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대학원 1학기를 무사히 마쳤다. 사실, 방송대 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 진학은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작년 이맘때쯤, 법학과 학생 신분으로 방송대문학상에 응모하고 당선이 된 사실이 지금의 대학원 과정으로 필자를 이끌었다.


평소 습작으로 써오던 글이라 당선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자신에 대한 시험 같은 것에 가까웠다. 괜한 용기가 아니었을까 두려운 마음도 컸다. 하지만, 심사위원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당선이 됐고, 그제야 글쓰기에 진정한 욕심이 생겼다. 글을 좀 더 ‘제대로 배워서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대학원 진학은 그렇게 시작됐다. 사실 그전에는 ‘대학원’이라는 과정은 필자와 같은 늦깎이 학생과는 어딘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교육과정이었다. 대학 과정부터 착실하게 공부에 매달리고, 연구하고, 그런 사람들만이 소속될 수 있는 소수의 엘리트 집단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필자가 막상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게 되자, ‘대학원’이라는 과정 자체를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학부가 교양 식탁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단계라면, 대학원은 한 가지 요리를 깊이 파고드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처럼 체계적으로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에겐 깊이 있는 지식을 쌓기에 더없이 좋은 과정이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백수린 교수님의 소설 집필의 실제 기술 등에 대한 강의는 필자가 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 새로운 시각을 갖출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임유경 교수님의 문학비평에 대한 강의는 쉽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철학과 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 생각해 어려운 만큼 열심히 듣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강의들보다도 대학원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아마도 학습 의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해진 범위도 없고, 과목 외에 한정된 것은 없다. 스스로가 얼마나 열심히 찾아보고, 배우려 하느냐에 따라서 그 과정이 충실한 열매가 될지, 어영부영 허투루 쓰는 시간이 될지 결과가 달라질 것 같았다. 아마 다른 학과들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문예창작콘텐츠학과에서는 아무래도 문학이나 미디어 작품들을 다루다 보니, 참고할 서적은 방대했지만, 과제 하나하나를 해낼 때마다 나의 지식이 알차게 영글어가는 듯해 오히려 보람이 컸다.


또 학부에서는 주로 ‘나 홀로 공부’였다면, 대학원에서는 학우들과의 세미나, 토론 등도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자유롭게 이뤄진다는 점이 큰 차이였다. 처음에는 필자가 쓴 글을 보여준다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다양한 피드백이 필자의 생각을 더 깊게 하는 과정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오히려 가감 없는 피드백을 바라며 세미나에 임하곤 하는 필자 자신을 발견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이른바 ‘가방끈’이 짧은 내가 이렇게 대학원생이 될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학원 생활이 더없이 뿌듯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언제나 이런 기회를 제공해 준 ‘방송대문학상’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匹夫’를 ‘筆夫’로 바뀌게 해 줬으니까. 또, 학부 졸업을 앞둔 많은 학우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다. 전공을 더 깊이 탐구하거나, 새로운 학문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방송대 대학원은 그 생각을 가장 손쉽게 실현할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


학문에는 끝이 없다. 그리고 삶을 바꿀 무대는, 때로는 손만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펼쳐져 있다. 아직 나는 ‘진행 중’이지만, 이 모든 여정을 가능케 해준 방송대와 대학원, 그리고 문학상 관계자분들,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학우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