍼스 패밀리’ 코너를 연재하고 있다. 출판문화원 방송대가족 장학금을 신청한다면, 본인 가족이 어떻게 방송대를 알게 됐고, 또 함께 공부하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 에 알려보자. 제보 메일(jebo@knou.ac.kr)로 함께 공부하는 가족 구성원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사연을 보내면 편집국 검토 후 취재한다. 학우들의 많은 제보를 기다린다.   아시아발전재단장학금 120명에게 25만원씩 교외장학금 3종 중 마지막은 아시아발전재단장학금이다. 아시아발전재단은 아시아 지역 문화·학술·인재 교류, 취약계층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방송대 교외장학금에서는 결혼이민자, 다문화자녀,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학습을 돕고 있다.   결혼이민자와 다문화자녀는 「다문화가족지원법」 제2조에 따른 결혼이민자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 및 자녀를 의미한다. 결혼이민자 중 대한민국 국적 취득자는 국적 취득이 기록된 기본증명서 또는 제적등본, 가족관계증명서를, 대한민국 국적 미취득자는 국적이 표기된 혼인관계증명서 또는 외국인등록증 사본,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다문화자녀는 부모 명의의 서류나 가족관계증명서를 내면 된다. 북한이탈주민은 별도 제출 서류가 없다. 단, 증명서는 접수 마감일 기준 1개월 이내 발급분으로 내야 한다.   자, 이제 가장 중요한 신청 기간과 방법이다. 교외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활동 기간이 1학기 수강신청일인 2024년 1월 18일부터 장학금 신청 마감 전일인 6월 10일까지다. 신청 기간은 6월 4일 오전 9시부터 11일 저녁 6시까지 8일 동안 할 수 있다. 순서는 학교 홈페이지 로그인→맞춤정보→나의정보→종합신청정보(등록/장학)→교외(발전, 출판, 아시아)장학 신청순으로 하면 된다.   제출 서류는 원본을 스캔해 하나의 파일 또는 여러 개 파일을 압축해 업로드해야 한다. 휴대폰 번호, 이메일, 은행명, 계좌번호 입력은 필수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본인 소속 지역대학에 접수된다. 단, 한국장학재단에 대출이 있는 경우, 별도의 고지 없이 재단으로 즉시 반환되니 꼭 확인하자.   그 외에도 당해 학기 수강 신청 과목이 없거나, 당해 학기 교·내외 전액 장학금을 받은 경우 또는 당해 학기 성적장학(격려·증진)을 제외한 교·내외 장학금 중복지원은 불가하다. 후생복지·나눔·교육보호장학금 수혜자도 교외장학금을 신청할 수 없다. 유아교육과 교육봉사 등 각종 봉사활동도 중복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같은 기간에 봉사활동 50시간으로 사회봉사 학점을 인정받고, 멘토링 1만 점으로 발전기금재단장학금을 받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더 궁금한 사항은 학생과(02-3668-4171~2)로 문의하면 된다.   교외장학금에 대해 박지호 출판문화원장은 “3가지 교외장학금의 공통점은 모두 방송대 가족이 조성한 재원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발전기금재단장학금은 재학생과 동문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방송대를 후원하는 분들로부터, 출판문화원장학금은 주로 학생들의 교재 구매에 따른 출판문화원의 수익금으로, 아시아발전재단장학금은 우리 학교 졸업생인 김준일 동문과 조남철 전 총장님이 주축이 돼 운영되고 있는 공익재단으로부터 재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외장학금을 받은 재학생들이 졸업한 후, 더 많은 후배들에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해 주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207호윤상민2024-04-20 13:08

  • 거장 차이밍량 감독 ‘행자 연작’ 최초 공개에
    유지태 배우와 함께 보는「봄날은 간다」까지

    명실공히 국내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장 우범기, 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5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전주 영화의 거리를 비롯한 전주시 일대에서 열린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출범 초기 한국영화계에 ‘디지털’이라는 화두를 던졌고, 이후 디지털이 보편화되자 ‘독립영화’와 ‘대안영화’의 산실로 변화를 모색했다. 어느덧 스물다섯 청년이 된 전주국제영화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으로 영화의 경계를 종횡무진 넘나들 예정이다.   올해 출품작은 무려 2,260편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국내 1,513편, 해외 747편)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외 영화계가 위축됐음에도, 영화인들의 창작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이중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단이 최종 선정한 영화는 43개국 232편이다. (국내 102편, 해외 130편)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코리안시네마, 월드시네마 섹션 외에도 즐길 영화는 풍성하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영화를 만나는 ‘시네마천국’, 주류 영화산업계의 경직성을 벗어난 ‘영화보다 낯선’, 뱀파이어?빙의 등을 소재로 한 장르물 ‘불면의 밤’, 러닝타임 252분짜리 영화에 도전할 수 있는 ‘시네필전주’ 등이다. 진구, 공승연 등 바로엔터테인먼트 대표 배우와의 만남을 비롯해 디즈니?픽사의 이벤트, 전주대담, 마스터클래스, 영특한클래스, 전주톡톡도 즐길 수 있다. 5월 첫주, 를 펼쳐들고 전주로 떠나볼까?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개막작 「새벽의 모든」: 월경증후군 여자와 공황장애 남자가 만났다! 폐막작 「맷과 마라」: 두 남녀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선택한 개막작은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일본 작가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새벽의 모든」이다. 세오 마이코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는 매월 한 번씩 월경증후군(PMS) 증상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어느 날 회사 동료 야마조에(마쓰무라 호쿠토)의 별 것 아닌 행동에 짜증이 솟구쳐올라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야마조에는 공황장애 치료를 받는 중이다. 각기 다른 증상이지만 서로의 아픔을 확인한 두 사람 사이에 마치 동지 같은 특별한 감정이 싹튼다.   미야케 쇼 감독은 전작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19)와 「너의 눈을 들여다 보면」(2022)로 한국 관객에게 이름을 알렸다. 16mm 필름으로 촬영한 「새벽의 모든」에서는 아날로그적 감성, 각각의 목소리가 부여된 일상의 사운드, 섬세한 빛의 흐름 등 미야케 쇼 감독의 ‘시그니처’라 할만한 요소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넓지 않은 공간과 시간을 배경으로 함에도 그 세계가 결코 소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아름다운 영화다. 전반부에서 인서트샷으로 계속 보이는 아름다운 밤 풍경은 우주의 현현처럼 보이고, 영화는 소소한 일상에서 후반부에 우주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한다”라고 설명했다. 미야케 쇼 감독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 전주 방문이다.   폐막작은 캐나다 영화 「맷과 마라」(감독 카직 라드완스키)로 제74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된 작품이다. 문학계에서 일하는 맷(맷 존순)과 마라(데라 캠벨)는 오랜만에 재회한다.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과거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이번에는 일어날까? 과연 두 남녀는 우정을 넘어 사랑으로 향할 수 있을까?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하는 캐나다 독립영화계에서 제작된 「맷과 마라」는 기존 독립영화가 꺼리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과감하게 들어간 영화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사랑은 타이밍만의 문제일까? 많은 좋은 영화가 그렇듯 「맷과 마라」는 모든 인물에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제작 형식과 장르의 특성을 너머 우리 시대의 관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예술이 해 온 논리와 언어로 분류할 수 없는 인간 삶에 대한 탐구, 정의할 수 없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라고 폐막작 선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마라 역의 데라 캠벨은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도 맡았다.   상업영화계 떠난 대만 영화 거장 차이밍량 감독, 10년에 걸친 ‘행자 연작’ 전편 최초 공개 작년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거장은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 감독이었다. 올해 전주를 찾는 거장은 차이밍량 감독이다. 허우샤오셴, 에드워드 양 감독과 함께 대만 예술영화를 대표하는 그는 「애정만세」(1994)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일약 세계적인 감독으로 주목받았다. 전주국제영화제와는 2001년 「디지털 삼인삼색」의 한 편인 「신과의 대화」로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상업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2013년 「떠돌이 개」를 남긴 채 영화계를 떠났다.   왜 영화는 극장에서만 상영돼야 하는가? 도대체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그렇다면 나는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가? 지난 10여 년간 그의 머리를 맴돈 질문들이다. 현대 도시의 고독감이 강조되는 영화를 시나리오, 플롯 없이 만들기로 결심한 그는 ‘행자(行者)’ 시리즈를 시작했다. 행자는 중국 고전 『서유기』에 등장하는 삼장 법사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차이밍량 감독은 기차도, 자동차도 없던 시절 삼장법사가 두 발로 걸어서 사막을 건너야 했던 모습을 상상하며 행자의 이미지를 구체화했다.   붉은 승복을 입은 행자, 배우 이강생이 맨발로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홍콩, 말레이시아 쿠칭, 대만 북부 주앙웨이, 파리, 마르세유, 도쿄를 거처 워싱턴 DC까지 느리게 걷는다. 2012년 「무색(無色)」부터 시작해 202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열 번째 작품 「무소주(無所住)」까지 이어진 ‘행자 연작’ 10편을 동시에 공개하는 건 전주국제영화제가 최초다. 차이밍량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이강생 배우가 함께 한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삼장 법사는 여행이 금지됐던 시기에 산스크리트어로 쓴 불경을 자기 눈으로 보기 위해 사막을 건너 서역으로 갔다. 기존 시스템에 대한 저항과 함께 자신의 신념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차이밍량 감독의 10년 실험의 결과물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확인해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허진호 감독이 뽑은 5편 유지태 배우와 「봄날은 간다」 함께 볼까? 전주국제영화제는 4년 전부터 국내 배우, 감독 1명을 선정해 영화제 속 작은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로 위촉해 왔다.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되면 5편의 영화를 골라 관객과 함께 보고 대화할 수 있다. 올해는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1998)로 수많은 관객을 울린 허진호 감독이 프로그래머로 선정됐다.   5편 중에서 2편은 자신의 영화 「봄날은 간다」(2001)와 「외출」(2005)를 골랐다. 이번 영화제에서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석하는 유지태 배우가 「봄날을 간다」를 함께 감상하고 관객과 영화에 얽힌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나머지 3편은 지금의 허진호 감독을 만든 영화들이다. 먼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극장에서 혼자 본 영화 「바보들의 행진」(감독 하길종, 1975)이 있다. 허 감독은 “동시상영관에서, 청소년관람불가영화를 어떻게 보게 됐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억압의 시대를 사는 청년들의 우울과 허무보다 하길종 감독이 유쾌하게 묘사한 캠퍼스의 자유와 낭만에 더 큰 인상을 받았다”라고 회고한다.   두 번째 영화는 「파리, 텍사스」(감독 빔 벤더스, 1987)다. 허 감독은 “군 제대 후 나스타샤 킨스키가 출연한 야한 영화인 줄 알고 봤는데, 이 영화에서 영화만이 부릴 수 있는 마법이 있음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영화는 파리 유학 시절 봤던 「동경 이야기」(감독 오즈 야스지로, 1953)다. 허 감독은 이 영화에서 이미지가 이야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2005), 「행복」(2007), 「호우시절」(2009), 「덕혜옹주」(2016), 「천문」(2019) 등 만드는 영화마다 관객의 사랑을 받아온 허진호 감독의 영화 세계에 영향을 끼친 영화들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허진호 감독과 함께 나누고 싶다면 이번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를 추천한다.   ‘다시 보다: 25+50’ 전주국제영화제와 한국영상자료원 공동기획 「오! 수정」부터 고 김수용?이두용 감독 영화를 스크린으로! 전주국제영화제 25회, 한국영상자료원 창립 50주년이 되는 올해를 기념해 10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특별전을 공동 기획했다. 그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해 큰 반향을 모았던 영화 4편과 한국영상자료원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선정한 1950년대 한국영화 걸작 리스트 ‘50/50’에서 4편 그리고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타계한 김수용 감독과 이두용 감독의 대표작 1편씩, 모두 10편을 최신 기술로 복원해 디지털화 버전으로 상영한다.   특별전을 통해 선보이는 전주국제영화제 역대 상영작 4편에는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2000),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2000),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2005)를 선정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선정한 4편은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들이다. 4K 디지털로 복원돼 큰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 최초 여성 감독인 박남옥 감독의 데뷔작인 「미망인」(1955)은 한국 전쟁 당시 미망인의 삶을 다루고 있다. 당시로선 파격적이라 불릴 정도로 여성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지만, 영화에 표출된 여성의 욕망이 시대적 한계 안에서 작동한다는 지적도 함께 받았다.   두 번째 작품은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1955)이다. 휴전 이후 지리산 피아골에 잔존하던 빨치산 부대 이야기를 다루며, 피비린내 나는 소재를 휴머니즘으로 승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개봉 당시에는 ‘용공영화’로 몰려 상영이 취소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세 번째 작품은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모범으로 불리는 김소동 감독의 「돈」(1958), 마지막 작품은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강력한 팜므파탈 ‘쏘냐’로 분했던 최은희의 대변신이 눈부신 신상옥 감독의 「지옥화」(1958)다.   고 김수용 감독의 영화 중에는 「안개」(1967)를 상영한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원작이다. 고 이두용 감독의 「피막」(1981)도 눈길을 끈다. 한 양반가 장남의 병에 차도가 없자 전국 각지의 용한 무당이 모여들고, 이중 한 무당이 장남의 저주가 호리병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면서 피맺힌 원한과 복수가 뒤얽혀진다. 한국 고유의 샤머니즘이 어우러지면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2024년 한국영화계를 강타한 오컬트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 2024)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207호윤상민2024-04-20 13:42

  • 순자부터 루소까지, 동서양 고전으로 떠나는 두 번째 여행

    와 문화교양학과 교수진이 공동 기획해 ‘교양과목 톺아보기’ 연재를 시작한다. 전공 차이로 교양과목 이해와 접근이 어려운 학생에게 분명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207호에는 진보성 교수(문화교양학과)의 「동서양 고전의 이해」과목 2회차 연재를 싣는다. 5월에는 김재형 교수의 「세계의 정치와 경제」, 6월에는 남기현 교수의 「한국사의 이해」해설 원고를 연재할 예정이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제6장 순자『순자』 맹자보다 조금 뒤의 사람인 순자(荀子, 기원전 313~기원전 238)가 살던 시대는 전국시대 말기입니다. 이때는 천자국이었던 주나라가 완전히 몰락한 시기였습니다. 패권을 자치하려는 강대국들의 다툼이 더욱 치열해지던 세상에 새롭게 부상한 지주계층들이 기존의 귀족들과 대립하면서 혼란은 더 심해집니다. 당시를 순자는 매우 우려스러운 눈으로 보았음이 분명합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을 선하다고 했으나 세상의 혼란이 가중되던 시대에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말했습니다. 순자가 보기에 성선설은 혼란한 시대를 해석하거나 모순을 해결하기에 부족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순자』가 인간 본성의 악함을 증명하기 위해 저술된 책은 아닙니다. 세상의 혼란이 인간에게서 만들어졌으니, 세상의 혼란을 없애는 방법도 인간의 노력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순자는 공자와 마찬가지로 공동체의 규범인 예(禮)를 드높여 예에 의한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욕구를 제어해 인간 스스로와 사회 전체의 선함을 구하자고 주장합니다. 또한, 공자나 맹자와는 달리 법의 필요성도 강조합니다. 시대가 변하니 사람의 주장도 과거와는 달라집니다.   맹자는 도덕적 원칙론을 강조했으나 순자는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 언급하기 불편했을 인간 본성의 다른 면을 거론하면서 시대와 인간을 재해석했습니다. 순자는 자연, 인간, 그리고 정치를 새롭게 보는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순자』는 격변의 시기에 유가 사상의 발전을 가져온 중요한 저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제7장 황종희『명이대방록』 ‘명이’는 『주역』의 36번째 괘의 이름으로 ‘밝음이 땅속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지녀 시기상 암울한 때를 뜻합니다. 17세기 중국의 대학자 황종희(黃宗羲, 1610~1695)가 살았던 명말청초는 명나라가 몰락하고 청나라가 득세하면서 사회가 매우 혼란했습니다. 황종희가 『명이대방록』을 지은 이유는 자신이 살았던 명나라의 멸망 원인을 규명해 반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상을 제시하기 위해서입니다.   황종희는 유학자입니다. 그는 스스로 맹자를 계승했다고 자부했으며 도덕정치를 꿈꾸던 인물이었습니다. 황종희가 『맹자』를 다시 읽으며 다짐한 것은 인간다움을 지키며 사는 이상적인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 전반에서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명이대방록』은 신시대를 갈망하며 정치와 경제 및 사회제도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황종희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존재’라고 규정하면서 군주(왕) 역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명이대방록』에서 황종희는 ‘군주는 원래 어떤 존재인가?’라고 묻습니다. 원래는 ‘백성이 주인이고 군주는 손님’의 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뒤집혔다고 하면서 군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존재가 아니라 전적으로 백성을 위한, 공공을 위한 존재에 한정된다고 못을 박습니다. 황종희는 ‘군객민주’의 논리를 바탕으로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재상제를 폐지하자 득세한 환관들의 전횡을 비판하며 군주의 잘못이 세상의 모든 잘못과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비판적으로 드러냅니다. 변화의 시기에 전환의 논리를 제시했던 황종희는 ‘중국의 루소’라 불릴 만합니다.   제8장 플라톤『국가』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는 보통 도시국가라고 얘기되지만, 실은 작은 단위의 정치공동체 의미에 가까우며 나라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이 폴리스를 통해 인간은 능동적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습니다. 시민의 삶은 정치공동체를 바탕으로 성립이 가능합니다. 아테네의 철학자 플라톤(Plato, 기원전 428~기원전 348)이 지은 『국가』의 원래 제목은 ‘Politeia’로 ‘폴리스의 정치체제’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정치 공동체로서 이상적인 국가의 조건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철학적으로 논변하며 정의가 살아있는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영어로 바보·머저리란 뜻의 ‘idiot’은 고대 그리스어로 바보란 뜻의 이디오테스(idiotes)에서 유래했는데, 이디오테스에서 파생된 이디온(idion)은 ‘사(私)적’이라는 뜻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어리석은 사람=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동체의 협력을 저버리고 자기 욕망만 충족하며 살아가는 사사로운 사람은 공동체에서 배제될 바보입니다.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고 주장한 소피스트 트라쉬마코스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플라톤은 이를 논파하며 정의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이상적인 국가의 성립을 논하면서 플라톤은 교육의 중요성, 공적인 삶의 태도, 철학자의 통치, 인간의 영혼 및 이데아의 개념 등 다양한 주제를 거론합니다. 『국가』의 논의 내용은 2,500년 전 트라쉬마코스의 주장이 비극적으로 현실화된 현대사회에서 재음미돼야 합니다. 참주(독재자)가 득세하는 사회에서 정의로운 삶과 행복을 지향하는 사람의 영혼을 그려보며 지금 우리 몰골이 어떤지 거울에 비추어 볼 것을 권합니다.   제9장 토마스 아퀴나스『신학대전』 이탈리아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는 어린 시절부터 수도원 생활을 하며 책을 친구로 삼고 묵상으로 세계와 대화하는 학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당시 유럽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수용하던 시대였고 이런 분위기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학문은 철학과 신학을 함께 받아들이며 이성과 신앙의 조화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성과 신앙을 ‘신에게 다가가는 서로 다른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일종의 깨달음이었습니다. 철학은 이성적인 것으로 그에게 철학적 이성이 신앙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맹목적인 믿음의 길을 따르는 태도를 버리고 눈에 보이는 현상의 세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를 논증하려고 했습니다. 이것이 유명한 ‘신 존재 증명’입니다. 신의 현존에 대한 증명을 시도한 것입니다.   논리와 이성으로 신을 증명하려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시도는 진리를 추구하는 그의 태도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그는 신이 완벽한 존재이면 과연 세상의 악을 만들었냐는 질문에 ‘악은 선의 결핍’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선이라는 좋음이 점점 사라지는 현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인간의 자유의지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인간에게 내재한 잠재력과 역량이 지적인 행위와 함께 신앙의 노력으로 올바르게 발산되면 우리는 선을 행하고 악을 멀리하며 현세에서도 선과 일치를 추구하는 행복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성과 양심이 이끄는 덕의 길로 사람들을 인도하려 했고 정치에서도 공동선을 추구하는 왕을 인정했습니다. 신앙에서도, 현실 정치에서도 맹종을 추구하는 것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제10장 루소『사회계약론』 18세기 유럽은 기존과는 다르게 새로운 사회를 갈망하던 목소리가 커지던 시기였습니다.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인간의 자유로운 본성을 억압하는 기존 문명을 비판하고 새로운 사회를 구상하는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그 사유의 산물을 집약한 책이 바로 『사회계약론』(1762)입니다. 사회계약이라는 말은 사회나 국가 권력의 발생을 설명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 정착한 루소는 자신을 일종의 주변인으로 규정하는데 이런 자기 설정이 당시 프랑스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의 바탕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루소는 자연상태에서 인간의 본성을 불안정하거나 전적으로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루소는 다른 정치사상가들과는 달리 인간의 본성이 본래 선했으나 사람들이 모여 군집을 이루고 사회를 형성하면서 만들어낸 제도나 규범들이 오히려 선한 인간의 본성을 해치고 타락하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루소는 개인이 국가에 복종하거나 귀속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권리를 양도한다는 설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일반의지와 공동선의 원리를 상정해 계약의 주체가 개인과 주권으로서의 공동체라고 주장하면서, 미래의 자신에게 지금 자신의 권리를 양도한다는 설정으로 사회계약의 개념을 새롭게 규정합니다. 루소는 이러한 사회계약으로 서로 투쟁하고 경쟁하는 사회를 종식하고 인간의 선한 본성을 되살리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루소는『사회계약론』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인민의 주권을 강조해 유럽이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사상적 발판을 만들었습니다. 프랑스혁명을 비롯해 서구 근대 민주주의 태동에 큰 영향을 준『사회계약론』은 현대 민주주의의 고비마다 여전히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진보성 방송대 교수.문화교양학과

    207호2024-04-20 13:14

  • ‘도무스 아우레아’ 황금궁전, 버섯 황제를 몰락시키다

    “(그는) 평균 키에 몸 곳곳에는 점이 나 있었으며, 악취가 풍겼다. 암갈색 머리칼에, 매력적이라기보다는 평범한 풍모였다. 눈은 나약해 보이는 파란색이었고, 목은 굵었다. 배가 나왔고, 다리는 매우 가늘었다.” -오현제 시대 로마의 역사가·정치가 수에토니우스 수에토니우스(69~130년 이후)는 종신 독재관(딕타토르)이 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및 제정(帝政)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부터 도미티아누스에 이르는 로마 제국 초창기 11명의 황제를 다룬『황제 열전(De vita Caesarum)』을 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집권 초에는 개혁적인 이미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흔히들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엘리자베스 1세 영국 여왕을 꼽는다. 그렇다면 가장 악명 높은 폭군은 누구일까? 사가(史家)들에 의해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 네로라 불리는 로마의 제5대 황제 네로 클라우디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Nero Claudius Caesar Augustus Germanicus)다. 네로는 대중의 인기에 예민한 폭군이었다. 식성도 최고급 수준이었다. 그는 ‘버섯 황제’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버섯을 좋아했다. 귀한 달걀버섯을 가져오면 버섯 무게만큼의 황금을 주었다고 한다.   폭군의 대명사이자 로마 제국 최악의 황제로 꼽히는 네로(37~68년)는 54년에서 68년까지 불과 13년 8개월간 제위(帝位)에 있었다. 하지만 2천 년 역사가 흐르는 동안 기분 나쁜 그의 별명은 지속적으로 전승되고 있다. ‘인류의 파괴자’, ‘세상의 독’, ‘국가의 적’, ‘타락한 절대 권력자’ 등 후대인들의 입에 오르내린 악명은 섬뜩할 정도다.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왕조의 마지막 황제인 네로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아버지가 사망하고, 서기 49년 어머니 아그리피나가 숙부(네로의 외종조부)이자 당시 로마 제국 제3대 황제였던 클라우디우스와 결혼함으로써, 클라우디우스의 양자가 됐다. 5년 후인 54년 열여덟 나이의 네로는 양부 클라우디우스 아우구스투스의 친아들인, 세 살 차이의 의붓동생 브리타니쿠스를 제치고 황제에 취임했다. 재위(在位) 기간, 타인의 눈에 비친 그의 행적은 참으로 현란하고 납득하기 어렵다. 황제가 된 이듬해인 55년 의붓동생 브리타니쿠스를 독살하고(어머니 아그리피나의 소행이라는 주장도 있다), 59년에는 정치적 훈수를 두며 간섭해 온 어머니 아그리피나를, 62년에는 아내 옥타비아를 살해함으로써 패륜아라는 오명을 얻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베드로와 바울을 처형해 기독교를 박해한 폭군,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적그리스도, 성적으로 타락한 난봉꾼, 불길에 휩싸인 로마를 바라보며 하프를 연주한 미치광이 등 온갖 추악한 모습으로 서술되곤 한다. 그러나 역사의 기술이 과연 진실만을 전하는 것일까? 집권 전반기 네로는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스승 세네카와 근위군단 장교 브루스의 보좌를 받아 선정을 베풀었다. 네로도 초기 5년 동안은 개혁 군주 이미지가 강했다. 원로원 의견 존중, 세금 경감, 매관매직 시정, 해방 노예 중용, 국방력 강화 등에서 빛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점점 폭군의 본성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로마의 신이 황제에게 로마 문화를 발전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신념에 따라 로마의 문화와 건축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원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예술가의 삶을 살아 시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연극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박수부대 동원해 그리스 순회공연도 예술에 대한 네로의 광기에 가까운 열정은 인류 최초의 스타 팬덤 형성과 집단 박수부대 동원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스 문화에 심취하고, 시와 노래를 좋아한 그는 자신을 위대한 예술가로 착각했다. 측근들 앞에서 수시로 노래를 불렀던 그는 64년 ‘성모 마리아의 도시’ 나폴리에서 가수로 공식 데뷔하려고까지 했다. 이때 가벼운 지진으로 극장 건물이 손상됐다. 그러나 네로는 이 일을 자신의 노래 솜씨에 하늘이 감탄한 징조로 여겼다. 도저히 못 말리는 자기애다. 67년 네로는 자신이 그토록 동경하던 그리스로 순회공연을 떠났다. 박수부대도 동행했다. 자신을 뛰어난 가수이자 시인으로 여긴 그는 여러 축제에 참가해 무려 1천808 회나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의 머리에 씌워진 승리의 월계관은 음악이나 예술의 재능이 아닌 권력에서 나온 것이었다. 오늘날의 아이돌과 같은 면모를 지닌 그는 64년 로마 대화재 이후 자신의 집을 대체할 ‘도무스 아우레아’라는 황금궁전을 건설했다. 이는 네로 황제의 최고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불탄 로마시를 복구하는 대신 자신을 위해 4년에 걸쳐 지어진 아름다운 벽화가 가득한 150개의 방, 뱃놀이를 할 수 있는 인공호수, 거대한 네로 자신의 황금조각상이 있는 궁전은 아이러니하게도 황제 네로의 몰락을 초래했다. 그가 폭군으로 낙인찍힌 것은 64년 기름 창고 사고가 원인이 되어 로마 대화재가 발생해 민심이 혼란스러워지자, 당시 로마 제국의 신흥 종교였던 기독교에 책임을 덮어씌워 300명의 기독교도를 학살했기 때문이다. 이 일로 그는 로마 제국 황제 중 최초의 기독교 박해자로 기록됐다. 또한 65년에는 스승인 세네카에게 자살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68년 타라콘네시스(에스파냐) 속주 총독 갈바가 내전을 일으키고 이에 각지의 총독들은 물론 친위대까지 반란에 동조해, 마침내 원로원으로부터 ‘국가의 적’이라는 선고를 받았다. 그해 6월 8일 네로는 로마를 탈출해 마지막까지 그의 편에 서 있던 해방 노예 파온의 별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네로에 관한 부정적 평가는 네로 사후 50년이 지나 저술된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51~117년)의『연대기』를 통해 주로 이뤄졌다. 이는 기독교의 발생과 네로 당시 교회의 박해에 대해 언급된 역사문서로 초기 기독교에 대한 로마지식인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서기 64년에 일어난 9일간의 화재는 인간적인 어떤 노력도, 황제의 어떤 하사품도, 어떤 속죄의 제사도 화재가 네로황제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는 (헛)소문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이 소문을 종식시키기 위해 네로는 반(反)종교적 성향으로 미움받던 이들을 기술적으로 고문할 것을 명령했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그리스도인(Chritianus)들이라고 불리었다. 그 이름은 티베리우스 황제 시대에 본티오 빌라도 총독이 처형한 그리스도한테서 비롯됐다. 당시에 처벌됐던 그 사악한 미신은 유대만 아니라 로마(제국)에서까지 다시 파고 들어와 더럽고 사악한 것을 퍼트리며 자발적인 동료들을 얻어냈다.” 생전에 네로를 직접 접하지 않았던 타키투스는 네로 시대에 살았던 플리니우스의 저술을 참조했다. 플리니우스는 네로에게 정치적 탄압을 받았고, 네로 사후 새로 정권을 잡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를 열렬히 지지한 인물이었다. 네로를 과도하게 혹평함으로써 새로운 왕조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던 플리니우스는 새로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담당했을 수도 있다. 예민한 성격에 식성도 최고급 수준 네로는 대중의 인기에 예민한 폭군이었는데, 식성은 최고급 수준이었다. 그는 ‘버섯 황제’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버섯을 좋아했다. 귀한 달걀버섯을 가져오면 버섯 무게만큼의 황금을 주었다고 한다. 네로 황제가 무게만큼 황금으로 줬다는 달걀버섯은 날로 먹어도 맛이 좋지만 보통 구워 먹거나 튀김 요리로 해 먹는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소금을 뿌려가면서 굽거나 호박잎에 싸서 구워 먹기도 한다. 어릴 때는 달걀 모양으로 흰색 주머니 속에 싸여 있다가 위쪽을 뚫고 땅 위로 화려하게 솟아 나온다. 표면은 화려한 노란색, 등황색, 선황색이고 충분히 펴진 갓은 편평하며 가운데가 약간 볼록하고 둘레에는 방사상의 홈 줄이 있다. 동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지에 자생하는 식용버섯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에 따라 달걀버섯 또는 계란버섯으로 불리는 반면 유럽에서는 ‘카이사르’, 영어로는 ‘시저’라고 불리는데 이는 버섯 중에 제왕이란 뜻이다. 그래서 제왕(帝王)버섯, 황금버섯이라고도 한다. 근래에 버섯의 전체가 순백색인 흰달걀버섯이 한국 특산종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네로의 혀를 매혹시킨 것 중에는 세계 3대 별미에 속하는 송로버섯도 포함돼 있다. 그는 이 버섯을 ‘사랑의 묘약’이라고 불렀다. 독특한 향이 성적 흥분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로마에서는 송로버섯을 최음제로 활용했다. 이 같은 전통으로 인해 송로버섯은 유럽에서는 훗날에도 여성미를 과시하려는 귀부인들과 강한 남성성을 자랑하려는 왕족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2009년에 발굴된 황제의 만찬장 2009년 9월 고고학자들이 네로 황제의 만찬장을 발굴했다. 로마의 팔라티노 언덕에 세워진 서기 1세기의 황금궁전 ‘도무스 아우레아’ 유적지에서 발견된 만찬장 ‘코에나티오 로툰다(coenatio rotunda)’는 놀랍게도 회전식 연회장이었다. 이 만찬장에 대해서는 당대의 역사학자 수에토니우스 등이 기록으로 남겼지만, 실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0년 가까이 지나서였다. 수에토니우스의 기록에 의하면, 주연회장은 둥근 방으로 천체의 회전을 본떠 방 전체가 돌아가게 돼 있다고 한다. 만찬장의 천정은 상아로 장식돼 있고, 꽃이 비처럼 벽을 타고 내려오며, 숨겨진 분무장치에서 향수가 뿜어져 나왔다. 가히 당시 로마 공학기술의 총아라 할 만하다. 이 만찬장에서 네로는 시를 읊고 노래를 부르는 한편 산해진미를 맛보며 화려하고 원색적인 파티를 즐겼을 것이다. 물론 달걀버섯 요리도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207호2024-04-19 22:56

  • 글로벌 물류 인력 양성에 두 손 모아

    방송대(총장 고성환)는 지난 8일 오후 3시 20분 본관 중회의실에서 한국국제물류협회(회장 원제철, KIFFA)와 본관 중회의실에서 글로벌 물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방송대 고성환 총장, 이병래 부총장, 장영재 기획처장, 이충기 학생처장, 김흥진 50·500억 발전기금프로젝트 사무총장, KIFFA 원제철 회장, 배경한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두 기관은 △학생 대상 물류분야 교육·현장실습 △물류 분야 연구·전문가 배출 △교육생 모집·홍보 △공동 관심 분야 협력사업 추진 등 교육과 연구 분야의 협력을 약속했다. KIFFA는 국제물류주선업(포워딩업)을 대표하는 54년의 역사를 지닌 비영리법인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청년취업아카데미를 통해 약 800여명의 물류 인재를 양성했다. KIFFA는 글로벌 물류기업 육성 기반 조성, 정책 제안, 국제물류 현황 조사 등을 하고 있다.   포워딩이란 화물을 해외로 보내거나 국내로 수입할 때 일정 조율부터 선박이나 항공기 예약, 세관 신고 및 통관, 배송 등의 업무를 포함한다. KIFFA에 속한 포워딩업 현직 종사자들이 물류 분야 실무 교육 프로그램을 방송대 무역학과 학생 등에게 제공하고, 취업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고성환 총장은 “학생들이 물류 분야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얻고, 실무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교류 협력이 필요하다”며 “물류 분야의 전문가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원제철 회장은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5천200개의 물류 회사가 있는데,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송대는 의지력이 투철한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함께 연계한다면 어느 대학보다도 높은 취업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번 협약으로 산업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해 물류 산업의 발전을 위한 취업 연계의 큰 허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서정 기자 human84@knou.ac.kr    

    207호고서정2024-04-19 10:59

  • 지속 가능한 동물산업과 교육의 방향성

      교육을 통해서 가축의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시설 및 개념들을 적용한다면, 농가 입장에서도 큰 부담 없이 지속 가능한 축산 및 동물복지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방송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존재감은 축산업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학자에게는 소중합니다. 방송대의 일원으로서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학생분들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도움 요청을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중입니다.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상당히 큰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3년을 기준으로 돼지는 1천139만 마리, 육용계는 8천895만 마리, 산란계는 7천612만 마리 그리고 한우 및 육우는 371만 마리를 사육 중이며, 닭을 제외하면 옆 나라 일본과 비교해서도 더 많은 가축이 사육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분들에게 현실적인 동물사양과 관련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기관은 일부 국립대를 제외하면 거의 없습니다. 방송대는 이러한 공백을 채우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과 축산업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속 가능한 축산업에 대한 방안으로 냄새 저감 및 저탄소 축산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실과 이론이 어우러진 교육은 미래의 축산 및 농업 발전을 위한 중요한 초석이 될 수 있습니다. 방송대에서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교육을 통해 농가들 스스로 축산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밀집형 축산 혹은 공장식 축산 등으로 불리는 것이 현재 가장 흔히 사용되는 축산 시설의 기본입니다. 전 세계 가축의 90% 이상이 이러한 형태로 사육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밀집형 축산은 1930년대 항생제의 일반적인 사용과 더불어 등장했습니다.   항생제의 등장은 동물을 좀더 효율적으로 기를 수 있게 했으며, 질병에 취약한 동물들의 무리 사육을 가능케 했습니다. 이에 더불어, 가축사육의 효율을 올리고자 동물들에게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 및 환경만을 제공해 왔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이 합쳐져서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왔으며, 우리나라 또한 이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현대 축산의 동물복지 시설의 적용은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의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가축의 동물복지 개념 및 그 시설의 적용에 대한 교육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농가에서는 동물복지의 적용에 대해 반발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이유는 정부의 법안을 통한 일방적인 강요와 동물복지 시설을 적용함에 따른 생산 단가 증가에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서 가축의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시설 및 개념들을 적용한다면, 농가 입장에서도 큰 부담 없이 지속 가능한 축산 및 동물복지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방송대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선배 교수님들의 탁월한 강의와 기술들을 접하면서, 교육과 학습에 대한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교육의 방향성을 재고할 수 있었습니다. 축산 및 농업 교육의 현실과 미래를 고려했을 때 방송대 농학과의 교수로서 책임을 무한하게 느끼는 중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농업과 교육의 현실화를 소명으로 삼아 방송대의 일원이 됐음을 영광스럽게 여기도록 하겠습니다.      

    207호2024-04-19 11:25

  • 방송대 안 왔으면 어쩔 뻔했나!

    인생의 큰 위기와 전환점에서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심정으로 방송대 공부를 시작했다. 오래전 등록만 하고 중단했던 방송대가 떠올라 우선 입학부터 결정하고 접수를 서둘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힘든 시기에 왜 공부를 하기로 했을까? 하는 의문은 나 자신도 아직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칭찬 돌려막기’를 한다.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식당 음식 같다고 하고, 식당에서 먹으면 집밥 같다고 한다. 멋진 그림을 보면 사진 같다고 하고, 잘 찍힌 사진을 보며 그림 같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난 4년간의 방송대 경험은 어쩌면 교육 같지 않았던 교육이었다. 물론 방송대에서 받은 교육은 최고였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학과 교육 이외의 교육적인 요소였다. 1~3학년 대표와 교육학과 학생회장 그리고 전국연합회장을 거쳐 부산지역대학 총학생회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방송대 교육학과의 주력상품인 평생교육을 실천적으로 경험해 온 시간이었다. 학과 학생회와 총학생회에서 행사를 기획, 준비, 실행하고 평가하는 과정은 평생교육사의 일상과 닮아 있었다.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 되려면 지식 전달을 넘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과 역량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비누의 성분과 제조공정을 안다고 해서 손과 얼굴이 반드시 깨끗할 것이라는 법은 없다. 따라서 나는 방송대 교육을 ‘실천적 지식’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나에게 방송대는 무엇인가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1학년 때부터 주제로 등장한 과제는 ‘교육이란 무엇인가?’였다. 비슷한 과제를 접할 때마다 많이 고민했다. 초창기에는 정답을 찾는 고민이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찰적인 고민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나의 두 번째 방송대 교육 경험은 답을 찾기보다는 성찰하는 능력을 키워주었다. 나에게 방송대 교육은 ‘변화’이자 그 변화로 인해 생기는 ‘기회’다. 한 예로 학교에 입학할 때는 평생교육이나 평생교육사에 관심이 없었지만, 교육과정을 통해 관심을 두게 됐고, 지금은 직업전환을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변화는 방송대 교육 경험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방송대는 실천적 지식을 얻은 곳이며, 성찰의 능력을 키워주었으며, 또한 기회를 제공하는 실현된 교육의 장이었다. 이러한 경험이 모든 학우에게도 일어나기를 나는 바란다.   42대 부산총학생회를 시작하면서 내건 슬로건은 ‘The 뻔(FUN)뻔 리더, 부산총학!’이다. 첫 번째 ‘뻔’은 우리는 공부라는 뻔한 이유로 학교에 들어왔다. 그러니 뭔가 학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돕고 싶다. 최근 총학 주최로 엑셀 특강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계속해서 한글, 파워포인트, 미리캔버스 등에 대한 특강을 이어갈 생각이다.   두 번째 ‘뻔’은 아무리 공부하러 들어온 학교이지만 우리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 최대의 어려움은 ‘고립감’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뻔(FUN:Friendship, Union, Networking)한 공부하자고 외친다. 학우들의 교류를 위한 오프라인 모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며 함께 공부하는 학우를 만들고, 함께 연합하고, 선후배와 교수·학생을 그리고 지역과 지역을 연결해서 교류간격을 줄이는 일을 하고자 한다.   마지막 ‘뻔’은 우리 대학의 모토가 ‘내 인생을 바꾼 대학’인 것처럼 부산지역대학 학우 모두가 졸업 후 ‘와, 내가 방송대 안 왔으면 어쩔 뻔했나!’라고 감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에게 방송대 공부는 ‘변화’와 ‘기회’다. 인풋(input)이 없으면 아웃풋(output)도 없다. 공부는 변화를 불러오고, 그 변화가 기회를 만든다. 방송대 공부는 삶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를 준다.

    207호2024-04-19 11:45

  • 역사와 서사시 그리고 외세에 대응하는 영웅의 노래

    옛 유고연방의「마르코 끄랄례비치」서사시의 경우, 영웅의 출생에서 시련과 고난, 과업의 성취, 죽음과 같은 일대기가 한 시인에 의해 순차적으로 노래되지는 않는다. 마르코 끄랄례비치의 행적과 관련한 일종의 에피소드가 독립된 하나의 연창 단락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 연창본을 합본하게 되면 영웅의 행적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의 서사시 전승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영웅 마르코의 출생과 관련된 부모의 결연은 특별하다. 마르코의 부친인 부카쉰 왕은 헤르쩨고비나의 몸췰로 사령관을 부당한 방법으로 제압하고 그의 누이를 아내로 취한다. 능력이 우월한 몸췰로가 패배하게 되는 이유는 그의 여인인 비도사바의 배신과 계략 때문이다. 부당하게 쟁취한 부카쉰 왕의 승리지만 도덕적 비난이 가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몸췰로 스스로가 부카쉰에게 자신의 누이인 예브로시마를 아내로 맞이하라고 권고한다. 승패의 결과가 중요할 뿐 수단의 부당함과 비윤리적 행적은 문제시되지 않는다. 부카쉰 왕이 튀르크인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의 검을탈취당한 상황을 마르코나 세르비아 민족이 바로잡았다고 하는 사실을 널리 드러내어야 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되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역전시켜 대응하는 구비서사시의 전략이기도 하다. “사령관 몸췰로가 말했네 / 당신의 소원대로, 부카쉰 왕이시여 / 나의 비도사바를 취하지 못할 것이오 / 비도사바를, 나의 간부(姦婦)를 / 왜냐면 그녀가 당신을 죽일 것이오 / 오늘 나를 당신에게 넘긴 것처럼 / 내일은 당신을 다른 이에게 넘길 것이오 / 나의 다정한 누이를 취하시오 / 나의 다정한 누이, 예브로시마를 / 그녀는 당신에게 어디서든 신의를 지킬게요 / 나와 같은 영웅을 나아줄게요.”   누이를 통해 자신의 혈통을 지속시키려는 의지가 특별한 점이어서 마르코의 출생과 고귀한 혈통에 관한 설정이 고대적 원천에 이어져 있음을 암시한다. 능력의 열세를 넘어서기 위해 선택한 부당한 방식은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고 승패의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겨, 승리한 자를 영웅으로 인정하는 설정은 한국·몽골의 창세신화나 주몽·탈해 등과 같은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보편적인 요소여서 이 서사시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출생과 관련한 태몽도 영웅성 강조 “그녀와 많은 자손을 낳았네 / 마르코와 안드리아를 낳았네 / 마르코는 외삼촌을 닮았네 / 외삼촌 사령관 몸췰로를…”   마르코는 부카쉰뿐만 아니라 몸췰로의 영웅적 자질을 아울러 물려받은 영웅이라는 점을 계속해서 부각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마르코가 옛 유고연방 민족의 영웅으로 온전하게 설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적극 활용했다. 그런 사정이 있어서 마르코가 아버지인 부카쉰이 아니라 외삼촌 몸췰로 쪽으로 혈통적 친연성을 강조하는 설정은 특별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영웅적 자질은 외삼촌을 견인하고, 역사적으로 튀르크에 대항하는 민족의 정통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부카쉰-마르코’로 계승되고 있음을 확정하는 이중의 전략을 구사했다. 마르코의 출생과 관련한 태몽 역시 영웅성을 강조하는 방편으로 널리 활용된다. “므르냐브쳬비치의 부인이 꿈을 꿨네/ 커다란 도시 쁘리즈렌에서 / 꿈을 꿨네, 꿈에서 보았네 / 성난 용을 낳는 것을 / 튀르크인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 / 아침에 날이 밝았을 때 / 부인은 부카쉰에게 이야기했네 / 어떤 꿈을 꾸고, 꿈속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 부카쉰 왕이 말했네 / ‘진실한 부인이여, 쁘리즈렌의 태양이여! / 꿈속에서 당신이 용을 본 것은 / 용감한 영웅을 낳으려는 것이요 / 그 용이 튀르크인의 머리를 벤 것은 / 그 아이가 튀르크인의 머리를 베는 것이요 / 튀르크인들이 그 아이에게 도시를 나눠줄 것이요 / 바다에 세 개, 다뉴브 강가에 한 개를.’” 부카쉰 므르냐브쳬비치의 부인은 몸췰로의 누이인 예브로시마로서 마르코의 모친이다. 영웅의 출생과 관련한 태몽을 통해 마르코가 세르비아 민족의 영웅으로 튀르크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세르비아 민족의 영웅이 될 것임을 예징(例徵)하고 있다. 튀르크의 침략에 맞서 싸운 결과가 무엇인지도 분명하게 예견함으로써 마르코의 영웅적 행적이 특별한 방식으로 펼쳐질 것임을 암시한다. 비범함의 현시, 영웅서사시의 보편적 성격 물론 특별한 태몽을 통해 영웅의 자질을 그렇게 드러내었다고 해서 영웅적 자질이 온전하게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마르코는 역사적 실존 인물이라는 제약을 인정하면서 한편으로 이를 넘어서야 시대적 상황에 합당한 영웅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 특별한 설정이 필요했다. 마르코가 대단한 능력을 지니게 된 연유는 비단 혈통에 국한돼 있는 것만이 아니다. 마르코가 자신의 비범한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현시하는 대목은 영웅서사시의 보편적 성격이다. 예사롭지 않은 혈통을 이어받은 결과 누구도 가지지 못한 능력을 지니게 됐다고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설정을 했다. “(튀르크)황제의 군대가 도착했을 때/ 모두가 검을 쳐다보았네 / 아무도 그것을 꺼낼 수 없었네 / 검은 이 손 저 손을 거쳤네 / 마르코 끄랄례비치의 손에까지 왔네 / 검은 저절로 빠졌네 / 마르코가 검을 바라보았을 때 / 검에는 세 개의 정교회 문자가 있었네 / 첫 문자는 대장장이 노박의 이름이 / 두 번째 문자는 부카쉰 왕의 이름이 / 세 번째 문자는 끄랄례비치 마르코의 이름이…” 마르코가 빼어 든 검은 아버지 부카쉰 왕의 것이다. 마리짜 강에서 부상을 입고 발견된 부카쉰 왕을, 튀르크인 무스타파 아가가 부카쉰의 검으로 머리를 베어 버린 사건이 일어난 이후의 상황이다. 무스타파 아가가 그 검을 차고 황제의 군대와 함께 마르코가 있는 곳으로 왔으나 검이 빠지질 않았다고 했다. 검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가리는 일에 마르코가 참여해서 검의 주인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부카쉰 왕이 마리짜 강에서 부상당한 채 튀르크인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하는 설정은 1371년 발칸반도로 진출하려는 튀르크 군대에 맞서 전투를 벌이다가 대패한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노래한 것이다. 세르비아 중세 왕국이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를 받게 되는 역사적 사건이다. 무스타파 아가가 부카쉰의 검으로 부카쉰을 제거하는 양상은 신화적 발상의 후대적 변이로 판단된다. 대적해야 할 상대의 능력이 대단해서 직접적으로 상대할 수 없을 때, 상대방의 보검 따위로 상대방을 처치하는 전형적 방식을 뒤집어서 주인공의 필연적인 패배와 연결해 노래하고 있다. 부카쉰 왕이 튀르크인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의 검을 탈취당한 상황을 마르코나 세르비아 민족이 바로잡았다고 하는 사실을 널리 드러내어야 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되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역전시켜 대응하는 구비서사시의 전략이기도 하다. 한편 부카쉰 왕이 마리짜 강에서 튀르크인에게 죽임을 당했는데, 그 아들인 마르코는 튀르크 황제의 양아들로 등장하는 것은 서사 전개의 인과성에 있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물론 아버지를 죽인 무스타파 아가를 징치함으로써 보복을 감행하지만, 그것은 개인적 차원에 그칠 따름이다. 마르코가 상대해야 할 적은 분명 침략자인 오스만 튀르크이고 그 황제인 술탄이지만 그에 대한 전면적인 대항은 찾아볼 수 없다. 다분히 우회적인 방식으로 상대한다. “차고 있던 검을 빼내 / 12명의 아랍인을 쫓아가네 / 그들의 흰 목을 자른 것이 아니라 / 비단으로 두른 허리를 잘랐네 /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어 쓰러졌네 / 마르코는 12명에게 행했네 / 열둘을 스물넷으로 만들었네.// 마르코가 말했네 / 양아버지시여, 황제 술레이만이여! / 만약 내가 라마단을 맞아 포도주를 마셨다면 / 만약 마셨다면, 믿음이 나에게 시킨 것이오 / (중략) 황제는 뒷걸음질쳤네, 마르코는 다가섰네 / 황제를 벽까지 몰았을 때 / 황제는 손으로 주머니를 뒤졌네 / 그는 수백 두카트를 꺼냈네 / 그리고 마르코에게 주었네 / ‘가라, 마르코여, 포도주를 마셔라.’” 역사적 사실과 구비서사시를 통한 승리 쟁취 흥미롭게도 마르코가 무력으로 튀르크의 군사들을 제압하는 장면이 튀르크 황제와의 대결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마르코가 튀르크의 봉신(封臣)이었던 역사적 사실이 있어서 역사를 거스른 설정을 하기 어려워 술탄을 향한 전면적인 대결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튀르크를 대상으로 비판이나 조롱과 같은 우회적인 대결을 선택하거나, 실제적 위협으로 그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실제 역사적 사건의 틀 안에서 대항할 수 있는 현실적 방식을 차선책으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마르코와 직접적인 대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술탄이 인정하고 있어서 마르코의 반발을 유화적으로 막아보는 술탄의 행적을 통해 옛 유고연방의 민족은 역사적 사실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구비서사시를 통해 승리를 쟁취하는 방식을 요령 있게 터득했다. “마르코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하라 / 마르코가 있는 곳에 세 개의 보물 혁대가 있다는 것을 / 어떤 보물인가? 모두 노란 금화이고 / 혁대 하나는 은총을 베풀 것이다 / 나의 시신을 파내는 그 사람에게 / 두 번째 혁대로는 교회를 장식하도록 하라 / 세 번째 혁대는 앉은뱅이와 장님에게 / 장님들이 세상을 걸어 다니도록 / 노래를 부르고 마르코를 언급하도록” 영웅 마르코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명마인 샤라쯔를 죽이고 이어 그의 검을 네 조각으로 부러뜨렸다고 노래했다. 마르코의 검이 튀르크의 손에 넘어간다는 것은 자신들의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확정하는 것이어서 그랬다고 보면 자연스럽다. 더불어 마르코가 인간 영웅이기만 해서 사후에 더 이상 특별한 역할을 담당하지 못했다고 하는 인식을 넘어서는 또 다른 장치를 마련해 둠으로써 영웅서사시의 다양한 편폭을 제시했다. 마르코의 죽음을 특별하게 설정해서 예사 사람과 다르다고 하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죽음이 정교회와 인연을 지속시키고 튀르크의 지배로 인한 현실의 고난과는 또 다른 현실의 고난을 넘어설 수 있게 한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노래했다.

    207호2024-04-19 23:08

  • 사회복지학과, ‘우정의 공동체’ 지향하는 연구소 만들었다

    사회복지학과(학과장 김영애)가 지난 4월 10일 방송대 열린관 대강당에서 ‘방송대 학습하는 동료들의 네트워크, 방학동네’에 기반한 사회복지연구소 창립식을 가졌다. 초대 연구소장은 이현숙 교수(사회복지학과)가 맡았다. 사회복지연구소는 방송대 학과 차원에서 만들어진 연구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 현장에서 배움과 앎을 실천하는 동문 ‘선배시민’이 자기목소리로 토론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공동체에 참여한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창립식은 재학생, 대학원생, 학부·대학원 동문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최규현 사회복지연구소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1부는 학과 교수들과 선배시민협회의 축하공연과 노래, 유범상 사회과학대학장의 특강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6명의 학과 교수가 모두 출연해 콩트로 구성한 ‘사회복지연구소(방학동네)의 의미 찾기’는 대강당을 메운 참석자들에게 웃음꽃과 함께 ‘연구소 창립 의미’를 전달했다. 유범상 학장은「사회복지와 시민정치를 위한 멋들어진 상상」을 주제로 특강 ‘왜 방학동네인가?’를 풀어나갔다. 그는 자신의 학문적 화두인 인간·공동체·정치의 의미를 짚으면서 사회권을 확립해 나가는 ‘우정의 공동체’를 강조했다. 그는 이 공동체의 핵심 요소가 ‘자기목소리로 토론하는 시민’임을 환기하면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세상을 읽고, 세상을 만들어 간다. 모른다는 것에서 출발해 상호의존성을 키워야 한다. 오늘 사회복지연구소 창립을 기념하는 자리로 그런 의미가 있다. 사회복지연구소(방학동네)가 누구도 배고프지 않은 세상을 꿈꾸고, 그런 세상을 상상하는 대화를 통해서 의미 있는 광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어진 2부 창립식은 유희정 사회복지연구소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현숙 사회복지연구소장의 개회선언과 환영사가 이어졌다. 그는 “그간 우리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분들이 졸업 이후에 의미 있는 실천을 함께하고 싶다고 자주 요청해 왔다. 그런 요청을 담아 학부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졸업생들과 함께 좋은 우정을 쌓고 그 우정을 기반으로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사회복지연구소(방학동네)를 창립하게 됐다. 이런 의미 있는 시작에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관련 인터뷰 참조). 사회복지연구소 부소장인 김영애 학과장, 인천지역대학장을 맡고 있는 강상준 교수, 인지훈 교수, 박미진 교수, 이수홍 선배시민협회 부회장, 안창민 대학원 총원우회장, 예수진 사회복지학과 전국연합회장 순으로 인사와 축사를 건넸다. 이후 이현숙 연구소장의 정리발언, 기념 케이크 커팅식, 폐회선언 및 기념촬영 순으로 창립식을 마무리했다. 방송대 사회복지연구소(방학동네)는 △연구 △학습 △페스티벌 △소금한가마니 △네트워크 △회원&후원 △소통 등의 전문 영역을 두고 졸업한 ‘선배시민’들이 우정의 공동체를 일궈나갈 예정이다. 향후 한국 사회에서 ‘사회권’ 확대를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207호최익현2024-04-19 22:20

  • “공동체 참여하려면 토론과 연습 필요 … 시민들의 공론장 될 것”

    방송대 사회복지학과가 마침내 큰일 하나를 벌였다. ‘사회복지연구소(방학동네)’를 만든 것. 학과 교수들과 선배시민협회 회원들인 ‘졸업생’들이 주축이 됐다. 초대 연구소장을 맡은 이현숙 교수는 “사회복지연구소는 차이가 편안히 드러나고 누구도 배고프지 않은 소크라테스의 사회라는 이상을 학습하는 동료들과 함께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을 지향한다”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연구소(방학동네)가 어떤 곳이며,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우정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이 연구소의 창립 의미를 이현숙 초대 연구소장에게 들었다. 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사회복지연구소는 차이가 편안히 드러나고 누구도 배고프지 않은 소크라테스의 사회라는 이상을 학습하는 동료들과 함께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을 지향한다 사회복지연구소를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학생들이 졸업하면서 늘 했던 질문이 있습니다. “졸업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나요?”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사실 졸업생은 모임을 지속하기 힘들고, 스터디 모임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대부분 친목 모임 수준으로 운영됩니다. 학과 교수님들과 졸업생들은 이런 현상을 안타까워했어요. 사회복지학과에서 ‘사회복지학은 시민들을 위협하는 사회적 위험에 함께 맞서는 이론과 실천이며, 사회적 우정을 바탕으로 더 나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에 참여하라’고 말해 왔습니다. 그런데 졸업은 각자 따로 혼자되는 것이며, 그러다 보면 학과의 배움을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학과 교수님들과 졸업생들이 고심하던 중에 ‘사회복지연구소 방학동네’를 만들게 됐습니다. ‘방학동네’는 ‘방송대 학습동료 네트워크’의 준말입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참여하고 졸업 이후에도 배움과 친교 그리고 함께하는 실천 방안을 모색합니다. 방학동네를 만들면서 우스갯소리로 방송대 사회복지학과에는 졸업이 없다고 말합니다. 특히 ‘졸업생’의 참여를 강조한 부분이 눈길을 끕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졸업은 새로운 시작인데, 사회에 나가면 학과에서처럼 함께 공동체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할 동료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졸업생들의 광장을 만들자는 구상을 하게 됐습니다. 학과로서도 좋은 것이 졸업생들은 현장과 일상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학과의 공부, 즉 이론과 실천의 광장이 될 수 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이 ‘방송대 학습하는 동료들의 네트워크, 방학동네’에 기반해서 운영한다는 것인데요. 일반적인 연구소와도 확연하게 구별되는 점으로 보입니다. 왜 ‘학습하는 동료들의 네트워크’를 강조하는지요 사회복지학과는 학습동아리 민주주의를 이상으로 제시해 왔습니다. 일상의 도처에서 토론하는 시민들이 공동체 일을 논의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본 거죠. 그래서 우리 학과와 졸업생들의 커뮤니티에서부터 학습동아리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이것을 도처에 전파하자, 이런 뜻에서 학습동료 네트워크를 구상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방학인 거죠. 토론과 학습을 놀이로 하면서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죠. ‘학습하는 동료들과 함께 공동체에 참여하라!’라는 철학과 비전이 인상적입니다. 연구소가 지향하는 방향과 가치는 무엇인가요 사회복지연구소의 지향과 가치는 우리 학과의 모토에 나와 있습니다. 학부의 모토는 ‘이상이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라’이고, 대학원은 ‘상상이 일상이 되도록 마을에서 실천하자’입니다. 줄여서 상상상, 상상마실! 사회복지연구소는 차이가 편안히 드러나고 누구도 배고프지 않은 소크라테스의 사회라는 이상을 학습하는 동료들과 함께 일상이 되도록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사회복지연구소는 학생들과 졸업생들을 모두 같은 ‘시민’ 으로 봅니다. 시민은 자기 목소리로 공동체에 참여하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시민들이 이렇게 자기 목소리로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목소리를 내는 연습과 토론이 필요합니다. 방학동네는 이러한 시민들의 공론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구소가 학교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는지 궁금한데요 현재로서는 어떤 지원도 없습니다. 연구소 공간을 소장, 즉 제 연구실로 하면서 1년에 소정의 돈을 학교에 내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연구소가 외부 프로젝트를 받을 수 있다면 이에 기반해서 학교에 연구소 공간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참여자들의 십시일반을 통해 운영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연구소장은 학과 교수가 임기에 따라 돌아가면서 담당하게 됩니다. 학과 교수님들의 토론과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또 사회복지연구소 탄생에 헌신적인 기여를 해 온 학부 및 대학원 졸업생 유희정 사무처장과 최규현 사무국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향후 연구소가 △연구 △학습 △페스티벌 △소금한가마니 △네크워크 △회원&후원 △소통 등의 각 부분에서 활동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연구나 학습은 이해되는데, 페스티벌이나 ‘소금한가마니’는 어떤 활동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네. 궁금증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에게는 아주 상식적입니다. 학과에서는 세상을 읽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모임을 강조합니다. 이 모임은 일종의 축제입니다. 페스티벌! 학과가 추구하는 축제의 롤모델은 스웨덴의 알메달렌 시민정치축제입니다. 이 축제는 매년 6월 말 한 주 동안 개최됩니다. 이 축제는 스웨덴 총리를 지냈던 울로프 팔메가 1968년 고틀란드 알메달렌에서 휴가를 보내며 주민들과 토론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알메달렌 축제에서는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비영리단체, 이익단체, 언론, 노동자, 학생들도 이 축제에 참여하며 공동체의 일을 논의합니다. 사회복지연구소는 이런 축제를 하고자 합니다. 소금한가마니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가져왔습니다. 그는 우정을 나누려면 호의, 평등 그리고 소금한가마니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소금한가마니를 먹을 정도로 평등하게 시간을 함께 보내라고 합니다. 소금한가마니는 방송대 학생들의 우정의 시간을 지원합니다. 예를 들어 선후배의 대화를 통해 이론과 실천의 만남을 주선합니다. 제가 더 소개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은 네트워크입니다. 네트워크는 학습동아리의 형성과 운영을 지원합니다. 학과에는 다양한 경력과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 간의 모임을 만들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사 모임, 교사모임, CEO 모임, 기자 클럽, 취미 모임 등 관심 분야 또는 같은 현장에 있는 회원들이 모여 인식론적 호기심을 공유하고, 다양한 경력과 취미를 나눌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한마디로 학과 공부의 스터디가 학습동아리로 전환됩니다. 연구소에 참여하는 데는 어떤 자격이나 제한이 있나요 회원은 방송대 사회복지학과 학부 또는 대학원 졸업생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방송대 사회복지연구소의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방학동네’ https://socialwelfareknou.or.kr/).

    207호최익현2024-04-19 22:43

사람과 삶

영상으로 보는 KNOU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
  • banne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