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윤계상, 고민시, 이정은. 완벽한 앙상블을 예감케 하는 배우들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연출 모완일, 넷플릭스)에 모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고요한 숲속 펜션과 모텔에서, 우연으로 인해 평생의 운명이 뒤바뀐 사람들이 그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그 고요한 숲속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는 인물 ‘성아’는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 중 한 명인 고민시 배우가 맡았다. 초반에는 신비로운 느낌으로 캐릭터를 보여주다가 극이 진행될수록 성아의 본성을 드러내며 에너지를 폭발시킨다. 성아의 대척점에 있는 ‘하영’ 역을 맡은 연기 대선배 김윤석 배우와의 살벌한 장면들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고민시 배우는 영화 「마녀」에서 신선한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아련한 첫사랑의 이미지를 보여준 KBS 드라마 「오월의 청춘」을 거쳐 영화 「밀수」의 고마담 역으로 제44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까칠한 사춘기 소녀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고, 예능 「서진이네」에서 사회생활 ‘만렙’ 인턴으로 사랑받고 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는 영하의 펜션에 찾아와 그의 평온한 일상을 뒤흔들어놓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분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화차」의 김민희 배우 이후 10여년 만에 탄생한 ‘팜므파탈(femme fatale)’이란 평을 듣기 충분하다. “단순하게 뻔하게 연기하고 싶지 않았고, 시청자들이 처음 접하는 캐릭터로 만들어내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고민시 배우를 삼청동에서 만났다.

윤상민 기자 cinemonde@knou.ac.kr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공개되고 반응이 너무 좋습니다. 특히 고민시 배우의 연기가 ‘절정’에 도달했다는 반응이 많은데요. 기분이 어떠세요?
가장 기분 좋은 건 예전에 함께 작업했던 감독님들이나 선배 배우들이 연락해주실 때죠. 너무 감사해요. 「밀수」의 류승완 감독님은 “예고편만 봤는데 ‘죽인다’(!)”고 말씀해주셨고, 김혜수 선배님은 “민시, 이제 너의 시대가 온 거 같아 기뻐”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사랑을 담아 촬영한 작품이다 보니 더 기분이 좋습니다.(웃음)

 

무거운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역은 처음인데요. 모완일 감독이 고민시 배우의 어떤 면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하던가요?
저도 그게 너무 궁금했어요. ‘성아’ 역할에 저는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거든요. 촬영이 다 끝나고 감독님께 여쭤봤죠. 도대체 왜 저를 캐스팅하셨는지요. 제가 모 감독님과 오디션 같은 미팅을 두 번 했는데요. 첫 미팅 때 신고 간 구두가 있어요. 그걸 본 감독님이 “구두가 정말 예쁘네요”라고 하시길래 “특별한 날에만 신는 거예요”라고 답했어요. 저는 이 문장 때문에 성아처럼 느껴져서 캐스팅한 건지 여쭤봤는데, 제가 그 말을 하기 전에 구두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이미 성아의 모습을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와, 보통 분이 아니구나, 그런 부분을 성아의 캐릭터로 잡아낼 수 있다니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성아는 역할 자체가 도전정신 불러일으키는 캐릭터죠. 두려움은 없었나요?
사실 감독님과 첫 미팅을 하고 나서도 ‘이건 캐스팅돼도 문제다’라고 생각했는데요.(웃음) 미팅 때까지만 해도 5회까지 대본만 나왔던 상황이었어요. 그걸 봤는데, 초반에 등장해서 후반까지 성아가 빌드업하는 과정이 너무 어렵게 느껴졌거든요. 그런 중에 감독님이 “후반부에서 성아는 작두를 타야 해. 에너지를 폭발시켜야 하는데, 기존에 했던 역할들의 이미지를 다 깨부수고 에너지를 폭발시켜줬으면 해”라고 말씀하셔서 솔직히 부담이 컸습니다. 함께 연기할 상대역들도 워낙에 존경하는 선배 배우들이어서 민폐가 되고 싶지 않았고요.

 

부담이 정말 컸을 것 같아요.
전체 리딩 하기 전날 떨렸던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이틀 밤을 새웠습니다. 첫 대사를 어떻게 뱉어야 하나 고민하느라고요. 선배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면서 보냈어요.

 

첫 대사가 뭐였길래요?
차가 숲속에 부딪히는 장면이었어요. ‘영하’(김윤석)가 저를 잡아주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게 첫 대사였어요. 그 이후 극 초반에서는 성아라는 인물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래서 첫 등장 장면에서도 성아 얼굴이 차 창문에 가려서 완전히 안 보이게 하고 싶었죠. 그런 모호한 부분들을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고 싶었어요. 성아라는 인물이 도대체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하는 걸까 가늠이 안 되도록요.

성아가 펜션에 처음 온 건 우연이죠. 그런데 1년 후 또 찾습니다.
처음에는 이 펜션이 그저 조용하고 기운이 좋다는 마음으로 찾은 거죠. 그런데 떠나기 전에 LP판에 흔적을 남겨 놓고 간단 말이죠? 왜일까요? 저는 성아가 굉장히 지능이 높은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이미 그 순간부터 영하와 일종의 놀이가 시작된 거죠.

 

1년 동안 성아에게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그러면서 성아는 도대체 영하는 어떤 사람인가가 궁금해지겠죠. 성아에게 ‘펜션=영하’입니다. 그래서 성아는 펜션을 갖기 위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죠. 그동안 그 누구도 성아와 대화해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영하는 성아와 대화해주고, 배척하는 인물입니다. 성아는 일반인과는 다른 지점에서 흥미를 느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아빠와의 관계성에서도 결핍이 많이 느껴지는 인물로요. 그래서 영하에게 더 집착하지 않았나 싶어요.

 

말씀하신 대로 이번 작품에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연기를 잘 하는 배우 중 하나인 김윤석과 맞붙었어요.
너무 재밌었어요. 짜릿했고요. 저는 선배들과 연기하는 순간이 너무 행복해요. 느껴보지 못했던 에너지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으니 가장 큰 재산이랄까요? 선배 배우들이 조언도 해주시지만, 현장에서 같이 연기해보는 게 가장 큰 배움이거든요. 김윤석 선배뿐 아니라 이정은 선배와 연기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어요. 회차가 진행될수록 너무 아쉬웠습니다. 촬영이 너무 짧게 끝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요. 하루만, 정말 하루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걱정이나 긴장이 되지는 않았나요?
물론 촬영 전날에는 긴장했죠. 선배들은 어떻게 연기할까, 감독님은 어떤 디렉션을 줄까 하는 호기심과 떨림이 촬영 전날에는 많거든요. 그렇지만 막상 리허설을 하고 촬영에 들어가면,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니 즐거웠어요.

 

후반부에 피투성이 얼굴로 영하에게 “아저씨, 아저씨!!”라고 하는 장면이 섬뜩하더라고요.
원래 대본에는 “아저씨, 도대체 펜션에 언제 올 거예요?”라는 한 문장이었어요. 성아가 이 한 문장을 내뱉기까지 도대체 어떤 감정을 쌓았을까를 많이 고민했죠. 현장에서 부딪혀 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하필 촬영날 낮에 액션씬을 오래 찍었어요. 몸에 기운이 많이 빠진 상태였죠. 이제 그 대사를 해야 퇴근(?)하는 딱 한 장면이 남은 상황이었습니다.(웃음)

 

그런 육체적 상황과 감정이 쌓였던 거 같아요. 이 한 장면만큼은 임팩트 있게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촬영 직전까지 고민했는데요. 저도 모르는 호흡과 대사들이 현장에서 나온 거예요. 스태프, 감독님 모두 깜짝 놀랄 정도로 만족했어요. 이 한 줄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저 역시 굉장히 만족스러운 장면입니다.

 

고민시 배우의 가장 강렬한 광기를 보여준 건데, 주변 반응은 어떻던가요?
지인들은 그냥 다 긍정적이고 좋은 이야기만 해주는데요. 일반 관객 반응 중에 해외 관객 반응이 기억에 남아요. “보기 드문 코리안 비치(bitch)!”라는 댓글이 있더라고요.(웃음)

선배 배우들이 조언도 해줬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악역이다 보니 ‘단조로우면 안 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성아는 극 중에서 일대다수와 겨뤄야 하다 보니 늘 외로운 캐릭터잖아요. 극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성아의 희노애락이 느껴질 틈만 있어도 입체적일 수 있다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김윤석 선배님은 “빌런이라고 해서 빨리 사라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게 아니라, 빌런이지만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라”고 말씀해주셨죠.

 

고민시 배우에게 성아와 실제 비슷한 면이 있나요?
초반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좀체 짐작하지 못하는 모습이랄까요? 서서히 표정이 드러날 때는 달라지는데, 아마 제가 일상에서 짓는 무표정이나, 혹은 제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 때 분위기가 바뀌는 부분들이 좀 캐릭터에 녹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특히나 어렵게 느껴졌던 장면이 있다면요?
토마토 스파게티에 얼굴을 팍 묻었다가 “그동안 감추기 힘들었나봐요”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죠. 영하에게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 본 모습을 서서히 처음으로 열어내는 장면이라 생각했어요. 이후 상황이 진행될수록 어떻게 에너지 뿜을 것인지, 어떤 장면이 포인트가 되면 좋을지를 많이 고민해야 할 장면이었거든요. 아무래도 영하랑 일직선 상에서 대립할 때 서서히 더 폭발해야 하면서 이후 전환하는 장면들이 있어서 더 힘들었습니다.

감량도 화제에요. 본인이 직접 선택한 거라고요.
50kg에서 43kg까지 뺐어요. 제가 선택한 거죠. 나중엔 촬영하다 너무 기운이 없어 보였는지 감독님이 그만해도 된다고 하실 정도였죠. 그래도 후반부로 갈수록 의상적 부분에서도 어느 정도 스킨이 드러나는 옷을 입은 이유가 있어요. 날것의 느낌이랄까요? 성아의 척추뼈가 드러나면서 좀 기괴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찰라로 지나가는 컷일지라도 그런 부분이 노출되면 성아의 캐릭터가 더 잘 보이겠다는 생각에요. 노출적인 의상이 섹슈얼하게 다가간다기 보다는 캐릭터로 살아 있는, 동물적인 느낌이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촬영해서 오래 찍었거나 힘들었던 장면이 있다면요?
힘든 장면은 별로 없었어요. 의외로 실제 별로. 의외로 성아의 이미지컷을 미장센적으로 좀 더 아름답게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각도로 찍은 컷들은 많았어요. 수영장씬이나 주차장 액션씬 같은 장면들요. 리허설할 때 대본으로 본 것보다 상대 배우가 준비해온 에너지가 너무 강렬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요. 덕분에 성아의 전사가 드러나는 몇 안 되는 장면이 잘 나온 거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성아의 전사는 정작 많이 안 나오더라고요. 감독님과 이야기한 부분이 있는지, 아니면 본인이 상상한 것으로 연기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죠. 성아가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결혼은 왜 한 거고, 아이를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에 대해서요. 답을 듣긴 했지만, 드라마에 섬세하게 그려지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살인마에게 서사를 부여해버리는 순간, 우리는 그 인물에 이입하게 되니까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남겨진 이들에게 포커싱하는 드라마입니다.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납득이 되는 순간 감정이 들어가니까, 캐릭터를 연기하는 인물인 저야 전사를 이해한다고 해도 드라마에서는 그런 것들이 드러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성아는 화가로 나오는데요. 역할 표현을 위해 따로 준비한 부분이 있나요?
실제 유명한 화가 선생님이 그림 그리는 장면에서 조언을 주셨어요. 물감을 짜고 그림을 그리는 동작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요. 수영장 씬을 찍기 위해서 수영도 배웠습니다.(웃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액션씬입니다. 특히 노윤서 배우와의 액션씬은 역대급으로 회자될 것 같습니다만.(웃음)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장르는 서스펜스지만, 현장은 코미디물처럼 즐거웠어요. 노윤서 배우와의 액션씬을 찍으면서 많은 분들이 이 장면을 사랑해줄 거라 생각했어요. 젊은 여배우 둘이서 액션하는 작품이 흔치 않으니까요. 그런데 노윤서 배우가 정말 몸을 잘 써요. 휘두르는 역할이 더 힘든데요. 저는 노윤서 배우에게 몸을 맡겼습니다.(웃음)

 

노윤서 배우가 진짜 팔 힘이 세요. “너 왜 이렇게 힘이 세니”라는 대사도 사실 애드리브였어요.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색 하나 없이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그 장면 촬영할 때 스태프들도 너무 멋있고 짜릿하다고 좋아했어요. 저 역시 정말 그 장면을 좋아하고요.

맞는 장면도 많았는데, 공포감이 느껴진 적은 없나요?
신기하게도 무섭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직전에 「스위트홈」 촬영하면서 몸을 날리는 장면들이 하도 많아서요.(웃음) 두려움이야 어찌 보면 그때 훨씬 컸죠.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그 이후에 바로 찍은 작품이라 몸 날리는 거에 대해 내성이 많이 생겼습니다.

 

모완일 감독님이 “고민시 배우는 무조건 예쁘게 나와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서 촬영 전에 이미지컷, 의상, 헤어스타일 고민이 많았다고요.(웃음)
부담이었죠. 감독님이 “연기도 연기지만, 가장 중요한 건 예쁘게 나와야 한다”고 계속 말씀하셧거든요. 진짜 스케치 촬영을 가장 오래 한 작품입니다. 보통 스케치 촬영은 오전에 테스트로 몇 시간 하면 다 끝났는데, 이 작품은 안 그랬어요.

 

사실 제가 조명이나 메이크업에 따라서 이미지가 굉장히 다르게 보이는 얼굴이거든요. 전작들에서 성아처럼 화려하게 꾸미고 나온 경우도 거의 없다 보니, 어떤 의상을 입었을 때, 어떻게 스타일링을 했을 때 성아 캐릭터가 잘 드러나는지 다양하게 고민했어요. 스타일리스트가 저랑 5년을 함께 한 친구인데 이번 작품에서 특히 고생을 많이 했죠. 다양한 브랜드에서 의상을 준비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그렇게 준비해 가면 감독님도 너무 만족해하셨고요. 후반부에는 어떤 의상을 가져가도 다 선택해주실 정도로 만족했어요. 외적으로 저도 노력한 부분도 있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찰나에 지나가는 이미지컷일지라도 몸이나 뼈, 근육들이 성아의 생동감, 날것의 느낌이 드러나도록요.

최근 예능에서 활동도 이슈가 되고 있어요.
계속해서 일을 해왔는데, 드라마나 예능 작품들의 오픈 시기가 겹칠 거란 생각은 못했어요. 사실 ‘일-집’의 반복인 일상이라 주변 반응도 피부로 와닿진 않고요. 「서진이네」, 「스위트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 그동안 제가 바랐던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죠. 예능에서는 정말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머리 질끈 묶고, 메이크업도 선크림과 틴트 정도만 그러니까 예의를 갖춘 정도로만 했어요. 사실 ‘생얼’로 나가고 싶었는데 말이죠.(웃음) 예능에서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배우로 연기할 때는 캐릭터로 살아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든 외적 변화를 주면서 도전하고 싶습니다.

 

「서진이네」에서는 너무 바빠서 화장실 갈 시간도 아끼려 물을 안 마셨다고요. 너무 책임감이 강한 거 아닌가요?(웃음)
빨리 퇴근하고 싶어서요.(웃음) 미루면 어차피 또 시간이 늘어나서 무언가를 더 해야 하잖아요. 그럴 바에는 제가 덜 편익을 받더라고 열심히 일해서 빨리 퇴근하고 쉬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죠. 사회생활 할 때도 연기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그렇게 해왔던 것이 당연해서 이번 예능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였던 거 같아요.

 

예능과 연기 중에 뭐가 더 힘드세요?
「서진이네」 찍고 몸살이 났어요.(웃음) 대본도 없고 정말 예측 불가능한 현장이에요. 그래도 제가 기존 멤버가 아니다 보니 마음의 준비는 해갔죠.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장사가 너무 잘돼서, 그냥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좋았습니다.(웃음)

 

대전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연기가 하고 싶어서 상경하셨죠. 줄줄이 오디션에 낙방했던 그때 경험이 지금의 고민시 배우를 만든 걸까요?
오디션을 보기 시작한 초반에는 너무 속상했어요. 나는 왜 선택받지 못하는 걸까, 내가 부족한 건 알지만 얼마나 더 떨어져야 할까, 하는 생각에 서러움도 많았고요. 그런데 오디션에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적응을 해서 그런지 오히려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왜 떨어졌는지 인식하고 나서 다음 오디션에는 고쳐서 가고, 그렇게 계속 개선하면서 오디션을 보니 어느 순간 오디션에 들어가도 떨리지 않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미친 듯이 떨어지고 나니 오히려 당당하게 즐기는 순간이 왔달까요? 떨어져도 절대 연연하지 않는 순간이 찾아온 거 같아요.

오디션에 몇 번이나 떨어졌길래요?
체감으로는 1천 번? 「마녀」 때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오디션을 봤어요, 4차, 5차까지 몇 달에 거쳐 오디션을 봤으니, 고생한 시간만큼 보상받는 느낌이 있어서 더 열과 성을 다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오디션을 보지 않고 작품을 선택할 위치에 오른 것 같은데요.(웃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디션을 보고 가는 게 더 좋아요. 뭔가 인증 받은 느낌이랄까요?(웃음) 물론 오디션 없이 선택해주셔도 감사하지만, 일종의 부담감이 더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오디션 봐야 한다면 볼 겁니다. 저는 늘 도전하는 데 재미를 느끼거든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고민시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요?
20대의 마지막 작품이고 30대를 시작하는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의미가 큽니다. 연기적으로도 지표가 될 작품이에요. 현장을 정말 사랑했기에 스태프들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

 

왜 “고민시 배우는 연기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연기를 잘한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늘 느껴요. 항상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랄까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신이 나를 도대체 어디까지 테스트하려고 하는 걸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럴 때면 늘 그렇듯 결과가 어떻더라도 후회 없이 하자고 마음을 먹는 편이에요. 내 몸 하나 내던지는 거에 있어서 아무것도 아깝지 않았고요. 그렇게 후회 없이 하다 보니까 제가 작품을 사랑하는 만큼 관객들도 좋게 봐주시는 거 같아요.

 

「밀수」에서 함께 했던 김혜수 배우가 “고민시의 시대가 왔다”고 해서 화제였어요.
너무 감사했죠. 그래도 시대는 늘 변하니까요.(웃음) 열심히 일해놨던 작품들이 동시에 공개되다 보니, 잠깐 이벤트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나중에 성숙한 저의 시대가 올 거라 믿고 열심히 달려야죠!

 

전작들에서 맡았던 역할 중에 본인과 가장 가까운 작품은 뭐였나요? 작품 선택 기준도 궁금합니다.
모든 캐릭터들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밀수」의 고옥분 마담이 저랑 성격적으로 좀 닮은 거 같아요. 작품을 고를 때는 당연히 좋은 감독, 스태프들이 참여한다고 하면 주저 없이 제가 선택을 받았던 거 같아요. 앞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메시지가 좋고, 캐릭터가 관객을 끌어들일 힘이 있는 작품에 만약 제가 참여해 그렇게 만들어갈 여지가 있다면 한 컷이 나오는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욕심 나는 캐릭터,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로맨스물을 너무 하고 싶은데요. 지금은 정통 사극을 해보고 싶어요. 「사도」나 「남한산성」 같은 작품들요. 제 역할이 많든 적든 상관 없이 정통 사극 속에서 움직이는 제 모습이 궁금해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더 넓은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웃음)

 

공포영화에서 시달리는 역할도 잘할 거 같은데요?(웃음)
제가 시달리는 역할도 잘하죠.(웃음) 그런 역할도 좋은 대본 있다면 잠깐 시달린다고 해도 출연할 겁니다.

 

차기작은 뭐로 준비 중이세요?
검토 중인 작품이 3개인데요.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요. 오픈될 작품들이 다 나왔으니, 이제 또 열심히 농사지어야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