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한 7월은 한 해의 허리가 반으로 접힌 채 90도를 가리키는 달이다. 방송대 가족 모두가 가슴 활짝 펴고 여름의 저 파도와 같이 희망을 품고 나아가는,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사랑의 멋진 청포도 계절이 되기를 기대한다.


필자는 고려대 생물학과, 원광대 한의학과 등 이과를 두루두루 전공했기 때문에 문과 학문에 호기심이 많았다. 또한 문학에도 관심이 있어 30여 년 전에는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이후 시문학에 관심이 깊어져 방송대 국어국문학과와도 인연을 맺었다. 한동안 쉬다가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 법학과를 거쳐 지금은 생활과학부에서 다시 공부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방송대와 함께한 셈이다. 필자만 그런 게 아니라 아내도 방송대와 인연이 깊다.


사실 필자는 5년제 학제 개편 마지막 차를 타고 국어과에 편입했다. ‘국어국문학과’로 착각하고 편입했던 것인데, 필자만의 착각은 아니었을 듯하다. 방송대 국어국문학과는 1984년 ‘국어과’라는 명칭을 가지고 모집 정원 2천 명의 5년제 학사과정으로 개설됐다. 이후 학교의 위상 변화와 더불어 학과의 규모가 확장됐고 학사과정도 정비됐다. 1991년에 ‘국어국문학과’로 명칭이 바뀌었고, 학사과정도 5년제에서 4년제로 개편됐다.


당시 국어과에 편입했지만, 틈틈이 시 공부를 하면서 의미를 찾으려고 애썼다. 최근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시 한 편을 썼다.「태양을 닮은 방송대인」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전문은 다음과 같다.


생동하며 태어난 햇살

여의주로 빛나고

청포도 알알이 희망을 

나의 입술에 연주할

태초의 숨소리 내 뿜어라

 

용은 예부터

신비의 재주꾼 

참 진리의 큰 나래 모아 

어여쁜 생명 살려

방송대인에게 갈채 보내라

 

승부와 대결의 냉엄한 세상 

끝없는 질병 속에

방송대인의 기도로

온정의 빛

네 가슴에서 내 가슴으로 열불로 솟아

 

깍지 낀 우리 두 손 높이 들고

사랑한 바람꽃 기운이

세계를 밝히는 

태양을 만들게 하라

불타는 청춘, 별 하나 영원하라


필자의 공부는 남들보다 조금씩 늦었다. 한의학 박사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전에는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한의학을 공부한 것은 기자 생활을 마친 뒤였다. 대략 15년 정도 동기들보다 늦게 한의대에 진학한 셈이다. 83세인 올해에 식품영양학을 좀더 공부하기 위해 생활과학부에 발을 디뎠으니, 이 또한 남들보다 늦은 공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공부라는 게 나이의 늦고 빠름이 있을까?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한의학 공부였지만, 지금의 삶을 지탱하게 하는 방편이 됐다. 방송대에서 공부한 국문학, 영문학, 중문학, 법학은 그런 삶의 틈을 메워주는 양식이 됐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공부는 계속할 생각이다.


의사들은 환자와 상담할 때 ‘운동하세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물론 필자도 예외일 수 없다. 직업상 의사란 평생 건강을 연구하며 ‘운동하세요!’라고 주문할 수밖에 없다. 공부도 꾸준히 운동처럼 계속해야 한다. 손창봉 동문은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국어국문학과를 비롯해 4개 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생활과학부 2학년에 편입해 공부하고 있다.


늦게 시작한 공부라는 건 없다. 공부는 언제나 현재형이다. 마치 몸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필수로 해야 하듯, 공부 역시 마음의 양식과 자기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일의 결과를 떠나, 지금 공부에 집중함으로써 인생의 방법을 찾는 ‘젊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필자가 지금도 ‘이젠 내 세상이 왔어!’라고 매일 주문을 외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