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함 대신 풋풋함이 가득한 무대였다. 전문 율사들의 논리 정연한 법정 공방은 아니었지만, 패기와 순수함을 갖춘 학우들의 변론이 신선했다. 지난 8월 31일 11시부터 9월 1일 13시까지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진행된 법학과 연합수련회 및 제20회 총장배 변론대회다.

인천지역 법학과 학생회가 행사 주관
여느 학과의 연합행사와 마찬가지로 기수단 입장, 변론대회 우승기 반납, 개회 선언, 국민의례, 환영사, 내빈소개, 격려사, 축사, 법학과 20대 연합회장단 소개, 변론대회 진행 소개, 격려금 전달, 개회식 폐회 순으로 진행됐다.

 

각 지역 학행회의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괄호 속은 지역 학생회장이다. 

-지혜와 정의를 위한 법학의 길을 만드는 강원(강원 이규관)

-소통으로 하나되는 학생회(경기 황윤철)

-법은 공정하게, 정의는 평등하게, 자유는 모두에게(경남 박인주)

-행동하는 지성, 뜨거운 열정, 민족법학(대구경북 김차한)

-법과 정의의 최강 파트너! 법의 지혜로 세상을 밝히는 대전충남 최강 법학과!(대전충남 김승주)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법학으로 깨어나라(부산 홍경표)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지켜라(서울 임창화)

-소통하는 울산지역대학 법학과(울산 이렬)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자(인천 임지환)

-야단법석(야외에서 큰 설법을 전파한다)(전북 안영우)

-진리를 탐구하고 정의를 실현한다(제주 김인숙)

-만인에 공평하고 올바른 法을 베풀어 실천하며 사랑을 나누고 있는 우리 충북!(충북 이찬호)

(*광주전남 법학과 학생회는 학생회가 없음)


임지환 전국연합학생회장은 환영사에서 “이렇게 좋은 자연 속에서 연합수련회 및 총장배 변론대회를 열게 돼 기쁘다. 오늘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그간 꺼내지 못했던 속이야기도 나누는 자리가 되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임재홍 학과장은 격려사를 통해 “학과가 개설된 이래 우리 법학과 재학생과 동문들은 대학의 이념에 발맞춰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방송대의 일원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변론대회와 함께 연합수련회도 진행된다. 전국에서 모인 학우님들이 부담 없이 즐기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현주 인천지역 제24대 법학과 동문회장, 김윤철 제17대 법학과 전국총동문회장, 박성수 법률상담자원봉사단장, 여채식 대학원 법학과 원우회장이 격려와 함께 축사를 전했다. 이후 김영남 조교가 변론대회 진행을 안내한 뒤 수련원 종합관의 7개 강의실에서 변론대회가 막을 올렸다.
법학과는 5월부터 변론대회 참가 신청을 받아, 논문으로 예선 심사를 해서 모두 20개 팀을 변론대회 본선에서 맞붙게 했다.

올해 총장배 변론대회는 제1주제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국회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 판단’을 놓고 Summa(서울) vs 진주(경남), 아킬레우스(경기) vs 큰나래 네모의 꿈(서울), Debater(대전) vs 팀 변호인단(대구·경북), 유스티티아(전북) vs 법사모(인천)가 대결을 펼쳤다.

제2주제 ‘업무개시명령의 정당성 판단’은 울산킹(울산) vs 자유Law(전북)·파란(부산)·돌하르방(제주), 누운부추(서울) vs 피데스(경기)·공정상평(경기)·올해의 1위팀(충북), 큰나래 너울(서울) vs 꿈꾸는 감자(강원)·심신명명(인천)·시나브로(서울)가 치열한 논리싸움을 벌였다. 특히 2주제는 출전팀도 많았지만, 특정 주장으로 쏠림현상이 빚어져 여러 팀이 한 팀가 맞붙는 비대칭적 모습도 드러냈다.
전북에서 두 아이와 함께 참가한 한지연 학우(2학년)는 “엄마가 뒤늦게 방송대에서 하고 싶어 하던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변론대회에 참가해 도전하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들도 꿈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 함께 참가했다”라고 말했다.

법학인의 밤, 냉정과 열정 사이
행사를 주관한 인천지역 법학과 학생회는 참가자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마술쇼’와 ‘퀴즈대회’ 등을 막간에 준비했는데, 학우들의 참가를 높이고 행사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두기에 충분했다. 변론대회의 성격상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서야 결선을 마칠 수 있었다. 곧바로 종합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법학인의 밤 행사가 이어졌다.
법학인의 밤은 12월 21일 인천 문학경기장 그랜드 오스티엄에서 열리는 ‘법학인의 밤’을 예고하는 자리였다. 서로 안부를 묻고, 격려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경청했다. 학과 교수들은 곳곳을 돌면서 학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어떤 애로점이 있는지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서울 스터디그룹인 큰나래에서는 다수의 동문들이 참가해 후배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임재홍 학과장은 대학원 원우들과 팀을 이뤄 ‘빼어난 마성의 목소리’로 학우들을 사로잡았다. 8월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
이튿날 9월 1일, 아침 식사를 마친 학우들은 미리 졸업 가운을 입고 학과 교수들과 졸업기념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한 자리에 모여 졸업사진을 담을 수 없다 보니, 연합수련회가 최적의 졸업기념사진 촬영 타이밍을 제공한 셈이다.

협력과 소통으로 대상 영예 누려
변론대회 시상식은 11시부터 진행됐다. 결선에 오른 4개 팀을 비롯해 이들을 응원하는 동문, 재학생들까지 초조하게 발표를 기다렸다. 결과가 발표되자 장내에서는 함성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변론대회 결과, 제1주제에서는 Summa(서울)가 결선에서 큰나래 네모의 꿈(서울)과 맞붙어 대상을 차지했다. 제2주제에서는 시나브로(서울)가 공정상평(경기)을 따돌리고 대상을 가져갔다. 

 

수상팀은 다음과 같다.
제1주제
대상(총장상)     Summa(서울)
최우수상(사회과학대학장상)    큰나래 네모의 꿈(서울)
우수상(인천지역대학장상)    법사모(인천)
총동문회장상    Debater(대전·충남)
장려상  아킬레우스(경기) 유스티티아(전북)  진주(경남)  팀 변호인단(대구·경북)

제2주제
대상(총장상)    시나브로(서울)
최우수상(사회과학대학장상)    공정상평(경기)
우수상(인천지역대학장상)    누운부추(서울)
원우회장상    자유Law(전북)
장려상  울산킹(울산)  파란(부산)  돌하르방(장려상)  피데스(장려상)  올해의1위팀(충북) 큰나래 너울(서울)  꿈꾸는 감자(강원)  심신명명(인천)

제1주제 대상을 차지한 Summa의 서길원 팀장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논리적 사고와 법률 지식을 넘어 상대방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한, 팀원들과의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실감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더운 여름날을 보낸 팀원 강신조, 김영숙, 이인수 학우와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법학도로서의 꿈을 향해 배움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제2주제 대상을 가져간 시나브로의 김동일 팀장 역시 “2022년 법학과 2학년에 편입한 후 처음으로 변론대회에 참가했는데, 그때는 준비가 미흡해 본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절치부심 끝에 2023년 변론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올해도 대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 5월에 팀을 꾸려 6월부터 매주 만나 팀원(4학년 김동일·하은성, 3학년 하선율·전가은) 모두가 휴가를 반납하고 준비했다. ‘시나브로’가 계속 승승장구하기를 기원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종합우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지역이 차지했다. 이후 폐회식을 끝으로 2024년 연합수련회 및 제20회 총장배 변론대회는 막을 내렸다.
방송대 89학번으로 경제학과를 마치고 올해 2월 법학과 3학년에 편입한 박인주 경남지역 법학과 학생회장은 “방송대 졸업자로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부분이 컸다. 방송대가 준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이 빚을 갚고 싶어 다시 편입했다. 1주제에 참가했는데, 역시 변론대회는 어렵다는 걸 느꼈다.(웃음) 그래도 변론대회에 참가하면서 스스로 찾아서 준비하면서 공부가 많이 됐다. 내년에도 도전하겠다”라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임지환 전국연합회장은 “이번 행사를 위해 많은 학우들이 애써 주셨다. 강영주 제39대 인천지역 법학과 학생회장도 새벽부터 밤늦게 행사 전체를 준비하느라 고생했다. 많은 분들이 수고해 주신 덕에 행사를 잘 마쳤다. 올해부터 법학과 연합행사를 주관하는 곳이 12월 21일 법학인의 밤까지 맡아서 하게 된다. 특히 법학인의 밤에서는 처음으로 각 지역 학생회장 이취임식을 동시 진행하며, 새로운 회장들에게는 학과장님께서 직접 임명장을 주실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천안=최익현 선임기자 bukhak@knou.ac.kr

 

사진으로 보는 법학과 연합수련회 및 총장배 변론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