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총동문회 전국산악회(회장 서연채)가 7월 9일부터 13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윈난성 옥룡설산 원정 산행을 다녀왔다. 이번 원정 산행에는 28명의 동문이 참가했다. 산소통을 들고 옥룡설산 4,680고지에 오른 이임송 전국 동문통신원이 산행기를 보내왔다.

 

“중국 윈난성의 대자연을 경험하고 싶어

호도협과 옥룡설산을 찾게 됐다. 영상으로만 보던 그 장면들이

실제 눈앞에 펼쳐졌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호도협 협곡 아래서 바라본 풍경은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작고 겸손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줬다.

옥룡설산은 해발 4,000m 이상의 고산으로 경이로웠다.

숨쉬기 힘든 가운데에서도 순백의 눈으로 덮인 산봉우리와

봉우리를 감싼 운무는 신비롭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고산증을 이겨내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던

그 순간의 떨림은 지금도 생생하다.”

―조성환 산악대장

 

원정 산행에 나설 산악회 회원들이 확정되자 6월 25일 사전모임에서 주의 사항과 참고 사항을 박성지 부회장으로부터 안내 받았다. 마침내 7월 9일 인천공항 3층 J에서 오후 1시 28명이 3개 조로 나눠 서로 알아보기 쉽게 각각 다른 색깔의 손수건을 손목에 묶거나 가방에 묶어서 같은 조임을 표시하고 짐을 보내고 검색대를 통과해서 게이트에 모였다.
계획을 잡을 때부터 설렜다. 유튜버들이 소개한 샹그릴라시의 영상들을 보면서, 얼마나 웅장하고 아름다울지 출발 전부터 기대가 자못 컸다. 원래 샹그릴라는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1933)에 나오는 가상의 환상 도시 이름이었다. 윈난성 디칭 티베트족 자치주에 위치하는 현급시인 샹그릴라시는 오늘날 티벳의 장족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원래 여정은 1일 차: 인천-베이징-리장(麗江), 2일 차:리장-호도협-차마객잔, 3일 차:차마객잔-샹그릴라-리장, 4일 차:리장-옥룡설산-리장, 5일 차: 리장-쿤밍-인천 일정이었다. 과연 우리 일행은 이 스케쥴대로 움직여야 했지만, 기상 조건이 변수였다.


기상악화로 새벽4시에 쿤밍공학 도착
인천에서 비행기로 북경에 도착해서 국내선으로 갈아타 4시간 거리에 있는 윈난성의 리장시로 가야 하는데, 우리 행이 탄 비행기는 6시간이 지나도 도착하지 못했다. 온몸이 답답증에 시달릴 때쯤 기상악화로 1시간을 배회한 뒤, 1시간 거리에 있는 쿤밍 국제공항에 새벽 4시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다.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한 탓에 도착해서 알게 된 것이다. 여정은 이렇게 꼬이고 말았다.
부랴부랴 공항 측에서 준비한 숙소로 이동해서 씻고 자는 둥 마는 둥 일단 핸드폰 충전이 급했다. 2025년 3월 20일 홍콩항공 소속 여객기 수하물 선반에서 화재가 발생해 2025년 6월 28일부터 3C(배터리의 충전 및 방전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3C는 배터리 용량의 3배에 해당하는 전류로 충전하거나 방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표시가 없는 보조 배터리 반입이 전면 금지되면서 발생한 일이었다. 원정 산행팀은 현지 가이드에게서 리장에서 3C 표시가 있는 보조 배터리를 받기로 했는데 천둥번개라는 기상악화를 만나 일이 꼬여버렸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6시에 박성지 부회장의 ‘비상, 비상’이라는 다급한 카톡과 함께 10분 내로 빨리 나오라는 연락이 왔다. 눈곱만 겨우 떼고 정신없이 나와서 셔틀버스를 타고 쿤밍 공항에 도착, 다시 리장시로 출발했다. 리장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호도협 트래킹에 나섰다. 일정이 빠듯했기에 다급해졌다.
호도협 ‘28밴드’를 거쳐 차마객잔으로
호도협은 옥룡설산과 합파설산 사이로 이어지는 16km 길이의 협곡으로, 마방(馬幇)들이 윈난성 남부의 차를 싣고 티벳으로 가던 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서 형성된 차마고도(茶馬古道) 길로 잘 알려져 있다. 호도협은 호랑이가 계곡을 뛰어넘어 다녔다 해서 호도협이라고 불렀다는데, 가이드는 “호랑이 같은 용맹함이 있어야 뛰어넘을 수 있어 호도협이라고 한다”라고 귀띔했다. 호도협을 오를 때 이미 해발 2,000m 이상에서 시작해서 많은 분들이 고산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말을 타고 올라가야 했다. 걸어 올라가던 중에도 중간중간 말로 갈아탔다.
필자를 비롯해 김영식 고문과 조성환·김한식 산악대장과 모정미 자매 등 10여 명은 ‘28밴드’ 구간을 거쳐 차마객잔까지 걸어서 안전하게 도착했다. 차마객잔에 도착해 방을 배정받고 능이 오골계 백숙으로 저녁을 먹었다. 피곤해서 잠이 잘 올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더니 두통이 시작됐다. 누군가가 고산증 증세라고 알려줬다. 고산증 약을 먹고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원정 산행 2일 차의 밤은 그렇게 저물었다.

티벳 사찰 송찬림사와 슈샹호텔의 밤
이제 원정 산행은 3일 차를 맞았다. 오전 8시 일명 ‘빵차’(빠오처, 包車를. 산길에서 사람과 물자를 옮겨주는 소형 차량)를 타고 호도협 계곡인 금사강으로 갔다. 이곳은 TV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도 나왔던 곳이라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홍수가 범람했을 때 자연재해의 위력을 느껴 볼 수 있는 곳이라는데, 직접 보니 물살에 빨려 들어갈 듯한 장관이었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원주민 집에서 준비한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일반 원주민 집은 아니고 아주 잘 사는 집에서 운영하는 식당 같은 느낌이었다. 음식은 코스별로 나왔고 한두 개의 음식만 빼고는 우리 입맛에 맞아 다들 잘 먹었다. 식당에서 나와 걸어서 송찬림사라는 절에 도착했다. 송찬림사는 윈난성 최대 규모의 티벳 사찰로 라마교 3대 사찰 중의 하나다. 1679년 달라이라마 5세에 의해 건립됐으며, 라싸의 포탈라궁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어서 소포탈라궁이으로 불리기도 하며, 700여 명의 승려가 살고 있다고 한다. 205개의 계단을 올라가는데 이미 고산증으로 인해 산소통을 들고 다니면서 주저앉아 산소를 흡입하고 있는 관광객들이 보였다. 우리나라 사찰과는 규모가 달랐다.
다시 버스를 타고 리장에 있는 슈샹호텔에 도착했다. 오래된 도심 한복판에 있어서 시끌벅적했다. 밖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하니 11시 30분이면 조용해진다고 한다. 다음날 일정이 6시부터라 모두 일찍 잠에 든 듯하다. 필자도 시끄럽던 음악 소리가 언제 조용해졌는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산소통 들고 4,680고지에 오르다
원정 산행 4일 차. 우리 일행은 아침 6시에 옥룡설산으로 출발했다. 이른 시간이라 아침 식사가 어려워 여행사 측에서 샌드위치를 준비해 주었고, 호텔 측에서는 여러 가지 빵을 준비해서 나눠 줬다.
옥룡설산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데, 케이블카에서 내리는 지점이 해발 4,506m로 내리자마자 어지럼증으로 인해 머리가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필자는 옥룡설산 4,680고지를 목표로 샌드위치와 고산증약을 미리 챙겨 먹고, 산소통을 2개를 준비해서 올라갔다. 계속 산소를 마시면서 숨이 차지 않도록 천천히 올랐다. 고산증으로 인해 10분 거리를 1시간에 걸쳐 천천히 올라가야 했는데, 올라가면서 보니 토사물이 곳곳에 보였다.
눈이 쌓인 경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멋있었고 좋았다. 왜 옥룡설산 꼭대기까지 데크를 연결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일본인들 10여 명이 ‘우리는 못 오를 산이 없다’며, 만류에도 불구하고 4,680고지 위쪽에 있는 정상을 올라갔다가 결국 내려오지도 못하고 시신도 찾지 못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옥룡설산에는 정상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산신령이 있는 듯했다.
하산하며 하늘색과 같은 나파하이 고원호수에서 사진을 찍고, ‘인상여강’이란 야외 공연을 관람했다. 이 공연이 만들어진 데는 사연이 있었다. 이곳 설산에 살던 원주민들이 개발로 터전을 잃게 되자, ‘설산에 살던 우리가 어디 가서 야크를 방목하고 농사를 짓고 살겠냐’며 정부에 항의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장이머우 감독이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 300명을 고용해 ‘인상여강’ 쇼를 만들겠다고 설득하면서 해법을 찾게 됐다. 마을은 개발됐고, 주민들은 자신들의 전통 복장을 하고 나와 그들 민족만의 무용을 보여주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인상여강’은 민속종교인 동파교와 옥룡설산 내에 있는 전설의 제3국에 대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이 쇼를 보기 위해 하루 2천600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하늘빛 나파하이 호수, 그리고 다시 밤의 풍경
공연 후 코끼리 열차 같은 이동 수단을 이용해 하늘빛을 띠고 있는 나파하이 호수에 있는 람월곡을 찾아 에메랄드빛에 취하기도 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초원에 있는 말을 타기 위해 이동했다. 우리는 마부를 따라 초원 중심부까지 말을 타고 갔다가 돌아왔다. 차마객잔을 오를 때 말 등에 올라탔던 이들은 ‘말에게 미안해서 말을 타지 않기로’ 했다. 이동하면서 보니 많은 인공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으로 빗물을 가두어 두거나, 이도 어려울 때는 차로 물을 실어다 채운다고 했다.
옥룡설산에 올랐던 탓인지 모두들 시장기가 돌았다. 리장에 있는 한식집으로 이동해 삼겹살과 송이버섯으로 간만에 입맛에 맞는 맛있는 저녁 식사를 즐겼다. 이곳에서 마시는 술은 고지대라 금방 취한다고 했다. 소주 2잔에 증세를 보이는 일행도 보였다.
식사 후 다시 슈샹호텔로 돌아왔다. 숙소에 도착해 리장의 문화를 느끼기 위해 삼삼오오 조별로 리장의 젊음을 느껴보았다. 일부는 한국 노래를 불러주는 곳으로, 일부는 전통 화장과 복장을 하고 현지인처럼 꾸며보기도 했다. 필자가 속한 팀은 조성환 산악대장의 능력을 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캄캄한 밤, 많은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정신이 없었다. 리장에 사는 소수민족의 젊은이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 촬영에 응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는데, 중국에서 사용하는 틱톡 영상을 만들어 올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거리를 지날 때마다 음식점에서 나는 고수 냄새와 아무 데서나 피워대는 담배 냄새 때문에 살짝 불편하기도 했다.
우리가 만났던 ‘리장 마을’을 뒤에 두고
7월 13일, 드디어 원정 산행 마지막 날인 5일 차. 일부는 일찍 일어나 벌써 주변을 둘러보고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는 조식을 먹고 김희목 강원총동문회장 부부와 함께 간밤에 갔던 공원을 다시 둘러보았다. 지난밤에는 어두워서 잘 몰랐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많았던 인파와 시끄러웠던 음악과 젊음의 열기도 화려했던 조명들도 늦잠을 자는 듯 조용했다. 공원을 둘러보던 중 번역 앱을 이용해 리장 나시족 인민 정부가 설치한 안내문을 살펴봤다.
안내문에 따르면, 중국 리장 고대마을은 송나라 말기, 원나라 초기에 건설돼 8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나시족이 이곳에 가장 먼저 정착했다고 한다. 윈난, 쓰촨, 티베트 접경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 중심지이며, 남방 실크로드와 차마고도의 중요한 유통 중심지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롭고 통일된 건축양식, 다문화 융합과 공존, 그리고 모든 민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문화적 전통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또한, 나시족 고대 음악과 동파문화 등 풍부한 무형문화 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1986년 국무원으로부터 국가 역사 문화도시로 지정됐고,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2011년에는 국가 5A급 관광지로 지정됐다. 또한 고성의 옛길은 차마고도 카라반의 말들이 다니던 길이었으며,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곳이기도 하다.
여행의 마무리 끝자락, 우리는 리장 공항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쿤밍으로, 다시 쿤밍에서 인천공항으로 갈아탔다. 여행을 떠나던 날 천둥번개로 인해 연착된 긴 시간으로 인해 돌아오는 비행시간은 짧게 느껴졌다. 13일 오후 11시, 인천에 도착한 우리들은 가방을 찾고 서연채 회장의 아주 짧은 인사를 뒤로하고 공항버스 막차가 남아 있는 곳을 찾아 각자 해산했다.

2025년 원정 산행의 의미
서연채 회장은 “해외원정 산행을 어디를 갈 것인가를 의논하던 중 조성환 대장과 박성지 부회장의 추천으로 중국 윈난성 일대인 차마고도와 호도협, 샹그릴라, 옥룡설산을 가기로 정했다. 세계 3대 트래킹 코스와 옥룡설산의 해발 4,680m 라는 문구가 많이 설레게 했다. 우리나라보다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문화가 달라도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이다. 해발 고도가 높아 고산병 후유증은 있으나 3~5일 정도 쉬고 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한다. 전국총동문회 산악회 회원님들과 함께 해서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애써준 임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박성지 부회장은 “서연채 회장이 ‘한여름에 해외로 가는 것이니 덥지 않고 시원한 곳이면 좋겠다’라는 해외 원정 산행지에 대한 요청이 있어서 최근 중국 윈난성 쪽 차마고도 트래킹과 해발 4,680m 고지의 옥룡설산 체험이 이색적일 것 같아 추천했다. 교통, 음식, 환경 등은 다소 불편했지만, 장엄한 자연의 모습에 엄청난 눈 호강을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했던 일반 산행과 다른 해외 원정 산행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덧붙였다.
조성환 산악대장도 “산행 총대장으로서 ‘내가 정말 원하는 곳인가? 다른 사람들도 만족할 만한 곳인가?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인가? 가격은 합리적인가? 갔다 온 뒤에도 다시 한번 가고 싶어 할 만한 곳인가?’ 등을 핵심적으로 점검한 결과 중국 윈난성의 대자연을 경험하고 싶어 호도협과 옥룡설산을 찾게 됐다. 영상으로만 보던 그 장면들이 실제 눈앞에 펼쳐졌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호도협 협곡 아래서 바라본 풍경은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작고 겸손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줬다. 옥룡설산은 해발 4,000m 이상의 고산으로 경이로웠다. 숨쉬기 힘든 가운데에서도 순백의 눈으로 덮인 산봉우리와 봉우리를 감싼 운무는 신비롭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고산증을 이겨내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던 그 순간의 떨림은 지금도 생생하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번에는 차마고도의 전 코스를 천천히 되새기며, 실크로드의 한 부분에 저의 생애 일부를 남기고 싶다”라고 묵직한 소감을 전했다.

이임송 동문통신원